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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21년 9월호)

 

  WCC 리포트: 2021년 중앙위원회 보고서
  

본문

 

1.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회 회의가 지난 6월 23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WCC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며 개최된 2018년 중앙위원회 이후 3년 만에 소집된 회의였다. 통상 중앙위원회는 2년마다 모이는데, 코로나19로 인하여 1년 연기되어 올해 비대면 회의로 모이게 되었다. 지난 3년간, 특히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WCC의 업무와 활동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실행위원회가 평소보다 자주 비대면으로 모였다. 이번 중앙위원회는 아그네스 아붐 의장과 정교회 대주교 게나디오스 부의장이 WCC 스탭들과 함께 제네바 에큐메니컬센터의 비서트 후프트 강당에서 회의를 주재한 하이브리드 회의였다. 이 새로운 방식은 앞으로 WCC 회의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이 코로나19로 인해 고통과 몸살을 앓은 지난 3년간 WCC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유례없는 비대면 중앙위원회에 참석율이 저조할까 봐 준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면회의 때나 다름없는 중앙위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 참가자 수는 정족수를 훌쩍 웃돌았고, 모두 지구촌의 위기 상황 속에서 세계교회의 실제적 연대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하나 된 듯 매우 진지했다. 물론 비대면 상황이 주는 여러 제약 때문에 그전과는 달리 지극히 제한된 의제만을 다루었다. WCC 총무는 작년 중앙위원회에서 선출되어야 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늦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총무 선출은 WCC와 스위스의 법규 및 관행에 따라서 내년 2월에 열릴 대면 중앙위원회로 연기되었고, 보세이 원장이자 부총무로 일했던 루마니아정교회의 신학자 요안 사우카 박사가 총무대행으로 계속 수고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가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2020년 3월부터 WCC 본부인 에큐메니컬센터 자리에 ‘그린 빌리지’ 건설이 시작되기도 하였다. 재정 문제 해결을 목표로 오랜 기간 준비하였던 사업이다.

2. 올해 7월까지 코로나19로 인해 40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1억 9,000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극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국제통화기금(IMF)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지구촌에 닥친 경제 위기를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국가 간 불균형이 매우 심한데, 아프리카에서는 3,400만 명에 육박하는 많은 사람들이 극심한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기술과 백신 접근성에 대한 국가 간 격차는 기존의 불평등을 더욱 강화시켰다. ‘백신 민족주의’와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신조어도 회자되는 현실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사회·경제적 차원의 구조적 불평등도 코로나19로 인해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여성, 청년, 가난한 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대면 활동을 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이 가중된 고통을 겪고 있다. 폭압적 정권들은 방역 조치라는 미명 아래 인권과 자유를 탄압하기도 한다. 가정폭력이 증가하고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현실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아그네스 아붐 의장은 이번 회의의 개회 연설을 통해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에 대처해야 하는 오늘날의 교회 상황과 WCC 창립 당시의 상황에 유사점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폭력과 파괴, 참혹한 대량살상으로 점철된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으로 기독교 문명이었던 유럽은 사기를 잃게 되었다. 전쟁의 전통적인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고 민간인까지 무차별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핵 투하까지도 불사하는 잔혹한 전쟁을 치른 탓이었다. 권력에 동조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한 교회와 기독교인들도 있었고, 큰 희생을 치르며 저항한 교회와 기독교인들도 있었다.
인류의 죄성과 파괴적인 악을 절감한 교회 지도자들은 인류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가시적 일치와 살아 있는 교제의 중요성을 절감하며 WCC를 창설했다. 경제활동의 근간을 비롯하여 모든 사회적 기반이 광범위하게 파괴된 상황에서도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인도주의적 활동에 매진하였던 교회들이 그 근간이 되었다. 교회는 적개심과 냉전의 세상 속에서도 제자들에게 하나가 되라고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기억하였다. 세상에서 어떤 도전과 위기가 닥치더라도 교회가 국경과 경계선을 넘어서 동행하고, 세상의 두려움과 분열의 동력을 기도와 대화로 극복하며 서로 연대하자는 공동의 결단이 표현되었다.(“We intend to stay together”)
WCC 의장은 에큐메니컬 운동의 역사적 유산을 회고하면서, WCC 창립 정신의 영감을 통해서 교회가 현재의 충격과 위기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에큐메니컬 운동이 오히려 새로운 추진력을 얻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였다. “당신이 겪고 있는 모든 분투에 대해 감사하십시오. 그것은 당신을 더욱 강하고 지혜롭고 겸손하게 만들어줍니다. 역경이 당신을 무너뜨리지(break) 않고, 당신을 형성하게(make) 하십시오.” 의장이 인용한 지혜의 말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적으로 많은 성도들과 목회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교회들은 예배와 교육, 친교와 재정 등 모든 영역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으나, 이러한 역경과 환란 속에서도 탄력성 있게 적응해나가고 있다. 교회들은 지역의 가장 취약한 주민들을 찾아가서 식량을 보급하는 사랑의 봉사를 지속하고 있다. 태평양 지역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에 직면하여 교회를 포함한 지역 공동체들이 식량을 물물교환하는 등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창조적으로 모색하기도 하였다. 북미의 교회들은, 적법한 문서가 없다는 이유로 공적 도움을 받지 못하여 생존이 위태로운 노동자들과 이민자들을 돕기도 하였다. 세계교회는 고통당하는 세상 안에서 강도를 만나 쓰러진 이웃들을 위해 탄식의 기도를 드리며 하나님의 사랑의 현존의 도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는 교회들은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시대에 성장한 청년들은 새로운 방식의 교회 사역을 돕는 일에 중요한 공헌을 하고 있다. 정책 수립자들은 이전에는 직접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비대면 회의로 만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게 되었다. 교회는 오프라인의 구체적이고 전통적인 교제와 활동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복음을 온라인에서 전하는 방식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인구의 절반은 인터넷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이런 지역에는 국가적으로나 교단 차원의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회경제적·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는 외로운 교회들이 많이 있다. 특히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지 않은 아프리카 시골 지역에서는 많은 목회자들이 자신의 건강과 생명까지 희생하면서 두려움에 빠진 취약한 교인들을 심방하고 이웃을 위해 헌신적으로 목회적 봉사를 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의 여러 개발기구들은 특히 남반구에서 지역에 밀착한 교회들의 중요성을 발견하였다. 가짜뉴스를 몰아내고 효과적인 보건교육과 활동을 진행하고자 할 때 지역의 교회들이 유용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일단 보건교육을 받은 교인들은 지역의 보건 리더로 기여할 수 있다. 긴급 상황에서 예배당, 교회 병원 등의 공간은 백신 접종 및 치료 공간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교회 직원들도 비상 행정을 도울 수 있었다.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교회와 정부, 그리고 보건 당국과 다른 당사자 기구들 사이에 효과적 협치를 가능하게 하는 상호 신뢰의 파트너십 건설이 필요하다. WCC 의장은 이를 위해서 목회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더욱 폭넓은 신학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교회의 개인주의적, 개교회주의적, 내세주의적 신앙 양태에 고착되어 있으면, 사회의 비상시국에 순기능적 공헌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교회 지도자들의 신학적 자각이 불충분한 경우, 긴급 상황에서 교회가 오히려 역기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 지점은 한국 개신교의 신학교육에서도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심신의 건강이 위협받는 시대에, 교회는 영성 심화와 공동체성을 통해서 건강의 토대를 증진하는 일에 독특한 공헌을 할 수 있다. 세상이 절망으로 치닫고 있을 때, 교회는 “희망이 사라진 때에도 바라면서 믿는”(롬 4:18) 희망을 삶으로 증거할 수 있다. 이는 죽음의 세력을 넘어서 부활하셨고, 영원한 생명을 세상에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갖게 되는 희망이다. 이러한 희망은 교회 속에 파고든 우상숭배를 파기하고 살아계신 삼위일체 하나님의 신비한 현존으로 나아가는 신실한 기도 생활에 깊은 뿌리를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교회는 하나님의 뜻인 생명과 평화, 정의와 사랑을 위해 세상에서 헌신하는 ‘상처 입은 치유자’들을 배출할 수 있다. 이들은 신앙으로 변화를 받고 세상의 변화를 위해 일하는 예수의 변혁적 제자들이다. 교회의 인도주의적 지원과 돌봄은 개별 공동체와 문화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다. 고통당하는 이웃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차별 없이 환대하고 섬기는 교회는 언제 어디서나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3.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제10차 WCC 총회에 이어 제11차 총회는 올해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되어 2022년 8월 31일부터 9월 8일까지 독일 칼스루에(Karlsruhe)에서 열릴 예정이다. WCC 총회의 유럽 개최는 1968년 제4차 웁살라 총회 이후 54년 만이다. WCC는 제11차 총회를 통하여 세계교회의 에큐메니컬 운동이 재활성화의 영감과 에너지를 얻기를 기원하고 있다.
특히 제11차 총회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과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WCC와 에큐메니컬 운동이 청년 자신의 개인적·사회적 삶과 관련 있는 중요한 도전들과 씨름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겠다. 최근 독일개신교교회협의회(EKD)는 79세 전임 의장의 후임으로 25세 청년 여성인 안나 니콜 하인리히를 의장으로 선출하는 유례없는 파격을 보여주었다. 지금 청년 세대는 디지털 혁명을 포함하여 변화가 가속화된 문명사적 변혁기에 성장한 세대다. 기후위기 등 지구촌의 카이로스를 직면하고 헤쳐나갈 획기적인 돌파구를 청년 세대의 동력에서 기대하는 기성세대의 결단이자 모험이라고 보인다. 청년의 진취성에 입각한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인생의 경륜과 지혜, 그리고 각종 자원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기존 리더십 세대의 성숙한 배려가 있으리라고 느껴진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의 배후에는 세대 간 상호존중과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민주주의적 생활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회의 문화적 풍토를 생각한다면, 서구에서 부러워하기도 하는 ‘경로(敬老)사상’만이 아니라 예수 운동적이고 민주주의적인 ‘경소(敬少)사상’이 함께 어우러질 때 건설적 파격이 가능해질 것이다.
내년에 열릴 WCC 총회 주제는 “그리스도의 사랑이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신다”(Christ’s Love Moves the World to Reconciliation and Unity)이다. 이 주제는 화해와 일치를 찾기 어려운 혐오와 분열의 현실 속에서도 우리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하나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화해와 일치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신앙적 고백과 결단을 담고 있다. 지금 세상은 코로나19 팬데믹, 기후위기, 인종차별,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양극화, 민주주의의 손상, 디지털 혁명, 세속주의, 가치관의 붕괴, 인간 소외와 정신 건강의 문제 등으로 인해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사랑과 환대의 문화와 연대의 가치를 훼손하는 혐오와 적개심은 차별과 반목을 정당화함으로써 사회적 정서를 퇴행하게 한다. 경계와 차이를 뛰어넘어 집단 지혜를 모아 난국을 타개할 수 있도록 유연한 사회적 힘을 축적하고 발휘하는 일에 큰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WCC 총회 주제에서 ‘사랑’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회 주제해설서는 ‘마음의 에큐메니즘’(an ecumenism of the heart)을 강조한다. 신뢰와 소통을 저해하는 혐오, 증오, 집단 이기주의의 배후에는 두려움이 놓여 있다. 두려움을 이기는 유일한 힘은 사랑이다. “본질에는 일치, 비본질에는 자유, 그리고 매사에는 사랑”이라는 표어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정신을 잘 드러내준다. 교회의 ‘값비싼 일치’는 인류와 만물의 일치를 지향한다. 교회연합운동이 교단 간의 연합에만 머물지 않고 이러한 심오한 일치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도록 노력할 수 있을 때 에큐메니컬 운동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교회는 제11차 총회 준비 과정에서 역사적 기억을 새롭게 하면서 에큐메니컬 운동 태동기의 강력한 주창자였던 본회퍼 목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 세상, 화해, 일치 등이 본회퍼의 신학과 삶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항목이었다고 지적하며 이번 총회의 주제를 오늘의 현실에 영감을 주는 자원으로 사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이번 총회의 주제는 교회의 참회와 정체성 회복의 노력을 전제한다. 총회 주제에는 동사 ‘움직이게 만든다’(move)가 사용되었는데, 한국교회에서는 ‘이끄신다’로 부드럽게 의역하는 추세이다. 이 동사는 기독교 신앙의 ‘운동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운동’(movement)에서 ‘운동가’(mover)가 없어지면 ‘기계’(machinery)가 되고, 운동의 동력이 더 사라지면 ‘기념비’(monument)로 변하며, 거기서 더 경직되면 시체들을 화려하게 모신 ‘왕릉’(mausoleum)이 된다는 말이 있다. 특히 개신교는 신앙의 운동성, 곧 변화받고 변화시키는 힘을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대의 표징과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항상 교회를 개혁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신앙의 전통이야말로 개신교의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세계 도처에서 ‘안전한 공간’(safe space)이 되어야 한다. 안전한 공간이 존재해야 고통받는 이들의 탄식과 그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한 공간이 있어야 서로 다른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하나님의 뜻을 찾으며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동성애 문제는 예민한 주제이다. WCC는 동성애에 관한 정책을 결정한 적이 없다. 2013년 부산 총회에서 동방정교회를 위시하여 동성애를 반대하는 회원교회들과 찬성하는 회원교회들 사이의 갈등 때문에 특별 연구위원회가 결성되었다. 그 결과 인간의 성에 관한 수년 간의 연구와 대화의 결실이 마련되었다.(“순례의 길에 관한 대화: 휴먼 섹슈얼리티 문제에 관한 공동의 여정으로의 초대”) 이 자료는 ‘정책문서’가 아니라 ‘참고자료’이다. 이 주제는 이번 11차 총회에서 전개될 다양한 에큐메니컬 대화의 한 항목이 될 것이다. 이 에큐메니컬 대화에는 위의 참고자료와 함께 ‘교회와 도덕적 분별’에 관한 연구 출판물이 토대가 될 것이다. 이 주제는 WCC 회원교회들 내에서, 특히 전통적 견해를 고수하는 정교회와 동성애를 인정하는 몇몇 서구교회의 견해 차이가 큰 문제이다. WCC는 성령 안에서 분별을 추구하는 기도와 성찰의 기본 자세를 권고하며 회원교회들의 대화를 돕는 ‘과정’을 중시한다. 분명한 지침은 교회의 대화는 기도, 상호 존중, 사랑, 화해의 정신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행 15장) 갈등과 분쟁의 세상 속에서 교회는 ‘다양성 속에서의 일치’라는 불가능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공동체이다.(갈 3:28) 성령의 인도하심에 예민하게 깨어 있는 교회는 서로 다른 견해를 지닌 형제자매를 존중하며 경청하는 ‘안전한 공간’을 확보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과연 제11차 총회가 계획대로 개최될 수 있을 것인가? 내년으로 연기한 날짜가 임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으로서는 계속 코로나 상황을 주시해야 하는 형편이다. 총회준비위원회가 제시한 ‘하이브리드 총회’ 시나리오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4,500명이 독일 개최지에 모이고 1,000명 정도가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방식, 두 번째 시나리오는 3,000명이 개최지에 모이고 2,300명 정도가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방식, 세 번째 시나리오는 1,900명이 개최지에 모이고 3,400명 정도가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총회준비위원회의 판단에 의하면, 만약 2021년 여름, 곧 현재와 같은 팬데믹 상황을 기준으로 한다면 세 번째 시나리오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회원교회의 총대들과 현장 참가를 계획하는 분들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구촌 백신 불평등의 문제와 함께 독일 입국 비자 문제, 총회 기간 보건과 위생상황 등 여러 과제가 큰 도전으로 남아 있다. WCC는 WHO와 독일 외무성과 협력하여 매월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적합한 결정을 모색하고자 한다. 올해 11월 실행위원회를 거쳐 내년 2월 중앙위원회에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최종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각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총회를 재차 연기하는 최후의 선택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4. 중앙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순서가 있다. 이전 회의 이후에 돌아가신 교회의 과거 지도자들과 에큐메니컬 운동 리더들의 이름과 생애를 기억하고 기리는 추모 순서이다. 번번이 마음이 숙연해지는 시간이다. 되돌아보면, 오재식 박사(2013년 1월), 강문규 박사(2013년 12월), 이승만 목사(2015년 1월), 박형규 목사(2016년 8월) 등 한국이 배출한 국내외 에큐메니컬 운동의 거목들을 중앙위원회에서 추모하였다.
이번 회의의 추모자 명단은 유독 길었다. 2018년 2월에 돌아가신 빌리 그래함 목사의 이름 바로 아래, 2018년 3월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김동성 목사가 언급되어서 마음이 아팠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의 에큐메니컬 업무 담당자, 새문안교회 부목사, 장로회신학대학교 강사 등으로 활동하다가 WCC 디아코니아 프로그램 실장으로, 또한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는 프로젝트의 담당자로 일했던 그의 공헌이 기록되어 있었다. 김 목사는 지난번 부산총회를 위해 전방위로 헌신하였고, 세계교회 네트워크에서 사랑과 신뢰를 받았던 에큐메니스트였다.
중앙위원회 회의를 마친 다음 날인 6월 30일, 크리스챤아카데미와 경동교회의 후원으로 ‘WCC 제11차 총회 한국 동행모임’이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의 오랜 비공식 논의 과정을 거쳐 기획된 행사이다. 청년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풀뿌리 에큐메니컬 운동 단체들이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나선 이 행사는 WCC 뉴스에 보도되었고, WCC 의장은 한국 동행모임을 환영하는 따뜻한 마음을 전해왔다. 작년 여름, WCC와 NCCK 여성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세계교회 여성들의 “한국 방문 정의와 평화의 순례”(7월 13-15일)는 비대면 시대 행사의 첫 본을 보여서 격변기에 사기가 침체된 WCC 스탭들에게 힘을 주기도 하였다. 한국 기독교 에큐메니컬 운동 공동체의 일부가 참여한 이 두 행사가 코로나 시대에 침체된 세계교회 네트워크에 생동력을 제공하는 공헌을 한 것이다. 세계교회 에큐메니컬 운동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 기독교의 잠재력이 더욱 발전하고 성숙하기를 기대한다.

배현주|부산장신대학교에서 신약학을 가르쳤다. 한국에클레시아생명학연구원(ISEL) 원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국제위원회,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1년 9월호(통권 7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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