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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교회와현장 > [교회와 현장] 교계 포커스
교회와현장 (2019년 4월호)

 

  교계 선거로 보는 다수결 원칙의 당위와 현실
  

본문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체제”라는 말로 민주정치에서 주로 사용되는 다수결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다수결이 반드시 여론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도 “여론은 언제든 소수에 의해 조작될 수 있고, 민주적 전제(democratic despotism)가 가능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수결의 원리가 민주주의를 설명하는 중요한 원칙임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다수의 결의로 만들어진 (지배자의) 권위가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
이런 지적은 각 교단장 선거나 교회연합기구 대표 선거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듯하다. 매번 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는 선거 후유증은 다수결이 지향하는 이성과 공익성 확보의 실패를 의미한다. 교회 선거의 부패성과 교권의 전제성(專制性)은 정교분리의 명분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을 뿐 세속의 정치보다 오히려 더 한 것은 아닐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독주

한국교회 보수신앙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현실 정치에 뛰어든 모양새이다. 한기총 제25대 대표회장에 선출된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는 3·1운동을 기념한 범국민대회를 주최하고 “3·1운동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독립단체들에게 지시해 일어난 것”이라며 정부의 3·1운동 100주년 기념행사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행사에서 한 야당 정치인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을 언급하면서 “하나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했고,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호응했다. 사실상 정치집회였다.
전광훈 목사의 이러한 행보는 대표회장 취임사(2019. 2. 15.)에서부터 예견되었다. 그는 현 정부를 ‘좌파 정권’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들은 민주화(운동)할 때 작은 공로로 수억 원의 돈을 타 가면서, 목회자들에게는 세금법(종교인 납세)을 통과시키는 교회 탄압을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행, 기독교를 선택할 때 북한은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내세우고 중국과 주체사상을 선택해 가난한 나라가 됐다.”라며 이승만 전 대통령을 앞세운 기독자유당(基督自由黨, Christian Liberal Party)의 지도자로서 했던 발언을 되풀이했다.
또한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자신의 전력을 지적하면서 한기총의 세속 정치화를 우려하는 질문에 대해 ‘싸움 없이 어떻게 기독교가 바로 서겠느냐’며 “한기총이 세상 문화를 기독교적으로 제대로 바꿔야 한다.”고 도발적으로 답변했다. 자신이 설립한 선교은행을 통해 교회 수를 20만 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했다. 그가 말하는 은행은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은행 부채의 천문학적 이자를 해결하고 은퇴 목회자들에게 월 100만 원의 노령연금을 지급해줄 수 있다고 수년 전에 장담한 은행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업 허가도 받지 못한 유령 회사 형태의 실체 없는 은행이다. 한국교회를 극보수, 극단주의 집단으로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기독자유당 지도자로서의 발언과 한기총 대표회장으로서의 언행에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의 발언은 ‘종교법인’(임의단체)이라는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 보이지만, 이에 대한 내부의 제동은 거의 없다.
다만 예장 합동장신 총회가 전광훈 대표회장이 제출한 예장 대신 총회장 추천서는 무효라면서 직무정지가처분 및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전광훈 목사는 예장 백석대신 서울동노회 회원인데, 자신의 과거 직분인 예장 대신 총회장의 추천서를 스스로 만들어 제출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전 목사는 예장 백석 총회와 예장 대신의 통합이 법원 판결로 무효가 되었으므로(2015가104232. 서울고법 선고, 2018. 6. 15.) 이전의 예장 대신 총회장 지위가 유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적 전제’도 가능한 교단장의 권위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단장 선거에 관한 소송이 10년 넘도록 되풀이 되고 있다. 감리회 역시 다수결에 의한 당선자(지배자)의 의지(권위)만으로 ‘민주적 전제’가 언제든 가능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지난 2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46부는 감리회 제32회 총회(2016. 9. 27.)에서 실시한 감독회장 선거와 관련한 소송(2017가합39714 당선무효 확인)에 대해 당선 무효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기독교대한감리회) 보조참가인(전명구)의 지위는 부존재함을 확인한다.”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관련 소송(2018가합549423 선거무효 확인)에서는 제32회 감독회장 선거 자체를 무효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선거에는 전명구가 선거권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하자, 서울남연회 평신도 선거권자 선출에 관한 하자, 이철 후보자의 피선거권 부존재의 하자가 있고, 이러한 하자는 선거인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해 선거의 기본이념인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이므로(대법원 2010. 7. 15. 선고 2009다100258 판결), 이 사건 선거는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전명구의 감독회장 지위는 부존재하며 피고가 이에 대해 다투는 이상 그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라고 판시했다. 즉 부적격한 선거인단이 있었고, 복수의 후보자에게 결격사유가 있었으며, 부적격한 선거의 당선인에게는 금품제공의 비리도 있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법원은 소송의 피고가 감리회이며, 당선자인 전명구 목사는 피고의 보조참가인으로 직무정지에 관련한 소(訴)가 제기되지는 않았지만, 확정판결 이전에 직무가 정지됨이 마땅하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사회의 통념이나 법규에 따른다면 선거관리위원들까지 모두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그럼에도 감리회는 전명구 감독회장의 의지에 따른 항소장 제출에 아무런 제동이 없었다. 오히려 전 감독회장은 감독 간담회를 열어 참석자들로부터 법원에 제출할 구명 탄원서를 받아냈다. 당선자의 의지가 이성과 공익에 앞서는 이른바 ‘다수결의 횡포’를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다.
항소 절차가 감리회의 장정에 맞는지도 살펴봐야 할 일이다. 감리회 감독회장 선거관련 소송은 선거무효와 당선무효 두 가지이다. 두 소송의 피고는 감리회이며, 당선자인 전명구 목사는 피고의 보조참가인이다. 따라서 선거무효에 관한 항소를 결정할 주체는 당연히 감리회가 되어야 할 것이므로 지위부존재를 주문받은 개인의 의지로 만든 항소장은 또 다른 논란이 될 수 있다. 또한 감리회의 『교리와 장정』은 사회법정에 제소하여 패소하였을 경우 출교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상급심에서도 하급심이 유지된다면 항소 절차를 진행한 실무자들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교회의 금권선거는 ‘영적인 파산’

법원이 감리회 제32회 총회에서 후보자의 금품제공이 있었다고 판단한 대목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선거 후보자의 금품제공은 중대한 범죄일 뿐 아니라, 민주적 전제정치도 가능하게 하는 여론 조작이기 때문이다. 한기총도 오래전 금품선거를 했었다는 양심고백으로 큰 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른바 ‘한기총 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 40명에게 1인당 100만 원씩 뿌렸다는 양심고백 사건이다.1 이 사건이 한기총 분열의 시발점이 되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감리회의 경우 지난 2013년의 총회특별재판에서 당시 감독회장 후보에 나섰던 한 후보가 40여 그룹들로부터 4,000만 원에서 1억, 많게는 8억 원까지 금품을 요구받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2 이 증언을 감안하면 당시 선거운동에 최소 20억 원은 써야 했다는 추산을 할 수 있다. 다른 교단의 선거 구조도 감리회와 다를 바가 없다. 총회 대의원이 1,500명이나 되는 대형 교단의 선거에서 부총회장 후보들이 써야 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짐작대로라면 이는 특별법이 적용될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교회 내부의 일이라는 명분하에 누리는 치외법권적 상황에서 드러나지 않았을 뿐, 존 캅(John Cobb Jr.)이 세속주의를 방관하는 미국 교회를 “영적인 파산”3이라고 비판했던 그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아닐까?
각 교단의 대표자 선출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후보 등록비로 적게는 1,000만 원, 많게는 7,000만 원을 받고,4 대의원의 다수결 표결 방식(예장 합동은 제비뽑기와 표결을 병행함)을 채택하고 있다. 더구나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하위 득표자를 제외시키며 2차, 3차 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은 후보자 간 은밀한 거래를 부추길 수도 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 정계에도 “미 공화국은 의회가 대중을 대중의 돈으로 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까지만 지속될 것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올해 각 교단의 선거도 예비후보들의 움직임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예비후보와 총회 대의원들은 세속적인 금권이나 지역주의, 패거리 정치를 배격하고, 선거의 지향점을 ‘이성과 공익’에 두어야 한다.
3·1운동 100주년을 보내면서 교계는 한목소리로 “새롭고 날카로운 기운과 독창력으로써 세계 문화에 이바지하고 보탤 기회를 잃은 것이 그 얼마나 될 것이냐? 우리는 이에 떨쳐 일어나도다. 양심이 우리와 함께 있으며, 진리가 우리와 함께 나아가는도다.”라고 전 세계를 향했던 3·1 독립선언서를 되새겼다. 민족대표가 되어 나라의 독립을 외치면서 세계 문화에 이바지하고자 했던 그 외침을 교계 지도자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책임만큼 통감하기를 소망한다.

1 “한기총 선거 후폭풍… 금품선거 양심고백”, 「크리스천 노컷뉴스」 2011년 2월 11일.
2 “강문호 목사 ‘최고 8억원까지 요구 받았다’ 충격 증언”, 「당당뉴스」 2013년 9월 23일.
3 존 캅, 박만 옮김, 『영적인 파산』(한국기독교연구소, 2014)
4 각 교단의 총회장(감독회장) 후보 등록비는 예장 합동 7,000만 원, 예장 통합, 감리회, 기하성, 기침 5,000만원, 기성 2,000만 원, 기장, 고신 1,0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2019년 6월호(통권 7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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