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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21년 12월호)

 

  성도의 침묵이 만드는 나비효과, ‘공교회성 상실’
  

본문

 

지난 10월 13일 밤 미국 필라델피아 북쪽 통근열차 안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노숙자로 보이는 치한은 옆자리의 여성 승객을 성희롱, 성추행하다가 결국 성폭행까지 저질렀지만, 열차 안에 함께 있던 어느 누구도 개입하지 않았다. 10여 명으로 추정되는 많은 동승자들은 범죄가 이뤄진 40여 분 동안 몹쓸 현장을 향해 휴대폰 카메라를 치켜들기만 했을 뿐이었다. 타자의 고통에 먼지만큼의 아픔도 느끼지 못하는 철저한 방관(傍觀)이다.1
그런데 한국교회와 성도는 이를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할 자격이 있을까? 조카를 상습 성폭행한 목사를 원로목사로 추대하고, 부교역자와의 부적절한 행동과 교인 성추행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목사를 복귀시켰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 변칙 세습에 침묵으로 동조하는 교단과 교계 언론, 이를 방관하는 성도들의 모습은 어떤가. 과연 핸드폰 카메라를 치켜들기만 했던 열차 내 승객들보다 더 나은지 돌아볼 일이다.

조카를 성폭행하고도 원로로 추대된 목사

미성년인 자신의 조카를 강제 추행한 목사에 대한 선고공판이 지난 9월 15일에 열렸다. 피해 가족들의 위자료 청구 소송을 배정받은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민사3단독(권순남 판사) 재판부는 피고가 12살인 조카를 간음한 뒤 이후 8년 동안 지속적으로 강제 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청구된 위자료 지급에 관해서는 위자료 채권 시효가 지났다는 피고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2016년에 소멸시효가 만료되었다며 2020년에 원고 측이 피고의 불법 행위 사실을 알았다 할지라도 이미 완성된 소멸시효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결했다. 비록 피해배상 소송은 기각되었으나, 피해자 가족들은 진실 규명을 위한 피해 사실을 인정받았다며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원고가 항소할 뜻을 보이지 않자, 해당 교회에서는 사건이 공론화된 지난해 10월 교회를 떠났던 피고인을 원로목사로 추대하려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한 교계 언론이 관련 제보를 받아 확인한 결과, 해당 교회의 중직자는 원로 추대 움직임이 사실이라면서 “20년 이상 시무했다. 전 성도가 원하기도 하고, 교회법대로 추대하려고 한다. (교회를 개척했던 목사의) 명예만큼은 회복해드려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언론은 교회의 상위 기관인 노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임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노회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고 보도했다.2
‘이주 노동자의 아버지’로 불리다가 교인 성추행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김해성 목사도 물러났던 그 자리로 복귀한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남노회는 가을 정기노회(10월 19일)에서 ‘김해성 씨의 중국동포교회 담임목사 청빙 청원’을 압도적 찬성(찬성 81명, 반대 4명)으로 허락했다. 김 목사의 복귀는 여교인 성추행으로 파문이 일자마자 교단의 직전 총무가 변론하고, 이후 교단이 면직이 아닌 사직청원으로 처리하면서3 예견된 복귀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성도들의 방관적 태도, 징계·치리 없는 교회 상위 기관의 방관(감싸기)은 기독교대한감리회에서도 목격되었다. 수지선한목자교회의 담임목사는 부교역자와의 부적절한 추문으로 사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사임을 선언한 목사를 지지하는 일부 중직자들은 의결 권한이 없는 임시당회(장로교의 공동의회)를 소집해 표결(사임 반대 58.9%)로 결정을 뒤집었다. 담임목사의 복귀를 반대하는 일부 성도들은 임시당회를 소집하려면 2주 전에 모든 당회원에게 일시·장소·목적을 고지해야 하지만, 주보를 통해 일시와 장소만 명시했을 뿐 목적을 알리지 않아 절차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위법성 있는 임시당회는 감리사의 용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감리회 본부에 효력정지를 신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0월 5일에는 교회가 소속된 경기연회 용인서지방회 월례회에서 참석자들에게 호소문을 전달하며 시위를 벌였지만 지방회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4

교회의 일탈에 침묵하는 노회, 방관하는 언론

5년째 논란 중인 명성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초법적인 세습을 둘러싼 소속 노회의 내분은 더 심하다. 지난 10월 26일 명성교회가 속한 서울동남노회 가을정기회(마천세계로교회)는 교회세습을 반대해온 교회들이 제시하려던 노회분립안을 상정하지도 되지 못한 채 파행됐다. 노회 분립을 요구하던 목회자들은 “특정 교회(명성교회)가 절차와 규정을 무시하며 마음대로 좌우하는 노회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라며 안건 상정을 시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들은 독단적인 정기회 운영에 항의하며 개회 1시간여 만에 회의장을 나와 임시대책위원장을 선임하며 긴급 행동을 결의했다. 이들은 “노회 임원들이 친(親)명성 인사들로 대거 교체되고, 중립적 인사들은 세력이 강한 친명성이나 방관으로 기울어 의안을 상정한다 해도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어렵다. 다만 정당한 절차를 밟자는데도 막아서고, 작은 교회들을 억누르고 있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의 분립은 명성교회의 초법적인 세습안을 처리한 104회 총회에서 전권수습위원회가 헌법을 잠재하고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인정하는 대신, 엇갈린 의견에 따라 노회 분립을 논의하도록 하자는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정기회에서는 논란 끝에 표결했으나, 분립 찬성 125표(53.4%), 반대 109표(46.6%)로 과반은 넘겼으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의결정족수에 미달했었다. 이처럼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 노회 임원들이 친명성 인사들로 대거 교체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정기회에서 서울동남노회 임원들은 본회의장 출입을 통제했다. 취재도 예장통합의 기관지인 「한국기독공보」에만 허락했다. 한 인터넷 언론이 “김삼환 원로목사 또 다시 ‘깜짝 등장’ 그러나 노회 파행은 막지 못해”라는 제목으로 짤막하게 보도했을 뿐,5 유일하게 취재가 허락된 「한국기독공보」는 인터넷 뉴스에 소식을 올리지 않았다.
돌아보면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의 분란도 104회 총회 당시의 방관적 태도와 무관치 않다. 당시 총회장(김태영 목사)의 의사진행을 넘어선 발언 “(김하나 목사가 2021년 1월 1일부터 명성교회 위임목사직을 맡을 수 있도록 한 수습안은) 법을 초월한 면이 있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면서 만든 안이다.”, “우리가 다 심판하고 판단하면 하나님은 뭐하시겠나. 하나님이 개입할 부분을 둬야 하지 않겠나.”라는 호소가 주효했다. 불법성에 대한 책임을 고심하다가 출구를 얻은 총대들의 분위기는 76.4% 찬성으로 급변했었다. 하나님이 개입할 부분을 두자는 의장의 말과 총대들의 동의는 캐서린 샌더슨(Catherine A. Sanderson)이 『방관자 효과』에서 지적한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침묵의 방관’(책임 분산/회피)6으로 이해될 만한 대목이다.

교단의 언론 다스리기

미디어 통제권은 소비자들이 가져야 함이 당연하다.7 그러나 기독교 언론은 태생적 혹은 구조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기독교 언론 대부분이 교단의 부속기관처럼 종속되어 있다. 범교단지를 표방하는 언론도 평소에는 일반적인 교계소식을 전하지만, 창립자 신상이나 교단과 관련한 문제는 적극적인 옹호로 돌변한다. 기독교 미디어의 통제권은 소비자가 아닌 자본과 교단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감리회는 감리교 개혁을 위한 입법회의(2021. 10. 26-27, 강원도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교리와장정(제136단 제36조 1항)에 명시된 감리회 본부의 산하기관에서 「기독교타임즈」를 삭제했다.8 「기독교타임즈」의 폐간은 2020년 12월 제34회 총회 첫 이사회의 결정사항이었다. 폐간을 결정한 근거로는 지난 5년의 누적결손금이 13억 7,500만 원에 이르고, 매년 4억 원의 교단 보조금이 필요한 부실경영 문제가 지적되었지만,9 일부 임원과 직원들의 정치적 행보에 관한 문책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전임 감독회장의 직무정지와 선거무효 소송전에서 이뤄졌던 「기독교타임즈」의 편향보도 시비, 해임과 복귀가 번복된 인사 때문이었다.
결국 국가노동위원회는 「기독교타임즈」 폐간 방침에 따른 직원 해고에 관해 구제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8차례의 구제명령 불이행(2020년-2021년 7월)에 대해서는 1억 320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부과했다. 국회 국정감사자료에 등재된 이 자료는 전국의 사업장 가운데 구제명령 불이행이 2위, 부과금액 규모가 3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개되었다. 그렇지만 감리회는 구제명령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구제명령에 대해서는 행정법원에 제소하고, 선별 구제와 교단 홍보의 대안을 만들어가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도 미디어의 통제권자인 성도(소비자)들의 의견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감리회의 개혁 입법

감리회 입법회의에서는 본부 기구개편과 선거권 확대, 이중직 목회 규제 완화, 특히 교회 내 성폭력에 관한 처벌규정 명시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 감리회는 장정(장로교의 헌법) 개정에서 현재 12개로 구성된 연회를 2023년까지 5-6개로 통합하기로 했다. 감독·감독회장 선거권자(정회원)는 목사 안수를 받은 지 10년 이상(11년부터)이던 것을 안수 1년차(목사 2년부터)로 확대했다. 이렇게 되면 감리회 목사 정회원은 2021년 교세 통계 기준 9,219명, 지난해 목사 선거권자(5,090명)를 감안하면 선거인은 배로 늘어난다. 때문에 과다해질 선거 비용의 우려도 제기되었지만, 감리회 목사라는 자부심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감리교신학대학교·목원대학교·협성대학교 신학대학원을 하나로 통합해 2024년에 ‘웨슬리신학대학원’(가칭)을 설립하는 안건도 결의되었다. 최헌영 장정 개정 위원장(원주제일감리교회)은 “(1년에 150명 정도 배출이 적정한 목회자의) 수급 조절과 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 신학대학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안건도 찬성 325표, 반대 53표, 기권 5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됐다. 감리회는 내년 신학기 전까지 3개 신학교가 통합 논의를 합의하지 못하면, 본부가 직접 나서 2024년 3월에는 통합 신학대학원을 개교한다는 방침이다.10
목회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해 이중직 목회는 신고만으로 가능하도록 관련 조항을 완화하고, 한 교회 건물을 두 교회가 공유하는 것도 허락했다. 교회 내 성폭력에 관해서는 그동안 불분명했던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하였다.
다만 공유 교회에 관해서는 교회 건물을 공유하는 두 교회는 같은 지방회 소속이어야 하며, 두 교회의 담임목사나 장로가 친족 관계에 있으면 안 된다는 등의 제한 조건이 없어서 세습을 위한 편법으로 이용될 소지를 염려하는 의견이 제기되었다.11 또 교회 내 성폭력에 관한 세부규정도 입법 미비로 지나쳤던 관련 사건들에 관한 소급 등을 명시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행동하는 양심을 선택해야 한다

지난 10월 15일 한국교회건강연구원(원장 이효상)이 주최한 종교개혁 504주년 기념 ‘종교개혁, 그 불꽃을 다시 점화하다’라는 주제의 포럼(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이점봉 장로(경일교회)는 “‘교회다움’을 위해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한 잘못, 교회의 사유화에 침묵한 잘못, 자신의 이익을 챙기느라 한국교회 전체를 돌보지 않은 잘못, 말씀과 상관없는 삶으로 신뢰도를 떨어뜨린 잘못, 반성하고 회개하지 않으므로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잘못, 다음 세대에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잘못을 회개한다.”라고 기도했다. 크로스로드 이사장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는 한국교회가 공교회성을 상실한 무례한 기독교가 되었다고 자책하며 무자격에 대한 목사안수 남발과 목회자 대량 양산의 개혁, 현재 진행 중인 대형교회 목회 대물림의 개혁, 지도자의 의식개혁, 빗나간 이단논쟁의 개혁, 연합운동의 개혁을 교회가 추진해야 할 개혁과제로 제시했다.12
회개기도와 개혁과제에서 언급된 내용들은 미국 필라델피아 통근열차에서 일어난 사건처럼 ‘누군가 나서겠지…’라는 침묵과 방관으로는 이룰 수 없다. 흑인해방운동을 이끈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목사는 비겁함보다 정직함을 선택해야 한다고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If you fail to act now, history will have to record that the greatest tragedy of this period of social transition was not the strident clamor of the bad people, but the appalling silence of the good people.13
(만약 여러분이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이 사회 전환기의 가장 큰 비극이 나쁜 사람들의 공격적인 외침이 아니라 선량한 사람들의 끔찍한 침묵이었다고 기록할 것입니다.)

교회와 성도들도 지금 선택해야 한다. 침묵의 방관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행동하는 양심이 될 것인가!

주(註)1 “As a Woman Was Raped, Train Riders Failed to Intervene, Police Say,” The New York Times, 2021년 10월 17일; “미 열차 성폭행 40분간 승객들은 폰카만… 아무도 신고 안해”, 「연합뉴스」, 2021년 10월 19일; “그 열차 안에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미주 한국일보」, 2021년 10월 22일.
2 “성폭력 목사 ‘원로’ 추대하겠다는 교회 “전 성도들이 원해”… 피해자 “교회가 범죄자 옹호””, 「뉴스앤조이」, 2021년 10월 21일 참조.
3 “하나님이 김해성 목사 다시 불러 써 주실 것”, 「뉴스앤조이」, 2016년 10월 11일; “김해성 목사 면직 아닌 사직은 제 식구 감싸기”, 「뉴스앤조이」, 2016년 10월 26일 참조.
4 “수지선한목자교회 일부 교인들, 연회에 강대형 담임목사 사임 투표 효력 정지 소송”, 「뉴스앤조이」, 2021년 10월 14일 참조.
5 “김삼환 원로목사 또 다시 ‘깜짝 등장’ 그러나 노회 파행은 막지 못해”, 「에큐메니안」, 2121년 10월 27일.
6 캐서린 센더슨, 박준형 옮김, 『방관자 효과: 당시니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쌤앤파커스, 2021).
7 마틴 필드, 김용찬 옮김, 『미디어 다스리기』(선한이웃, 1995), 175.
8 “제34회 총회 입법의회-헌법, 조직과 행정법”, 「당당뉴스」, 2021년 10월 26일 참조.
9 “탈 많은 ‘기독교타임즈’ 결국 폐간으로 가닥”, 「당당뉴스」, 2020년 12월 8일 참조.
10 “감신·목원·협성 신대원 ‘통합’…‘웨슬리신학대학원’ 2024년 개교 목표”, 「뉴스앤조이」, 2021년 10월 27일.
11 “제34회 입법의회 참가 소감(1)”, 「kmcnews」, 2021년 10월 29일 참조.
12 “오늘 개혁교회가 길을 잃지는 않았는가”, 「국민일보」, 2021년 10월 16일.
13 1959년 12월 3일 몽고메리 벧엘침례교회에서 행한 연설이다. 스탠포드대학교 마틴루터킹 연구교육기관(The Martin Luther King, Jr. Research and Education Institute) 홈페이지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다.(https://stanford.io/300LOzJ)


김광수|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21년 12월호(통권 7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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