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대한기독교서회 | 회원가입 | 로그인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기독교사상 > 이달의추천글 > [구약성서를 통해 본 여성과 성폭력 04]
이달의추천글 (2021년 10월호)

 

  밧세바, 성폭력 피해생존자인가, 팜므파탈인가
  피해자다움의 신화 해체하기

본문

 

들어가는 말: 밧세바가 성폭력 피해생존자였어?

“밧세바가 성폭력 피해생존자였어?” 구약의 밧세바와 다윗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55년간 감리교회 교인으로 살아온 언니가 보인 반응이었다. 실제로 사무엘하 11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최고 권력자인 다윗 왕이 부하 병사의 아내를 성추행한 위계적 성폭력 사건이지만, 성서 밖에서 이 사건은 다윗의 ‘밧세바 스캔들’로 불린다.1 그리고 밧세바는 ‘간통한 유부녀’, ‘부정한 여자’, 혹은 ‘치명적인 매력과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다윗을 죄로 이끈 팜므파탈’로 불린다.2 가령 스티블 랭은 『교양인을 위한 바이블 키워드』에서 다윗과 밧세바를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간통의 사례”로 소개한다. 새번역과 공동번역 성서도 시편 51편의 표제를 “다윗이 밧세바와 ‘정을 통한’ 뒤”라고 번역함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를 간통 혹은 불륜으로 본다. 20세기 폭스사가 제작한 헨리 킹 감독의 영화 〈다윗과 밧세바〉(1951)는 둘의 관계를 서로에게 반한 연인으로 그려낸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밧세바는 정치적 야망이 넘치는 성공한 팜므파탈로 회자된다. 그녀는 솔로몬 왕의 어머니, 즉 대비까지 오른 여자다. 밧세바의 이름은 이브, 들릴라, 유디트, 살로메와 함께 성서 속의 대표적인 팜므파탈로 거론된다.
명화에 나타난 팜므파탈을 분석한 이명진은 서구 화가들, 특별히 19세기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이 밧세바를, 현명한 왕을 유혹해 타락시킨 탕녀로 표현한 점에 주목한다. 렘브란트는 그의 그림 〈밧세바〉(1654)에서 그녀의 오른팔에 이탈리아 회화에서 고급 매춘부의 표식인 팔띠를 그려넣었고, 귀스타브 아돌프 모사도 그의 〈다윗과 밧세바〉(1907)에서 밧세바를 19세기 프랑스의 고급 창녀로 그린다.3 이명진은 밧세바가 음탕한 팜므파탈로 그려지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화가들은 다윗의 악랄한 행동은 슬쩍 눈감아주고 왕을 유혹한 밧세바의 부정한 행실을 묘사하는 것에 모든 관심을 기울였다. 천하의 색녀가 아니라면 그토록 현명하고 위대한 왕이 이성을 잃고 욕망의 포로가 될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자의 바람기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여자의 부정에는 더없이 엄격한 이른바 두 잣대를 지닌 화가들 덕분에 다윗은 요부의 유혹에 빠져 명예를 더럽힌 희생자, 밧세바는 탕녀의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4

팜므파탈의 관능미는 ‘유혹’이라는 개념과 연결되어 악마적인 여성상을 만들어낸다. 악마와 팜므파탈은 동일하게 유혹을 주 무기로 하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의 팜므파탈인 이브는 신학적으로 원죄를 저지르고 인류를 타락으로 이끈 범죄자로 표상된다. 이런 여성관을 근거로 남성, 특별히 권력을 가진 남자는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밧세바 신드롬’5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과연 밧세바는 성폭력 피해생존자가 아니라 부정한 여자, 간통한 유부녀, 혹은 음탕한 팜므파탈이었나? 사무엘하 11장에 나오는 사건의 전말을 세밀하게 다시 살펴보자.

사건의 전말(삼하 11장)

사무엘하 11장은 “그 해가 돌아와 왕들이 출전할 때가 되매”(1절)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보통 이스라엘에서 전쟁은 우기(10월 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를 피해 이루어지므로(왕상 20:22, 26 참조),6 암몬과의 전쟁도 5월이 지난 초여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11장의 배경은 초여름 혹은 시간이 조금 흘러 무더운 여름밤이다. 더위를 피하여 집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면서 산책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밤 더위를 피하여 옥상에서 산책을 할 수도 있는 것처럼, 목욕을 하는 것도 특이한 일은 아니다. 사건의 쟁점은 시각적 매혹에 이끌림이 아니라, 뒷조사가 수반된 계획적 접근에 있다. 사건의 발단은 2-3절에 나온다.

2 저녁 때에 다윗이 그의 침상에서 일어나 왕궁 옥상에서 거닐다가 그 곳에서 보니 한 여인이 목욕을 하는데 심히 아름다워 보이는지라 3 다윗이 사람을 보내 그 여인을 알아보게 하였더니 그가 아뢰되 그는 엘리암의 딸이요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가 아니니이까 하니

다윗은 목욕하던 여인이 “엘리암의 딸이요 헷 사람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라고 보고받는다. 가부장 사회에서 여성의 신분은 남성 소유자(바알)와의 관계로 묘사된다. 그러나 밧세바의 경우처럼, 아버지와 남편이 동시에 언급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엘리암이 다윗 왕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혹은 우리아가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로 언급된 것이 아닐까 추측할 수 있다. 사무엘하 23장 8-39절에 나오는 다윗의 용사 명단 중에 “길로 사람 아히도벨의 아들 엘리암”(34절)과 “헷 사람 우리아”(39절)가 언급된다.7 아히도벨은 압살롬의 반란을 주도적으로 도운 전략가이며 군사지휘관이다.(삼하 15:31, 34, 16:15-17:23) 황의찬은 『밧세바의 미투』에서 밧세바의 친할아버지 아히도벨이 다윗의 심복이었다가 밧세바에 대한 다윗의 성폭행 이후 신의를 잃고, 나중에 압살롬을 도운 것으로 풀이한다.8 사건과 관련해서는 밧세바의 아버지와 남편이 모두 다윗의 용사 명단에 있었고, 할아버지 아히도벨이 군사지휘관이었다면 밧세바의 집은 성읍 변두리가 아닌, 왕궁 주변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다윗은 목욕하는 장면을 목격하기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밧세바가 주요 가문의 딸이며 유부녀였음을 알았지만, 다윗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4 다윗이 전령을 보내어 그 여자를 자기에게로 데려오게 하고 그 여자가 그 부정함을 깨끗하게 하였으므로 더불어 동침하매 그 여자가 자기 집으로 돌아가니라.

다윗은 신속하게 행동하였다. 다윗의 열정이 서두르는 만큼 동사도 서둔다. 다윗은 “보내어” “데려오게 하고” “동침했다(샤카브).”9 밧세바가 이름이 아니라 계속 “그 여자”로 호칭되는 점은 성적으로 대상화된 밧세바의 처지를 반영한다. 본문의 어디에도 밧세바의 욕망이나 동의에 대한 언급, 혹은 암시는 없다. 게다가 2절에서의 목욕이 부정함을 씻는 정결 의식(레 15:19, 25)이었음을 암시해주고 있어, 부정(월경)을 씻는 목욕이 부정한 사건의 시작이 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2절의 목욕이 부정을 씻기 위한 것이었다는 저자의 설명은 밧세바가 다윗을 유혹하기 위해서 목욕했다고 보기 어렵게 한다.10 이 본문에서 밧세바는 처음이자 단 한 번 말한다. “내가 임신하였나이다.”(5절)
이렇듯 2-5절에 묘사된 전체적인 정황을 볼 때, 다윗과 밧세바의 관계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개인 사찰까지 동반한 계획적인 사건이다. 여기서 사건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서는 왕궁으로 불려간 밧세바의 행동이 자발적 합의였는지, 위력 앞에 어쩔 수 없는 순종이였는지가 중요한 논제이다. 사무엘하 11장 1-5절은 히브리어 동사 ‘샤카브’(자다, 눕다)로만 사건을 설명하고 있어서 강제성에 대한 판단을 명확하게 결론내리기 어렵게 한다. 성서해석의 역사가 밧세바를 위계에 의한 성폭력 피해생존자가 아니라 간통녀, 팜므파탈로 보면서 견해를 엇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11장이 “다윗이 행한 그 일이 여호와 보시기에 악하였더라”(11:27)라는 말로 끝나는 점은 이 사건을 위계적 성추행으로 보는 쪽에 무게를 실어준다. 바로 이어지는 나단의 비유(삼하 12:1-4)는 이 사건을 위계적 성폭력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더 높여준다. 부자 주인, 가난한 주인, 양이 등장하는 비유에서 밧세바는 주인의 처분에 생사의 운명이 달린, 선택권이 없는 가축과 같은 존재이다. 부자 주인, 가난한 주인, 그리고 양 사이에 놓인 위계의 벽은 넘기 어렵다.

성폭력 피해자에서 유혹한 피의자로

지금까지 살펴본 사건의 경과에서 밧세바가 다윗을 유혹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성범죄와 같이 증명하기 어렵고, 목격자 확보가 쉽지 않으며, 기존의 강한 사회문화적 통념에 취약한 사건일수록 범죄를 판단하는 방침과 지침은 명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국제경찰장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hief Police, IACP)는 성폭력 수사에서 피해자를 대면 조사할 때 준수할 가이드라인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피해자의 안녕(well-being)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수사관의 역할이다. 피해자 중심의 사건 처리와 해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모든 편견을 배제한 채, 진실을 찾는 역할을 수행하고, 유도 심문을 하지 말아야 하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방식의 질문도 해서는 안 된다. IACP의 피해자 조사 지침은 그 내용이 성인지적이며 인권 지향적이다.11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아래에서는 성서 속의 성폭력 피해생존자 밧세바가 성서 밖에서 피의자로, 심지어 다윗을 꼬신 팜므파탈이요, 가해자로 둔갑한 정황을 현대의 피해생존자의 목소리를 통해 비판해보고자 한다.

1) 왜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하지 않았어?
많은 독자는 왕의 전령에 의해 불려간 밧세바가 그 자리에서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현하거나 저항하지 않았으니 합의하에 동침한 것이라는 빠른 결론을 내린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위계적 성폭력 피해생존자인 김지은은 이러한 편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힌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제가 거절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쉽게 말합니다. 하지만 피고인의 무서운 눈빛에 제압당하고, 꼼짝달싹 못 하고 얼어붙게 되고, 피고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소리치고, 두 손으로 팔로 지사를 세게 밀쳐내고 문을 어떻게든 열어서 막 뛰어나와, 복도에서 뛰면서 다른 방 문을 두드려서 ‘지사님이 저를 성폭행해요’ 외치면서 신고해달라고 소동을 일으켰어야 할까요. 위력이 있는 관계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어떤 피해자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지사가 지금 하라고 강요하는 것, 본인이 저에게 하려는 행동을 당하지 않으면 거기를 빠져나갈 수 없고 더 큰 불행이나 폭력이 올 것 같은 공포였던 상황이었습니다.12

여성가족부가 전국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사업체 1,2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78.4%가 직장 내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이 중 76%는 20-30대였다. 피해자 중 78.4%는 ‘참고 넘어갔다’고 했다.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여성의 50.6%가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라고 답했다.13
이스라엘의 최고 권력자인 왕의 요구를 거절했을 경우 남편에게 혹은 본가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닥칠 결과를 알면서 밧세바가 바로 그 자리에서 거절할 수 있었을까?

2) 서로 사랑해서 합의하에 동침한 것 아니야?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거나 윤리적으로 용납되지 않은 성범죄를 접할 때, 사람들은 그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워 상호 합의에 따른 간통이거나 연애 사건(스캔들)으로 속단한다. 아니면 남자의 참을 수 없는 성욕 때문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거나, 여자의 유혹에 넘어간 불쌍한 남자로 측은해한다. 성폭행을 불륜으로 몰아가서 1차 재판에서 패소했던 피해생존자 김지은이 말한다.

재판장님, 이 사건의 본질은 피고인이 자신의 권력과 힘을 이용하여 제 의사를 무시한 채 성폭력하였다는 것입니다. 피고인의 행위는 지사와 수행비서의 힘의 차이에서 오는 강압, 압박, 권력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한 성폭행이었습니다. [중략] 피고인 측의 증인들은 저와 피고인이 마치 애인 관계였고, 제가 더 좋아해서 유혹하고 따라다닌 것처럼 ‘마누라비서’라는 처음 들어보는 별명까지 붙여 사건을 불륜으로 몰아가고, 사건의 본질을 흩뜨리려 하였습니다.14

할리우드 영화 〈다윗과 밧세바〉는 이 사건을 둘의 달콤한 로맨스로 미화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사무엘하 11장은 로맨스도, 불륜도 아니다.

3) 정치적 야망을 품고 기회를 노린 것 아니야? 너무 당당해
‘남편이 예루살렘에 머물렀을 때, 밧세바는 늦었지만 남편에게 진실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해하기 어려운 밧세바의 행동에 독자들은 그녀가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침묵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다가, 우리아의 죽음에 대한 밧세바의 반응을 보고 미심쩍어 한다.

26 우리아의 아내는 그 남편 우리아가 죽었음을 듣고 그의 남편을 위하여 소리내어 우니라 27 그 장례를 마치매 다윗이 사람을 보내 그를 왕궁으로 데려오니 그가 그의 아내가 되어 그에게 아들을 낳으니라 다윗이 행한 그 일이 여호와 보시기에 악하였더라

‘밧세바’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그녀는 ‘아내’로만 불리운다. 4절에서 왕궁으로 처음 소환되어 갔을 때 쓰인 두 개의 동사 ‘보내어’와 ‘데려오게’가 11장 마지막에서 우리아의 아내를 왕궁으로 데리고 왔음을 묘사하는 데 쓰이고 있다. 신속한 사건의 전개를 이해할 수 없는 독자는 미래의 밧세바의 삶을 소환해서, 밧세바의 태도는 그녀의 정치적 야망 때문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한 인터넷 블로거는 “밧세바는 지혜롭고 성취 욕구가 강한 여인이었든지 다윗 왕의 막내 처로 등장하여 왕위 계승권에서 한참을 뒤지는 솔로몬을 왕으로 만든 것만 봐도 한낫 장수 우레야의 아내로 있기에는 좀 아깝기는 했던 것 같다.”라고 논평한다.15
피해생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거나 성공하면 안 되는가? 피해생존자 김지은은 “나는 노동자로 살고 싶다.”라며 미투 이후의 현실을 이렇게 설명한다.

피해자다운 것이 업무를 외면하고 현실을 부정하며 사는 것일까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의 업무가 절실했던 제가 당장 관두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었을까요? 평판이 존재하는 정치 영역에서 이미 안희정 사단으로 꼬리표가 붙은 제가 어디에 가서 직장을 구할 수 있었을까요?16

맺는말: 피해자다움이란 없다

성폭력에 대한 통념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생산한다. 이것이 ‘피해자다움’이다.17 여성에 대한 편견과 강간에 대한 통념이 서로 얽힌 채 ‘피해자다움’에 대한 신화를 만들어낸다. 이에 덧붙여 성범죄를 남성의 관점에서만 해석하려는 오만과 독선은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고, 태도와 반응을 문제 삼으며, 피해생존자를 무고의 피의자로 뒤바꾸는 원인이다.
사무엘하 11장의 밧세바 이야기를 다윗의 위계적 성폭력 사건으로 새롭게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2018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확산한 한국의 미투 운동 덕분이었다. 김지은과 같은 위계적 성폭력 피해생존자들과 연대해서 위드유(with you) 운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주의 활동가들의 투쟁과 외침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신분 상승을 노리고 왕을 유혹한 여성으로 밧세바를 이해하는 2차 가해적 성서해석을 이어갔을 것이다.
성서가 전하는 성폭력 피해생존자 밧세바는 성서해석자들에 의해 피의자로 변질되어 우리 주위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후 대비로서의 밧세바의 삶은 자신이 성폭행을 당하고 남편은 전쟁에서 살해된 과거의 사건을 왜곡하는 이유일 수 없다. 피해생존자가 삶을 포기해야 피해자다운 것인가? 피해자다움이란 없다.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 중심으로 바라보고 처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註)
1 성주진, “사무엘하 11-12장: 다윗의 죄와 하나님의 용서”, 목회와신학 편집부 엮음, 『사무엘하: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두란노 아카데미, 2009), 228-229.
2 J. 스티블 랭 외, 남경태 옮김, 『교양인을 위한 바이블 키워드』(도서출판 들녘, 2007); 찰스 스윈돌, 곽철호 옮김, 『다윗: 뜨거운 가슴과 한결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생명의말씀사, 1999), 322; 박희숙, “[명화 속 성서인물(1)] 팜므 파탈의 상징-밧세바, 들릴라, 살로메”, 「새가정」(2008. 9): 64-67; 이명진, 『팜므파탈: 치명적 여인들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시공사, 2008; 개정판 2016).
3 이명진, 위의 책, 274-279.
4 이명진, 위의 책, 268.
5 ‘밧세바 신드롬’(Bathshba Syndrom)은 미국 클린턴 롱거네거 경영학 교수가 1933년 「비지니스 윤리저널」에 발표한 논문 “밧세바 신드롬: 성공한 리더들의 윤리적 실패”에서 생긴 용어이다. ‘밧세바 신드롬’이란 사무엘하 11장 사건을 통해 보듯, 지능과 재능, 비전을 겸비한 성공한 지도자가 경력이 최고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갑작스럽게 자멸하는 경우를 뜻한다.
6 A. A. 앤더슨, 권대영 옮김, 『(WBC 11) 사무엘하』(솔로몬, 2001), 269.
7 병행하는 역대기상 11장 10-47절의 명단에서 아히도벨은 언급되지 않고, 우리아는 41절에 나온다.
8 황의찬, 『밧세바의 미투: 다윗의 회개, 하나님의 속죄』(CLC, 2018), 108-116.
9 월터 부르그만, 차종순 옮김, 『(현대성서주석) 사무엘 상, 하』(한국장로교출판사, 2000), 408.
10 앤더슨, 앞의 책, 269.
11 IACP, 2011: 23-28. 허민숙, “너 같은 피해자를 본 적이 없다: 성폭력 피해자 무고죄 기소를 통해 본 수사과정의 비합리성과 피해자다움의 신화”, 「한국여성학」 33/3(2017. 9): 21에서 재인용.
12 김지은, 『김지은입니다: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봄알람, 2020), 351-352.
13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사건 연서명 탄원서](3월 5일 20시부터),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고발 1년, “침묵을 깨고, 위력에 맞서다” 중에서.
14 “2018. 07. 27.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 김지은, 위의 책, 344.
15 연실, “밧세바이야기”, 다음 카페 ‘아름다운 5060’(https://cafe.daum.net/beautiful5060)-삶의 이야기-게시글 49264.
16 김지은, 위의 책, 367.
17 허민숙, 위의 글, 12.


이영미|연세대학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을 공부하였다. 저서로 『이사야의 구원신학: 여성시온 은유를 중심으로』, 『하나님 앞에 솔직히, 민중과 함께』 등이 있다. 현재 한신대학교 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게시물은 대한기독교서회님에 의해 2021-11-01 11:25:01 성서와설교에서 복사 됨]

 
 
 

2021년 11월호(통권 755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Home > 기독교사상 > 이달의추천글
이달의추천글
78
4·3을 통한 기독교 주체의 회심을 향하여

“한국 기독교 4·3 담론의 형성과 재형성에 관한 연구: 타자를 통한 주체의 회심을 향하여”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신학과, 2021 들어가며 1948년 무렵에 발생한 4·3은 제주 사회는 물론 한국 근현대사에서 비극으로 손꼽히는 사건이다. 남조선로동당 무장대와 토벌대 및 계엄군의 충돌 ...

고민희 | 2021년 11월
열람중
밧세바, 성폭력 피해생존자인가, 팜므파탈인가피해자다움의 신화 해체하기

들어가는 말: 밧세바가 성폭력 피해생존자였어? “밧세바가 성폭력 피해생존자였어?” 구약의 밧세바와 다윗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55년간 감리교회 교인으로 살아온 언니가 보인 반응이었다. 실제로 사무엘하 11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최고 권력자인 다윗 왕이 부하 병사의 아내를 성추행한 위계...
이영미 | 2021년 10월
76
트라우마에 갇힌 북한: 북한이탈주민은 어디서 왔는가

오랫동안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사역을 해온 한 지인의 이야기이다. 그가 한국에 방문하여 한 교회에서 강의 도중 북한 아이들에게 겨울용 신발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독한 추위에 동상에 걸려 고생하는 어린아이들을 돕기 위함이었다. 강의가 끝난 뒤 교인 한 사람이 다가와 강한 불만을 표출...
김의혁 | 2021년 8월
75
LA폭동 이후의 한인교회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디아스포라 한인교회와 종족 경계의 재생산: 한 LA 재미한인교회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인류학과, 2019 들어가며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최초의 미국 이주가 시작된 후, 한인교회는 한인 사회의 구심점이었다. 낯선 미국 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피난처가 될 수...
서대승 | 2021년 7월
74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아 교회와 사회의 다리를 놓은 이삼열 박사

* 새길기독사회문화원, 크리스챤아카데미, 「기독교사상」은 “한국 사회와 교회의 길을 찾는 신학대화”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신학대화는 한국 기독교가 일구어온 사회참여적 신학 전통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창조적으로 계승함으로써 교회가 다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게 하려는 시도로...
이삼열, 이상철 | 2021년 6월
73
공공신학, 광장에서 외치는 복음

공공신학의 출현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도무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 ‘자기들만 생각하는 외골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특별히 최근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도 무리하게 광장에서 정치집회를 주도했던 보수 기독교의 행동은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을 증진해...
최경환 | 2021년 5월
72
의자 하나 내어놓는 일우리는 왜 이민자보호교회 운동을 하고 있는가

감옥으로부터의 편지 이민자보호교회 네트워크 앞으로 편지 한 장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하며 초등학생이 쓴 듯한 글씨로 시작했으나 이내 영어다.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교도소에서 보내온 편지. 어릴 때 엄마를 따라 미국에 왔고, 한국어를 쓴 지 오래되었으며, 체류 신분상 서류미비이기 때문에 교도...
손태환 | 2021년 4월
71
아시아 신학 회고와 전망

아시아 신학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신학은 신앙고백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하기도 하고, 예배에서 시작되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성도들의 신앙감(sensus fidelium)이 신앙고백의 바탕이 되고, 이것이 정교화되어 신학이 된다는 입장이다. 결국 신앙심과 신학은 같이 간다는 의미이다. 한편 ...
안교성 | 2021년 3월
70
북미 여성신학과 그 흐름에 대한 단상

이 글에서는 미국에서 시작한 여성신학을 소개하기 위해 이분법을 극복하는 로즈마리 레드포드 류터의 여성신학을 소개하고, ‘의심의 해석학’을 주장하며 성서를 비판적으로 수용해 성서에 드러나 있는 차별적 편견들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뜻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엘리자베스 피오렌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최순양 | 2021년 2월
69
비참한 사람인 '이 에고'로마서 7장 22-24절

내가 속사람으로는(‘카타 톤 에소 안드로폰’) 하나님의 법을 함께 즐거워하고 있으나(‘쉬네도마이’의 현재; 진심으로 승인하다), / 내 지체들 속에 있는 딴 법(‘헤테로스 노모스’)이 내 이성의 법에 대항하여(‘안티스트라튜오마이’의 분사 현재; 대항하여 전쟁을 일으키다), 내 지체들 속에 있...
강일상 | 2021년 1월
68
받은 것이자 일구어야 할 ‘기업’(基業)

믿음의 가정에서 모태신앙을 가지고 태어난 나는 어려서부터,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그냥 부르는 찬송가가 많았다. 명절이나 추도식 등에 평신도이신 아버지의 인도로 가정예배를 드렸는데, 음치인 아버지는 몇 장의 찬송가만 애용하셨다. 그중 하나가 현행 찬송가 435장 <나의 영원하신 기업>이다. “나의 영원하신 기...
서신혜 | 2020년 12월
67
몽상의 세계에 갇혀 있는 장로교 주요 교단들의 총회

나치당과 히틀러의 성공은 비밀에 휩싸인 일도 귀신의 장난도 아니었다. … 그들은 독일이 걸린 질병의 원인을 큰 소리로 진단했고 자신들만이 그 치료약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밝은 시력을 회복시켜 현실을 바로 바라보게 할 좋은 안경이 아니라, 독일인들을 자...
김광수 | 2020년 11월
66
바리데기

| 화해를 위한 변명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연재의 끝자락에 왔다. 당초 내가 고안한 연재명은 “기독교와 한국 전통문화의 화해를 위한 변명”이었다. 민속예술을 전공한 기독교인으로서 나 자신을 성찰하자는 취지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변명’이라는 단어가 부정적 뉘앙스를 지닌다는 의견이 편집부에서...
이윤선 | 2020년 10월
65
늦봄 단상-<그대 오르는 언덕>

늦봄 문익환 목사 헌정음반 <뜨거운 마음>의 마지막 트랙에 수록된 노래 <그대 오르는 언덕>, 이 곡을 소개하는 것으로 12회에 걸친 이 연재 글의 끝을 채운다. 오십이 넘게 작곡가로 살아온 마당에 다시 대학 시절에 만든 곡을 소개하는 것이니, 음악적 연유로 기착(寄着)해 볼 때 그다지 자랑스러운 곡은 아니다. 다만,...
류형선 | 2020년 9월
64
선교사들이 쓴 선교소설들

| 국민문학이라는 것 해방 직후인 1945년 12월 그믐날, 수유리 봉황각에 좌파 문인 여덟 명이 모였다. 흔히 ‘봉황각 좌담회’라 불리는데, ‘문학가의 자기비판’이라는 명분 아래 일제하에서의 굴신 또는 훼절을 짚고 넘어가자는 취지로 모인 자리였다. 사회는 김남천. 임화와 함께 해방기 좌파 문학 운동을 이끌...
표언복 | 2020년 8월
63
칠성의 꿈, 윷판바위에서 윷놀이까지

<전략> 훌륭민첩 유곡권실 싀외조모 출상잇서 머나먼 산천길을 가마로 나려와서 실셩대곡 고여도 한말삼 아람업네 인 일장 츈몽이라 망극을 뒤로두고 심란을 푸러보세 우리종회 이노름은 조샹님네 음덕으로 쥬션은 유곡권실 장기도 장시고 <중략> 지모실간 최실이는 모친출상 지나고서 망극은...
이윤선 | 2020년 7월
62
대구경북기독인연대의 코로나19 대응 캠페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지역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2020년 2월 말, 대구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지역 내 의료진과 병상 수가 순식간에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상태였기에 도시 전체는 공포로 얼어붙었다. 이런 상황에서 타 지역 의료진들이 모...
박성민 | 2020년 6월
61
외면과 지지로 엇갈린 교회의 ‘세속정치’와 ‘비움’

기독 정당의 국회 진출은 21대 국회에서도 실패했다. 극우 성향의 반정부 집회를 주도하면서 정치세력화를 꿈꾸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중심이 된 기독자유통일당(대표 고영일)은 지난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1.83%(51만 3,159표)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앞선 총선에서 받았던 성적(전신인 기독자유당 2....
김광수 | 2020년 6월
60
생명과 평화, 하나됨으로 발현되는 5·18정신

5·18 40주년을 맞이한다. 몇 해 전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헌시로 바친 <5·18은 민족의 지평선입니다>를 다시 읽는다. 5·18은 “헛된 옛사랑이 아니라”, “첫사랑의 검은 눈동자–역사의 당당한 키스”라는 말이 오히려 지금 우리에게 더 다가서는 것을 느낀다. 갈라진 나라, 헝클어진 나라, 그러나 40년 전 ‘오월광주’, ...
김준태 | 2020년 5월
59
1918년의 대역병 인플루엔자와 조선총독부의 대응

* 이 글은 필자의 논문 “1918년 독감과 조선총독부 방역정책”, 「인문논총」(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2017) 74권 1호: 163-214를 발췌·요약하고, 다른 자료들을 참고하여 보완·재구성한 것이다. 1918년 인플루엔자 범유행 흔히 ‘스페인 독감’(Spanish flu)이라고 불리는 ‘1918년 인플루엔...
김택중 | 2020년 4월
게시물 검색


2021년 11월호(통권 755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