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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22년 12월호)

 

  하느님의 세계를 위한 하느님의 교회- 제15차 세계성공회 주교회의(램버스 회의)를 다녀와서
  

본문

 

성공회는 어떤 교회인가

성공회는 전 세계 165개 나라에 전파되어 약 1억 명의 신자로 이루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로 로마가톨릭과 정교회 다음으로 규모가 큰 세계적인 교단이다. 세계성공회를 ‘앵글리칸 커뮤니언’(The Anglican Communion)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친교’(communion)라는 말은 전 세계 성공회를 하나로 엮어주는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165개 나라에 널리 퍼져 있는 성공회는 캔터베리 대주교와 친교 관계를 맺으며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성공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름에 응답한 사도들의 신앙을 계승하는 역사적 교회로서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어 하느님의 세상에서 하느님의 교회로서 그 역할과 사명을 다하고 노력하는 교회이다.
세계성공회는 41개의 독립 관구와, 관구에 준하는 5개의 엑스트라 관구가 있다. 독립 관구는 선교와 사목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자율적으로, 자체적으로 내린다. 관구를 이루고 있는 교구는 주교(감독)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 교회가 하나의 교회를 이루어 선교와 사목을 한다.
이처럼 성공회는 나라와 문화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니며, 한 교회 안에서도 신앙과 신학에 따라, 교회의 역사와 지역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왔다. 다른 기독교 교파의 특징에 빗대어 성공회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개혁된 가톨릭’, ‘교황 없는 천주교’, ‘교리에 너그러운 정교회’, ‘가톨릭 전통을 유지하는 개혁교회’라고 말할 수 있다.(서울주교좌성당 소개 책자 참고)

세계성공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일치의 도구들

영국의 국교회로 출발한 성공회는 17세기 이후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다. 1888년 시카고에서 열린 제3차 램버스 회의에서는 다음의 4개 조항을 의결하며 신앙의 일치를 이루고자 했다.

(1) 구약 39권, 신약 27권, 66권의 성서는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하느님의 계시된 말씀이다.
(2) 초대교회의 신앙고백인 사도신경과 니케아신경은 기독교 신앙을 드러내는 선언이다.
(3) 세례성사와 성체성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제정하신 구원의 성사이다.
(4) 역사적 주교직은 교회일치를 위한 적절한 치리 방법이며, 그 형태는 다양할 수 있다.


세계성공회에는 일치를 위한 4개의 기구가 있다. (1) 영적인 지도자로서 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캔터베리 대주교, (2) 1867년부터 10년마다 전 세계 주교들이 참여하는 램버스 회의(Lambeth Conference), (3) 41개 관구 대표인 대주교 또는 의장주교들이 참석하는 관구장 회의(Primates’ Meeting, PM), (4) 성직자 대표와 평신도 신학자가 참석하는 세계성공회협의회(ACC)가 있다. 세계성공회는 이런 기구들을 통해서 가시적인 일치를 이루기 위해 교제(fellowship)와 상호 친교(intercommunion) 그리고 상호 책임(mutual responsibility)적 관계로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여 교회의 선교와 사명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교회이다.

제15차 램버스 회의

1867년 시작된 램버스 회의는 약 10년마다 모여 올해 15차 회의가 열렸다. 램버스 회의가 시작된 초기에는 한 달이라는 긴 기간 동안 열리다가 나중에는 3주로 줄었는데, 이번 회의는 7월 26일에 시작하여 8월 7일에 마치는 12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제15차 램버스 회의는 세계성공회 5대 선교 정신(The 5 Marks of Mission)의 기조 위에 “하느님의 세상을 위한 하느님의 교회”라는 주제로 열렸다. 5대 선교 정신은 1988년 제12차 회의에서 복음화 10년을 선포하고 그 이후에 관구장 회의를 통해서 확정된 것으로, 그 내용은 (1)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한다, (2) 새신자를 가르치고 세례를 주며 양육한다, (3) 사랑의 섬김으로 이웃의 필요에 응답한다, (4) 폭력에 반대하며 불의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5)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고 지구 생명의 회복과 유지를 위해서 헌신한다는 것이다. 올해 회의는 주로 켄트대학에서 진행되었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캔터베리 대성당과 런던의 램버스 팰리스(캔터베리 대주교의 궁)에서도 가졌다.
일반적으로 램버스 회의가 열리기 일주일 전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주교들이 영국의 여러 교구를 방문하여 친교와 교류의 시간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 대신 이번 회의가 열리기 1년 전부터 전 세계의 주교들은 20여 명씩 그룹 지어 약 8차에 걸친 사전 화상회의를 통해 성서공부와 기도로 “함께 듣고 함께 걷고 함께 증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제15차 램버스 회의에는 전 세계 165개 나라에서 650여 명의 주교와 그 배우자 450명, 구세군, 정교회, 로마가톨릭과 WCC에서 파견한 대표를 중심으로 한 에큐메니컬 대표들, 거기에 스태프들까지 1,200여 명이 참석한 매우 큰 회의였다. 특히 이번 램버스 회의에는 여성 주교가 100여 명이나 참석했다. 1998년에 열린 제13차 회의에는 20명, 2008년 제14차 회의에는 40명이 참석했는데 거의 2배 이상 늘어난 숫자이다. 이런 모습은 로마가톨릭이나 정교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램버스 회의에는 아쉽게도 세계성공회에서 가장 많은 신자를 가진 나이지리아와 우간다의 주교들이 동성애 문제에 대한 신학적인 견해 차이로 불참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나이지리아와 우간다 성공회는 이번 제15차 램버스 회의에서 동성애 문제를 핵심 주제로 다룰 것을 주장했다. 반면 대다수 주교들은 제15차 램버스 회의가 개최되기 1년 전부터 진행한 사전회의를 통해 하느님의 세계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선교의 과제들을 발굴하면서 동성애 문제는 우리 교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확인했다.

제15차 램버스 회의 내용과 주요 주제

제15차 램버스 회의는 캔터베리 대성당에서 이틀간 피정으로 시작했다. 베드로전서를 중심으로 성서를 읽고 피정 강의를 들은 뒤 역사와 유서가 깊은 캔터베리 대성당 곳곳에 흩어져 침묵과 묵상을 하면서 주교직에 대한 소명을 다시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현재 세계성공회를 대표하는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베드로전서는 교회와 세상,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관련된 많은 가르침이 담겨 있다. 베드로전서는 베드로가 속했던 공동체가 직면한 어려움‐소속감, 소외감, 추방, 노예제도, 박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주제들을 살피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램버스 회의 성서공부 교재 참고)라고 말했다.
이번 램버스 회의에서는 크게 10개의 주제를 다루었는데 그 가운데 복음화나 전도 혹은 제자도와 같은 주제는 특별한 이견 없이 합의하기 쉬웠지만, 안전한 교회나 동성애와 같은 주제는 나라와 관구에 따라 신학적·교리적인 입장과 견해 차이가 커서 뜨거운 감자처럼 합의하기 어려웠다. 이번 램버스 회의에서 다룬 10개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선포할 것인가?
(2) 어떻게 어린이, 여성, 약자 들이 안전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교회를 만들 것인가?
(3) 다양한 신학적, 신앙적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세계성공회는 어떻게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교회의 사명을 다할 수 있는가?
(4) 어떻게 다양한 분열과 갈등의 역사, 그리고 양극화에서 과거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용서하며 화해할 것인가?
(5)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 안에서 어떻게 모든 인간이 성적인 지향과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함을 유지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6) 분열된 세계교회의 일치를 위해서 성공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7) 공동의 선을 위한 종교 간 대화와 협력 분야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8) 우리는 어떻게 교회의 신자들을 주님의 제자로 양육하고 훈련하여 제자로 살도록 할 것인가?
(9) 과학과 신앙의 대화와 관계를 어떻게 바르게 해야 하는가?
(10)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위기 상황에서 교회의 역할과 사명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루어갈 수 있는가?


램버스 회의의 의견 수렴 과정

램버스 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주교들이 예민하고 다양한 주제에 관해 서로 다른 신학적 관점과 교리적 차이를 극복하면서 합의 문서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절차를 살피는 일이다.
램버스 회의는 매일 아침 7시 15분부터 8시까지 성찬례를 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는 성공회가, 세례를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신자들이 성만찬을 통해서 거룩한 친교로 일치를 이루어 선교하는 전례적인 교회임을 의미한다. 성찬례 후에 아침식사를 하고 9시 15분부터 한자리에 모여 그날의 주제에 관한 강해설교를 듣는다. 강해설교의 주강사는 주로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이지만, 때로는 관련 주제의 전문가인 신학자들과 주교들이 맡기도 한다. 이런 전통은 초대교회 때부터 주교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도의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기 때문에 이어져온 일이다.
강해설교를 들은 뒤 주교들은 7-8명씩 그룹 지어 약 1시간 동안 성서공부를 한다. 성서를 읽고 묵상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기도하면서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에 근거해 생각과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두 가지 측면에서 특별히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첫째는 이 시간에 성서를 통해서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하고, 둘째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주교들은 나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 논쟁하거나 반대하기보다는 나와 다른 생각이나 주장을 들으며 서로를 이해하는 사랑의 친교를 나눈다.
그룹 성서공부를 마치면 주교들은 다시 모여서 같은 주제에 대한 강연을 듣는다. 저스틴 웰비 대주교, 세계성공회 산하의 다양한 전문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전문가가 주로 주제강의를 맡는다. 강의 내용은 세계성공회가 지금 논의하는 주제에 대해서 지금까지 어떻게 다루어왔는지 그 역사적 과정을 살피고, 지금 이 주제에 대한 신학적이고 사목적인 쟁점이 무엇인지 살피며, 앞으로 이 주제로 어떻게 선교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주제강의가 끝나면 전문위원회와 관련된 분과위원회에서 준비한 초안 문서가 그룹별 테이블에 배부되고, 주교들은 기초문서를 함께 읽고 토론하면서 의견을 나눈다. 그리고 그룹별로 정리된 의견을 모든 주교가 함께 듣고 질문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모든 과정은 성서의 신앙을 근거로 삼고 기독교의 역사적 전통을 살펴서, 어느 한 사람의 주장이나 지시가 아니라 주교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 식별과 분별의 과정을 통해 각 주제에 대한 하느님의 뜻을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회는 성서와 전통 그리고 이성의 권위에 근거하여 신앙생활을 하는 교회인데, 램버스 회의 과정에서 이런 모습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렇게 그룹별로 모아진 의견이 2023년 2월 가나에서 열리는 세계성공회협의회를 통해서 하나의 공식문서를 위한 협의 과정을 밟아 채택이 되면, 전 세계의 모든 관구와 교구는 그 문서를 근거로 앞으로 10년 동안 선교와 사목의 방향을 세우고 실천하게 된다. 물론 이런 공식문서가 법적인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성공회의 모든 합의문서는 권고사항으로 제시된다.
이번 제15차 램버스 회의의 최대 쟁점은 동성애에 관한 문제였다. 세계성공회 몇몇 관구에서는 동성애자가 사제와 주교로 활동하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이미 동성애자를 축복하는 혼배예식문을 마련한 교구도 있다. 반대로 동성애를 아주 강하게 반대하는 관구와 교구도 있다. 이번 램버스 회의에서는 각 관구와 교구 안에 있는 다양한 현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매듭을 지었다. 그 현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더 깊은 연구와 대화를 통해서 이 과제를 함께 풀어가자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주교 대부분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제안에 동의했지만, 나이지리아와 우간다 성공회가 중심이 되어 동성애에 대해 강한 반대와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서 이 문제는 앞으로 세계성공회의 일치를 위해 풀어야 할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램버스 회의에서 느낀 몇 가지 소회

먼저 세계 여러 나라의 주교들과 배우자들이 케이뮤직(K-music), 케이팝(K-pop), 케이드라마(K-drama), 케이음식(K-food) 그리고 한국어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를 실감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면 다가와서 악수를 청하는 주교들이 참으로 많았다. 캔터베리 대성당 주변의 마트와 켄트대학 구내 매점에는 한국 상품이 가득했고, 런던 시내에는 3년 전과는 다르게 한국 식당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이제 대한민국을 가난한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램버스 회의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주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다. 165개 나라에서 온 주교들의 다양한 모습, 다양한 성찬례의 전례 양식을 보면서 성공회의 다양성을 보고, 그 안에서 일치를 이루는 모습을 통해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목 현장에서 주님의 교회를 위해 일하는 주교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며 깊이 감동하였다. 특별히 정말 어려운 여건과 환경에서 교회의 선교, 사목을 위해 헌신하는 주교들 곧 아프리카 수단, 중동, 파키스탄, 미얀마 등 분쟁 지역에서 수고하는 주교들의 증언을 들으며 연민과 연대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램버스 회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주교들이 함께 기도하고, 하느님을 찬양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님의 마음으로 서로를 환대하고 축복하는 은총의 시간이었으며, 특별히 고난과 역경의 현장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섬기는 일이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사명임을 더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아울러 이번 램버스 회의를 통해 세계성공회의 지체로서 대한성공회의 역할과 사명을 다시 살필 수 있었다. 대한성공회는 작은 교단이지만 교회의 일치를 위해 그리고 전례적인 교회로서 한국교회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경호|한신대학교를 졸업한 후 성공회대학교에서 공부하였다. 서울교구장 및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를 맡고 있다.

 
 
 

2023년 1월호(통권 7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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