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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21년 8월호)

 

  노골적 차별이 된 교계 우파의 '종교자유'
  

본문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정치와 종교는 분리된다.”라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1948년 제헌헌법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헌법 제20조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원칙은 개인의 신앙 형성이나 유지에 국가의 영향이나 간섭을 거부할 종교자유의 권한이 주어져 있음을 말한다. 동시에 종교의 자유는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도 포함한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최근 종립 사립대학의 종교교육 개선 권고를 결정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을 비롯한 교계 우파 단체는 인권위의 권고가 종교자유의 침해라며 반발했다. 논란의 범위도 국회에 발의된 평등법을 ‘위장된 차별금지법’으로 규정하며 확대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조심해야 할 문제가 생긴다. 기독교 신앙을 수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요구하는 ‘종교의 자유’는 타종교, 무종교인, 성소수자 등을 향한 ‘노골적 차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종립 사립대 채플은 사회적 합의의 ‘과제’

지난 5월 24일 인권위는 전남 광주의 한 기독교 대학이 채플에 학생들을 의무적으로 참석하게 한 규정이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결정하고, 채플을 대체할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하라고 권고했다.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근거로 수강 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 과목을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이에 한교총은 6월 1일 성명을 내고 “이는 학생에 대한 종교적 자유의 침해가 아니라, 거꾸로 기독교 건학 이념으로 설립된 종립 대학에 대한 종교의 자유 침해이다.”라고 주장했다. 한교총은 대학의 경우 선택권이 없는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자유의사로 선택한다는 점을 들었다. “자기가 선택한 대학에서 상당한 정도의 종파 교육을 받는 것은 오히려 학생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는 것이 한교총의 입장이다. 한교총은 “(인권위의 권고가) 숭실대학교가 채플 수업을 졸업요건으로 명시한 ‘채플 수업 의무 규정’에 대해 숭실대의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1998. 11. 10. 96다37268)에 대한 정면 도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인권위 권고를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가 해당 분야의 국공립대를 늘려 사립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공적 책무는 다하지 않고, 종립 대학의 자율성마저 국가 마음대로 통제하려 한다면 기독교 건학 이념으로 세워진 이 땅의 기독교 사학들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는 반박 논리도 펼쳤다.1
그러나 인권위의 결정에 처분의 당사자도 아닌 종단이 나설 일은 아니다. 이미 종립 대학들은 교육의 다양성을 고려해 종교교육을 진행하되, 참여는 ‘자율’에 맡기는 추세다. 채플을 폐지한 기독교 종립 대학도 11곳에 이른다. 신학대학들도 종교교육은 대부분 4학기 수업(한신대·목원대·한일장신대·성공회대)으로 이뤄지고 있다.(고신대·성결대는 6학기) 이런 추세는 다른 종단의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원불교의 원광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법회를 강요하지 않고 있다.
종립 대학의 종교교육은 사립학교법 제1조(사립학교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가 규정한 ‘건학 이념에 따른 교육의 자주성’과 ‘학교법인은 국가의 교육제도를 지탱하는 공공성을 가진 사회적 실체’라는 견해가 충돌하여 생긴 사회적 합의의 과제일 뿐이다. 결코 종단이 나설 ‘종교자유’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기독선교회의 퀴어축제 반대 소송

교리와 신앙만을 앞세운 교계의 모습은 서울시기독선교회(이하 ‘기독선교회’)의 ‘서울시청 광장 퀴어축제 반대 성명’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확인된다. 기독선교회 회원 17명은 지난 2019년 5월 7일 “서울시의 다수 공무원이 퀴어 행사를 반대한다”라는 성명을 내고 “서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 선용과 문화 활동 등에 이용되어야 함을 목적으로 하나, 그간 퀴어 행사는 그 음란성으로 인하여 시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건전함과 거리가 멀었다.”라며 서울광장에서의 퀴어행사를 반대했다. 이들은 2015년 서울시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6%가 퀴어 문화 축제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민일보」, 「크리스천투데이」, 「기독일보」는 이들의 주장을 비중 있는 기사로 다뤘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퀴어 행사와 관련해 집단으로 철회 요구를 한 것은 처음이며, 서울시 수장과는 다른 자신들의 뜻을 드러냈다는 내용들이었다.
그러나 기독선교회가 언급한 설문조사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투표 사이트 ‘엠보팅’에 올라온 “당신은 동성애 축제(퀴어 문화 축제)가 매년 시 광장에서 열리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이었고, 응답자 92명 중 66명이 ‘반대’, 20명이 ‘찬성’, 11명이 ‘별 관심 없다’는 응답을 보인 자료를 근거로 한 허위·과장 주장으로 확인되었다. 불특정 극소수가 참여한 설문을 서울시 직원 대상 설문으로 둔갑시킨 것이다.2 이에 서울시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이하 ‘구제위원회’)는 서울시장에게 공무원들의 공무 수행에서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표현이 발생하지 않도록 혐오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서울시 공무원 복무 조례’에 차별 및 혐오 표현 금지 조항을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여기에 반발한 기독선교회는 ‘(성명은) 제한적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고, 공직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라며,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에 구제위원회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6월 8일 관련 청구들을 모두 각하했다. 법원의 ‘각하’ 결정은 구제위원회의 강제성 없는 시정 권고는 ‘처분’에 해당되지 않으며 공무원들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옳고 그름을 다툴 필요조차 없다는 의미이다. 설령 구제위원회 시정 권고가 ‘처분’에 해당한다 해도 권고 대상은 서울시장이므로 기독선교회 회원들은 소(訴)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3

‘위장된 평등법’ vs. ‘노골적 차별’

대학의 종교교육을 개선하라는 권고에 대한 교계 우파의 반발은 기독교 교리를 내세운 평등법 제정 반대와도 무관하지 않다. 동성애동성혼합법화반대전국교수연합은 종립 대학의 채플은 ‘출석만 요건으로 하고 있을 뿐 태도나 성과 등을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신앙을 가지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인권위의 권고를 성토했다. 또 인권위의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시안은 “사람의 성별로 여성과 남성 외 분류할 수 없는 성을 인정하고, 동성애, 다자성애 등의 성적지향과 수십 가지의 성별정체성 등을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하여 학문과 표현, 양심과 신앙의 자유에 따른 반대조차 억압하는 독재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4라며 이는 인권위의 편향된 사상과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종교자유 침해라며 쟁점을 넓혔다.
한교총도 6월 2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위장된 차별금지법 반대와 철회를 위한 한국교회기도회’를 주최하고 “평등법안은 국민을 범법자로 만드는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한교총은 공동대표회장 이철 목사가 낭독한 “평등에 관한 법률안의 숨겨진 내용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서신을 통해 “(평등법 안은)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의 성적지향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양심·종교·학문·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트랜스젠더의 선택과 행위를 존중하도록 강요할 뿐 아니라, 이를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차별행위자에 대해 강력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성애 법제화는 동성결혼 합법화로 이어지며, 양성애 인정은 ‘남성+여성+남성’ 또는 ‘여성+남성+여성’의 결합을 허용함으로써 일부일처제의 가족제도가 붕괴될 것”이라고도 했다.5
「오마이뉴스」는 차별금지법 제정 국민동의청원 기간인 5월 24일-6월 14일을 전후한 주요 언론의 차별금지법 관련 보도를 자체 분석한 결과, ‘일부 보수 기독교계에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허위·왜곡된 주장을 퍼트리고 있으며, 대다수 언론은 이를 검증하지 않고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등법이 제정되면 동성애를 비판하는 설교를 해도 처벌된다든가, 소아성애와 수간이 합법화된다든가 하는 보수 기독교 언론의 왜곡된 정보는 보수 언론의 ‘수수방관’으로 힘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언론사의 관련 보도는 586건에 그쳤으며, 기독교계 매체 보도량이 절반에 가까운 259건(44.2%)이었다. 보도는 대부분 성적지향을 문제 삼는 보도였다.

“동성애자의 낙원을 만들려고 하는 차별금지법”(「국민일보」, 5월 25일)
“자연법칙을 거부하고 욕망만 채우려는 인간, 경계선을 넘고 있다”(「국민일보」, 5월 25일)
“‘젠더 이데올로기’ 양의 탈을 쓴 늑대”(「기독일보」, 6월 4일)
“차별금지법, 동성애 정상화 강제하는 법”(「기독일보」, 6월 12일)
“젠더권력의 꿀을 빨며 독(毒)을 주입하려는 자들”(「크리스천투데이」, 6월 21일)


이 언론은 기독교계 매체의 사설, 칼럼의 제목과 내용을 분석하고, 이를 보수 언론이 보도를 회피하는 형태와 함께 우파의 ‘노골적 차별’이라고 비판했다.6

박애의 눈물이 필요하다

교회는 사회의 갈등을 화해로 바꾸고, 문제를 기회로 삼고, 제도와 틀을 넘어 근본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교회 안에서 사상적, 정치적 성향으로 진보나 보수의 가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세상에서도 타종교, 무종교인, 성소수자들이 설령 어두움이고, 극복되어야 할 결함이라고 해도 혐오나 배제, 대적은 주님의 뜻이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하나님은 인간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세계적 팬데믹을 경고했던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코로나 팬데믹을 부른 것이 이기적 생존 경제라면, 이제 인류는 이타적 생명 경제로 나가야 한다.”7라고 말했다. 이어령은 “눈물 없는 자유와 평등이 인류의 문명을 초토화시켰다. 이 재앙을 끝내는 길은 오직 인간만이 흘릴 수 있는 눈물 한 방울”이라고 말한다.8 석학들은 이렇게 미래의 삶에는 이타적인 박애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독교 신앙은 다툼을 넘어서서 모든 이의 순수한 영혼을 발휘시킬 박애의 눈물로 지켜내야 한다. “평화를 이루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자기의 자녀라고 부르실 것이다.”(마 5:9)

주(註)
1 “인권위 ‘채플 대체과목을’ 개신교 ‘대학의 종교자유 침해’”, 「중앙일보」, 2021년 6월 1일.
2 “서울시 기독 공무원, ‘다수’ 주장하며 ‘퀴어 축제 반대’”, 「뉴스앤조이」, 2019년 5월 8일 참조.
3 “서울광장서 퀴어 축제 반대 성명 낸 서울시청기독선교회 공무원들 제기한 행정소송 ‘각하’”, 「뉴스앤조이」, 2021년 6월 18일.
4 “인권위 권고, 헌법 보장된 기독교 대학 운영 자유 심각 침해”, 「크리스천투데이」, 2021년 6월 1일.
5 “‘위장된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기도회 열려”, 「기독교연합신문」, 2021년 6월 22일 참조.
6 “보수 언론의 침묵? ‘우회적인 차별금지법 반대’”, 「오마이뉴스」, 2021년 6월 28일 참조.
7 “마스크로 대표되는 ‘합리적 이타주의’로 팬데믹 극복해야”, 「한국경제」, 2020년 11월 29일 참조.
8 “이어령, 코로나 주술에서 벗어날 길은 타인을 위해 흘리는 눈물”, 「조선일보」, 2021년 1월 2일 참조.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21년 8월호(통권 7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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