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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21년 1월호)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뤄지려면
  

본문

 

예수께서 말씀하신 달란트 비유(마 25:14-30)는 삶에 대한 명령이다. 주인은 종에게 주었던 달란트를 일단 돌려받는다. 달란트 환원의 원칙이다. 받은 것이 얼마인지, 얼마를 남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받은 달란트로 얼마나 적극적인 삶을 살았는지를 물으실 뿐이다. 받은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는 생명력 상실에 대한 문책은 가혹했다.
새해 벽두부터 마주할 교계의 모습이 참담하다. 새해의 시간은 교회 세습을 금지하던 울타리를 무너뜨리면서 시작된다. 대법원의 불법 건물이라는 판단, 관청의 원상복구 명령에도 교회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국교회는 공공도로를 불법 점용한 그 자리에서 ‘2021년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릴 작정이다.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러나 침묵하는 교회와 성도 역시 생명력을 포기한 무익한 종과 다를 수 없다!

교회의 초법적 세습에 침묵하는 성도

교회 세습을 막을 방법은 없어졌다. 공식적인 교회 세습은 1973년 도림교회(예장 통합)로부터 시작되었다.1 당시에는 교회 세습에 관대했지만 차츰 달라졌다. 그런데 역풍 속에서도 세습은 조금씩 규칙을 허물며 반세기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세습금지법이 명문화되었지만 초대형 교회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명성교회 세습 논란은 2013년 김하나 목사가 소속 노회에 부목사직을 사임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교회들의 세습을 위한 규칙 허물기가 시작된 정황은 넘친다. 예장 통합 제98회 총회에서는 세습금지법이 통과되었지만, 헌법위원회는 총회가 시행을 결의한 것은 위법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헌법 개정과 공포가 생략된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이었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노회 안에 법률상 명성교회가 주인인 새노래명성교회를 만들고 김하나 목사를 담임으로 세운 것도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김삼환 목사 은퇴 이후 2년 동안 담임목사를 청빙하지 못한 것도 의도적이라는 의심의 여지는 넉넉하다. 세습금지법에 나오는 “은퇴하는 목사”라는 자구를 들어 ‘이미 은퇴한’ 김삼환 목사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의심을 받을 만했다.
이후 예장 통합 교단 안에는 담임목사 은퇴 후에도 후임자 청빙이 미뤄지는 사례가 간혹 눈에 띄었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둘러싼 교단, 노회 내부의 이견과 갈등 과정은 심각하다. 예장 통합 총회 임원회는 지난 11월 12일 정치부가 보내온 ‘명성교회 수습안을 철회해달라.’는 헌의 보고를 받지 않고 다시 논의하라고 되돌려 보냈다. 이 헌의안은 지난가을에 열린 제105회 총회에서 정치부에서 다루도록 했지만, 정치부 실행위원회는 11월 3일에 ‘우리가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임원회로 넘겼다. 임원회가 헌의안 보고를 받지 않은 이유는 정치부의 보고 취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2 헌법을 잠재했던 것처럼 양심의 소리도 감춰졌다.

불법 건축물에서 드려질 부활절연합예배

‘불법 건물’과 ‘부활의 빛’이라는 어색한 조합도 한국교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2021년 4월 4일 오후 4시에 사랑의교회(예장 합동, 오정현 목사)에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했다.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준비위)는 지난 11월 23일 예장 합동 총회회관에서 열린 준비위 출범예배에서 장소와 시간을 이처럼 정하고, 설교는 신정호 목사(예장 통합 총회장)가 맡기로 했다.
대회장인 소강석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는 “부활절연합예배는 지난날과 같이 퍼포먼스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한국교회를 지키고 세우는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부활절연합예배가 모멘텀(momentum)이 되어 한국교회가 하나 되는 게 소망이다.”라고 설명했다. 출범예배 설교에서 그는 “과거 동로마제국의 영토가 좁아진 것처럼 오늘날 기독교 생태계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라며 “부활의 빛으로 한국교회가 다시 하나 되고 기독교 생태계를 살리는 위대한 예배를 하나님께 드리자.”라고 강조했다.3
소강석 목사는 11월 19일 예장 합동 총회 실행위원회에서도 “(한국교회의) 하나 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예배가 초토화됐다. (보수 교회의)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면 한국교회는 급습을 당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4 소 목사가 말하는 ‘기독교 생태계 확보’는 과거의 발언들과 맥락으로 볼 때 예배의 자유와 차별금지법 반대를 향한 정치력 확대에 방점이 찍힌다.
이런 상황에서 사랑의교회에서 열릴 2021년 부활절연합예배는 매우 도발적이다. 사랑의교회가 불법 건축물이라는 대법원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상회복 불가를 거듭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2월 서울 서초구청은 24개월 내에 도로 점용 부분을 원상복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는 도로 점용이 불법이라는 대법원의 최종판결에 따른 것으로,5 사랑의교회는 현재 1,077m2에 이르는 도로 지하 부분을 점용한 상태이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구청의 복구명령에 다시 행정소송으로 맞서며 시간끌기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사랑의교회는 원상회복 공사를 할 경우 건물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종전의 주장을 반복했다. 또한 자신들이 내고 있는 연간 약 4억 원의 도로점용료가 사라져 서초구청의 재정수입에 손해가 될 것이라는 상관없는 주장도 펼쳤다. 하지만 그동안의 법원 심리 과정에서 복구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과 그에 따른 소요비용(391억 원 추산)까지 제시된 바 있다. 서초구청은 복구를 명령한 시한(2022년 2월 말)까지 원상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에 대비해 변상금(도로점용료의 120%)과 이행강제금 부과를 준비 중이다.6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한국교회가 부활절연합예배 장소를 사랑의교회로 정한 것은 “사회법 위에 영적 제사법 있다.”라고 말한 오정현 목사의 발언7과 다르지 않다. 과연 이것을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교회와 성도의 부끄러운 자화상

교회 성도들과 연합기관의 부끄러운 모습은 또 있었다. 지난 2020년
10월 한 교회 성도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수진사 전각 한 동을 불태운 사건8과 이후 교계가 보인 모습이다.
대한불교조계종(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11월 2일 성명을 내고, 개신교계는 사찰 방화, 불상 훼손 등 폭력 행위를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불교계는 교계 지도자들과 목회자들에게 “신자들의 이 같은 반사회적 폭력 행위가 개신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공표해 신자들을 올바로 인도하라.”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신교계에서 행해지는) 공공기관에서의 성시화운동, 사찰 땅 밟기 등을 지적하면서 이것이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할 이유라고도 말했다.9
그러나 개신교계의 입장은 보수와 진보, 성도들 사이에 엇갈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종교간대화위원회는 즉시 입장문을 통해 사죄하며,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10 개신교 시민단체인 평화나무는 불태운 사찰 복원을 위한 모금을 11월 20일부터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별적으로 사과하는 개신교인들도 많았으며, 기독교에 대한 혐오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는 글도 올라왔다.11
그러나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잘못은 분명하지만 타 종단의 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에 개신교계 연합기구가 직접 대응하는 것은 격에 맞지 않다면서 공식적인 유감표명은 하지 않았다. 서울기독대학교에서는 지난 2017년 한 개신교인이 김천 개운사에서 불상과 집기를 훼손한 것과관련, 이를 복구하는 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는 모금운동을 벌인 교수를 파면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법원의 파면 무효 결정에도 해당 교수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12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용서해준 것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라고 드리는 기도가 몰염치하다!

착한 종의 조건은 ‘자기생성적’

교회 세습과 교회의 정치적 성향은 교인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2019년 한국교회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교회에 대한 부정적 글은 1순위가 기독교의 극단적 정치성향, 2순위가 교회 세습에 관한 내용이었다.13 실제로 명성교회 세습 논란과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목사 자격 시비가 일던 2017년에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소위 ‘가나안 성도’의 비율은 23%로 역대 최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명성교회 세습과 사랑의교회 내부 갈등을 이유로 교회를 떠난 성도가 몇 명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2018년 11월 세습 이후 7개월 만에 교인 4,323명(22%)이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명성교회 측은 객관적 통계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2017년 예장 통합의 교인 감소는 10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치였다.14 사랑의교회 또한 적지 않은 교인이 감소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한 교계 언론은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승하차량 데이터(일별·시간대별)를 분석한 결과, 오정현 목사 자격 시비가 일던 무렵의 4년간(2014-17), 일요일에 서초역에서 하차한 평균 승객 수는 2,500명 감소했다고 보도했다.15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더 큰 문제는 탈출도 하지 못하고 침묵하는 성도들이 절대다수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종교개혁기념일에 즈음해 몇몇 목회자들이 엘리티즘에 빠진 신학자들과 목회자들로부터 탈출하여 저항하라고 했던 선언을 주목한다.16

하나님은 나의 몸의 비전이며 이상태(二狀態)이다. 그것은 자기생성적이며 나의 몸의 과정에 끊임없이 참여하는 가치평가이며 새로움과 탈바꿈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며 창진이다.-도올 김용옥17

2021년을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교회와 성도가 먼저 답해야 할 물음이 있다.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라고 기도하면서 과연 우리는 양심의 소리(성령의 음성)도 함께 듣고 있느냐는 질문이다!


주(註)

1 배덕만, “한국 교회의 세습: 그 뒤틀린 역사”, 「신학과 선교」 제43집(2013): 71.
2 “예장 통합 임원회-정치부, ‘명성교회 수습안’ 핑퐁 게임”, 「뉴스앤조이」, 2020년 11월 12일.
3 “부활절연합예배 ‘교회 하나됨’ 계기 만든다”, 「기독신문」, 2020년 11월 23일.
4 “예장 합동, ‘한기총 포함 연합기구’ 통합 추진”, 「한국기독공보」, 2020년 11월 22일.
5 “3000억짜리 사랑의교회 ‘바벨탑’은 무너지는 걸까요?”, 「한겨레」, 2018년 1월
12일.
6 “사랑의교회, 공공도로점용 ‘원상회복 불가’ 고수”, 「뉴스앤조이」, 2020년 11월 20일.
7 “‘공공도로 점유’ 사랑의교회 목사 ‘사회법 위에 영적 제사법 있다’”, 「한겨레」, 2016년 6월 16일.
8 “‘신의 계시’ 남양주 사찰에 불낸 40대, 나흘 뒤 현장 찾았다 덜미”, 「중앙일보」, 2020년 10월 27일.
9 “사찰방화 사건 빈번… 차별금지법 필요”, 「불교신문」, 2020년 11월 3일.
10 “사찰 방화 사건에 개신교계, ‘불자들께 깊은 사죄’”, 「가톨릭프레스」, 2020년 11월 4일.
11 “사찰 방화 사건에 기독교인들 사과 이어져”, 「국민일보」, 2020년 11월 3일.
12 자세한 내용은 “종교 화해 앞장섰다가 파면 이어 재임용 거부당해”, 「한겨레」, 2020년 10월 31일 기사를 참조하라.
13 자세한 내용은 목회데이터연구소 웹사이트(www.mhdata.or.kr)에 실린 「넘버즈」 33호를 참조하라.
14 “교단 교인 10만 명 떠난 그해, 명성교회 세습도 완료”, 「노컷뉴스」, 2019년 8월
8일.
15 “지하철 통계로 본 사랑의교회 출석 인원”, 「뉴스앤조이」, 2018년 4월 17일.
16 자세한 내용은 「기독교사상」 744호(2020. 12.): 77-78을 참조하라.
17 김용옥, 『중용, 인간의 맛』(통나무, 2011), 91.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21년 2월호(통권 7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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