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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교회와현장 > [아시아 신학 순례 11]
교회와현장 (2021년 2월호)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을 중심으로
  

본문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의 전개

아시아는 문명교류와 이주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대륙이다. 아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를 이루고 있어서, 역사 초기부터 육로를 통한 문명교류와 이주가 활발했으며, 심지어 유라시아를 넘어 아프리카, 아메리카와도 문명교류와 이주가 이뤄졌다. 아시아는 전반적으로 해로 이용에 소극적이어서 바다를 이용하여 세계에 진출하기보다는 권역 내에서 이동하는 수준에 머물렀는데, 소위 ‘지리상의 발견’이라 불리는 서구의 동진 이후로는 해로를 통한 문명교류와 이주도 상대적으로 활발해졌다.
세계는 ‘지구촌’이라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고, 심지어 ‘거리의 소멸’ (Death of Distance)이라는 말까지 나왔다.1 이런 공간적 근접성은 비행기로 대표되는 비행 항로의 확대와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 소통 경로의 발전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두 가지 절대적 조건 중에서 공간 정복에 일정 정도 성공한 셈이다. 물론 공간적 근접성이 확대됨에 따라, 어떤 전염병이 한 지역에서만 유행하지 않고 세계로 퍼져나가는 소위 ‘팬데믹’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고, 그동안 당연시하면서도 소홀히 여겼던 공간 이동의 중요성이 다시금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물리적·심리적으로 세계가 좁아지고 왕래가 빈번한 세계화의 상황에서, 아시아가 문명교류와 이주에 더욱 깊이 연계된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이주는 세계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오늘날 세계는 이주를 통해 새로운 다인종(다민족)·다문화·다종교 사회로 진입하고 있 으며, 특히 각국의 대도시는 세계적인 도시로 급변하는 국제도시화를 경험하고 있다. 심지어 각국 대도시 간의 차이가 한 국가 내 대도시와 지방 간의 차이보다 크지 않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대도시 주민이 자국의 지방에 갔을 때 느끼는 이질감이 타국의 대도시에 갔을 때 느끼는 이질감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오늘날은 이주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이주에 대한 이해도 다변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민이 대표적인 이주의 형태였으며, 이에 기초하여 이주에 관한 이론도 장기적 차원의 정착지 중심 이론이 큰 줄기를 이루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주 형태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가령 이주의 출발지와 도착지, 정착지와 임시거처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이주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여러 곳에 동시에 거주하는 ‘중간자’(in-betweens)라는 능동적인 이주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이와 반대로 강제 이주 현상이 날로 더 심각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날 이주가 인간의 주요하고도 보편적인 경험이 되면서, 이주는 신학의 주제가 되었다. 왜냐하면 신학은 ‘지식을 추구하는 신앙’(faith seeking knowledge)의 질문에 응답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주는 신앙인에게 신앙적 질문이 되고, 따라서 신학적 주제가 된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주 신학이 나오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아시아의 이주 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은 아시아 신학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세계 신학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신학을 순례하는 본 연재는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아 신학을 소개하는 연구들을 살펴보면,2 아직까지는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시아 신학을 구성하고, 소개하며, 보급하는 데 크게 기여한 신학자들 중 일부가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자들이기 때문에, 이 신학에 관심을 가져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필자는 “디아스포라 신학: 한국 사회의 세계화와 한국 교회의 디아스포라 신학의 발전”이라는 논문에서 최근 이주 신학의 변화와 발전을 이민 신학, 이주민 신학, 디아스포라 신학으로 구분한 바 있다.3 이 글에서는 아시아의 이주 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을 이주 신학, 선교 신학, 세계기독교 신학 등 세 가지 유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거칠게 말해서, 디아스포라 신학(광의) 중 첫 번째 유형인 이주 신학은 위에서 언급한 이민 신학과 이주민 신학이 해당되고, 두 번째 유형인 선교 신학은 디아스포라 신학(협의)이 해당되며, 세계기독교 신학은 이 자리에서 새롭게 소개하려고 한다. 지금껏 지역 구분을 토대로 연재 글을 전개해왔기에 순서상 중앙아시아와 중근동 아시아의 신학을 다룰 차례이지만, 이 지역에 대한 논의는 여러 가지 여건상 후속 연구로 미뤄 두기로 하고, 아시아 신학의 새로운 동향인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제까지 다양한 아시아 신학을 소개하기 위해서, 한국 신학자들은 제외하였으나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에 관해서는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또한 한국 디아스포라 신학이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번 연재에서는 한국 디아스포라 신학자를 여럿 소개하고자 한다.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의 대표 주자라 할 만큼 가장 발전된 영역은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Asian-American Theology)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 신학을 사례 연구로 다루려고 한다.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이 발전한 이유는 미국의 학문적 여건, 거대한 이주 규모, 이주 선호국이라는 현실 등 다양하다. 이주 규모만 보더라도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 수 있다. 2000년 기준 통계에 의하면, 미국 총인구에서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4.2%(2억 8,142만 1,906명 중 1,189만 8,828명)에 해당하고, 혼혈이 아닌 순수 아시아계만 해도 3.6%(1,024만 2,998명)를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출신국은 중국(타이완과 홍콩 포함)이 가장 많고, 필리핀, 인도, 베트남, 한국 순인데, 이 다섯 국가 출신만 해도 총 518만 4,000명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의 절반을 차지한 다.4 당연히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도 이들 국가 출신의 학자들이 주류를 이룬다.(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을 아시아 신학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미국 신학으로 볼 것인가, 혹은 그런 구분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은 자체적인 연구 결과물들을 계속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도 아시아계 이주민이 급증하여, 중국계만 해도 100만 명을 상회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토론토대학교 녹스칼리지 산하에 ‘아시아계 캐나다인 신학과 교역 센터’(Centre for Asian-Canadian Theology and Ministry)가 설립되었다. 이렇듯 미국과 캐나다의 관련 신학을 통틀어 ‘아시아계 북미인 신학’(Asian North American Theolog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5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의 발달사

탄(Jonathan Y. Tan)은 그의 책 Introducing Asian American Theologies(아시아계 미국인 신학 소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을 간단하게 정의하고 발달사를 요약해서 소개한다.6 이 책에서 탄은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이란 아시아계 미국인이 자신들의 삶의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독특한 삶의 경험과 현실에서 과연 그리스도교의 복음이 어떤 의미와 함의를 지니는지를 묻는 비판적이고 실제적인 간문화적 신학적 성찰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서 베트남 디아스포라 신학자인 판(Peter C. Phan)을 인용하는데, 판은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이 “혼종 신학인데, 완전히 아시아적이지도 완전히 미국적이지도 않으면서, 동시에 진정으로 미국적이면서 진정으로 아시아적이고” 또한 “두 개의 상이한 문화적·종교적 유산의 결혼, 곧 두 전통이 혼합되어 생긴 자녀”라고 정의한다.7
탄에 의하면,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자들은 아시아나 다른 지역에 거주하면서 아시아적 관점에서 신학하는 아시아 신학자들과는 구별된다.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자들은 초기에는 주류 개신교 내에서 나왔고, 1990년대부터 새로운 학자들이 가톨릭, 복음주의, 오순절 및 비교파 전통들로부터도 나왔다. 아직은 1세대 학자가 주류를 이루지만, 점차 1.5세대 내지는 미국에서 출생한 아시아계 학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의 맹아는 1950년대 인종 갈등, 월남전 등 사회 변화 가운데서 비롯되었고, 1960-70년대부터 1세대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자들이 나왔는데, 주로 일본계, 한국계, 중국계가 중심을 이루었다. 이들은 미국 사회와 미국 그리스도교에 뿌리박힌 인종차별에 대해 신학적 도전을 했는데, 대표적인 학자로는 일본계의 사노(Roy I. Sano), 나가노(Paul M. Nagano), 모리카와(Jitsuo Morikawa), 신토(William Mamoru Shinto), 한국계의 이정용(Jung Young Lee), 이상현(Sang Hyun Lee), 그리고 중국계의 우(Wesley S. Woo), 응(David Ng) 등이 있다.
1980년대부터는 2세대 학자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의 연구는 1세대 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점차 미국 학계에서 수용되었다. 이들은 출신 집단으로부터 후원을 받았고, 미국 학계에 진출하였다. 2세대 학자들은 연구 주제도, 교파적 배경도, 인종적 배경도 다양해졌으며 그 숫자도 많아졌다. 1세대 학자가 주로 인종차별 같은 외부적인 문제에 도전했다면, 2세대 학자들은 정체성, 젠더, 삶의 경험 등 아시아계 미국인의 내부적 문제를 주요 영역으로 삼으며, 특별히 신앙, 성서, 복음 전도와 인종 및 문화의 관계에 관심을 보인다. 탄이 소개하는 대표적인 2세대 학자로는 여성 신학자인 정현경, 브로크(Rita Nakashima Brock), 곽푸이란(Kwok Pui-Lan), 가톨릭 신학자인 판(Peter C. Phan), 민경석(Anselm Kyungsuk Min), 복음주의 신학자인 쳉(Timothy Tseng), 헤르틱(Young Lee Hertig), 용(Amos Yong) 등을 들 수 있다.8
이러한 맥락에서 두 가지 사항을 언급하려 한다. 첫째, 용은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의 역사적 맥락을 소개하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철학 연구에서 일어난 현상이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 연구에서도 일어날 것을 예상하며, 소위 ‘보스턴 유교[연구]’[Boston Confucianism, 미국 철학계에서 유교 연구가 유행하며 유교와 서구 문명의 융합 가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생겼는데, 대표적인 학자인 하버드대학교의 투 웨이밍(Tu Wei-Ming), 보스턴대학교의 로버트 네빌(Robert Neville) 등이 보스턴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를 사례로 들고 있다.9
둘째, 약 30년간 한국 선교사로 사역한 아담스(Daniel J. Adams)는 Korean Theology in Historical Perspective(한국신학사)를 쓰면서 한 단원을 할애하여 한국 디아스포라 신학자, 특히 한국계 미국인 신학자를 소개했다.10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의 유형(1): 이주 신학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이주의 역사와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1 실낙원은 추방 역사의 시작을 알렸으며, 첫 번째 살인은 불안과 위험에 노출된 이주 역사의 출발이었다. 긍정적인 사례를 들면, 아브라함의 소명은 개인 이주로 이어졌고, 출애굽 사건은 민족 대이동으로 진행되었다. 이스라엘의 멸망, 유대 디아스포라의 탄생, 수천 년 이후 이스라엘의 회복 등 이스라엘의 역사는 줄곧 이주의 역사였다. 예수의 생애 또한 탄생, 탄생 직후의 도피, 귀국, 순회 사역 등 모두 이주 역사였다. ‘신앙인에게 이주는 신앙적인 사건’이라는 말처럼, 신앙적인 이유로 이주할 수도 있고, 이주한 후 신앙적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여하튼 신앙과 이주가 함께하는 한, 이주 신학은 필연적으로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1세대 신학자로는 동양철학과 신학의 관계를 연구한 이정용과 미국 신학의 대부 조나단 에드워즈(Jonathan Edwards)를 연구한 이상현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본래 추구하던 신학 연구에서 점차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된 연구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이 바로 그들의 핵심적인 정체성인 사회의 주변적 존재로서의 ‘주변성’(marginality)이다. 이정용은 아예 이 용어를 제목으로 책을 썼고, 이상현은 주변성에 대한 논리를 한층 발전시켜 ‘경계성’(liminality)을 강조했다.12 이상현은 이주 경험의 양면성을 주목하면서, 부정적인 경험은 주변성으로, 긍정적인 경험은 경계성으로 구분하고 경계성의 의의를 강조하였다. 그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아시아계 미국인의 경험은 종종 ‘주변성’(marginality)으로 규정된다. 또 한 주변화(marginalization)의 결과로서의 주변성은 양면성을 지닌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주류 집단에 의해 배제되는 부정적 측면과 창조적 가능성을 지닌 조건으로서의 긍정적 측면. 나는 명확성을 기하기 위해서, 주변성은 배제되는 부정적 상황을 가리키는 용어로, 또 다른 용어인 경계성(liminality)은 주변성의 긍정적 측면을 가리키는 용어로 구분하여 사용한다. 경계성은 둘 혹은 그 이상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상황으로, 사회의 주변 내지 변두리에 처한다는 의미도 지닌다.13

이상현이 말하는 경계성의 긍정적인 요소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경계성은 인류학자 터너(Victor Turner)에 의하면, 사람들이 [이전의] 사회 위계질서와 역할 담당에서 벗어나고 따라서 새로운 것에 더 개방적이고, 다른 사람들과의 친밀한 소통을 경험하며(communitas), 현존 사회 질서에 대한 예언적 비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이행기이다.”14 다시 말해, 개방성, 공동체성, 예언적 비판성이다. 물론 이상현은 경계성을 강조하면서도 주변성이 가진 부정적인 측면을 잊지 않는다.
경계성의 개념을 통하여 아시아계 미국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고 긍정적으로 보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문제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어떻게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최대화할 것인가이다. 즉 자칫 폐쇄적인 게토가 될 수 있는 이주민 집단이 어떻게 사회의 긍정적인 일부가 되고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이다.
이승만(이승만 대통령과 동명이인)은 경계성의 긍정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일했다. 첫째, 미국장로교회 선교 담당자로 일하면서 미국 사회의 분열과 화해 문제에 깊이 관여하였고, 그 결과 미국장로교회의 첫 번째 한인 총회장 및 미국교회협의회 회장이 되었다. 둘째, 1970년대 이후 북한을 최초로 방문한 해외 그리스도교인 중 한 명으로 한반도의 평화, 통 일, 화해 분야에 크게 기여했다. 셋째, 버지니아 리치몬드에 있는 연합 신학교(Union Presbyterian Seminary)에서 아시아계 미국인 학생 담당 교수로 오래 일하면서, 신학 교육에 기여했다.15 한편 최근 라숭찬(Soong- Chan Rah)은 미국교회 부흥을 이해하려면, 이머징처치(emerging church) 같은 백인 위주 운동이 아닌 미국 내 소수민족 교회의 성장을 주목하라고 주장했다.16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의 유형(2): 선교 신학

이주와 선교 모두 이동을 전제로 한다는 공통점에 착안하여 최근에는 이주와 선교를 연결짓는 연구가 활성화되었고, 특히 디아스포라 선교가 중요한 분야로 등장하고 있다. 완(Enoch Wan)은 Diaspora Missiology: Theory, Methodology, and Practice(디아스포라 선교학: 이론, 방법론, 그리고 실제)에서 다양한 디아스포라 선교 사례를 소개하는데, 아시아계 미국인 선교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17
20세기 후반에 선교학은 제3세계, 즉 비서구인의 세계선교 참여에 주목하기 시작하여 제3세계가 선교의 대상만이 아니라 선교의 주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런 시각이 제3세계 디아스포라에게도 연결되어, 정착지 교회의 선교 대상으로 여겨지던 디아스포라가 선교의 주체라는 점 이 점차 부각되기 시작했다. 한국계 미국인의 이민 신학도 점차 선교적 정체성과 의의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이것은 미국 한인교회의 선교 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한인교회의 선교운동이 국내의 선교운동과 연결되기도 했다. 1988년 미국에서 한인세계선교사대회(Korean World Mission Conference)가 개최되면서 기독교한인세계선교협의회(Korean World Mission Council for Christ)가 설립되었는데, 이에 상응하여 국내에서도 1990년 한국세계선교협의회(Korean World Mission Association)가 결성된 것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초창기에는 디아스포라를 선교의 대상으로 하는 이주민 선교가 시작되었다가 점차 디아스포라를 선교의 주체로 여기는 디아스포라 선교가 등장하였다. 대표적인 단체로는 디아스포라몽골네트워크(Diaspora Mongolian Network)를 들 수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의 유형(3): 세계기독교 신학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은 미국 내의 정체성 문제 등을 연구하는 것을 넘어 출신지의 신학을 연구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이런 연구를 통하여 출신지의 신학을 새롭게 구성하고, 출신지의 신학과 세계 신학을 연계 하며, 나아가 출신지의 신학에 대한 통찰을 통해 세계기독교 신학에 기여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기독교의 역사, 선교, 신학의 새로운 담론으로 부각하고 있는 ‘세계기독교’ 담론은 그리스도교를 서구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다양한 국가별/지역별 그리스도교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여긴다.18 따라서 아시아 신학과 더불어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은 아시아 그리스도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하여 세계기 독교 신학의 중요한 일부가 되고 있다.
가령 베트남 디아스포라 신학자인 판은 2세대 가톨릭 학자로서 Asian Christianities: History, Theology, Practice(아시아 그리스도교들: 역사, 신학, 실제)에서 아시아 그리스도교를 다루지만, 특히 베트남의 그리스도교, 그중에서도 베트남 가톨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19 그는 베트남의 초창기 선교사들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하여 점차 베트남교회를 대상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한국 디아스포라 신학자 박승호(Andrew Sung Park)는 The Wounded Heart of God: the Asian Concept of Han and the Christian Doctrine of Sin(하나님의 상처입은 마음: 아시아의 한 개념과 그리스도교의 죄론)에서 한국의 고유 정서인 한(恨)을 세계 신학의 화두가 된 ‘상처받은’(wounded)이라는 개념과 연결지으면서, 한국 문화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조명하고 있다.20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의 전망

아시아 신학은 초기 시리아교회의 아시아 선교로 소급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현대적인 의미에서 본격화된 아시아 신학의 역사는 아직 얼마 되지 않는다. 흥미롭게도 아시아 신학은 아시아에서 사역한 서구 선교사들과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자들을 통해서 발전하고 소개되었다. 대표적인 선구자로는 송천성, 쇼키코, 코스케 코야마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영미권에서 사역한 디아스포라 신학자들이다. 오늘날 세계화를 통하여 아시아인이 전 세계로 진출하고, 그들이 처한 곳에서 다양한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선두적인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을 살펴보았다.
탄은 아시아계 미국인 신학의 공통된 방법론적 특징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이 신학은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신학으로 그 결과 아시아계 미국인을 위해 헌신, 봉사하며 그들을 옹호한다. 둘째, 이 신학은 시대의 징조를 읽고자 노력한다. 셋째, 이 신학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성, 혼종성, 급변하는 상황에 응답함으로써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변 세계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한다. 넷째, 이 신학은 신학적 진정성과 신뢰성이 그리스도교의 복음과 구원의 수직적인 차원과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의 경험의 수평적인 차원 가운데 창조적인 긴장을 유지하는 것에서 비롯된다.21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이 직면하는 객관성과 현실성, 역사성과 현대성, 연속성과 불연속성, 특수성과 공공성의 과제는 모든 신학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신학은 신과 세계의 질문에 답하려는 변증법적인 학문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면에서 아시아 디아스포라 신학을 포함한 아시아 신학의 질문은 궁극적으로 ‘아시아 신학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으로 돌아간다.


주(註)

1 프랜시스 케언크로스, 홍석기 옮김, 『거리의 소멸 디지털 혁명』(세종서적, 1999).
2 발간 순으로 최근 연구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R. S. Surgirtharajah, Frontiers in Asian Christian Theology: Emerging Trends (Eugene, Oregon: Wipf & Stock Publishers, 1994); Sebastian C. H. Kim, ed., Christian Theology in Asia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Peniel Jesudason & Rufus Rajkumar, eds., Asian Theology on the Way: Christianity, Culture and Context (London: SPCK, 2012); Simon Chan, Grassroots Asian Theology: Thinking the Faith from the Ground Up (Downers Grove, Il.: IVP Academic, 2014).
3 안교성, 『한국교회와 최근의 신학적 도전』(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7), 216-245. 이 논문은 원래 “한국의 디아스포라신학 발전에 관한 한 소고”, 「장신논단」 46/2(2014): 89-113에 수록된 것이다.
4 Jonathan Y. Tan, Introducing Asian American Theologies (Maryknoll: Orbis, 2008), [8], [12].
5 Eleazar S. Fernandez, ed., New Overtures: Asian North American Theology in the 21st Century (Upland, Ca.: Sopher Press, 2012).
6 아래 세 문단은 탄의 Introducing Asian American Theologies, 85-107에 기초하여 기술했다.
7 Jonathan Y. Tan, 앞의 책, 77.
8 정현경, 박재순 옮김, 『(아시아 신학 총서 7)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 아시아 여성신학의 현재와 미래』(분도출판사, 1994).
9 Amos Yong, The Future of Evangelical Theology: Soundings from the Asian American Diaspora (Downers Grove, Il.: IVP, 2014), 80-85.
10 Chapter 15, “Korean Theology in Diaspora”, in Korean Theology in Historical Perspective, by Daniel J. Adams (Delhi : ISPCK, 2012).
11 스캇 선퀴스트, 이용원 옮김, 『아시아기독교탐구: 역사, 신학, 선교』(미션아카데미, 2018), 377-412.
12 이정용, 신재식 옮김, 『마지널리티: 다문화 시대의 신학』(포이에마, 2014).
13 Sang Hyun Lee, From A Liminal Place: An Asian American Theology (Minnea polis : Fortress Press, 2010), ix-x.
14 Sang Hyun Lee, 위의 책, x.
15 이승만 목사 자서전 출판위원회 편, 『기도 속에서 만나자: 화해의 사도 이승만 목사의 삶』(쿰란, 2012); 미국장로교 한국선교회 편, 『평화로 숨쉬다: 미국장로교 한국선교회 화해·평화 좌담회』(미국장로교 한국선교회, 2019).
16 Soong-Chan Rah, The Next Evangelicalism: Freeing the Church from Western Cultural Captivity (Downers Grove, Il.: IVP, 2009), 108-126.
17 Enoch Wan, ed., Diaspora Missiology: Theory, Methodology, and Practice, second ed. (Portland Or.: IDS-U.S., 2011).
18 안교성, “새로운 기독교사 방법론들의 대두: ‘세계기독교사’를 중심으로”, 「서양사 연구」 63(2020): 115-143.
19 Peter C. Phan, Asian Christianities: History, Theology, Practice (Maryknoll : Orbis, 2018).
20 Andrew Sung Park, The Wounded Heart of God: The Asian Concept of Han and the Christian Doctrine of Sin (Nashvilee: Abingdon Press, 1993). 그는 이후 이 개념의 연구를 치유, 인종 갈등 등으로 확대하였다. From Hurt to Healing: A Theology of the Wounded (Nashville : Abingdon Press, 2004); Racial Conflict and Healing: An Asian-American Theological Perspective (Eugene, Or.: Wipf & Stock Pub., 2009).
21 Jonathan Y. Tan, 앞의 책, 164-176.



안교성 | 교회사를 전공하였다. 『한국교회와 최근의 신학적 도전』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장로 회신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 3월호(통권 7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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