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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19년 11월호)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지 못한 장로교단 총회 - 장로교단 104회 총회를 돌아보며
  

본문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비참한 결말은 아편전쟁이었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자만심의 혹독한 대가였다. 복수의 점령국으로부터 온갖 간섭을 받으면서도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던 중국은 그토록 무시하던 일본에 패배하고 나서야 4,000년의 미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동아시아의 방탕한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뒤였다.
유례없는 폭발적 성장으로 세상의 중심에 올랐다고 자부하던 한국교회가 불신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9월 장로교단들의 총회에서는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교단 재판국이 불법으로 판결한 초대형 교회의 세습을 초법적으로 용인했다. 정부의 인권법 제정 반대를 천명하면서 구약성서를 내세우는 모습에서는 선민의식(選民意識)이 엿보인다. 과거 아편전쟁 직전 중국의 안이했던 모습을 보는 듯하다.

가파른 교인 감소세에도 태연한 총회
지난 9월 장로교단 총회에 보고된 교인 수는 각 교단마다 예외 없는 급격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교인은 265만 6,766명(전년 대비 3만 2,092명 감소), 교회 1만 1,885개(전년 대비 37개 감소)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 2011년 교인 약 298만 명에 비해
7년 사이 약 33만 명의 교인이 줄어든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의 경우에도 2018년 교인 수는 255만 4,227명으로 전년(262만 7,696명)보다 7만 3,469명(-2.8%) 감소했다. 2010년 285만 2,31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30만 명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최근 2년 사이에는 각각 11만여 명과 7만여 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상대적으로 교세가 작은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도 교인 수 42만 3,245명으로 한 해 사이에 2만 9,687명이 감소했다. 예장고신의 교인 감소 현상은 다른 교단보다 이른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도 지난 5월 총회에 교인(미주·해외 지방회 제외)은 43만 3,861명, 세례교인은 29만 583명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세례교인은 2015년(32만 250명)부터 감소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2016년 30만 2,226명, 2017년 30만 509명이던 세례교인 수가 2018년에는 3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교인도 128만 9,311명(전년대비 2만 4,619명 감소)으로 20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1 감리회 교인 수는 2009년 158만 7,385명으로 가장 많았으나, 이후 10년 사이 30만 명 가까이 줄었다.
특히 교회학교 학생수가 급감하고, 관련 부서도 따라서 줄고 있다. 예장통합의 경우 중고등부는 19만 5,275명에서 11만 9,691명으로 줄었다. 이밖에도 영아부 1만 4,934명(-4,154명), 유아부 2만 475명(-1,129명), 유치부 4만 8,101명(-2,311명), 유년부 4만 4,288명(-1,205명), 초등부 5만 193명(-1,610명), 소년부 5만 4,687명(-1,569명) 등으로 급감했다. 저출산 때문으로만 돌리기에는 감소폭이 너무 컸다. 교회학교 학생의 급감은 예장합동, 감리회를 비롯한 다른 교단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총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초법적으로 용인한 명성교회 세습
주목을 받았던 명성교회(예장통합) 세습에 관한 문제는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수습위, 위원장 채영남 목사)라는 임시기구를 급조해 초법적으로 뒤집었다. 수습위는 총회 재판국에 제기된 (명성교회 불법세습에 관한) 재재심은 소를 취하하고, 명성교회에 임시당회장을 파송하되, 2021년 1월 1일 이후에는 김하나 목사를 별도의 절차 없이 위임목사로 청빙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수습 안에 대해서는 법을 잠재하고 결정하였으므로 교회법은 물론 사회법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2 이는 예장통합 스스로도 법을 초월한 결정임을 자인한 것이다. 총회는 이 수습 안을 1,204명 중 920명 찬성으로 받아들였다. 총회는 또 향후 교회 세습(대물림)을 은퇴 5년 후에는 가능하게 하자는 청원도 1년간 연구하도록 했다. 긍정적이지만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유예한 것으로 보인다.
세습 철회를 기대하던 교계 단체와 신학생, 언론의 반발과 비판 여론은 당연했다. 이들은 “이번 수습 안은 총회를 헌법 위에 두었다는 뜻이며, 교단이 위기에 빠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돈의 위세에 굴복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교단 총회가) 자본주의적 계산에 따라 내린 판단”, “일제 때 신사참배 결의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3 명성교회세습철회와교회개혁을위한장신대교수모임은 즉각 성명을 내어 “이 수습 안은 목회지 세습을 금지한 본 교단 헌법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며,… 세습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을 화해시키고 중재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은 초헌법적 오류”라고 지적하면서 김하나 목사는 총회 재판국의 판결을 이행하여 즉시 목회지에서 물러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입장은 단호해 보인다. 김 목사는 총회 결정 이튿날 구역장 교육에서 세습을 불법이라고 판결한 재판국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주일예배 광고에서는 “성령의 감동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면서 “1년 4개월만 지나면 (김하나 목사가) 다시 서게 된다.”라고 했다.4 김하나 목사도 2부 예배에서 교인들에게 “새롭게 회복의 길을 걷게 되었다.”라고 짧게 인사했다. 재판국의 결정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던 것처럼,5 더 이상의 절차는 없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총회에 쏟아지는 반동성애 정책
104회 총회(예장고신은 69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성소수자에 관한 입장이었다. 예장합동은 앞으로 총회가 국가인권위원회법, 학생인권조례 등을 놓고 국가와 싸워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한 전과 기록은 피선거권을 따지지 않기로 결의했다. 부총회장 소강석 목사는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현 정부가 틈만 나면 교회를 허물려고 한다.’면서 부천시의 문화다양성 조례안을 철회시키고, 부산 양성평등 기본조례 개정안 부결과 경기도 성 평등 기본조례 폐지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니 관련 생태계위원회의 활동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긴급 청원해 동의를 얻어냈다. 예장통합은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목사고시에 불합격한 2명의 학생6에 대한 구제 의견은 결정과 규칙 해석에 문제가 없어 재론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성소수자를 인정하거나 사회적 약자로 보는 기고, 강의, 설교, SNS 활동 등에 관해서는 사상을 철저히 검증하기로 결의했다. 예장고신은 NAP(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등에 반대하는 시국선언문 발표를 제안했다가 부적절하다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예장합동과 합신, 예장고신은 언론에 성소수자를 옹호하고 반기독교적인 기사를 게재하는 일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면서, 특정 언론사를 신학적으로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한편 교회협 인권센터(박승렬 소장)는 “한국교회는 차별과 혐오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각 장로교단 총회의 성소수자 정책은 참담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주요 장로교단이 결의한 ‘반동성애 교재 출간’, ‘성소수자 옹호자 처벌’ 등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교회 안에 여전한 여성 차별
해마다 주목받던 예장합동의 여성 안수 문제는 이번에도 헌의되지 못했다. 결국 교단 헌법과 신학 문제가 있으니 강도사 고시를 치르게 하든지, (여성에게) 강도사라는 명칭도 부여하기 어렵다면 ‘교역사’라는 직분을 신설하자고 청원했다.7 여성의 입장에서 매우 굴욕적으로 보이는 청원에도 총회는 헌법 개정 사항이라는 이유로 논의를 다음 회기로 미뤘다. 청원에서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했다. 예장합동의 여성 안수 문제는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여성사역자위원회가 지난 5월에 벌인 설문조사(조사대상 목사 340명, 장로 228명)에서도 목사의 82.6%와 장로의 82.34%가 여성의 강도권 부여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목사 92.9%와 장로 92.85%가 ‘여성 군목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바 있지만 총회의 벽은 높았다.
예장통합도 여성 차별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04회 총회에 파송된 여성 총대는 26명(목사 7명, 장로 19명)에 불과했다. 68개 노회에서 여성 1명을 의무적으로 총대에 파송하기로 결의한 102회 총회의 결의가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올해 여성 총대의 숫자는 오히려 103회 총회의 여성 총대(31명)보다 더 줄었다. 이와 관련해 예장통합 총회 여성위원회 관계자들은, 102회 총회 결의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일 뿐이라고 헌법위원회(이현세 위원장)에서 유권해석을 내린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총회 여성위원회는 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하고 명칭을 양성평등위원회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목회자의 윤리강령, 교회 성폭력 문제 등에 관한 무관심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장합동은 96회기부터 목회자 윤리강령 제정에 관한 사안이 해마다 거론되었지만, 별다른 논의나 연구 없이 도입은 매번 무산됐다. 성경보다 더한 윤리강령이 없고, 교단 헌법이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결국 104회 총회에서도 윤리강령 제정안은 상정되지 못했다.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합신은 최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문제가 되었던 교회 내 성폭력에 대한 대응이나 예방을 위한 대책 논의도 외면했다.
다만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교회 내 성폭력 특별법’ 제정을 결의하고, 헌법위원회가 연구해 다음 105회 총회 때 다시 헌의하기로 했다. 기장은 또 양성평등위원회(이혜진 위원장)가 만든, 교회 성폭력에 대한 정의와 대처 방안을 담은 소책자를 총대들에게 배포했다. 예장통합은 여성가족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참고해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교회와 노회의 대응 지침서를 제작했을 뿐이다.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모든 일은 성경에 있으므로 별도의 강령이 불필요하다는 총회의 인식은 중세의 암흑기를 연상케 한다. 여성 안수가 신학적으로 어긋난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현실은 더욱 놀랍다. 성소수자 인권을 말하는 정부를 사회주의로 규정하고, 맞서 싸우겠다는 발상에는 과연 기독교인이 할 말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불법 세습을 초법적으로 묵인하며, 금권의 노예가 된 교단에는 절망감을 느낀다.
선민주의의 가치는 중립적이다. 하나님은 언제나 나의 편이고, 내가 옳다는 생각은 선민사상을 왜곡시킨다. 때문에 교회는 세상의 심판자가 아니라, 세상을 품는 그릇이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급성장의 미몽에서 속히 깨어나야 한다.


1 “감리회, 20년 새 교인 수 최저치 기록”, 「뉴스앤조이」 2019년 5월 8일.
2 “예장통합 교단, 명성교회 부자세습 허용… ‘교회 사유화 조장’ 비판”, 「한겨레신문」 2019년 9월 26일.
3 “예장 통합총회, 명성 세습 허용 꼼수 통했다”, 「당당뉴스」 2019년 9월 27일.
4 “김삼환 목사 ‘목사들, 명성교회 안되는 거 제일 좋아해… 나쁜 놈들, 완전히 강도들’”, 「뉴스앤조이」 2019년 9월 29일.
5 「기독교사상」 730호(2019년 10월): 65-67.
6 「기독교사상」 729호(2019년 9월): 59-60.
7 “여성사역자 지위향상 방안, 1년 더 연구”, 「기독신문」 2019년 9월 24일.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19년 11월호(통권 7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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