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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19년 10월호)

 

  명성 사태와 계급사회가 된 한국교회
  

본문

 

인류 역사에서 무질서는 어느 날 문득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오랜 삶 속에서 규칙을 조금씩 허물면서 서서히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며 형성되었다. 그리고 이는 종국에 적폐가 되었다. 한국교회의 치명적 흠결로 지적되는 교회 세습(대물림)도 ‘교회 안정’이라는 구실로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히드라(Hydra)의 머리처럼 칼에 잘려도 더 많이 자라나는 괴물성(무질서)을 보이는 적폐가 되었다.
교회 세습을 무질서, 적폐라고 말하는 것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명성교회(김하나 목사) 사태에서 드러난 교회의 계급화, 그리고 구성원의 맹신성(盲信性)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500년 전 종교개혁의 외침과는 너무도 멀어진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혹시 한국교회와 성도가 조금씩 스스로를 허물어온 데 대한 하나님의 응징은 아닐까?

교단 총회를 넘어서는 명성교회의 위세
예장 통합 재판국(국장 강흥구 목사)은 지난 8월 5일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에 관한 재심 결과 “김삼환 목사가 2015년 12월 31일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하였다 할지라도 이후 명성교회에는 임시당회장만 선임되었을 뿐, 후임 위임목사를 청빙한 사실이 없이 공석으로 유지하다가 곧바로 직계비속인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한 이 사실에 근거할 때, 이는 당연히 위의 법 규정에 위배된다.”라고 판결했다. 이어 8월 16일에 송달한 판결문에서 “명성교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교단에 소속하고 있는 이상, 헌법 제2편 정치 제28조 제6항 ①호(세습금지법)를 준수할 의무와 책임을 당연히 지닌다.”라고 명시했다. 또 (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의 비상대책위원회 김수원 목사에 대한 면직출교 판결에서도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국은 “세습금지법은 지금도 유효한 법이며, 상고인(김수원 목사)이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청원 건을 반려한 행위는 직무를 수행한 정당한 행정행위”라고 판결했다.1
그러나 재판국 판결 이튿날 명성교회 새벽기도회에서 김하나 목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불쌍히 여겨주시고 주님 뜻대로 인도할 줄 믿는다.”고 말하면서 “어려운 일 당할 때 더욱 담대해지자.”라고 말했다.2 그리고 다음 날인 8월 7일 수요예배에서 명성교회 이종순 선임 장로는 “그동안 있어왔던 헌법위원회의 유권해석과 전기(102회기) 재판국 판결을 특별한 이유 없이 숫자를 앞세워 모두 뒤집어버린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했다. (김하나) 담임목사님이 목회에 전혀 지장받지 않도록 할 것이니 교우 여러분의 전폭적인 이해와 협력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명성교회 장로회도 입장문을 내고 ‘후임 청빙은 세습이 아니라 성도들의 민주적 절차를 거쳐 노회의 인준을 받은 적법한 절차’였다면서 판결 불복을 선언했다.3
같은 날 서울동남노회(최관섭 노회장) 새 임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재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8월 16일 총회 재판국이 보낸 판결문 인수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다.4 명성교회의 위세가 노회를 수족처럼 만들고, 교단 총회 재판의 판결문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5

계급사회가 되어버린 교회
명성교회와 세습 옹호자들은 ‘세습’(대물림)이라는 용어도 ‘영적 계승’으로 바꿔 불러야 옳다고 고집한다. 그들은 세습 자체도 개교회가 결정할 일이라면서 세습금지법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강변하고 세습을 비판하는 세력은 모두 마귀로 규정한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인정한 원심 판결이 지난해 예장 통합 총회(103회)에서 인정받지 못한 직후 김삼환 원로목사는 ‘마귀’라는 단어를 10번이나 사용하며 세습 반대여론을 비난했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교회는) 십자가 물려주는 것이며, 교회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건 자기들이 타락한 것”이라면서 “마귀는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한다. 아들만 죽이느냐, 아니에요. 우리 식구 다 죽이고 장로님, 우리 교회 전체를 다 없애버리려고 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말도 했다.6 그러나 이후에는 세습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장로와 부교역자들이 각각 역할을 맡아 나서고 있다.
세습을 비판하는 세력을 마귀로 간주하는 주장도 주변 인사들에 의해 이어져오고 있다.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 최경구 목사는 지난 6월 명성교회를 지키기 위한 4차 세미나 및 기도회에서 “명성교회가 얼마나 중요한가. 명성은 통합 교단의 대 모델이다. 명성을 괴롭히는 건 교단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총회의 재심 결정을 비난했다. 최 목사는 또 “교회를 분열하는 건 누구인가”, “교회를 하나 되게 하는 건 누구냐”는 질문으로 참석자들의 ‘마귀’, ‘성령님’이라는 화답을 유도했다. 예정연은 예장 통합 재판국의 재심 결정을 나흘 앞둔 8월 1일에도 총회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BS,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기독법률가회(CLF) 등 언론사와 단체들을 거명하며 이들이 한국교회를 파괴시키고 있다는 주장으로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기관들을 압박했다.
명성교회 부교역자 출신 목회자들로 구성된 명목선교회도 “예장통합 총회의 발전과 명성교회의 빠른 회복을 바라며”라는 제목의 긴 성명을 통해 지난 102회와 103회 총회, 총회 재판국이 여론몰이로 명성교회 사건을 다뤘다고 주장했다.7 이 말에는 세습금지법 제정 논의가 김삼환 목사의 은퇴를 앞두고 다분히 명성교회를 견제하려는 (불건전한) 뜻이 담겨 있었다는 불쾌감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명성)교회의 한 중직자는 언론 기고를 통해 “재심 판결은 여론의 야유와 협박에 굴복한 날치기였다.”라면서 책임을 사회의 반대세력으로 돌렸다.8 일사불란한 계급사회의 모습이다.

착한아이증후군(Good boy syndrome)과 불순종
한국교회와 구성원들의 묵시적 방관의 책임도 작지 않다. 예장 통합 제104회 총회에서 세습금지법 폐지 헌의에 동참한 서울동북노회장(김병식 목사)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명성교회는) 저렇게 버티고 있고. 방법이 없잖아. 해결할 방법이 없잖아. 사실 어떻게 보면 유명무실하잖아요. (명성교회가) 버티고 있으면 총회도 힘을 못 쓰잖아요. 칼로 선을 그을 수도 없는 거고.”라고 말했다. 무책임한 말이다.
새로운 무질서(적폐)도 만들어지고 있다. 예장 통합의 몇몇 교회는 정년을 넘긴 목사가 후임 청빙을 미룬 채, 해를 넘겨 시무를 계속하는 상황이다. 공동의회에서 원로목사로 추대되고 노회의 허락도 받았다. 은퇴한 원로목사가 분명하지만 사실상 은퇴하지 않고 담임목사 역할을 흔들림 없이 하고 있다. 교회 구성원이나 노회 차원의 제재는 없다. 명성교회의 김삼환 원로목사도 은퇴 후 2년 동안 시무를 계속했다. 좋지 않은 선례가 만들어지면서 규칙을 조금씩 허물고 있는 것이다. 무질서는 어느 날 문득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대중들의 단편적인 사고나 가변적인 욕구에 편승한 ‘좋은 게 좋다’는 식의 무책임한 ‘정감윤리’(Gesinnungsethik)와 ‘착한아이증후군’(Good boy syndrome)은 국가를 서서히 쇠락하게 만든다.”9 예장 통합 교단의 기관지인 「한국기독공보」는 지난 8월 “교세 감소 추세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교단 현황을 보도했다. 신문은 2018년 말 기준으로 전체 교인 수는 255만 4,227명으로 직전 해에 비해 7만 3,469명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교인 감소는 2010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최근 2년간 교인 17만 6673명이 급격히 줄었다면서, 교회의 사회적 신뢰 회복을 관건으로 꼽았다. 우연일 수 있지만 급격하게 교인이 감소한 시점은 세습 논란이 시작된 무렵이었다.10 교회라고 해서 국가의 작동 원리와 다르지 않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윤승용 이사는 “현재 교회에서 발생하는 대다수 문제는 교회 구성원들의 건전한 의식이 없으면 해결이 될 수 없는 구조”라고 진단한다.
교회 안의 계급 질서는 이미 500년 전에 없앤 것이 아니었던가! 요한복음 기자는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양을 치고 먹이라고 말씀하실 때, 주님께서 “내 어린 양 떼를 먹여라”, “내 양 떼를 쳐라”, “내 양 떼를 먹여라”라고 하시며 ‘내 양 떼’라는 말을 세 번이나 강조하신 것으로 기록했다.(요 21:15-17) 이는 ‘(교회의 머리가 되시는) 주인의 양’을 섬기는 ‘종의 사명’을 모든 이에게 당부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교회 밖에서의 방황은 당연히 불순종이다. 신앙의 수동성(受動性)이라는 면에서 그렇다. 그렇다면 교회 안에서의 맹종(盲從)도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일 수 있지 않을까? 한국교회의 무질서를 바로잡을 해답은 우리 안에 있다.


1 “명성교회, 예장통합 법 규정 위반”, 「기독신문」 2019년 8월 19일.
2 “김하나 목사 ‘하나님이 불쌍히 여겨 인도하실 줄 믿어’”, 「뉴스앤조이」 2019년 8월 6일.
3 “명성교회는 바라봅니다(명성교회 장로일동)”, 명성교회 홈페이지 2019. 8. 6일 자 게재.
4 “서울동남노회 ‘김하나 목사 청빙 무효 판결 집행 안 한다’”, 「뉴스앤조이」 2019년 8월 16일.
5 “‘명성교회, 불법 세습’ 결론에도… 버티면 제재 방법 없다”, 「SBS」 2019년 8월 8일.
6 “김삼환 목사, ‘교회 세습’ 제동에… 반대파 향해 ‘마귀’ 비난”, 「JTBC」 2018년 9월 14일. 당시 상황에 관하여는 「기독교사상」 719호(2018년 11월호): 97-99를 참조하라.
7 “명성교회 출신 목회자들 ‘총회, 법치주의 상실’”, 「뉴스앤조이」 2019년 8월 14일.
8 “수치스러운 8·5 재판국 판결을 지켜보며”, 「국민일보」 2019년 8월 12일.
9 “한국정치의 히드라, 누가 퇴치할 것인가?”, 「교수신문」 2018년 10월 8일, 재인용.
10 “교인 사라지고 목사와 교회는 늘어난다”, 「한국기독공보」 2019년 8월 16일.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19년 10월호(통권 7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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