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의 기관통합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절대 과제일까? 한교총은 한기총이 자행한 여러 일탈에 대한 반성으로 출범한 기구로, 회원 교단의 성도 수를 다 합하면 한국 그리스도인의 95%나 될 정도로 큰 규모의 연합기구이다. 또한 한교총은 교단장협의회를 연합기구화하면서 결성된 만큼, 이미 확고부동한 교회 대표기구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회의 원 리더십(one leadership)을 말하고, 한기총의 이름을 되찾겠다는 생각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더구나 개신교회는 태생적으로 ‘원 메시지’(one message)를 낼 수 없지 않은가!
하나님은 모세의 죽음으로 삼십 일 동안 애곡하는 백성들을 위해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셨다. “내 종 모세가 죽었다. 그러니 너는 이제 이 모든 백성을 거느리고 떠나 이 요르단 강을 건너 내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는 땅으로 들어가거라.”(수 1:2, 공동번역) 이제부터는 모세의 무덤조차 기억하지 말고, 여호수아가 인도하는 길을 따르라는 주님의 명령이었다. 한국교회 또한 ‘모세를 그만 잊으라’ 하시는 주님의 명을 받들어,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기관 통합의 발목을 잡은 ‘한기총’의 이단성 회원
급물살을 타던 한기총과 한교총의 통합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한기총에 포함된 이단성 회원의 제명이 먼저 실행되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한교총은 지난 8월 18일 상임회장 회의에서 그동안 진행된 한교총-한기총 기관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소강석 목사, 이하 통추위)의 합의 내용을 보고하고 통합안을 의결하려 했으나, 서두를 것 없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통추위는 이날 ▲통합될 기관의 명칭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정할 것, ▲임원은 기존 한교총 정관을 토대로 규모에 따라 가·나·다 순으로 분류된 각 교단에서 대표회장 1명, 공동대표회장 2명을 선출할 것, ▲한기총에서 이단성 있는 교단을 제외한 상태에서 조건 없이 통합할 것, ▲이단성 관련 사항 처리는 공 교단의 기존 결의대로 회원권을 부여하지 않고, 통합된 기관 운영에 따른 쟁점 처리는 ‘후속처리위원회’를 두어 처리할 것 등을 합의했다고 보고했다. 아울러 통추위의 합의를 상임회장 회의에서 결의하면 한교총과 한기총의 각 임시총회에서 위 내용을 승인한 후, ‘통합을 위한 총회’를 연내에 개최할 것이라는 통합 일정도 보고했다.
이어 한교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통합기관은 고 한경직 목사님이 창립하신 한기총의 역사성을 계승하고자 그 이름을 쓰되, 한기총의 금권선거 등 교권주의를 배격하고자 대표회장 선거에선 한교총 정관을 따르기로 했다.”라고 설명하며, “한국교회의 분열된 모습으로 한국 사회의 대사회적 신뢰도를 잃었고, 대외적으로 한국교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때 한국교회의 하나 된 대표 기관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통합된 기관은) 한국 사회 앞에서 한국교회의 그간 분열된 모습을 회개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낼 것”이라면서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예장통합의 이순창 총회장은 “명백히 어떤 이단이 어떻게 정리됐는지 명시해 달라. 급하게 할 것 없다. 우리 교단은 총회에 보고 후에 진행해야 한다. 9월(교단 총회) 이후로 미뤄 달라.”라고 요청했다. 예장고신의 권오헌 총회장은 “통합 명분에 누가 반대하나. 하지만 한기총을 탈퇴할 때 우리 총회는 4년의 진통을 겪었다. 올해 총회에서 보고한다고 해도 결론 나지 않는다. 보고하면 이단 문제 조사 후에 합의해야 한다. 만나자마자 바로 결혼할 수 없다. 다만 뒤로 물러나지는 말자는 원칙으로 교류와 교제를 이어가자는 것은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역사의 이름을 찾는 것은 귀한 일이다. 하지만 기독교 간판 달았다고 다 기독교가 아니다. 다 받아도 이단을 거르면 어차피 100% 안 된다. 급히 추진하다가 고신을 잃는다면 (한교총에서 고신이 차지하는) 5%를 잃는 건 마찬가지”라고 맞섰다. 아울러 한교총의 구성은 공 교단 중심이지만, 한기총 회원에는 (선교)단체도 포함되어 있다며, 이러한 구성의 차이를 선결 과제로 지적했다.
감리회 이철 감독회장은 “교단 총회 전에 양측이 세밀히 논의해서 교단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하면 12월에는 통합이 가능하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양 기관의 통합은 꼭 해야 한다.”라는 말로 안건 결의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예장백석의 장종현 총회장은 “한기총에 5%만 남아있다고 해도 그 이름이 가진 인식이 안 바뀐다.”라는 말로 한기총이란 명칭 사용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단 척결이 깔끔히 돼야 통합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이단의 기준은 모호하다. 우리가 가슴으로 안지 않으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예장합신의 김만형 총회장은 “한교총 태동까지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 한기총이다.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한교총이 생기고 회원들을 배려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불쑥 통합 얘기가 나오니 당황스럽다. 연합은 모두가 기뻐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누가 기뻐하겠냐?”라고 반문했다.
결국 이영훈 대표회장은 ‘한기총에 가입되어 있는 이단 문제의 우선적인 해결과 교단 추인을 받는 원칙 아래 한기총과 통합 논의를 지속한다.’라고 정리하며 회의를 마쳤다.
개신교회의 일사불란한 체제가 올바름일까
기관 통합을 앞장서 추진해온 한교총 직전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예장합동, 새에덴교회)는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저는 누구보다 반기독교 악법을 막기 위해 가장 최후의 전선에서 싸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입니다. 코로나 상황 때도 정부와 맞서서 예배 조율과 협상에 나선 사람입니다. 그런데 서로 이견이 있을 때 앞서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곤혹스럽고 당황스러운지 아십니까?”라는 말로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1 소 목사는 그동안에도 한국교회의 분열된 연합기관이 코로나 사태 초기에 선제 대응에 실패하면서 예배가 완전히 멈추고 목회 환경이 초토화되었다며 개교회주의가 문제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또한 미국의 동성혼법 통과를 예로 들며 힘을 모아 교회 생태계를 지키는 것이 공교회성이라고 말해왔다.2 기회 있을 때마다 그가 강조하던 한국교회의 ‘원 리더십’, ‘원 메시지’가 기관 통합의 당위로 설명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동안 교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관통합이 개신교회의 다양성을 간과하고, 물리적 힘에 의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김봉준 목사(기하성, 아홉길사랑교회)는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한기총 실패의 과거를 회고하면서, “상호간의 다양성과 건전한 상호견제가 사라지면 부패하거나 정권에 이용당할 수도 있다. 하나의 통합된 기관이라면 기독교 통제는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정부에선 삼권분립으로 상호 견제하도록 해 한쪽의 독주를 막고 있음을 기독교계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억지 통합은 새로운 분열을 낳는다. 진정한 통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금은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는 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하지 통합을 외칠 때가 아닌 것 같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3
한교연(대표회장 송태섭 목사)도 지난해 11월 22일 한교총이 주최했던 ‘한국교회 연합과 비전대회’(63컨벤션센터)에서 “연합의 불씨 살려나가자.”라고 화답하면서도 “분열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경쟁하며 보수의 지평을 넓히는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라고 말한 적 있다.4 교회연합기관의 통합이 최선도 아닐뿐더러, 힘으로 밀어붙일 일은 더더욱 아니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한편 한기총도 지난 9월 7일 제34-2차 실행위원회와 임시총회(서울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통추의가 정한 ‘한기총·한교총 통합’ 일정을 일단 보류했다. 이날 한기총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는 임시총회 개회예배 설교에서 “한기총은 (통합의) 문을 다 열어놓겠지만, 반대하는 분들로 인해 통합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굉장히 아쉽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희망이 있다고 본다.”라는 말로 통합 의지를 표시했다. 한기총의 한 관계자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 한교총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한교총 회원들이 제기하는 이단 의혹 인사들에 관한 문제는 지난 7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성서총회(김노아 총회장)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회원 제명을 결정하는 등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고 주장했다.
보수 교계 통합의 파트너가 ‘한기총’이어야만 할까
일각에서는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교회협)가 3선 개헌을 반대하자, 이에 물타기를 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한기총이라는 교회연합기구를 설립했다고 본다. 그렇게 설립된 한기총은 이후 전광훈의 극우 정치 행보로 인해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졌고, 현재 개신교 진영의 눈엣가시가 되었다고 한다.5
한기총의 성향은 최근 이태원 참사 300일을 맞아 4대 종단이 함께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촉구 및 300일 추모대회’를 보는 시각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추모대회는 참사 300일이 되는 지난 8월 24일을 앞두고 22일부터 사흘간 서울광장 분향소 앞을 출발해 국회 정문에 도착하는 동안 삼보일배(三步一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불교의 수행법)를 하며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행사였다.6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위, 4대 종단 종교인들이 참가한 이 행사에 기독교는 종단 차원에서 참여한 가톨릭이나 불교, 원불교와는 달리 교회협 정의평화위원회와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일부 단체가 참여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기총의 입장은 엄혹했다. 한기총은 행사 시작도 전에 내보낸 “그리스도인의 ‘삼보일배’ 참여?”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내 형제를 실족하지 않게 하리라”(고전 8:13)는 성서 말씀을 제시하며, “(그리스도인은) 분명한 신앙의 고백이 있는 사람들인데, 이들에게 불교에 귀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삼보일배’에 참여를 독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목회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감출 수 없다.”라고 밝히며 ‘믿음이 약한 자를 실족시키는 가증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7 한기총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한마음으로 기도한다.”라는 말로 성명을 마무리했지만, 이는 이태원 참사 초기부터 49재에 맞춘 추모 행사를 비판하고 핼러윈 참사를 영적 싸움이라며 말하는 등 ‘슬픔에 다가서지 못한 교회’8의 모습을 다시 드러내는 대목이다.
하지만 한기총이 인용한 바울 사도의 서신에는 “나는 그리스도의 법의 지배를 받고 있으니 실상은 하느님의 율법을 떠난 사람이 아니지만 율법이 없는 사람들을 대할 때에는 그들을 얻으려고 율법이 없는 사람처럼 되었습니다.”(고전 9:21, 공동번역)라는 말씀이 이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맹자(孟子)가 말한 측은지심(無惻隱之心 非人也)이란 친절 등의 상대적 가치가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본질적으로 추구해야 할 절대적인 가치를 말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태원 참사 직후 한국교회 또한 “우는 자들과 함께 울겠다”(롬 12:15)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정체성의 일부가 훼손될지라도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리라(고전 9:19) 자처하는 것이 참 그리스도인의 자세가 아닐까?
교회는 세상을 ‘무조건 환대’해야 한다
한교총과 한기총은 기관 통합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다. 교회협이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수 진영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통합의 당위성이 부족하다. 물리적으로도 한쪽의 해산 없는 ‘법인 대 법인’ 통합은 쉽지 않다. 한기총에 속했다가 회원 자격을 상실한 ‘단체’들이 법정 다툼을 벌이며 또 다른 혼란에 빠질 여지도 넉넉하다.
한국교회의 95%를 점유한다는 한교총이 5%에 불과한 한기총을 통합기관의 명칭으로 쓰겠다는 것은 더 어색하다. 교계에서는 7대 종단(개신교·불교·유교·원불교·천도교·천주교·민족종교)이 참여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교회협이 개신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음)가 오래전부터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기총의 탄생처럼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결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에 개신교 회원으로서 한기총이 가입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한기총과의 통합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다. 내년 4월 종지협의 공동대표 의장이 개신교 차례라는 점에서 이런 추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1년 전 이태원의 비극을 속보로 전하던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인은) 27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라고 지적했었다.9 보수 교계는 이제 한기총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가톨릭은 이미 반세기 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교회는 종교적 차별을 이유로 하는 일체의 박해를 그리스도의 뜻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기고 배격한다.”라는 ‘비그리스도교와 교회의 관계에 대한 선언’(Nostra Aetate)을 채택했다.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은 배타적 차별성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타자에 대한 경계를 허무는 관용과 사랑’으로 지킬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규범이나 제도가 아니라, ‘내가 내 이름을 묻지 않듯이 타인의 이름도 묻지 않고 받아들이며 나의 자리를 내어 주는 절대적(무조건적) 환대의 윤리’라고 말하면서, “그런 사회는 (우리가 아직 경험하지 못했지만) 이미 도래해 있다.”라고 말한다.10 한국교회는 기관 통합으로 세력을 키우고 ‘원 메시지’를 내는 것보다 스스로 종이 되어 세상을 ‘무조건 환대’하는 일에 우선해야 한다.
주(註)
1 “진심을 다했을 뿐입니다,” 「크리스천투데이」, 2023년 8월 27일.
2 소강석 목사의 자세한 주장은 “[특별기고] 사면초가 내몰린 한국교회… 통합만이 살 길이다,” 「국민일보」, 2021년 9월 14일 기사를 참고하라.
3 “[기고] 통합이냐, 통일이냐?,” 「국민일보」, 2021년 12월 7일 참조.
4 “한교총, ‘보수 연합기구 통합 논의 내년에도 이어갈 것’,” 「노컷뉴스」, 2021년 12월 24일.
5 자세한 내용은 나무위키(https://namu.wiki/w/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참조하라.
6 자세한 내용은 “‘걸음걸음 내 새끼 생각’… 특별법 향한 ‘눈물의 삼보일배’,” 「경향신문」, 2023년 8월 25일 기사를 참조하라.
7 “한기총, 그리스도인이 ‘삼보일배’ 참여?,” 「크리스천투데이」, 2023년 8월 21일.
8 “이태원 참사, 슬픔에 다가서지 못한 교회,” 「기독교사상」 통권 771호(2023. 3): 32-40을 참조하라.
9 “Itaewon Halloween tragedy conjures ghosts of 1995 Seoul store collapse Image without a caption,” The Washington Post, 2022년 11월 4일.
10 자크 데리다·안 뒤푸르망텔, 남수인 옮김, 『환대에 대하여』(동문선, 2004), 242.
김광수|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