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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교회와현장 > [교회와 현장] 교계 포커스
교회와현장 (2020년 2월호)

 

  교회의 근본 방향은 진보와 보수가 다를 수 없다
  

본문

 

하나님께서 모든 피조물 가운데 인간에게만 주신 선물이 있다면 그중 하나가 웃음이다. 인간과 가장 흡사한 영장류도 기쁨과 즐거움을 웃음으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오직 인간만이 웃음으로 희노애락(喜怒哀樂)의 미세한 차이를 표현해낼 수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시고 철저하게 인간의 모습으로 살았던 예수께서 웃으셨다는 기록은 없다. 피조물에게 신의 몸을 제물로 내주면서까지 또 다른 세상의 삶을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인간의 죄악을 보시고는 도저히 웃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2,000년이 지난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로 편을 가르면서 거리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가고자 하는 근본 방향이 같은데 좌파·우파로 구분하면서 다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교회연합기구와 세속정치의 교집합은 교회를 수단화하는 일탈과 허욕이 분명하다.

한국교회를 이념 논쟁으로 편 가르는 한기총
한기총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가 주도해온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광화문 집회는 한국교회에 엄청난 상처를 안겼다. 형식은 종교집회이지만, 대부분의 구호는 ‘공수처 반대’, ‘연동형 반대’, ‘문재인 탄핵’을 외치는 장외 정치의 장이었다. 결국 전광훈 목사의 범법 여부는 사법처리를 통해 가려지게 되었다. 구속영장 청구 당시 전광훈 목사에 대해 적시된 혐의는 시위의 불법성과 이 과정에서의 공무집행방해이다. 사법 당국은 집회에서의 모금과 선동적 발언 또한 범죄의 구성 요건이 되는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1 그러나 전 목사와 한기총 등은 이를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념 논쟁과 정치 다툼으로 몰아가고 있다.
전 목사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한기총 이은재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이 주사파 정부의 하수인이 되어 한국교회 해체를 위해 지도부를 구속하려는 명백한 종교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낸 이용규 목사(성남교회 원로목사)는 집회(12월 28일, 12차)에서 “머지않아 역사가 (문재인 정부를)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참가자는 “세상에 하나님과 대적해 싸워 이긴 정권이 있는가. 반드시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이다. 어떤 탄압이 오더라도 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 저와 여러분의 무덤이 된다 해도 자유 대한을 지킬 것이다. 대형교회 목사님들, 장로님들이 이곳에 나와 달라.”라고 말했다.
기대했던 대형교회들이 참여하지 않자 11차 집회(12월 21일)에서는 집회에 참석하지 않는 목사·교인은 (공산주의자들의) ‘공범자’라면서 비난하기 시작했다. 또 이들이 관여하는 유튜브 방송 등에는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김병삼 목사(만나교회), 김학중 목사(꿈의교회),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 등을 거명하면서 ‘좌파’, ‘종북’이라고 비난하는 글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자신의 편이라고 성서를 극단적으로 오용하면서, 세계사에서 오래전에 폐기된 이념 논쟁을 한국 사회와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었다.

기독교 단체의 정치 수단화는 온당치 못하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은 지난해 12월 19일 한 언론사와 공동으로 ‘초갈등 사회 한국교회가 푼다’라는 주제로 ‘국민미션포럼’을 열고 성탄절을 ‘대한민국 대화합의 날’로 선포했다. 이날 ‘초(超)갈등 사회 극복을 위한 한국교회 선언’에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도 참여했다. 포럼 예배에서 이영훈 목사는 설교를 통해 “분열은 인간의 역사요 마귀의 역사이며, 연합은 성령의 역사요 하나님의 일”이라며 “초갈등 시대에 기독교계부터 앞장서 대화합과 일치를 이뤄내자.”라고 말했다. 소강석 목사도 기조강연에서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진영 논리를 ‘신앙화’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사회적 문제는 합리적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야의 극한 정치 대립에 교회(한기총)가 가세한 상황을 의식한 지적이었다.
그러나 보수 교계가 그동안 보여준 실제 행동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 2012년부터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해오던 인권 관련 조례 236건 중 절반인 118건이 지역기독교연합회와 보수 교회들의 반대 및 집단행동으로 인해 폐지되거나 제정이 무산되었다. 동성애 조장, 이슬람 유입 우려 등이 그 이유였다. 조례안 두 건이 발의되면 한 건은 보수 교회의 반대로 폐기되는 것이 현실이다.2 부천시는 국제연합교육과학기구(UNESCO)가 2001년 제정한 문화 다양성 선언을 채택하고, 해마다 치루는 행사를 위한 조례 제정을 준비하던 중 부천시기독교연합과 보수 교회의 반발에 부딪혀 안건 상정을 포기하기도 했다. 교계의 반발 이유는 조례가 제정되면 동성애자가 넘쳐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3 또 지금도 지역 곳곳에는 보수 교회와 단체가 연대하여 인권 관련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기구가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이날 기조강연자로 초청된 정세균 국무총리 지명자의 정치, 사회적 갈등에 교회가 나서 달라는 당부에는, 갈등의 주요 당사자가 자신들이라는 사실은 잊은 듯 ‘갈등조정·통합기구’ 설치와 ‘갈등관리기본법 제정’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대하여 기독교 단체의 힘을 보수 교단의 대표성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모습이라 비판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종교 대표성은 스스로 세우는 권위이다
한기총은 언제나 1,200만 기독교인을 대표한다고 말하고 있다. 보수 신앙을 대표하는 교회연합기구로는 가장 먼저 출범했음을 내세우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이미 한기총을 불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한기총의 법인을 해산하고 대표회장을 구속하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한기총은)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제20조 2항을 위반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교단체라는 이유만으로 설립 목적과 위반 사항을 간과하는 것은 허가단체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대표회장의 발언은 신성모독, 반종교적 망언이라고도 지적했다. 청원은 시작 닷새 만에 동의자 수가 대통령의 답변요건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종교와 집회의 자유도 일정한 범주와 규범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국민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기총 회원 교단의 교인 수는 기독교인의 1/3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63개 교단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전체 회원은 77개 교단이지만, 14개 교단이 행정보류 또는 가입보류 중이다.), 대부분 알려지지 않은 작은 교단들이다. 가장 큰 교단인 예장통합, 예장합동, 감리회는 이미 한기총과 거리를 두고 있다. 다른 주요 교단들도 한기총 내부에 이단성을 의심받는 인물이나 교단, 선교단체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직전 한기총 회장을 지냈던 엄기호 목사(성령교회)는 “(한기총은) 정치를 떠나 이단 문제 해결이 급선무이다. 인적 청산 없이 한기총 정상화는 어렵다.”라며 이단 문제와 정치적 편향성, 주도권 싸움을 둘러싼 내부 다툼을 지적했다.4 한기총은 이제 쇠락의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한교총은 대다수의 한국교회 교단장이 참여한다면서 대표성을 인정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박양우 장관이 8개 교단장을 초청한 자리에서 ‘(한교총은) 지금 국가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면서 한교총이 교회의 대표성을 갖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5 그리고 곧바로 서울특별시에 등록된 법인 주무관청을 중앙정부 기관인 문체부로 이관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문체부가 직접 관장하는 법인과 지자체장에게 위임된 법인의 법적 지위의 차이는 없다. 그럼에도 한교총이 중앙 정부기구로 주무관청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현재 3체제인 보수 연합기구의 대정부 관계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6 그러나 교계 대표성의 권위는 정부로부터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우는 것이 아닐까!

진리 추구에 좌·우가 다를 수 없다
한국교회들의 진리를 향한 근본 방향은 좌파·우파, 진보·보수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진보적 신앙을 대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는 2020년 신년사를 통해 물질의 이익을 비롯하여 그 어떤 것도 생명보다 우선하지 않는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면서, 새해에는 갈등이 화해로, 반목이 화목으로, 증오가 이해로 바뀌는 희년으로 만들자고 밝혔다.7
보수 신앙을 대변하는 한교연은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하나님이 주신 인적·물적·양적인 복을 자신의 영달과 정욕에 사용함으로 화합 대신 나뉘어 갈등하고, 권력과 야합하여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하면서, 낮아지고 겸손한 섬김의 삶을 강조했다.8 한교총도 “주장과 의견이 다른 이들을 존중하여 서로 화해하고, 서로 용서하고 용납함으로써 보다 좋은 나라, 보다 좋은 세상을 이루어가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새해에도 한국교회가 가고자 하는 근본 방향은 좌파·우파, 진보·보수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1864년 재선에 성공한 뒤 행한 취임사에서 “(전쟁 중인 남과 북) 양측은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그리고 양측은 상대방을 이기게 도와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얼굴에 땀을 흘리고 얻은 빵을 다른 사람이 빼앗아 가기 위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감히 구한다면, 이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 될 것입니다. 양측의 기도는 응답받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양측의 기도는 완전하게 응답받지 못했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그분 자신의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9라고 말하며, 하나님께는 우리에게 주신 정의의 편에 서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이미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했다. 우리가 나아갈 다음 단계는 하나님이 바라시는 정의를 위해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서로 존중하며 조화와 평화를 모색하는 것이 아닐까?


1 “경찰, ‘집시법 위반’ 전광훈 목사에 구속영장 신청”, 「경향신문」 2019년 12월 26일.
2 “보수 개신교 반대로 망가진 전국 지자체 조례 ‘118개’”, 「뉴스앤조이」 2019년 12월 20일.
3 자세한 내용은 「기독교사상」 728호(2019.8): 84-90을 참조.
4 “한기총, 고소·고발 등 내부 혼란”, 「CTS-TV」 2019년 11월 21일.
5 “8개 교단장, 문체부 장관에 ‘한교총에 기독교 대표성 달라’”, 「아이굿뉴스」 2019년 11월 12일.
6 “한교총 정기총회…‘주무관청 문체부로 변경’ 결의”, 「노컷뉴스」 2019년 12월 5일.
7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홈페이지(www.kncc.or.kr) 참조.
8 한국교회연합 홈페이지(www.ccik.kr) 참조.
9 다니엘 마운트, 권석균 옮김, 『미국 역대 대통령의 믿음』(베드로서원, 2008), 347-348에서 재인용.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20년 3월호(통권 7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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