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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20년 10월호)

 

  교회가 사회를 공감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본문

 

고대 아테네 정치에는 ‘도편추방제’(陶片追放制, ostracism)라는 민주적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는 독재자[僭主, tyrant]의 출현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시민들은 해마다 국가에 해를 끼칠 만한 인물을 도편(陶片)에 명기해 추방 대상자를 결정했다. 그리고 지목된 인물은 10년 동안 아테네를 떠나 살아야 했다. 오늘날 정치제도에서 탄핵의 원조라고 할 만하다. 요즘 한국 교계는 플루타르코스(Ploutarchos)의 『영웅전』에도 소개된 이런 탄핵 제도가 없음을 아쉬워할지도 모르겠다. 전광훈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 대신복원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마땅한 처결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교계 원로들은 ‘그를 목사라고 부르지도 마라.’고 주문하지만,1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독교 이단(異端)이라고 규정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근본적인 해결책도 될 수 없다. 전광훈을 따르는 성도(聖徒)가 여전히 있다면 그는 여전히 그들의 목사(牧師)이다. 교계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종교 탄압이라고 말하는 한,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정통 교회와 전광훈 목사의 일탈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교회가 이단 세력과 차별성을 보이려면 사회 공감능력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교회를 영업장으로 취급하지 마라?
교회의 사회 공감능력 부재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엄중한 상황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기독교계 지도자 초청 간담회(8월 27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의 계기로 판단되는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등을 겨냥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라며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총연합회(한교총) 김태영 공동회장은 교계를 대표한 모두발언에서 교회가 언제까지 대면 예배를 중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종교시설을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반발했다.2
김태영 목사의 발언은 정부가 수도권 교회의 대면 예배 금지 명령을 내린 후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발표한 호소문(8월 19일)의 내용과 같다. 실제로 8월 23일 주일에 1,836개 교회가 방역 당국의 일시적인 대면 예배 중단 명령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서울 17곳, 부산 270곳, 인천 378곳, 경기 420곳, 충남 751곳) 충남 지역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김종준 총회장) 교단이 각 교회에 보낸 안내 문자 메시지에 “영상 시설이 없는 중소 교회는 20명 미만으로 예배할 수 있고, 예배 실황을 핸드폰으로 촬영하여 유튜브에 게시”라고 적어, 정부 명령 거부를 유도하는 지시라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3
이후에도 대면 예배에 대한 보수 단체들의 의지는 강경했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상임회장 김진호 감독)와 한국교회평신도지도자협회(대표회장 강무영 장로)는 성명(8월 26일, 기독교연합회관 앞)을 통해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하고 솔선해 코로나 퇴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예배는 삶의 목적인 만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4
그러나 이런 주장은 결코 교계 모두의 일치된 목소리가 아니다.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기독교장로회 육순종 총회장은 “국민 누구나,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반대할 자유가 보장되었지만 자유를 그렇게 쓰는 것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육순종 목사는 또 정부 방역을 정치적 프레임으로 엮어서 혼선을 일으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국의) 비대면 예배 권고를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국민 생명을 위해할 정도의 수준은 정부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이처럼 방역을 위한 일련의 조치가 ‘종교의 자유 침해’라는 교계 일각의 주장은 교회의 일치된 견해가 아니다.

성도들은 방역 지침을 종교의 자유 침해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과 「기독교사상」, 크리스챤아카데미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조사기관: 지앤컴리서치, 조사기간: 7월 21-29일, 조사대상 및 방법: 19세 이상 전국 개신교인 1,000명 온라인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도 정부의 방역 지침에 대한 개신교인의 신뢰와 협력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서 내놓은 2주간 소모임·식사 금지 조치 등 ‘종교 집회 자제’ 권고에 대해 57.2%가 종교의 자유 침해가 아니라고 응답했다.(매우 그렇지 않다 21.4%, 별로 그렇지 않다 35.8%) 종교의 자유 침해라고 생각하는 응답은 35.5%였다.(약간 그렇다 21.6%, 매우 그렇다 13.9%)
다만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정부의 권고 조치의 당위성에 대한 인정은 크게 엇갈렸다. 응답자 스스로를 ‘정치적 보수’라 생각하는 35.5%, ‘정치적 진보’라 생각하는 73%가 정부 조치의 당위성을 인정한다고 답했다. 또한 교회 내의 직분이 높을수록 정부의 권고 조치를 종교의 자유 침해로 여긴다는 응답률이 높았다.(중직자 49.9%, 임시직 39%, 직분이 없는 성도 29.9%) 코로나19 확산에 대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도) 상황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87.9%를 차지했으며, 73.2%가 감염 확산 방지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 조사가 코로나 감염 재확산이 시작된 광복절 이전인 7월에 실시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염 공포와 정부 방침에 관한 협력 의지는 더 높았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한편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진은 “대부분의 평범한 개신교인들은 그들의(정부 권고를 반대하는 교회와 단체) 행태를 납득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교회를 과하게 대표하는 일부 지도자들이 신자들의 상식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행태가 언론과 정치를 통해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교회의 언로와 실천이 주로 비민주적인 경로를 통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개신교인들의 정부 신뢰도 및 종교의 자유 탄압 인식도는 개인의 정치적 입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효성 없는 교회의 이단 정죄
한국기독교장로회는 8월 26일 성명을 내고 한국교회는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끊고 교계에서 추방할 것을 촉구했다.5 기독교 이단 연구로 알려진 진용식 목사(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대표회장, 예장 합동 안산상록교회)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광훈의 이단성은 이미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하다.”라고 말하면서 예장 합동에서는 ‘이단성이 있다’로 논의를 마쳤다고 전했다. 진 목사는 ‘(전광훈 목사의 발언 중에) 계시를 봤다’거나 ‘성령의 본체’라는 말은 이단적이라고 지적했다.6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측에서도 전광훈 목사를 이단 옹호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있으면서 주요 교단들이 이단성이 있다고 결의한 인사를 적극 옹호한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처럼 전광훈 목사의 일탈에 대해 교계는 진보와 보수 구분 없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 규정 움직임이 결의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이단대책위원장 이수부 목사는 “(전 목사 문제는) 정치와 교리 신학은 별개여서 신학적으로, 교리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더 논의가 필요해 (105회기) 총회에서는 일단 결의를 유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보한다고 해서 전 목사의 발언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여지를 남겼다. 예장 고신의 한 관계자도 보수 단체 등으로부터 (반발) 전화가 걸려오고 있다는 말로 극우 인사들의 전 목사 감싸기가 적지 않음을 비쳤다. 전광훈 목사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주장하는 “(교단들의 움직임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도와주는 것”, “문재인 대통령과 주사파들이 가려는 목적지는 대한민국을 사회주의 나라로 만들려는 것” 등의 발언과 극우 정치 세력이 무관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염려되는 부분은 또 있다. 이단성을 의심받는 집단들이 자금력으로 몸집을 키우고, 언론을 장악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전광훈 목사 측은 유력 일간 신문에 억대의 비용이 필요한 전면 광고를 통해 “사랑제일교회 및 전광훈 목사 대국민 입장문”을 게재했다. 얼마 전에는 기장이 소유한 아카데미하우스를 웃돈을 주고 사겠다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또 유튜브 채널 “너 알아 TV”를 자기주장과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이단으로 규정된 신천지가 주요 신문을 통해 정기적으로 홍보하고, 교계 언론을 만들어 방패로 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처럼 이단성을 의심받는 교단이나 단체가 ‘기독교○○’, ‘복음○○’, ‘크리스천○○’ 등 기독교 정통으로 인식될 만한 이름으로 운영하는 방패용 이단 언론은 여럿이다. 때문에 교단들은 이들을 명시하고 교류 금지를 명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공감능력 회복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지난 8월 대면 예배 중지 명령에 일부 교회가 불복하던 날, 성도들 사이에서 수없이 공유된 한 설교가 있었다.7 설교자는 “고난 당할 때 해야 할 숙제”(약 1:2-5)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청소년들이 ‘예수 믿는 게 창피하다.’며 교회를 떠난다고 한다. 사람들마다 교회를 조롱하고 비방하는 것을 아이들이 못 견뎌 한다더라.”라는 교역자들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전광훈을 ‘목사라고 부르지도 말아 달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공허하다. 그는 이단으로 규정된다 해도 여전히 한국 개신교의 목사이다. 따르는 성도들도 적지 않다. 더구나 전광훈 목사에게 옹호의 책임을 물으려는 이단성 단체나 인사들은 이미 한기총뿐 아니라 한교연에도 가입되어 있다. 전광훈 목사에 대한 이단 정죄만으로 교계에 대한 사회적 혐오 분위기가 사라질 리 없다.
한국교회가 직면한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처럼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의 신념으로 비치면서 세상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교회 연합기구와 교계 지도자들의 공감능력 회복을 촉구한다.


1 “전광훈을 더 이상 목사로 호칭하지 말라”, 「CBS노컷뉴스」, 2020년 8월 24일 참조.
2 “文 대통령 ‘방역은 신앙 아닌 과학’… 개신교계 文 면전서 ‘반발’”, 「프레시안」, 2020년 8월 27일 참조.
3 “서울·인천·경기·부산·충남, 대다수 ‘비대면 예배’ 방침 따랐지만… 교회 1,836개 현장 예배 강행”, 「뉴스앤조이」, 2020년 8월 25일 참조.
4 “예배는 목숨과 같다… 한국교회 각성 촉구”, 「국민일보」, 2020년 8월 26일 참조.
5 “기장 ‘한국교회, 즉각 전광훈 목사 추방해야’”, 「뉴시스」, 2020년 8월 26일.
6 “전광훈 이단성 확실, 9월 결정…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기독교”, 「오마이뉴스」, 2020년 8월 25일.
7 이찬수 목사(예장 합동 분당우리교회) 2020년 8월 23일 설교(유튜브 참조).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20년 10월호(통권 7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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