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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20년 12월호)

 

  ‘성장과 쇠퇴의 씨앗’이 된 한국교회의 엘리티즘(elitism)
  

본문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말하자면, 지금과 흡사하게, 그 시절 목청 큰 권위자들 역시 오직 극단적인 비교로만 당시의 사건들의 선악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1

한국교회가 그렇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는 어두움이지만 쇠퇴를 염려하던 한국교회를 희망의 봄으로 만들 기회이기도 했다. 팬데믹 초기부터 교회에 제시된 처방은 세상을 향한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었다. 세상보다 심해진 교회 재정 양극화도, 지독한 개교회주의도 일거에 해결하는 빛의 계절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목청 큰 지배세력은 개교회주의를 공고히 하면서 교회 세습을 당연시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런 가운데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내에서 일부 목회자들은 엘리티즘(elitism, 소수의 엘리트가 권력을 독점하는 것)에 빠진 교회들로부터 탈출하여 저항하라고 외쳤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회자를 중심으로 목사이중직연대도 결성되었다. 찰스 디킨스가 말하는 구체제(Ancien régime)에 대한 저항까지 한국교회에 재현될까 두렵다.

목청 큰 권위자 ‘초대형 교회’

코로나19는 초대형 교회 세습에는 호기였다. 7년여를 끌어온 명성교회(예장 통합) 세습이 사실상 완료 단계에 들어선 시점에 연세중앙교회(기독교대한침례회)도 2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세습을 지난 10월 25일 완료했다. 이날 후임 목사 청빙을 위임받은 실행위원회는 예배 후 윤석전 담임목사의 아들인 윤대곤 목사를 후임 목사로 결의하였음을 보고했다. 보고자는 “(윤석전) 담임목사 내외의 목회 정신을 윤대곤 목사가 직접 보고 체험하며 소유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교회의 가장 안정적인 제2의 부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다.”라는 말로 대형 교회의 안정을 위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사실 연세중앙교회는 지난 2018년 8월 12일에 2대 담임목사로 윤대곤 부목사를 이미 결의한 바 있으며, 소속 교단인 기독교대한침례회 내에는 세습 금지에 대한 규정도 없다. 다만 외부의 반대 여론 등을 감안해 적당한 시기를 가늠하고 있었을 뿐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교계 안팎의 지탄에도 대형 교회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다. 처음 교회를 세웠을 때는 ‘하나님의 것’이라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가족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개교회의 일이므로 외부의 간섭을 받을 이유가 없다.’라거나 ‘교회 안정을 위함이다.’라는 주장은 명성교회도 마찬가지이다. 명성교회가 소속된 예장 통합 서울동남노회는 지난 10월 27일에 정기회가 열렸지만, 세습의 불법성에 관한 문제는 수적 우위에 있는 친(親)명성 측이 노회를 사실상 장악하면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했다. 세습을 반대해온 노회장 김수원 목사는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유경종 목사(광주명성교회)가 낸 청원을 먼저 문제삼았다. 이는 104회 총회 수습안(2항)에 명성교회 임시당회장은 자신의 노회장 취임 후인 11월 3일경에 파송하도록 돼 있지만, 서둘러 친명성 인사로 파송된 것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고성이 오가는 논란 끝에 임시당회장 파송에 관한 논의의 주체를 정하는 표결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187 대 30이었다. 애초부터 세습 반대 측만으로는 중과부적이었다. 결국 김수원 목사는 “미진 안건은 각 부서가 논의해 임원회에 보고하기로 하자. 그게 법이다.”라고 제안했지만 그마저도 막혔다. 새로 임원이 된 친명성 인사는 “명성교회 임시당회장 청원 안건을 정치부가 다루겠다는 의사(관례상 직전 노회장이 맡는 정치부로 가서도 계속 막겠다.)로 느껴진다.”라고 공박했다. 또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준다. 그런데 누구는 혈육의 대물림이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하면 되겠나. 우리 노회가 28조 6항을 완전히 폐지해주길 바란다.”라는 말로 아예 세습금지법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2 이미 교단 내부에서는 교회 500여 곳이 명성 세습 여부를 자신들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는 말들이 나도는 등 세습을 금지하는 법이 무너지는 형국이다.3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30일 종교개혁기념일을 맞아 예장 통합의 몇몇 목회자들이 목청 큰 권위자의 잘못된 뜻에 저항을 선언해 주목을 받았다. 이날 류태선, 백경천, 오현선(여울교회), 홍인식 목사는 총회 회관 앞에서 “엘리티즘에 빠진 교단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을 따르지 말라! 그런 교회들로부터 탈출하여 저항하라!”라고 외쳤다. 이들은 교단 총회와 지도자들을 향해 △교회를 사적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무리와 갈라서서 하나님만을 섬기는 교회로 돌아설 것,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을 철회할 것, △성평등 대책을 마련하고 조속히 실행할 것, △신학도와 성도들이 엘리티즘에 빠진 교단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을 따르지 말고 그런 교회로부터 탈출하고 저항할 것, △예수의 복음을 율법적으로 조작하지 말 것 등을 요구하며 지속적인 저항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된 이중직 목회

코로나19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회에 특히 치명적이었다. 전체 교회의 절반이 넘는 소형 교회는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9월 예장 통합이 목회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한 조사에서 연구팀은 “지금까지 성장해온 방식의 재설정, 즉 현재의 비대면, 디지털 전환이라는 급속한 시대 변화를 수용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혁신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결론지었다. 그 근거로 교인 수 50명 이하인 교회가 50.3%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교회 구조를 들었다. 조사에서 교인 100명을 넘지 못하는 교회가 66.8%로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교인 1만 명 이상의 초대형 교회는 21개 교회에 불과하지만, 교인 수는 전체의 21%를 차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기독교인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대형 교회 교인은 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예장 통합 교인 감소는 2010년 285만 명에서 2019년에는 약 250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대략 10년 동안 12.1%인 35만여 명이 줄어든 것이다. 지독한 교회의 양극화 현상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흐름이다.4
교회 헌금 감소와 재정 상황에서도 심각성은 확인된다. 예장 통합 총회가 지난 5월 말 소속 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8.8%는 헌금이 ‘줄었다’고 답했다. ‘변화가 없다’는 교회는 30.1%, ‘늘었다’는 교회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금의 감소율 평균은 28.7%였다. 감소한 재정에 대한 교회의 대응으로는 교회 행사비와 운영비 축소가 60.2%, 인건비 축소(목사와 직원 급여, 목회활동비)가 20.9%로 조사되었다.5 여기에서 인건비 축소를 위한 가장 흔한 선택이 부교역자 해임이다. 이는 부교역자들의 노동조합 설립 추진, 목회자들의 이중직 허용 요구의 당위성이기도 하다.
뉴노멀(new normal)에 대비한 새로운 목회를 주장하는 목회자들은 지난 11월 8일 이중직목회자연대(이중직연대)를 결성했다. 이중직연대 정회원은 당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가맹 교단에 소속된 목회자를 대상으로 하였으나,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등 교회협에 가입하지 않은 교단에 속한 일부 목회자들의 요청으로 가입 대상을 한국교회연합 회원 교단도 포함시켰다. 이중직연대를 주도한 안준호 목사(기감, 참포도나무교회)는 대형 교회가 운영하는 카페나 음식점, 게스트하우스는 선교적 의미를 인정하면서 작은 교회만 못하도록 막는 것은 불공정이라고 지적한다. 또 겸임교수직이나 교회가 운영하는 유아원 등은 허용하면서 노동을 금하는 것도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이중직연대 결성을 함께한 최준식 목사(기감, 불기둥교회)도 현재 초교파적으로 FX(Fresh Expressions,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6 같은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상조회사에 나가 일하며 목회를 병행하고 있다.

이중직 목회자는 ‘불성실한 교역자’일까

대부분의 교단에서는 목사 이중직을 불허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불허 입장은 매우 강경하다. 감리회는 이중직 목회자를 ‘불성실한 교역자’로 규정하고 있다. 범과로 지목하자는 분위기이다. 지난해 입법의회에는 이중직 목회자를 범과로 다루자는 <교리와 장정>(장로교단의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당시 정해진 회의 시간에 쫓겨 다루지 못했을 뿐이다. 감리회는 현재 2016년 입법의회에서 1년 결산 3,500만 원 이하인 교회 목회자는 감독의 허가를 받아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도 도시/농촌 간의 형평성과 2년마다 바뀌는 연회 감독이 불허하면 최소 2년은 하지 말라는 뜻이 되는 등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요 장로교단들 역시 이중직은 생계형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은 105회기 총회에서 2년 전(103회기 총회)에 내린 이중직을 금지한다는 기존 결의를 재확인하고 “생계, 자비량 목회 등의 사유로 소속 노회 특별한 허락을 받은 자”는 예외로 두는 규칙 개정안만 통과시켰다. 예장 통합도 2015년(100회기 총회)에 정한 “목사 이중직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므로 노회와 총회가 단순히 정죄해서는 안 된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도 같은 입장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의 불허 원칙은 구체적이다. 예장 고신은 70회 총회에서 “목사의 이중직은 목사직의 의미와 목사와 교인의 언약 관계, 그리고 복음 전파의 최대화를 위해 원칙적으로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했다. 관련 연구를 맡았던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는 다만 단기적 생계형 이중직은 예외로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목회자는) 임직할 때 “어떤 핍박이나 반대를 당할지라도 인내하고 충심으로 복음의 진리를 보호하며 교회의 성결과 화평을 힘써 도모하여 근실히 사역하기로” 서약한 이상, 교인들을 잘 심방하고 그들에게 헌신하는 게 우선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현재 이중직을 수행하는 목회자들도 가능하면 빨리 교회의 자립과 생계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불가능하다면 목사가 섬기는 그 교회가 과연 주님이 주신 독립적 교회인지 재고해야 하며, 목사가 직업을 바꾸는 것도 신중하게 생각해볼 일이라는 완고한 입장이다.

엘리티즘에 저항하라

『채근담』(菜根譚)에는 “뜻대로 되었을 때는 실의의 슬픔도 생긴다.”(得意時便生失意之悲)라는 교훈이 담겨 있다. 성공에는 쇠퇴의 씨앗도 품고 있음을 기억하라는 가르침이다. 한국교회도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했지만 쇠퇴의 씨앗도 발아되었다. 교회의 공동체 정신이 무뎌지고 세상보다 심해진 교회 재정의 양극화가 그 증거이다. 개교회주의와 로마교회의 교회중심주의, 사제주의의 잘못된 결합을 말하지 않더라도, “엘리티즘에 저항하라”라는 외침은 한국교회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찰스 디킨스가 말한 그 시대에도 상업자본과 일부 산업자본에 바탕을 둔 부르주아지들이 등장하지만, 귀족들과 성직자들은 정치적 지배권을 놓지 않으려 했다. 그 결과 민중의 저항을 불렀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적폐 청산에 100년이 넘게 걸렸다.
한국교회와 교계 지배층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의 저항 선언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목회자 이중직, 부교역자 인권 문제도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초대교회를 기억하게 만든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교회가 변형된 개교회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날 기회일지도 모른다.



주(註)

1 찰스 디킨스, 이은정 옮김, 『두 도시 이야기』(펭귄클래식코리아, 2012), 15.
2 “수적 우위 앞세운 친명성 인사들 노회 ‘장악’… ‘하나님은 누구에게나 기회 줘, 세습금지법 폐지해야’”, 「뉴스앤조이」, 2020년 10월 27일 참조.
3 자세한 내용은 「기독교사상」 743호(2020년 11월호): 102를 참조하라.
4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교세 통계 분석”, 「넘버즈」 67호(2020. 10. 16.). 자세한 내용은 목회데이터연구소 웹사이트(http://mhdata.or.kr)를 참조하라.
5 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 조사기간: 2020년 5월 28일–6월 1일, 조사대상: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 담임목사 1,135명.
6 자세한 내용은 “FX는 전통교회가 커버 못하는 사람들 찾아가는 공동체 운동”, 「국민일보」, 2019년 7월 23일 기사를 참조하라.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20년 12월호(통권 7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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