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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20년 7월호)

 

  교회는 세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산다
  

본문

 

우리나라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민의 권익 보장을 말하는 이 조항은 동시에 타인을 향한 권익 침해를 차단하는 조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교계 일각에서는 정부를 겁박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로 선거 무효가 결정됐음에도 거침없이 (무자격) 교단장 행세를 이어가는 교단도 있다. 세상이 다 성추행이라는데 ‘정통신앙 수호’라고 주장하는 신학대학도 있다. 교회는 사회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밖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부끄럽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환된 이념 논쟁
차별금지법 제정이 21대 국회의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소수 정당이지만 정의당은 불평등·양극화 심화 저지 및 사회공공성 강화, 기후위기의 정의로운 극복, 차별금지 및 젠더 폭력 근절을 21대 국회의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1
그러나 지난 17대 국회 이후 매번 발의된 관련 법안 폐기에 앞장섰던 교계의 움직임은 이번에도 만만치 않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는 지난달 개최한 총회(5월 18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동성결혼합법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담은 결의서를 내기로 했다. 이날 이영훈 대표총회장은 “성경적 창조 원리에 어긋난 동성결혼 합법화 시도가 이번 국회에서 추진되지 않도록 결의서를 낼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하성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 이홍정) 회원 교단이 아니라고 말했다. 기하성의 이러한 입장은 이영훈 목사가 교회협 회장을 지내기도 했었다는 점에서 교회협의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성명2에 대한 내부와 보수 교계의 반발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협조를 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최영애 위원장)를 향해 “다수의 인권을 침해하는 역차별이자, 보편적 인권 정책에 역행하는 법”이라며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한교총 사회정책위원장)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문화막시즘에 비유하면서 “한국교회 전체가 반대하고 있다. 모든 교회가 현수막을 걸고, 반대 집회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 목사는 2018년 국가조찬기도회 설교에서도 “정부는 교회의 고유영역을 침범하거나 억압하지 말고, 오히려 교회의 역할을 원활하게 펼칠 수 있도록 교회 생태계를 보호해주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역차별을 불러오는 것이니 입법할 생각 말라.”라고 한 바 있다. 당시 한 언론은 소 목사의 발언을 정부를 향한 겁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교회가 사회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교단 총회(예장합동 104회기)에서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현 정부가 틈만 나면 교회를 허물려고 한다.’는 주장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이념 논쟁화했었다.3
기독자유통일당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김승규 장로(전 법무부 장관, 전 국정원장)가 「국민일보」를 통해 보도한 “한국교회에 드리는 감사의 글”에서 “작금의 한국교회는 문화막시즘의 강한 도전을 받음으로써 건강한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라며 이러한 인본주의 사상이 “동성애, 섹스혁명, 마르크스적 페미니즘, 젠더 이데올로기, 다문화주의 등이 다양성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옷 입고 우리 사회와 심지어 신학교와 교회까지 침투해 날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4라는 주장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교계 보수 세력의 주장으로 차별금지법은 20대 지난 국회에서 발의조차 되지 못했다.

신앙의 신념도 상식적이어야 한다
교회법과 세상의 상식을 떼어놓고 생각하는 모습은 또 있다. 총신대학교 이상원 교수 등에 대한 해임과 징계 논란이다. 이 논란은 이 교수가 지난해 말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남녀의 성기 구조를 세세히 설명하며 성적 수치심을 주는 표현을 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시작되었다. 다른 교수들도 여성을 ‘닭’에 빗대어 ‘영계’와 ‘노계’라는 말을 쓰거나, 여자 친구를 ‘선물’에 빗대며 “한 번 풀어본 선물이나 여러 번 풀어 본 선물은 다를 수 있다.”라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5
총신대 학부 총학생회는 “이 사안은 동성애 문제가 아닌 교내 성희롱적 발언에 대한 문제로만 보아야 한다.”라는 입장이다. 총학생회는 “이상원 교수는 강의 중 여성의 성기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등의 성적 발언을 했고, 그것은 의도와 관계없이 학생들에게 수치심을 가져다준 명백한 성희롱적 발언이었다. 전수조사를 통해 발언이 드러났을 때 학생들은 이 문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바랐지만, 이상원 교수는 전 총학생회장에게 법적 대응을 하고자 내용증명을 보내 2차 가해를 하고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총신대 이사회는 지난 5월 18일 이상원 교수에게는 해임 처분을 내리고, 함께 문제가 되었던 전 대학부총장 김지찬 교수는 정직 1개월, 다른 교수들은 감봉 처분했다.6 징계위원회에 참석했던 총신대 이사회 관계자는 징계 결정은 사회적 정의라는 측면에서 이뤄졌으며, 듣는 이가 혐오감을 느꼈는지를 따지는 것이지 동성애 찬반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한 언론이 전했다.
이 문제에 관해 이상원 교수는 동성애의 부적절함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와 대학원생들도 거들고 나섰다. 신대원 교수 27명은 “향후 신학교육의 일관성을 고려하여 중징계 재고를 부탁한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신대원 학생들도 웹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이 교수) 해임을 철회해달라는 게시물을 300건 이상 올렸다. 이들은 이 교수의 발언이 성서에 근거해 (동성애 비판을 위해) 발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성애 동성혼 합법화 반대 전국교수연합’(동반교연, 대표 제양규)도 성명을 내고 이상원 교수 해임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즉시 철회를 요구했다.7 반동성애 단체 등을 중심으로는 해당 교수 징계를 요구한 학생과 총장을 ‘친동성애’, ‘좌파’, ‘페미니즘’이라고 비난하면서 사상검증을 제기하는 등 진영논리로 확대하고 있다.8
신앙에 의거하여 정한 동성애 반대는 사회의 상식도 뛰어넘을 수 있고, 신앙 수호를 위해서는 교회가 사회법 밖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

교회법과 세상법이 충돌할 때
교회가 사회법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도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현재 상황이다. 지난 2016년 9월 27일 실시한 감리회 제32회 총회 감독회장 선거에 관한 무효 확인 판결이 재차 내려졌다. 지난 5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8부(최형표 판사)는 이해연 목사가 감리회를 상대로 제기한 ‘감리회 감독회장 선거 무효 확인’(2018가합538317) 1심 선고공판에서 “선거 및 이에 관해 피고(감리회)가 피고보조참가인(전명구)을 당선자로 결정 및 공고한 행위는 모두 무효”라고 판시했다. 감리회의 감독회장 선거 무효 판결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만 세 번째다. 전명구 목사는 지난해 상급심에서도 결정된 선거 무효로 감독회장 직무가 정지된 상태였다. 때문에 감리회는 직무대행을 선출해 다음 총회까지 감리회를 이끌도록 결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감리회에 소속한 유지재단 이사장의 권한을 갖고 있는 전명구 목사의 입지는 감독회장(직무대행)과 별반 다를 바 없다.9 감리회에 사실상 두 명의 감독회장이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감리회 기관지인 「기독교타임즈」는 전명구 목사는 정기 연회에 현 감독회장으로 소개되며 설교, 안수보좌를 집례하고 있으나 이는 불법적이라고 보도했다. 또 전 목사는 감독회장 직무정지가 확정된 이후에도 소속 법인의 대표직(이사장) 권한을 계속 행사하면서, 태화복지법인·사회복지법인 등 외부 법인은 2022년 말까지 연임 결의도 마친 상태라고 전하고 있다.
혼란은 감리회 스스로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감리회의 ‘교리와 장정’에는 사회법에 먼저 제소했다가 패소할 경우 출교에 처한다는 벌칙 조항(제7편 일반재판법 제3항 제15항)을 두고 있다. 불필요한 소송과 교권 실추를 막겠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감독회장 선출을 둘러싼 혼란은 4년제 감독회장제가 시작된 2004년부터 시작되었고, 사회법에 따라 직무가 정지된 감독회장만 5명째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감리회의 사회법 제소 책임조항은 오히려 교단 총회가 대한민국 법체계 위에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강제성을 띠는 국법(國法) 질서를 무시하며, 감리회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의 감리회 역사에서 가장 심한 혼돈은 스스로 만든 것이다.

세상 밖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성서 66권은 세속사회에서 예수가 사회법에 따른 십자가형을 당하며 그 세상을 구원하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때문에 성서가 말하는 제자의 삶은 예수가 행하고 가르친 내용을 따르는 것이 분명하다. 결국 교회는 세상 안에 들어와 구속사를 완성하신 예수처럼,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세상 변화를 추구해야 함이 마땅하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동전의 은유를 말하지 않더라도 교회는 사회와 결코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수단은 없다.
교회는 세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모든 기득권은 내려놓아야 한다. 교회법은 세속법이 정하는 공익과 사회정의, 평화를 함께 구현하는 측면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 권위가 더해짐을 알아야 한다.


1 “정의당, 그린뉴딜·차별금지법 등 5대 입법 과제 발표”, 「한겨레」, 2020년 5월 26일.
2 “성명서 ‘차별금지법은 우리 모두를 위한 법이다’ 보도 요청의 건”(4. 22),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웹사이트(www.kncc.or.kr) 참조.
3 자세한 내용은 「기독교사상」 731호(2019년 11월): 88-89 참조.
4 “김승규 前국정원장 ‘反동성애 운동·차별금지법 제정 저지 노력’”, 「국민일보」, 2020년 5월 21일.
5 “총신대생들, 교수 5명 ‘수업 중 성희롱’ 발언 공개”, 「뉴스앤조이」, 2019년 11월 18일.
6 “총신 재단이사회, 이상원 교수 해임”, 「기독신문」, 2020년 5월 20일.
7 “‘이상원 교수 해임 결정 철회해야’ 동반교연 성명 발표”, 「국민일보」, 2020년 5월 26일.
8 “이재서 총장 ‘성희롱 사건 진영 논리로 몰지 말라’”, 「뉴스앤조이」, 2019년 12월 7일.
9 “유지재단 권한 ‘내 맘대로’”, 「기독교타임즈」, 2020년 2월 27일.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 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20년 7월호(통권 7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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