이번 표지그림 제목인 ‘성탄절’이 예수님의 탄생을 주제로 한 성탄절 연극을 연상시킨다면, 베네수엘라 화가 에드가르 케이포의 그림은 우리를 다른 의미의 놀라움에 빠지게 할 것입니다. 합창하는 천사들과 양 떼를 지키는 목자들, 선물을 가져온 동방박사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짚을 채워 요람처럼 만든 말구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갓 태어난 아기 예수의 아버지인 요셉은 어디로 갔을까요?
색채가 풍부한 이 그림에서 케이포는 전통적인 성탄절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시각화해, 우리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그림 속 마리아와 예수님은 달빛이 비치는 꿈같은 풍경 속에 단둘이 있으며, 바짝 붙은 두 사람의 몸을 푸르고 신비한 구체가 둘러쌉니다. 땅에 자리잡은 두 사람의 둥근 형태는 둥근 천체의 모습을 본뜬 것으로, 이로써 안정적인 삼각 구도가 확립됩니다.
화가는 관객의 시선을 유도하는 선으로 성모 마리아와 아기를 장식해, 그 둘을 조금 더 가까이 살펴보도록 우리를 끌어당깁니다. 우리의 시선은 아들을 보호하듯이 단단하게 감싼 마리아의 팔과 손과 다리가 만드는 튼튼한 수평선을 따라가다가, 생각에 잠긴 듯한 두 사람의 눈빛으로 향합니다. 어쩌면 지금은 마리아가 아이의 신성성을 눈여겨보며 “이 모든 말을 마음에 새기어 생각”(눅 2:19)하는 순간일지 모릅니다.
케이포는 전통적인 성탄절 장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부 요소를 생략하여, 성육신하신 하나님이 이 세상의 어두움 속에 나타나신 그 첫 성탄절의 기적을 묵상하도록 여지를 남겨주었습니다. 이번 성탄절에는 우리 삶을 변화시키시는 예수님의 임재를 곰곰이 생각하기 바랍니다.
* 표지그림 © 에드가르 케이포
* 표지그림의 인쇄물은 queipianos@gmail.com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