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시작하며 도시 전체를 한 달여 동안 흥겹게 하던 성탄절의 축제 분위기는 오래전 이야기가 되었다. 당시 의미도 모른 채 상업성에 휘말려 향락적 분위기만 즐긴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을 만큼 성탄절은 인류의 축제 그 자체였다. 그러나 성도가 불어나고 교회가 확장된 요즘의 성탄절 축제 분위기가 예전만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올 한 해 한국교회의 여러 모습을 돌아볼 때, 이러한 변화를 사회ㆍ문화ㆍ정치적 여건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간주하는 것은 염치없는 변명이다. 대형 교회들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습과 독선, 교회 연합까지 위협하는 배타성은 한국교회 전체의 신뢰도(18%)1를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는 교회 세습 논란
부자(父子) 세습의 불법성을 놓고 5년 넘게 논란인 명성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세습에 관한 문제에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소송 채무자를 달리한 무효소송이 다시 제기되었다. 서울고등법원 제16민사부(차문호, 이양희, 김경애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27일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이 불법이라고 제기된 ‘명성교회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예장통합 제104회 총회는 수습안에서 김하나 목사의 취임을 전임자의 영향을 받지 않는 5년이 지난 2021년 1월로 정했던 만큼 (김하나 목사의 위임목사 취임이) ‘세습금지법’을 위배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1심 재판부가 (권위를) 인정한 예장통합 총회 재판국을 “교단 헌법을 위배해 위법하게 구성된 재판국”으로 지칭했다.2 이는 1심 재판부의 명성교회 세습을 조건부로 용인한 제104회 총회 수습안도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과 김하나 목사의 위임 절차도 불법이라는 판단3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이에 통합총회바로세우기연대(이승렬 목사)는 “이런 불법적인 행위에 과연 국가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할 수 있겠나.”라는 말로 실망감을 표시하며, “이번 결과에 대해 명성교회와 명성교회를 지지하는 지도자들은 더 부끄러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교회개혁실천연대(김정태 집행위원장)는 2심 판결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지연될 때부터 불안했다면서 “이제 모든 공은 예장통합 구성원의 몫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이번 판결은 종교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는 법원의 외침인지도 모른다. 예장통합 교단은 반드시 세습을 멈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안대환 목사, 새하늘교회)는 서울고법이 항소심 선고를 미루던 10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예장통합 총회장 이순창 목사를 채무자로 하는 ‘제104회 명성교회 수습안 결의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안 목사는 “교회 정의를 사회법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끄러운 일을 목회자들이 저지르고 있어 더 이상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소를 제기하게 됐다.”, “김하나 목사 대표자지위부존재확인 소송과 별개로 이번 소송을 통해 지난 제104회 총회 결의를 무효로 만들어야 두 번 다시 총회가 이런 결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소송을 신청했다.”라고 소송 취지를 밝혔다. 소장에서는 “총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최고 치리회이지만 교단 헌법 준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총회가 교단 헌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결의를 의결할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헌법상 목사의 임직과 위임은 총회의 직무가 아닌 노회의 직무에 해당하므로 “예장통합 교단이 행한 (제104회 총회의 수습안) 결의는 노회의 직무를 침해한 위법행위”라고도 주장했다.4
이런 가운데 여수 선교중앙교회(예장통합, 최채환 목사)는 지난 10월 16일 공동의회에서 담임 목사의 아들을 후임자로 결의했다. 한 언론은 내년에 은퇴할 최 목사의 후임 논의과정은 초청된 부흥사가 꿈을 통해 “목자의 신발을 아들에게 신겨라. 갑절로 부흥되리라.”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는 말과 “주님이 역사하시는 대로 우리는 따라가며 순종해야 한다. 여러분은 그렇게 아시라.”라는 최 목사의 화답으로 시작되었다고 전했다. 이 언론은 또 최 목사가 “아들과 합의하거나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여수노회에 속한 한 목사는 “우리 노회에는 선교중앙교회 말고도 세습하려는 교회가 3-4개는 된다.”라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고 보도했다.5
감리회에서 힘을 얻어가는 교회협 탈퇴론
100년을 이어오던 한국교회의 연합사업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논란에 휘말리며 흔들리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이철 감독회장) 제35회 총회(2022. 10. 27-28., 광림교회)의 이슈는 충청연회가 건의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세계교회협의회(WCC) 탈퇴의 건’이었다. 교회협과 WCC를 탈퇴해야 한다는 건의의 근거로 그들이 반성서적·반기독교적이며, 친북세력이라는 등 극우 개신교계가 해온 주장들을 빠짐없이 인용했다. 그럼에도 건의안은 회무 첫날 건의안 심사위원회를 거침없이 통과하며, 차별금지법 찬성을 이단시하는 분위기가 감리회 내부에서 대세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교회협 탈퇴의 건 보고에 앞서 교회연합사업연구위원회(이하 연합사업위)의 보고에서부터 차별금지법을 놓고 견해 충돌은 시작되었다. 연합사업위의 “차별금지법 등 악법 타파를 위해 타교단과 연합하여 대처하기로 했다.”라는 보고에 이경덕 목사(차별을 넘어서는 감리회 모임 공동대표)는 감리회가 “차별금지법을 놓고 공청회를 가진 적도 없는데, 악법으로 규정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라면서 보고받기를 거부했다. 이에 연합사업위가 분과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의된 내용을 그대로 보고한 것이라고 답변하자, 주영진 장로(양문교회)는 차별금지법 반대가 감리회의 공식 입장이라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는 교회협에 1년에 1억 4,000만 원을 부담하는 것은 대단한 문제라며 교회협 탈퇴론까지 꺼냈다. 이에 대해 이철 감독회장은 주제를 벗어났다고 발언을 제지하면서, 연합사업위 보고에서 이 문제(차별금지법에 관한 정의)를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란 속에서 문병하 목사(양주덕정교회)는 감독회장의 문제 제기에 동의하며, 연합사업에 파송된 대표가 감리회의 의견을 지키지 않고 개인적인 이견을 말하는 이는 소환해야 한다고 말하자, 주영진 장로는 ‘타교단과 연합한다는 내용을 빼고 받자.’는 개의안을 제시하면서 ‘원안대로 받자’와 함께 찬반을 묻자고 제의했다. 표결 결과 압도적 지지는 감리회의 차별금지법 반대 기류를 반영하듯 ‘원안대로 받자’였다.(원안 찬성 676명, 개의안 찬성 107명)
첨예한 문제였던 교회협 탈퇴 건의안 논의는 이철 감독회장이 교회협 탈퇴 건의의 근거로 제시된 6개 항(① 교회협의 정체성에 관한 의구심, ② 반성서적·반기독교적, ③ 공산주의 옹호와 친북활동, ④ 교회협이 왜 필요한가? ⑤ 종교다원주의 추구, ⑥ 천주교와 일치운동)의 행태가 과연 사실인가에 대한 총회원들의 의견 개진부터 주문했다.
이에 정해선 목사(한생명교회)는, 교회협은 감리회가 장로회와 함께 주도해온 연합사업임을 강조하면서 “(감리회가)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논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CC 탈퇴론에 대해서도 많은 “신학적 검토와 절차를 거쳐 가입했던 만큼 탈퇴 역시 연구와 절차가 선행되는 논리와 합리성이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탈퇴 결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학중 목사(꿈의교회)도 “교회협에서는 동성애나 차별금지법의 독소조항에 대해서 가결을 한 적이 없는데 가짜뉴스들이 진짜인 것처럼 전해진다.”라고 말하면서, 교회협 탈퇴 건의는 성숙한 과정을 거쳐 결의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회협 탈퇴를 주장하는 양성모 장로(예일교회)는 “교회협 총무를 비롯한 지도자들이 차별금지법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은 성도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주장하며 “교회협이 제정한 인권상 수상작도 〈친구 사이〉라는 게이 영화”라고 성토했다. 최승호 목사(하늘정원교회)는 “(감리교회가 이단이 아니라면) 결의를 통해서 (교회협 등을) 탈퇴를 하고, 문제가 해결됐으면 다시 (가입)하면 될 일”이라는 취지로 말하며, 건의안을 즉시 표결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즉시 표결 요구와 결의 반대 주장 속에서 이철 감독회장은 “건의안을 상정해 찬반에 붙이면 교회가 나눠질 수 있다.”, “내년이 입법의회이니 양쪽 진영에서 신학적인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맡기길 바란다. 진행 과정을 맡겨달라.”라고 당부하며 대의원들의 위임 동의를 받았다. 감독회장의 결의 유보와 대의원들의 위임 결정은 실행위원회의 입법 결의가 없는 총회 결의의 적법성 여부, 제11차 WCC 독일 카를스루에(Karlsruhe) 총회에서 감리회 박도웅 목사가 중앙위원으로 선출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한 현실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교회연합사업을 뒤흔들 불씨는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어서 감리회의 내년 입법회의 결과가 주목된다.
메시아 탄생은 ‘공의와 평화의 실현’
죄를 짓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상황을 ‘면이무치’(免而無恥)라고 말한다.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세상을 법과 형벌로 다스리면, 교묘히 법망을 피해 죄를 짓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에서 온 것으로 덕(德)과 예(禮)를 중시해야 한다는 교훈에서 따온 말이다. 학자들은 여기에 쓰인 ‘면’(免)을 정령(政令)과 형벌(刑罰)에 담긴 요구사항을 소극적으로 만족시킴으로써 책임을 다한 것으로 여기는 일련의 시태를 넓게 의미하는 것이라고 풀이한다.6
세습 금지 규정을 교묘한 방법으로 어기고 버티면서 ‘하나님의 은혜’라 말하고, 불법으로 점용한 공공도로를 원상 복구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관련 소송으로 버티는 교회,7 다수의 청년을 추행한 죄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목사를 옹호하며 논란을 키우는 교단8의 모습도 ‘면이무치’라고 할 만하다.
극우 세력의 의도적 선전에 휘말려 교회협을 탈퇴하자는 주장도 마찬가지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공의로 재판하고, 세상에서 억눌린 사람들을 바르게 논죄한다. 그가 하는 말은 몽둥이가 되어 잔인한 자를 치고, 그가 내리는 선고는 사악한 자를 사형에 처한다. 그는 정의로 허리를 동여매고 성실로 그의 몸의 띠를 삼는다.(사 11:4-5)
메시아의 위대한 탄생은 이사야의 예언처럼 ‘공의와 평화의 실현’을 위한 복음이 아니었던가! 올해는 ‘해피 홀리데이’(Happy Holidays), ‘홀리데이 시즌’(Holiday Season)이라는 낯선 인사가 사라지고, 모두가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를 되찾는 공의와 평화의 성탄절이기를 소망한다.
주(註)
1 “교회를 신뢰하나요? 32%→21→18%… 추락하는 교회,” 「국민일보」, 2022년 4월 27일 자 참조.
2 자세한 내용은 “‘김삼환 은퇴 5년 지나 영향력 없으므로 세습 가능’ 명성교회 편들어 준 서울고법,” 「뉴스앤조이」, 2022년 10월 27일 자를 참조하라.
3 자세한 판결 내용은 「기독교사상」 761호(2022. 5): 58-59를 참조하라.
4 “안대환 목사, 예장통합 교단 상대로 ‘제104회 명성교회 수습안 결의 무효’ 소송 제기,” 「평화나무」, 2022년 10월 17일 자 참조.
5 “‘목자의 신발을 아들에게 신겨라, 갑절로 부흥되리라’… 부흥사 말에 세습 택한 목사,” 「뉴스앤조이」, 2022년 10월 18일 자 참조.
6 이수태, 『논어』(생각의나무, 2009), 35-36.
7 자세한 내용은 「기독교사상」 735호(2020. 3): 58-64를 참조하라.
8 자세한 내용은 “‘누구라도 다 걸릴 수 있는 일’ 성범죄자 감싼 목사들,” 「뉴스앤조이」, 2022년 10월 11일 자를 참조하라.
김광수|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