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 외곽에 사는 남편의 가족을 방문한 우리는 저녁 식사 전 뒷마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네 살 된 제시는 자기만의 작은 세상에 빠진 듯 우리의 대화에 무심했습니다. 식사 중에 꿈틀거리더니 슬그머니 방을 빠져나갔다가 불쑥 나타나 뭔가를 휘갈긴 자주색 도화지를 한 장 내밀었습니다. 제가 당황하자 제시는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건 새야. 그리고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정말로 거기에는 아주 큰 부리와 두 눈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린 소년과 함께한 그 순간은 우리가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거의 놓친다는 사실을 일깨웠습니다. “새날이 밝았구나. 너를 사랑한다.”, “끔찍한 손실이지만 내가 여기 있다. 너를 사랑한단다.” 이것은 오늘 본문에서 낙담한 선지자 엘리야에게 말씀하셨던 하나님의 조용한 음성과 동일한 목소리입니다.
하나님이 사랑의 쪽지를 내미실 때 우리는 다른 곳을 보고 있을지 모릅니다. 걱정하거나 산만해져서 거기 적힌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강 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오늘 인용한 말씀이 일깨우듯 하나님은 늘 우리를 생각하십니다.
저는 제시가 그린 새 그림을 액자에 넣어 제 책상 옆에 걸었습니다. 그 커다란 눈과 우스꽝스러운 부리를 보며 우리를 지켜보시는 하나님의 시선을 떠올립니다. 하나님께서 굳건히 바라보고 계시기에 우리는 위로를 얻고 안심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