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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교회와현장 > [아시아 기독교] 아시아 신학 순례 07
교회와현장 (2020년 10월호)

 

  남아시아 신학 - 파키스탄 및 스리랑카 신학
  

본문

 

남아시아 신학의 전개
남아시아에 속한 대다수의 국가는 힌두교(네팔, 인도), 이슬람교(몰디브,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불교(부탄, 스리랑카) 등 종교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특징이 있다. 각국의 주류 종교는 헌법상 국교이거나, 국교가 아니라도 사실상 국교에 해당하는 위상을 누리거나 그것을 추구한다. 이러한 종교적 영향력은 종교·정치에 다양하게 나타나서 다종교 사회 내에서 종교적 갈등이나 종교근본주의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구나 다종교·다인종 사회에서 종교와 인종이 짝을 이루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인도의 경우,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갈등은 독립 이전부터 중요 변수였다.1 그 결과 1947년 독립 당시 인도와 파키스탄은 분리 독립하는 형태를 취했으며, 이후 파키스탄은 인종 문제로 인해 동서로 나뉘어 1970년대 초에 동파키스탄 지역은 방글라데시로 분리되었다. 스리랑카의 경우, 불교를 믿는 싱할라인과 힌두교를 믿는 타밀인 간의 갈등은 내전으로 이어졌다.
남아시아의 역사적 경험으로 말미암아 남아시아의 그리스도교는 소수 종교, 비주류 종교의 위치에 머물렀으며, 심지어 반민족적 종교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도교의 위상 확보, 종교 간 대화, 종교근본주의로 인한 사회 갈등 등이 신학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슬람교 배경을 지닌 신학과 불교 배경을 지닌 신학을 파키스탄과 스리랑카를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슬람교 배경을 지닌 신학
파키스탄은 이슬람교를 국교로 내세우는 국가이다. 파키스탄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아시아 그리스도교의 오랜 역사, 특히 이슬람권 그리스도교 역사로 이어진다. 아시아 그리스도교는 서구와 같이 활발하게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계속되는 고난과 소외 가운데서도 명맥을 이어갔다. 특히 로마제국이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이래, 아시아 그리스도교는 페르시아 왕조 아래에서 졸지에 적국의 신앙을 신봉하는 꼴이 되어 정치적 박해와 탄압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페르시아 왕조에 이어 이슬람교가 부상하면서 이슬람 세력이 중동 지역의 새로운 패권자로 군림했는데, 그리스도교의 처지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파키스탄은 과거 몽골제국의 이슬람화 과정 중 탄생한 인도 무굴제국–몽골제국과 무굴제국의 구체적 관계는 역사학적 논란의 소지가 있다–의 영토에 속한 지역으로, 오늘날 파키스탄 그리스도교는 이전의 이슬람권 그리스도교의 형편을 재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한국교회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찍부터 선교가 이뤄졌다. 감리교에서는 전재옥 선교사 등 이화여자대학교 출신 여성선교팀이 파키스탄 여성 사역을 시작했고, 장로교에서는 정성균 선교사가 방글라데시에서 파키스탄으로 사역지를 옮기면서 오늘날 방파선교회가 설립되는 계기가 되었다.2 20세기 후반 냉전 패러다임이 물러가고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식 문명 충돌 패러다임이 들어서면서,3 이슬람권이 새로운 적대 세력의 대명사가 되고 ‘이슬람 포비아’(Islam phobia, 이슬람 공포증)까지 등장했다.4 한국은 여러 가지 담론이 극단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슬람 포비아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이슬람교에 대해서도 파괴적인 담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건설적인 담론이 시급한데, 최근 이 분야의 서적이 속속 출간되고 있어 다행이다.5
이런 맥락에서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의 관계 측면에서 중요한 파키스탄 신학, 특히 나지르-알리(Michael Nazir-Ali)의 신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49년에 태어난 그는 파키스탄교회(Church of Pakistan) 출신 성직자요 신학자이다. 파키스탄교회는 성공회를 중심으로 설립된 연합 교단이라서, 그는 파키스탄교회와 영국성공회에서 사역했다. 그는 파키스탄교회 사제, 파키스탄의 라이윈드(Raiwind) 주교를 거쳐, 영국성공회 교회선교회(Church Missionary Society, 1995년 Church Mission Society로 개칭) 총무, 영국의 로체스터(Rochester) 주교로 사역했다. 영국성공회 교회선교회는 영국성공회 내 저교회(복음주의)에 속한 선교회로, 그의 신학 역시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 그는 이슬람 가정 출신 그리스도교인으로서, 이슬람교와 그리스도교 모두에 정통했고, 이런 바탕 위에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종교대화 신학을 구성했는데, 이것이 한국에 알려지지 않고 번역서도 없는 것이 아쉽다.
나지르-알리는 그리스도교 관점에서 이슬람교를 본 Islam: A Christian Perspective(이슬람: 그리스도교 관점)을 저술했다. 그는 이 책에서 마호메트(Muhammad, 일반 발음은 ‘무하마드’이지만 이슬람교 창시자는 ‘마호메트’로 표기) 당시인 615년 일단의 이슬람교도들이 다른 아랍인들의 박해를 피해 에티오피아[Ethiopia, 당시 악숨 왕국(Kingdom of Aksum)]에 망명했을 때 환대받은 사건 등 종교대화 및 협력 가능성을 보이는 사례들을 소개했다.6
나지르-알리는 Frontiers in Muslim-Christian Encounter(무슬림-그리스도인 간 만남의 전선)에서 본격적으로 양자의 관계를 조명한다. 이 책에서는 네 가지 영역, 즉 신학, 선교, 종교대화, 그리스도교와 사회를 다루는데, 그중에서도 양자 관계에 대한 적대적, 우호적 태도들을 역사적으로 개관하고 양자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교리사적으로 검토하는 신학 분야는 이 책의 중요한 기여 중 하나이다. 동시에 그는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고난의 교리 및 성경의 고유성을 강조하는 보수적 태도를 드러낸다.(이런 관점은 그의 선교관에도 나타나는데, 아래에서 재론하겠다.) 그는 종교대화 가능성의 한 사례로 이크발(Allama Sir Muhammad Iqbal)을 소개한다. 이크발은 인도 이슬람교도를 위한 독립 국가 설립을 주창한 정통 이슬람교 전문가였지만, 타 종교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지녔다. 이크발은 “신념의 공식 체계보다 사랑”을 우선시했는데, 이런 태도가 종교대화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선교 분야에서는 두 가지 문제를 다룬다. 첫째, 구원사(Sal-vation History)에 대한 이해이다. 아시아 신학 중 일부는 구원사에서 관찰되는 이스라엘 역사(구약 역사)에 대한 강조가 ‘종족화’(tribalize), 즉 하나님을 특정 종족의 신으로 만든다고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종교) 역사가 이스라엘 역사와 대등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그는 이에 대해서 구원사의 목적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통해서만 사역하신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이스라엘 역사를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사역하시는 모범으로 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그리스도의 역할에 대한 이해이다. 그는 보충론(fulfillment theory)적 입장에서 그리스도가 타 종교의 ‘완성자’(Fulfiller)이고, 나아가 ‘심판자’(Judge)라고 주장한다.
또한 나지르-알리는 이 책의 종교대화 분야에서 그리스도교가 다종교 사회에서 처할 수 있는 세 가지 상황(그리스도교가 다수 종교인 경우, 여러 종교가 균형을 이루는 경우, 그리스도교가 소수 종교인 경우)을 소개하면서 종교대화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다섯 가지 질문을 제기한다. 첫째, 그리스도교의 포괄주의(inclusivism)는 타 종교의 특수성을 제대로 다루는가? 둘째, 그리스도교가 진리를 독점하는가? 셋째, 그리스도와 사도들이 타 종교를 만난 사례가 종교대화에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런 주장은 면밀하게 검토되었는가? 넷째, 타 종교를 하나님의 구원 계획에 포함하려는 과정에서 구원사의 개념이 약화되지는 않는가? 다섯째, 성경적 구원사가 인간의 곤경과 신적 주도권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서 표준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우주적’ 혹은 몰역사적 그리스도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가?
마지막으로 이 책의 사회 분야에서 그는 이슬람권 그리스도교의 역할을 제시한다. 그는 파키스탄 그리스도교 상황에 대해 ‘밀라트’(millat, 통상 millet로 표기하고 dhimmitude로 부르기도 하는데, 사회 내 소수 집단에게 제한적인 종교 자유를 유지하는 제도를 말한다.)를 상기시키면서 교회가 특정 사회에 존재하는 한 해당 사회의 통치에 순종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적-민주적’(theo-democratic) 원리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밝히는 대사회적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7 이런 예언자적 입장으로 인해, 그는 파키스탄 통치자 지아 장군(General Zia) 정권하에서 난민으로 영국에 이주했다. 그의 입장은 2017년 영국 런던정경대학교(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LSE)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재확인할 수 있다. 그는 파키스탄 독립 과정에서 해당 지역의 그리스도인들도 파키스탄 독립을 지지한 일을 상기시키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지역에서 그리스도인들이나 이슬람교도들이나 모두 억압받는 소수 집단이었기 때문에, 서로의 처지를 이해해주리라고 생각해서 동조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파키스탄이 독립하자 그런 기대는 무너졌다. 그는 위에서 언급한 이크발을 거론하면서, 독립 이전에 시야가 넓었고 종교대화도 가능했는데, 이런 전통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그리스도교가 파키스탄에서 형법, 여성, 종교 갈등, 언론 및 표현의 자유 등에 기여할 바가 많다.8
그 밖에 파키스탄 신학에서 중요한 문제 중 두 가지를 든다면, 하나는 에큐메니컬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의 자유이다. 파키스탄 그리스도교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전통이 강하다. 대표적인 교회가 파키스탄교회이며 그 밖에 장로교연합교회도 있다. 파키스탄 그리스도교는 소수 종교로서 자체 유지에 있어서 에큐메니컬 운동의 역할이 중요하기에 서구 선교사들의 교회 분열 활동에 매우 민감한데, 최근에는 한국 선교사들도 거론되고 있다.9 또한 파키스탄은 1975년 학교가 국교화되는 등 종교의 자유가 심각한 문제이다. 카밀이 지적하듯 “파키스탄은 종교의 자유라는 이데올로기에 기초해서 설립된 유일한 근대국가”인데, 막상 타 종교의 자유는 제한하고 있다.10

불교 배경을 지닌 신학
스리랑카는 남아시아의 거대 국가들에 비해 국가나 그리스도교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저명한 신학자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들은 인도에서 신학교육을 받기도 했는데, 이런 사실은 남아시아 내에서 인도 그리스도교가 차지하는 비중과 인도와 주변 국가의 그리스도교 교류를 보여준다. 스리랑카 신학 가운데 종교대화 신학, 탈식민주의 성서학,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Justice, Peace, and the Integrity of Creation) 신학에 대해서 살펴보자.

1) 종교대화 신학
스리랑카 신학은 여타 남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다종교·다인종 사회이고, 종교의 비중도 크다. 불교를 주된 종교로 하는 스리랑카의 종교대화 신학은 그리스도교-불교 관계를 다룬다. 이런 신학은 종교 혹은 문화가 주요 주제이지만, 정치를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스리랑카 신학자 중 널리 알려진 사람은 피어리스(Aloysius Pieris)이다. 그는 그리스도교-불교 종교대화 신학을 본격화했고, 관련 연구 기관도 설립했다. 그는 불교학, 인도학, 신학 등을 섭렵하면서 여러 학위를 받고 해외 유수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마지막에는 스리랑카로 돌아와 수도원 겸 연구소를 운영했다. 그의 다양한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그리스도교와 불교 모두에 정통해 종교대화 신학의 깊이를 더했을 뿐 아니라 영성을 추구했다.11
피어리스는 『아시아의 해방신학』(An Asian Theology of Liberation)에서 아시아 신학의 두 가지 주제를 언급했다. 하나는 그리스도론이다. 그는 주도적인 그리스도론으로 “타 종교와 대당되는[즉 대립되는] 그리스도 신학”(Christ-against-religions-theology)과 “타 종교의 그리스도 신학”(Christ-of-religions-theology)을 소개했다. 그가 말하기를, 전자는 “식민적 그리스도”에 관한 것으로 서구적인 영감에서 나왔고, 후자는 “비식민적 그리스도”를 찾는 노력으로 “인도 그리스도 신학”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했다.12
다른 하나는 아시아적 맥락이다. 피어리스는 종교대화 신학이 종교나 문화만이 아니라 사회 현실, 특히 아시아의 사회 현실인 가난과 다종교성을 다루도록 함으로써 종교대화 신학의 폭을 넓혔다. 그는 남미의 해방신학이 실행(ortho-praxis)에 머무는 것을 비판하면서 실행에 영성을 결합하고자 했고, 이런 과정에서 가난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가난해지려는 투쟁”을 넘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투쟁”으로 나아갈 것을 주장했다. 즉 그리스도교가 과거에 가난한 삶을 미덕으로 여기고 이를 실천하는 개인적 측면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동참하고 그런 삶을 변혁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회적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 영성이 가난해지려는 투쟁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한편 그는 영성에 실행을 결합하고자 했다. 그는 동방의 영성이 그리스도교에 도입되면서 자칫 “몰정치적 도피”(a-political escape)의 구실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인간이 이미 정치 상황 가운데 놓였고, 따라서 모든 교회는 “정치적 교회”이며, “중립적 교회라는 것은 용어상으로 모순을 띤다.”라고 하면서 예언적 기능을 강조했다.13
종교대화 신학을 더욱 활성화시킨 학자는 아리아라자(S. Wesley Ariarajah)이다. 오랫동안 세계교회협의회(WCC) 대화 프로그램 책임자로 일하는 등 종교대화 신학에 몰두한 그는 다수의 관련 연구서를 냈고, 일부는 한글로 번역되었다.14 그의 입장을 요긴하게 소개한 책 중 하나인 Your God, My God, Our God(너의 신, 나의 신, 우리의 신)의 서론부라 할 수 있는 “장구한 탐구: 개인적 여정”에서는 종교대화 신학의 발전 과정과 이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소개했다. 여기서 그는 기존 종교신학의 세 가지 유형–배타주의(exclusivism, 타 종교의 진리를 부정하는 입장), 포괄주의(inclusivism, 특정 종교의 진리를 주장하면서도 타 종교에도 진리가 있을 수 있음을 긍정하는 입장), 다원주의(pluralism, 특정 종교가 진리를 독점할 수 없고, 타 종교의 진리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의 한계로 양극화된 접근 방식, 그리스도교 교리에 대한 편파적 논의, 종교신학의 게토화 등을 지적한다. 그는 그리스도교 종교신학은 그리스도교의 관점에서 다른 종교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종교의 관점에서 그리스도교를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초대교회가 이방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예루살렘 공의회를 통해 과격한 변화를 시도했듯이, 오늘날 ‘제2의 예루살렘’ 공의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아리아라자는 “만국의 하나님”(God of the nations)이라는 개념을 강조한다.15 만일 하나님이 한 분이라면, 그분은 이스라엘만이 아니라 만국과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스라엘 종교가 모든 진리를 독점할 수 없고 만국의 종교와 더불어 공동 진리를 구성하는 일원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그리스도교가 다른 종교를 판단하거나 그리스도교로 수렴시키려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본다. 그는 종교대화 신학자 중에서 비교적 한국에 잘 알려진 학자로,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창립 60주년 기념 아시아선교대회 주제강연 원고가 번역·소개된 바 있다. 그 강연에서 아리아라자는 선교의 탈식민화, 토착화, 타 종교의 선교적 대상화, 주류 공동체가 되려는 유혹 등의 주제를 강조하면서 상생의 선교 모델을 제시했으며, 특히 아시아 종교 간 관계의 특징으로 다원성, 타 종교를 완벽하게 대체하려 하지 않기, 자매 종교로 용인, 메시지 공유 등을 제시했다.16 결론적으로, 다원주의에 가까운 그의 입장은 완화된 배타주의에 가까운 나지르-알리나 포괄주의에 가까운 피어리스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2) 탈식민주의 성서학
탈식민주의 연구는 20세기 후반부터 유행했는데, 탈식민주의 성서학은 1990년대 수기르타라자(Rasiah S. Sugirtharajah)와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의하면 탈식민주의 비평은 두 가지 해석적·비평적 과제를 안고 있는데, 하나는 “정신의 탈식민화”이고, 다른 하나는 “식민주의 시대의… 자료를 다시 찾아내고 재해석해 내는 일”이다.17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이런 관점에서 시도하는 성서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91년에 출간된 Voices from the Margin(주변부 목소리들)로 학자적 명성을 얻었다. 그리고 최근에 우리말로 번역된 『탈식민주의 성서비평』(Exploring Postcolonial Biblical Criticism)은 탈식민주의와 성서학의 관계를 여러 장에 걸쳐 다각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책에 삽입된 랠프 브로드벤트의 “탈식민주의 성서 연구”는 관련 연구의 발달 단계를 잘 요약한다.
수기르타라자는 탈식민주의 관점을 통해 성서비평에 여러 가지 통찰력을 제공한다. 첫째,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식민주의의 잠재력과 한계를 지적했다. 이를 통해 아시아인들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회복할 수 있다. 둘째, 이 비평은 간문헌(inter-textuality) 연구, 곧 여러 문헌을 비교하는 연구 방법을 도입했는데, 비교 문헌에 타 종교 경전까지 수용해 연구 범위를 넓혔다. 가령 선교에서 그리스도교의 선교(마 28:16-20)와 불교의 선교(마하바가 1:10-11:1)를 비교하여 선교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식이다.18 이를 통해 성서비평과 종교대화 신학이 연결된다. 셋째, 이 비평은 기존 성서연구에서 주목받지 못한 제국 연구를 활성화했다. 이를 통해 성서비평과 선교 식민주의 연구가 연결된다.19
종합적으로 말해서 수기르타라자의 탈식민주의 성서비평은 아시아 신학이 서구 수입 신학에서 상황화 신학으로 나아가는 과정 가운데 최근의 한 흐름을 이루고, 새로운 시각과 가능성을 성서학에 제공한다.

3)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 신학
스리랑카 신학이 기여한 또 다른 분야는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이하 JPIC) 신학이다.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이 신학은 다양한 에큐메니컬 신학 주제를 수렴한 일종의 포괄적 신학(umbrella theology)이다. 나일스(D. Preman Niles)는 『도전받는 하나님의 창조』(Resisting the Threats to Life)에서 자신의 JPIC 운동 참여 과정과 JPIC 운동의 발전 단계를 설명한다. JPIC 운동은 다양한 흐름이 수렴되어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했다. 먼저 1976년 WCC 중앙위원회는 “정의롭고 참여적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노력”(the Struggle for a Just, Participatory and Sustainable Society)을 제기했다. 이어서 1982년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오타와 총회에서는 JPIC 개념을 제창했고, 1983년 WCC 밴쿠버 총회에서는 JPIC의 전 교회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또한 1989년 WARC 서울 총회는 JPIC를 주제로 다뤘고, 1990년 WCC는 서울 JPIC 대회를 통해 JPIC 운동을 본격 출범시켰다. 특히 서울 JPIC 모임을 특정 회원이 참석하는 협의회(council 혹은 conference)가 아니라 누구나 참석할 수 있는 대회(convocation)로 명명한 이유는 “교회들의 모든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바로 이때에 정의와 평화와 창조질서 보전의 분야에서 야기되는 위험들에 교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었다.20
JPIC는 결국 정의, 평화, 생명이라는 주제로 수렴되는데, 2013년 WCC 부산 총회에서도 같은 맥락에서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인도하소서”라는 주제를 채택했다. JPIC는 아시아적, 특히 한국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남아시아 신학의 전망
남아시아 신학은 아시아 신학의 중요 부분을 차지했고, 세계화에 기여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아시아 그리스도교의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남아시아 신학은 아시아의 일반적인 상황, 즉 가난과 다종교성, 소수 종교로서의 위상(예외적 경우가 있지만) 등의 현실을 주목하게 하고 신학적 씨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은 남아시아 그리스도교의 자기 이해 및 세계교회의 이해를 증진시킬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상황은 아시아 교회의 일반적인 상황과 다른 면이 있어, 자칫 아시아 교회에 대해 오해하거나 이해가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아시아 교회와 연대하려면 이런 상황을 먼저 인식하는 것이 절실하고도 불가결하다.


1 조길태, 『인도독립운동사』(민음사, 2017).
2 전재옥, 『파키스탄, 나의 사랑: 한 여성 선교사의 이슬람 현장 기록』(예영커뮤니케이션, 2003); 이문균・장영일, 『사랑의 빚을 갚으련다: 정성균 선교사의 삶과 선교활동』(한국장로교출판사, 2002).
3 새뮤얼 헌팅턴, 이희재 옮김, 『문명의 충돌』(김영사, 1997; 2016).
4 이슬람 국가, 민족, 종교, 문화 등 이슬람교와 이슬람교도(무슬림)에 대한 극도의, 그러면서도 막연한 공포나 증오, 거부감을 가리키는 말로, 최근에는 종교적 인종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5 시드니 H. 그리피스, 서원모 옮김, 『이슬람 세계 속 기독교: 초기 아랍 그리스도교 변증가들의 역사 이야기』(새물결플러스, 2019); 리처드 플레처, 박흥식·구자섭 옮김, 『십자가와 초승달, 천년의 공존: 그리스도교와 이슬람의 극적인 초기 교류사』(21세기북스, 2020).
6 Michael Nazir-Ali, Islam: A Christian Perspective(Philadelphia: The Westminster Press, 1983), 12.
7 Michael Nazir-Ali, Frontiers in Muslim-Christian Encounter(Oxford: Regnum Books, 1987), 53, 68, 113-123, 142.
8 “What we need to acknowledge from people like Iqbal is that you can have debate within a context of familiarity and friendship”, https://bit.ly/2QvOYTV(접속일, 2020. 8. 13.)
9 Maqsood Kamil, “Churches and Ecumenical Relations-Pakistan”, in Asian Handbook for Theological Education and Ecumenism, edited by Hope Antone et al.(Oxford: Regnum, 2013), 588.
10 Maqsood Kamil, “Faith and Freedom in the Land of the Pure”, in Freedom of Belief & Christian Mission, edited by Hans Aage Gravaas et al.(Oxford: Regnum, 2015), 356.
11 아시아의 그리스도교-불교 대화 신학은 다음 책을 볼 것. Kenneth Fleming, Asian Christian Theologians in Dialogue with Buddhism(New York; Wien: Peter Lang, 2002). 이 책의 저자는 코스케 코야마(Kosuke Koyama), 송천성(Choan-Seng Song), 피어리스를 비교한다.
12 알로이스 피어리스, 성염 옮김, 『아시아의 해방 신학』(분도출판사, 1988), 145-146. 피어리스의 영어 원고는 1986년 독일어 번역본(Theologie der Befreiung in Asien: Christentum im Kontext der Armut und der Religionen)으로 먼저 나왔고, 1988년 영어 단행본(An Asian Theology of Liberation)과 한글 번역본으로 나왔다.
13 알로이 피어리스, 위의 책, 36, 83, 73.
14 웨슬리 아리아라자, 김덕순 옮김, 『성서와 종교간의 대화』(감리교신학대학출판부, 1992); 도시 아라이·웨슬리 아리아라자 편저, 이명권 옮김, 『종교간의 대화와 영성』(열린서원, 2000).
15 S. Wesley Ariarajah, Your God, My God, Our God: Rethinking Christian Theology for Religious Plurality(Geneva: WCC Publications, 2012), 9-15, 21-32, 39.
16 웨슬리 아리아라자, 한강희 옮김, “상생의 여정: 아시아에서 진리와 빛을 향한 예언자적 증언”, 「기독교사상」 710호(2018. 2): 60-61.
17 R. S. 수기르타라자, 양권석·이해청 옮김, 『탈식민주의 성서비평』(분도출판사, 2019), 9-10.
18 George M. Soares-Prabhu, “Two Mission Commands: An Interpretation of Matthew 28.16-20 in the Light of a Buddhist Text”, in Voices from the Margin: Interpreting the Bible in the Third World, edited by R. S. Sugirtharajah(Revised and Expanded Third ed.; Maryknoll, NY: Orbis Books, 2006), 331-345.
19 수기르타라자, 앞의 책, 178, 181, 195.
20 프레만 나일스, 김종일 옮김, 『도전받는 하나님의 창조: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을 위한 계약』(대한기독교서회, 1990), 94.



안교성 | 교회사를 전공하였다. 『한국교회와 최근의 신학적 도전』 등의 저서가 있다. 현재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0년 10월호(통권 7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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