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대한기독교서회 | 회원가입 | 로그인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기독교사상 > 교회와현장 > [특별이슈 | 한국신학, 세계의 주목을 받다]
교회와현장 (2021년 3월호)

 

  『그리스도론의 미래』의 저자 김동건 교수를 만나다
  “Christ Among the Disciplines”가 엄선한 바로 그 책,

본문

 

* 지난 2020년 11월 18-25일에 “크라이스트 어몽 더 디서플린즈”(Christ Among the Disciplines)가 주최한 “2020 그리스도론 콘퍼런스”(2020 Christology Conference)가 온라인으로 열렸다. 최근 20년을 대표하는 그리스도론에 관한 저서 16권을 놓고 신학, 철학, 성서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80여 명이 모여 토론과 논의를 하는 자리였다. 이 16권의 저서에 유일한 비백인 신학자로 김동건(영남신학대, 조직신학) 교수의 저서 The Future of Christology: Jesus Christ for a Grobal Age(『그리스도론의 미래: 글로벌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가 선정되었다. 책의 저자인 김동건 교수를 만나 이 책이 선정된 배경과 준비과정, 논의의 핵심과 학문적 의의, 그리고 한국 신학계가 당면한 과제 등을 들었다. 질문은 오랫동안 김동건 저자의 책을 전담 편집한 권오인 부국장(대한기독교서회 출판국)이 맡았다. ‐편집자

변방의 신학, 세계무대에 오르다

권오인 우선 세계적인 석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국제적인 콘퍼런스에서 한국 신학자의 위상을 보여주셔서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신학의 핵심 주제를 다루는 그리스도론 분야에서, 21세기의 첫 20년을 대표하는 책에 한국인의 책이 선정된 것은 역사적인 일인데요. 콘퍼런스 주최 측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그리고 사람이 아니라 신학에서 공통적인 주제의 책을 가지고 콘퍼런스를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인지도 궁금합니다.
김동건 지난 2020년 11월 18-25일에 열린 콘퍼런스의 명칭은 “2020 그리스도론 콘퍼런스”(2020 Christology Conference)이며, 이 콘퍼런스를 개최한 곳이 “크라이스트 어몽 더 디서플린즈”(Christ Among the Disciplines)입니다. 운영위원은 화이트(Andrea C. White) 교수, 로드리게스(Ruben R. Rodriguez) 교수, 필러(Amy Peeler) 교수, 야다브(Sameer Yadav) 교수 등이며,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University of St. Andrews)와 미국의 노터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가 후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모여서 대면으로 하는 콘퍼런스가 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020 그리스도론 콘퍼런스”는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람이 아닌 어느 한 주제를 가지고 콘퍼런스를 진행하기도 하냐고 물으셨는데, 콘퍼런스는 다양한 형태로 합니다. 어떤 신학자에 대해서 할 수도 있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할 수도 있으며, 특정 책에 대해서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콘퍼런스의 형태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어느 한 형식에 매이지는 않습니다. 이번 콘퍼런스는 그리스도론이라는 주제와 동시대의 대표적인 책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결합된 형태의 콘퍼런스였습니다.
권오인 2001년부터 2020년 사이에 출판된 대표적인 그리스도론 책 16권에 선정된 저자 중에서 교수님이 유일한 아시아인 신학자세요. 교수님의 책이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언제 받으셨나요? 통보받은 뒤의 소감은 어떠했는지요? 그리고 한국 신학자로서 자부심도 느끼셨을 거 같은데, 어떠셨는지요?

gisang2103_04.jpg

김동건 주최 측으로부터 2020년 7월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곧이어 The Future of Christology(『그리스도론의 미래』)를 출판한 출판사(Lexington Books/Fortress Academic) 관계자들이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영국의 모교 에든버러대학교의 학장을 역임하셨고 신학부를 이끌고 계신 퍼거슨(David Fergusson) 교수께서도 특별한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통보를 받을 당시 저는 2020년 2학기를 안식년으로 준비하면서, 다른 저술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온통 관심이 새로운 책의 집필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책이 선정된 것은 좋았지만, 콘퍼런스에 시간을 쓰는 것이 부담되어 콘퍼런스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지나면서, 한국 교회와 신학계에 매우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콘퍼런스에 참여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책 선정은, 하나님께서 저보다는 한국교회에 주시는 선물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한국 신학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부심은 제 개인의 성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저의 정체성에 기인합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적 토양 안에서 형성됩니다. 새로운 신학은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한국 교회와 신학에 축적된 신학의 전승 안에서 일어납니다. 한 신학자는 자신이 속한 신학의 자리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저의 신학의 자리는, 좁게는 제가 활동하는 아신신학연구소, 제가 속한 영남신학대학교와 학생들, 넓게는 한국교회와 우리 민족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국은 역사, 문화, 언어, 종교적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어떤 나라보다 특별한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계에도 훌륭한 목회자와 신학자가 많이 있습니다. 저 역시 한국교회에서 태어났고, 한국교회의 전승 안에서 자랐습니다. 최근 한국교회가 사회적 비난을 받고 있지만, 한국교회는 자신만의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제가 있기까지, 앞서 신학의 길을 걸었던 한국의 선배 신학자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권오인 이번 책 선정과 콘퍼런스는 저자 한 개인에게 일어난 사건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명실공히 한국 신학자가 세계의 석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사건인데요. 한국 신학이 더는 세계 신학계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테제를 던지고, 신학의 미래를 조망하고, 세계 신학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질 수 있는 위치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의 『그리스도론의 미래』는 그리스도론이라는 신학의 핵심 분야를 다룬 책으로서 한국이라는 특정 상황에서 나온 책이 아니라, 세계 신학이 관심을 가지는 중심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봅니다.
김동건 한국교회는 그동안 피선교국으로서 세계 신학계의 변방이었습니다. 지금은 교회가 성장하여 기독교인이 많아졌고 세계교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지요. 2013년에 제19차 세계교회협의회(WCC: World Council of Churches)가 우리나라 부산에서 열릴 만큼 한국교회가 세계에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신학적으로는 여전히 북미와 유럽이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이 세계 신학의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합니다. 단적으로 세계의 주요 신학 책이 한국어로 번역은 되지만, 한국 신학 책이 외국어로 번역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번역이 되는 경우는 대체로 한국의 사상, 문화, 역사적 정황과 연관된 신학 책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신학이 세계 신학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권오인 이 책이 우리말로도 번역이 되었습니다만, 『그리스도론의 미래』를 먼저 영어로 출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랬기에 이번 콘퍼런스에서 주요 책으로 선정될 수 있었으니 말이죠.
김동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한국교회에 국한된 내용이 아닙니다. 민중신학, 해방신학, 흑인신학 같은 특정 지역이나 관점에서 쓴 책이 아니에요. 이 책은 그리스도론의 핵심 주제들을 다루고 있고, 무엇보다 앞으로 기독교가 염두에 두어야 할 위기와 그에 대한 답변을 제시함으로써 한국교회만이 아니라 세계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의 독자가 한국에만 제한되지 않고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영어권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문화, 역사, 사회적 배경의 기독교인들에게 개방되어야 하는 책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에피소드를 하나 이야기하자면, 원고를 완성하고 나서 출판을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대한기독교서회 서진한 사장님과 의논하는 과정에서, 서 사장께서 영어로 출판할 것을 적극 권해주셨습니다. 사장님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gisang2103_05.jpg

권오인 그런 숨은 이야기가 있었군요. 그렇다면 콘퍼런스의 규모와 성격은 어떠했나요?
김동건 16권의 책을 중심으로, 책의 저자 1명과 약 4명의 패널 토론자가 함께 하나의 세션을 이룹니다. 모두 16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어요. 콘퍼런스의 규모는 선정된 저자 16명, 패널 토론자 약 64명, 모두 8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였습니다. 매우 이례적인 규모지요. 주최 측이 토론자들을 잘 배정하여 다양한 시각의 토론이 가능하도록 했는데요. 하나의 세션 토론자 4명 중에서 2명 정도는 세계 신학계의 최정상급 교수이고, 나머지 2명은 신학계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중진급 교수로 구성되었습니다. 콘퍼런스에 참여한 저자들과 토론자들도 콘퍼런스의 규모와 참여자의 지명도에 놀랐습니다. 앞으로 이런 수준의 학술대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권오인 굉장한 규모네요. 정말 향후 20년 사이엔 이런 규모의 콘퍼런스가 나오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게 큰 규모이면 진행은 어떻게 했나요?
김동건 약 4명의 패널이 각자 선정된 책에 대해 논문 형식의 에세이를 쓰고, 저자가 응답 에세이를 쓰는 방식이었습니다. 콘퍼런스 당일에는 토론자가 쓴 에세이를 중심으로 요약문을 먼저 발표하면 저자가 답변하고, 상호 대담한 뒤에, 사전에 독자들로부터 받은 질문에 저자가 답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영어권에서 학술적 에세이(essay)는 논문에 가까운 형태를 말하는데요. 주최 측이 요구한 에세이는 최소 영어로 3,000-7,000단어 분량이며, 각주 및 비판적 평가를 포함하도록 했습니다. 책의 저자는, 패널 토론자의 에세이를 보고 응답 에세이를 씁니다. 즉 저자와 토론자들 모두에게 글로 쓴 에세이가 중요했습니다.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글을 쓰고, 콘퍼런스에서는 그것을 정리했는데요. 에세이의 성격이 상대 없는 서평이 아니라, 비판적 토론을 전제한 글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대단히 진지했습니다.
진행 방법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주최 측에서는 선정된 책을 중심으로 저자를 포함하여 5명으로 구성된 16개의 세션을, 구글드라이브에 각각의 폴더를 만들어요. 구글드라이브는 저자, 패널 토론자, 유료 독자들 모두에게 공유되었습니다. 책에 대한 패널의 에세이는 2020년 10월부터 완성되기 시작해 글이 하나씩 구글드라이브에 업로드되면, 누구든지 다운 받아서 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패널의 글과 저자의 응답 글이 등재되면서, 상당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또한 제출된 모든 에세이는 나중에 책으로 출판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저자와 패널이 자신의 역량을 모두 발휘하지 않을 수 없었죠. 어떤 패널 참여자는 흡사 월드컵 축구의 조별 경기 같다고 할 만큼, 콘퍼런스 이전에 각 세션마다 글로써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콘퍼런스 당일의 순서는, 각 패널이 자신이 제출한 에세이를 중심으로 10-15분씩 기조 발표를 하고, 저자가 간략한 응답을 한 후, 패널들의 토의, 질문에 대해 저자가 답변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기조 발표를 하면, 콘퍼런스 시간의 거의 반 정도가 지나기 때문에, 당일에 새로운 논쟁이 일어나기는 어려웠습니다. 대신 장점이 있다면 즉흥적인 논쟁을 피하고, 충분히 연구한 에세이에 근거해서 논의하는 게 가능하였죠. 따라서 콘퍼런스의 수준은 매우 학문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한편 콘퍼런스에 실시간으로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은 공유 사이트인 구글드라이브에서 패널과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면 되었습니다.
권오인 이번에 선정된 책의 저자들을 보면 대단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 알려진 저자로는, 로완 윌리엄스(Rowan Williams) 케임브리지대 교수이며 전 캔터베리 대주교, 캐스린 태너(Kathryn Tanner) 예일대 교수, 토머스 화이트(Thomas J. White) 옥스퍼드대 교수, 리처드 보컴(Richard Bauckham) 영국 케임브리지대 리들리홀 명예교수, 플레밍 러틀리지(Fleming Rutledge) 미국 성공회 사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패널 참여 교수들의 수준도 무척 뛰어난데, 최근 국내외에서 큰 호응을 얻은 책 『하나님과 팬데믹』의 저자인 영국 옥스퍼드대 톰 라이트(N. T. Wright) 교수, 미국 「타임」 지가 “미국 최고의 신학자”로 칭한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 듀크대 명예교수, 프레드 샌더스(Fred Sanders) 바이올라대 교수, 요르그 리거(Joerg Rieger) 밴더빌트대 교수 등 쟁쟁한 학자들이 참여했습니다. 대표 책을 선정한 후에 참여할 패널 토론자를 선정한 것인가요?
김동건 그렇습니다. 먼저 책을 선정한 후, 책을 중심으로 콘퍼런스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패널 참여자를 선정했습니다. 책 선정과 패널 참여자의 선정은 신학교수들의 추천을 받아서 주최 측이 결정한 것으로 압니다. 저의 책이 선정된 후에, 저도 패널 추천을 의뢰받았습니다. 주최 측이 패널 선정의 기준으로, 그 분야의 확고한 전문성, 그동안의 업적, 신학계의 지명도를 제시했기 때문에, 쉽게 추천하기 힘들었습니다.
권오인 콘퍼런스는 대단히 성공적이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선정된 책의 저자와 패널 참여자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의 신학교수들이고 지명도가 높았기 때문에, 콘퍼런스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압니다. 아마 최근 20년 동안 출판된 대표 책을 먼저 선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콘퍼런스의 분위기는 어떠했나요? 누구나 참관할 수 있었나요?
김동건 선정된 책의 저자와 패널들이 성의 있게 에세이를 제출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뜨거웠습니다. 일반인의 참여는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었습니다. 콘퍼런스에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경우는 박사과정 이상으로 제한했습니다. 참관은 누구나 가능했습니다. 다만 주최 측에서, 콘퍼런스에 참관할 사람들에게는 사전에 참가비를 받았습니다. 참가비는 학생과 일반인에게 차이를 두어 45-70달러가량이었어요. 참가비를 낸 사람은 저자들과 패널들이 콘퍼런스 이전에 제출한 에세이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고, 콘퍼런스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한국 신학생들도 참관했고, 제 글을 읽고 질문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번 콘퍼런스가 워낙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서,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한국 학생들이 참여해서 기뻤습니다.
권오인 콘퍼런스에 참여한 한국 신학생이 있었다니 반갑네요. 한국이 최근 K-팝처럼 여러 분야, 즉 음악, 음식, 문화 등에서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에 비해 신학은 아직 세계적인 학자가 많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신학생들도 세계 신학의 흐름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기회가 되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야겠죠?
김동건 그렇습니다. 신학 하는 사람은 한국과 세계에 대한 관심을 함께 유지해야 합니다. 지금은 글로컬리제이션의 시대이기 때문에,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이 결합되어 발전하고 있어요. 한국의 고유한 지역, 문화, 역사를 반영한 신학과 세계적 지평을 가진 신학이 조화를 이룰 때, 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신학이 됩니다. 즉 신학도들은 한국이라는 이 역사 안에서 치열하게 자신의 소명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모든 소명은 구체적이어야 하기 때문이죠.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칼뱅, 본회퍼는 자신의 시대에 자신이 감당해야 할, 자신에게 주어진 구체적 사명 안에서 살았습니다. 구체적이지 않은 소명은 소명이 아닙니다. 그것은 추상적이고 공허한 이념일 뿐이에요. 한편 소명은 하나님 나라를 향하는 세계사적 지평을 가지게 됩니다. 이 지평을 상실하면, 한 개인의 소명이 시대정신과 유리되거나 폐쇄적이 됩니다. 따라서 참된 소명은, 자신의 삶의 자리 안에서 구체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하나님 나라를 향한 방향성 안에서 세계사적 지평을 가져야 합니다.
권오인 이번 책 선정의 신학적인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번 선정에서 책 내용과 연관해서 가장 큰 의의는 무엇인가요?
김동건 『그리스도론의 미래』에서 제가 전개한 주요 주장이 일정 부분 인정받았다는 것입니다. 콘퍼런스와 별개로, 책이 선정되었다는 것은 책의 핵심 사상의 가치가 인정되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책이 제시한 구원의 범위, 성육신 신학, 우주적 그리스도와 역사적 예수의 조화 등 다수의 새로운 신학 해석이 학계에 중요한 학설, 혹은 최소한 상당히 고려해야 할 학설로서 관심을 받았습니다. 물론 학계에서 얼마나 확고한 학설로 유지될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신학은 오래된 학문이기 때문에 주요 주제들에 대해 상당히 정립된 입장이 있습니다. 그중의 어떤 해석은 정통 교리라는 차원에서 해석의 방향을 정하기도 하죠.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면서, 신학의 주제들은 새로운 해석이 요구됩니다. 학계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상당수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고, 어떤 해석은 관심을 받게 됩니다. 그중의 일부 해석이 주요 해석으로 인정되면, 시간이 지나더라도 하나의 입장으로 남게 됩니다. 이번에 『그리스도론의 미래』가 선정된 것은, 이 책에서 주장한 새로운 해석이 학계에서 호의적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권오인 교수님이 책에서 주장한 새로운 해석이 호의적으로 평가받았다고 하셨는데, 책의 내용 중에서 특별히 더 많이 논의된 주제가 있는지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동건 제3장의 내용이 많이 토론되었습니다. 제3장 제목이 “우주적 그리스도와 역사적 예수의 조화 유형”이에요. 제목이 말하듯이, 이 장은 역사적 예수와 우주적 그리스도의 조화를 시도한 것으로서, 제가 제안한 새로운 그리스도론의 유형입니다. 신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역사와 우주, 혹은 역사적 예수와 우주적 그리스도(혹은 범재신론)는 서로 충돌되는 것으로 봅니다. 사고하는 범주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죠.
서구에서 18세기 계몽주의 이후 역사의식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약 200년 동안 ‘인간-역사’가 서구 학문을 구성하는 기본 범주가 되었습니다. 범주는 어떤 것을 생각하고 사고하는 근본 틀(frame)로서, 때로는 인간이 인식하고 판단하는 준거(準據)의 역할을 하는데요. 근대 이후 인간-역사가 중심 범주가 되었다는 말은, 인간이 중심이 되어서 생각하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주체라는 의미입니다. 인간 중심적 사고는 역사적 사고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역사적 사고는 사유의 대상을 시간과 함께 생각하는 인식의 형태로서, 사건의 원인을 ‘시간 안’에서 찾습니다. 이렇게 근대가 되면서 철학적 사고 대신 역사적 사고가 힘을 얻었고, 공간적-초월적 사고 대신 시간적 사고가 일반화되었어요. 역사적 사고는 신학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초래했습니다. 무엇보다 성서가 역사적 자료로 간주되었고, 역사비평 방법에 개방되기 시작했습니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도 이런 인간-역사의 범주 안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18세기 이후 역사적 예수에 대한 추구가 강하게 부각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즉 역사적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신앙만 강조하는 그리스도론은 호소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접근한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한편 20세기 중후반이 되면서 인간-역사의 범주는 약화되고 대신 ‘자연-우주’의 범주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연, 생태계, 지구의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은,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범주에 의문을 야기하였습니다. 또한 지금은 우주관이 바뀌고 있어요. 금세기 들어 거의 무한한 우주에 대한 발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이 우주에 살면서 성취한 것, 곧 역사라는 것은 무한한 우주 안에서 매우 제한적인 범주입니다. 따라서 21세기가 되면서 자연-우주의 범주가 부상하고 있어요. 자연-우주의 범주에서는, ‘우주적 그리스도’가 그리스도론의 중요한 형태가 될 것입니다. 현재는 인간-역사적 사고와 자연-우주적 사고가 공존하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이 두 범주의 조화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신학적으로 말하면, 역사적 예수와 우주적 그리스도론의 조화가 쉽지 않습니다. 제 책의 제3장에서 이 두 범주의 조화를 시도했기 때문에, 학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권오인 두 범주의 조화에 대해 말씀을 들으니, 이번 콘퍼런스에서 논평을 한 샌더스(F. Sanders)의 언급이 생각납니다. 이 논평은 독자들을 위해 이번 호 「기독교사상」 특별이슈에서도 한 꼭지를 할애했는데요. 샌더스는, 『그리스도론의 미래』가 서구 신학이 걸어온 역사적-해석학적 방법론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더해, 서구 신학이 수백 년 동안 걸어온 길과는 다른 새로운 신학을 제시한다고 극찬했어요. 그 외 『그리스도론의 미래』에 어떤 흥미로운 토론 주제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동건 주최 측에서 16권의 대표 책을 선정할 때에 주제에 대해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론의 언어, 성육신, 공관복음서의 예수, 바울의 그리스도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등인데요. 『그리스도론의 미래』는 그리스도론의 전통적인 핵심 주제와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중요 주제 모두를 다룹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습니다. 이 책은 그리스도론의 방법론, 성육신 신학, 구원론, 인격론과 같은 전통적인 주제를 새롭게 해석했고, 아울러 공적 영역에서의 그리스도, 역사적 예수와 우주적 그리스도의 조화, 과학 시대의 그리스도, 외계 생명체와 그리스도와 같은 새로운 주제들도 다루었습니다. 이 책에는 모두 12개의 주제가 들어 있습니다.

그리스도론 삼부작, 한국신학의 미래를 열다

gisang2103_06.jpg

권오인 화제를 좀 바꾸겠습니다. 교수님의 책 『그리스도론의 미래』 외에 『예수』, 『그리스도론의 역사』가 연달아 출간되었어요. 이 세 권을 합쳐 그리스도론 삼부작이라고 명하셨는데, 언제부터 이런 구상을 하셨고, 집필 구상과 집필 기간, 과정 등이 궁금합니다.
김동건 그리스도론에 대한 구상은 오래되었습니다. 저는 신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리스도론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영국 에든버러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지도교수를 정할 때도 그리스도론을 전공한 분을 찾았습니다. 박사논문 제목이 “동시대 그리스도론에서 역사적 예수의 의의: 유럽, 라틴아메리카, 아시아”(“The Significance of the Historical Jesus in Contemporary Christologies: European, Latin American and Asian”)입니다. 한국에 돌아와 신학대학에서 그리스도론 강의를 해오면서, 오랫동안 그리스도론을 집대성할 수 있는 책을 구상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진전이 더뎠습니다. 그러다가 2016년에 최종적으로 삼부작을 계획하고 집필에 착수했죠. 집필에 몰두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해서 재직하고 있던 영남신학대학교로부터 안식년과 1년 휴직을 허락받았습니다. 약 1년 6개월을, 학교를 떠나 집필에만 전념하였습니다.
집필하는 동안 크고 작은 불편은 있었습니다. 생활을 단순화하고, 음식도 간결하게 먹었습니다. 사고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일체 사람을 만나지 않았고, 대화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집필에 필요한 자료를 빨리 구하지 못해서 곤란할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습니다. 집필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창조력이었습니다. 이미 그리스도론에 대한 책은 무척 많습니다. 신학의 분야에서 그리스도론은 2,000년이 된 아주 오래된 주제이며, 신학의 핵심이죠. 예수 그리스도가 없었다면, 기독교와 교회는 출현할 수도 없었고 신학도 없었을 것입니다. 현대에도 수많은 그리스도론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제가 쓰는 책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아니라면, 또 이 책이 우리 시대의 교회와 기독교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저의 집필은 무의미할 것입니다. 즉 그리스도론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창조력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글을 쓰다가 새로운 통찰과 영감이 부족하여 힘들었고, 그때마다 기도하면서 주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더는 책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기도 중에, 때로는 산책 중에, 때로는 원고 앞에서 영의 임재를 체험했습니다. 성령은 생명의 영이며, 창조의 영입니다. 삼부작을 이끈 영감과 통찰은 주님에게서 온 것입니다. 그래서 삼부작은 저의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저에게는 집필의 시간 안에서, 주님을 만나는 영의 경험이 값진 체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권오인 그런 창조의 고뇌가 있었기에 이렇게 귀한 책이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리스도론 삼부작의 완결판이 『그리스도론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삼부작의 전체 구조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혹시 다른 학자의 책 중에 그리스도론을 이렇게 구성한 책이 있나요?
김동건 1권 『예수: 선포와 독특성』은 역사비평학적 접근을 한 책입니다. 이 책은 예수의 선포, 가르침, 비유, 말씀, 기적, 삶과 죽음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혀 교리적 전제 없이 역사적 예수에 대해 서술한 책이지요. 예수의 선포와 가르침이 중심이 되지 못하는 모든 그리스도론은 공허합니다. 1권에서는 성서신학의 방법론이 중요한 측면을 차지합니다. 1권에서 독자들은 기독교 신앙의 근본 토대인 예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2권 『그리스도론의 역사: 고대 교부에서 현대 신학자까지』는 초기 기독교부터 현대 사이에 나타난 그리스도론들을 유형적으로 다루었습니다. 그리스도론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체계적 이해이고 설명입니다. 1권이 예수에 집중했다면, 2권에서는 예수에 대한 해석인 그리스도론의 역사를 다루었습니다. 과거의 그리스도론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 역사에 나타난 중요한 그리스도론의 구조와 유형에 집중했습니다. 2,000년 기독교의 역사를 그리스도론이라는 관점으로 볼 수 있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3권 『그리스도론의 미래: 글로벌 시대의 예수 그리스도』는 전통적 주제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우리 시대가 마주한 그리스도론의 주제와 미래에 만나게 될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즉 1권은 성서의 예수를 다루고, 2권은 예수에 대한 해석인 그리스도론의 2,000년 역사에 나타난 그리스도론을 다루며, 3권은 그리스도론의 현재와 미래를 다룬 것인데요. 이 그리스도론 삼부작은 ‘성서의 예수’-‘2,000년 동안의 해석의 역사’-‘그리스도론의 현재와 미래’,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죠. 그리스도론을 이렇게 구성한 책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론 삼부작을 읽을 경우 1권부터 읽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각 권이 독립된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책부터 읽어도 상관은 없어요. 2권의 경우 분량이 방대하기 때문에, 한 번에 다 읽기가 어려울 거예요. 2권은 차례를 보고 필요한 부분을 선택해서 읽어도 됩니다. 3권에서는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교회와 신학의 위기가 어떤 것이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권오인 그동안 교수님이 내신 책이 20여 권이 넘습니다. 거의가 제가 몸담고 있는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되었고, The Future of Christology도 저희 대한기독교서회에서 2020년에 『그리스도론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지요. 어떻게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책을 낼 수 있었는지요?
김동건 1996년에 서회에서 처음으로 책을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 약 25년간 대부분의 책을 서회에서 출판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서회는 영리를 추구하는 보통의 출판사가 아니라, 1890년에 문서선교를 위해 개신교 교단들이 연합해서 설립한 기관입니다. 저는 제 삶에서 교육, 제자양성, 문서선교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문서선교를 하는 목적은 오직 교회와 하나님 나라에 봉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출판사와는 맞지 않고, 서회와 잘 맞습니다. 그 외에도 개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처음 서회에서 책을 출판하면서 서진한 사장님을 알게 되었는데 이후 함께 한국교회를 걱정하면서 중요한 일을 놓고 대화하는 관계가 되었어요. 서 사장님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가가 아니라, 한국교회를 위해 고심하는 목사이자 신학자입니다. 서 사장님은 일찍이 제 책의 가치를 알아봤고, 지금까지 제 책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었습니다. 또한 제 책의 대부분을 서회의 편집2팀, 지금 대담을 나누고 있는 권오인 부국장이 맡아서 했습니다. 편집자로서 역량이 대단히 뛰어납니다.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서요. 그 외 책 제작, 홍보, 영업을 맡은 서회의 모든 분이 저의 문서선교 동역자이며, 지금까지 그분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gisang2103_07.jpg

권오인 과찬의 말씀, 고맙습니다. 교수님의 저술 중에는 평신도가 읽을 수 있는 신학 책이 제법 있어요. 2013년에는 「국민일보」에 “평신도를 위한 신학강좌”를 1년간 연재하셨죠? 글도 쉽게 쓰시고 전문용어를 최소화했기 때문에, 내용에 비해 읽기가 아주 쉬웠어요. 그 밖에 『신학이 있는 묵상』 1-5권이나, 『김동건의 신학이야기』, 『현대인을 위한 신학강의』 등은 목회자와 평신도 모두 읽기에 좋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중쇄를 거듭하고 있는데요. 평소 평신도를 위한 신학을 강조하시고, 신학의 대중화를 주장하게 된 소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김동건 저는 평생 목회자와 신자 모두가 신학적 토대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저의 사명도 한국교회를 위한 신학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신학 책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쉽게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복음이 전파된 후 빠르게 부흥했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교회가 위축되기 시작했는데,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는 교회가 양적으로 성장했으나, 거기에 걸맞는 신학이 없다는 것이지요. 교회가 성서읽기와 기도는 강조하지만, 신자들의 신학적 훈련과 교육에는 소홀히 해왔습니다. 한국교회가 전반적으로 신학적 토대가 약합니다. 신학이 없는 신앙은 분위기에 휩쓸리고 내용 없는 신앙이 되기 쉽습니다. 신학이 없는 신앙은 결국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을 상실하게 만들고, 공허한 신앙이 되고 맙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재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위치를 들 수 있죠. 한국교회가 사랑과 헌신을 외쳐왔지만, 사회를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회에는 폐쇄적인 자세로 대면예배만을 주장함으로써 오히려 이웃과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지요. 이런 모습은 기독교인의 이기적 모습으로 오해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가 사회 속에서 바른 판단을 하고, 책임적 자세를 가지며, 바람직한 공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뿐만 아니라 신자들도 함께 신학적 훈련을 해야 합니다. 목회자의 신학도 중요하지만, 일반 신자들도 신학적 토대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왜 평신도에게도 신학이 필요한지를 보려면 신학의 역할을 알아야 합니다. 신학의 역할에 대해 두 가지로 말씀드린다면, 첫째, 신학은 성서를 통일성 있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줍니다. 성서에는 다양한 표현, 때로는 서로 충돌하게 보이는 구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지만 성서의 표현에는 역사적 배경, 성서의 문학적 스타일, 은유와 상징 같은 다양한 수사학적 표현, 종교적 고백 등이 섞여 있어요. 그래서 신학적 기초 없이 성서를 읽으면 때로는 성서가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원래의 뜻을 놓칠 수가 있습니다. 성서를 전체적으로 볼 수 있어야, 성서 각 구절의 충돌되는 부분과 다양한 표현 밑에 있는 의미를 조화롭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신학은 성서와 설교 말씀을 삶과 연결시켜 줍니다. 성서는 약 2,000년 전에 쓰였어요. 역사적으로 기독교인은 누구나 특정한 시대에 속해 있습니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습니다. 모든 기독교인은 성서의 세계와 자신이 속한 시대 사이에서 ‘긴장’을 가지게 됩니다. 각 시대는 독특한 가치관, 세계관, 우주관을 가지고 있고요. 가치관, 세계관, 우주관은 인간이 생각하고 살아가는 기본적인 ‘틀’이며, 우리가 속한 시대정신을 만드는 기본 요소들입니다. 따라서 성서와 21세기의 시대정신 사이에 괴리가 있을 때, 기독교인은 혼란에 빠집니다. 성서에서 배운 것을 그대로 현실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성서를 읽고 설교를 열심히 듣지만, 진화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인간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기독교인의 정치 참여가 바람직한지 등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무척 많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성서와 현시대 사이의 간격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서를 문자적으로 적용해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런 주제들은 신학적으로 해석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신앙적 열정은 있지만,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지탄받는 이유도 신학적 토대가 약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권오인 공감합니다. 신학적 토대가 있어야 건강한 신앙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교수님께서 출판하신 책은 학술적인 책과 대중적인 책이 있는데, 모두 상당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수님의 책으로 토의 혹은 공부를 하는 목회자, 신학생, 사회 각 분야의 전문인, 언론인, 청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교수님의 책에 대해 서구 신학자들의 평가가 시작되었듯이, 앞으로 한국에서도 교수님의 신학에 대해 연구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는 문서선교에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계시는데요. 한국교회와 신학계를 위해 앞으로 어떤 일을 더 하실 계획인가요? 집필하고 계신 원고가 있다면 그것도 알려주세요.
김동건 신학자로서 두 가지 소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강의와 후진양성입니다. 다른 하나는 글로써 신학적 기여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려 합니다. 첫째는 신학의 전 주제를 일관성 있는 관점으로 쓰는 것입니다. 창조론, 성령론, 교회론, 인간론, 종말론 등을 사전식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성을 갖고 우리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는 작업이죠. 이것이 완성되면, 기존 그리스도론 삼부작과 함께 신학대계가 완결되리라고 봅니다. 둘째는, 『신학이 있는 묵상』 시리즈에 이어서, 목회자와 평신도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려고 합니다. 『신학이 있는 묵상』은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중쇄되면서 한국교회의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후속작업으로서, 21세기에 교회와 신앙을 위해 필요한 주제들을 선정하여 책으로 엮는 일련의 시리즈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단독으로 집필하기보다는 제자들과 함께 현장을 반영하면서 집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셋째로는 청년을 위한 글을 생각하고 있어요. 신앙 에세이 형태가 될 것 같은데, 청년들이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대하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글입니다. 마지막으로, 설교집을 몇 권 구상 중입니다. 주변에서 제가 평소 주장한 ‘신학이 있는 설교’를 출판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사람이 계획하더라도 이끄시는 분은 주님이시기에, 얼마나 이룰 수 있을지는 주님의 인도하심에 달려 있습니다.
권오인 그렇군요. 계획하신 일들이 우리의 신앙을 바로 세우고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되는 귀한 사역이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교수님의 책이 신학의 고전으로 남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또 읽음으로 오래도록 영감을 주는 책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긴 시간 귀한 말씀 감사드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앞으로 한국교회와 신학계는 물론 세계 신학사에 길이 남는 학자가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고맙습니다.
김동건 수고하셨습니다.

 
 
 

2021년 3월호(통권 747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