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주 명석한 의사였습니다. 그런데 파킨슨병에 걸려 일찍 은퇴했습니다. 남편의 목소리가 약해지고 높낮이가 없어졌기 때문에 가끔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우리 아들은 언제나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듣습니다. 하루는 남편에게 아들과 저의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물었습니다. 남편은 “우리 아들은 마음을 다해서 들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집안일에 너무 몰두하다 보니, 그동안 남편의 말을 듣고 이해할 만큼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남편의 말은 돌밭에 떨어진 셈입니다. 아들은 기쁜 마음으로 집중해서 들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혹시 성서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서를 읽을 때, 가끔은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느라 하나님의 메시지에 집중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남편에게 집중할 때 비로소 그의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집중할 때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들으면,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사랑을 더 잘 드러내고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