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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현장 (2019년 2월호)

 

  급물살을 탈 남북교류에 한국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본문

 

한국교회가 갈망하던 한반도 평화를 향한 남북 간의 민족교류와 통합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전면적인 남북교류 확대의지를 표명’하고 “평화번영 역사 쓰기 위해 마음을 같이한 남쪽 겨레에 인사를 보낸다.”라고 밝혔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마침내 한국교회가 오랫동안 숙명적 과제로 받아들이던 남북 평화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것은 한국교회가 안이한 현실 인식과 분열로 인해 스스로 기력을 잃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남북한의 적대적 공생 관계가 70여 년간 지속되면서, 한반도 평화는 우리 민족의 문제를 넘어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확장되었다. 때문에 민족적 차원에서 접근하던 한국교회의 역할은 이전보다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분열된 한국교회의 통일된 의견, 제각각 벌이는 대북교류사업의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

한국교회의 대북지원이 지나치게 독자적이다

한국교회가 남북통일을 숙명적 명제로 받아들이면서, 오래전부터 관련 단체들과 함께 대북교류와 지원사업을 벌여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신교인들은 남북통일에 관해 비개신교인보다 높은 적극성을 보였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실시한 시민의식 조사[조사기간 및 대상: 2018. 2. 26-3. 7, 만 20-69세 남녀 1,000명(개신교인 800명/비개신교인 200명), 표본오차: ±3.1%p(신뢰수준 95%)]에서도 ‘남북통일은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률은 개신교인(57.3%)이 비개신교인(46.5%)보다 10.8%p 높았다. 통일을 반대한다는 주장 또한 비개신교인(20.5%)보다 개신교인(14.6%)이 훨씬 낮았다는 점에서 한국교회의 대북교류에 관한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 개발이 국제사회의 실질적 위협 수준에 이르면서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는 더욱 엄격해지고 있다. 때문에 개교회나 관련 엔지오 등이 민족의 문제라는 명분으로 진행하던 남북교류나 대북지원사업은 벽에 부딪히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가 9년 전부터 평양 시내 3만 3,000m2(1만 평)의 부지에 심장전문병원을 건립 중이었지만, 현재는 골조 공사만 끝난 채 중단된 상태이다. 필수 기자재 일부가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라 중단된 것이다.
사랑의교회(합동)와 국내 한 가구업체가 운영비(교수 인건비)를 공동으로 지원하는 평양과학기술대(PUST)의 경우, 2018년 가을학기 인원 수는 3년 전에 비해서 신입생(150명 → 114명), 교직원(130명 → 28명)이 각각 24%, 72.5%나 줄었다.1 평양과학기술대는 지난 2009년 남북한 당국이 공동으로 설립한 대학이지만, 유엔의 경제제재에 반발한 북한 당국이 미국 국적자의 교수 채용을 금지하면서 교직원이 급감했다.
엔지오들의 교류도 예전만 못하다. 지난해에는 평창 동계올림픽과 세 차례의 정상회담에 힘입어 정부 차원의 남북교류사업이 41건이나 이루어졌지만, 민간교류는 자잘한 사업을 모두 합쳐도 11건에 불과했다. 대북 접촉 신청도 600여 건에 달했지만, 대부분 불허되었다. 여기에는 인도적인 남북 협력사업에까지 관(官) 주도가 지나치다는 비판 여론2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엄연한 국제사회의 질서를 감안하여 개교회의 대북 지원사업을 전략화하고 통합하는 일이 절실한 시점이다.

여전한 색깔론과 교회연합기구의 분열

한국교회가 남북교류의 주체가 되려면, 내부의 색깔론을 지우고 교회의 뜻을 통합하여 대표성을 갖는 협의체제를 갖춰야 함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와 연합기구는 분열을 거듭하면서 스스로 기력을 잃었고, 기구 합병은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는 교회연합기구 대표들을 초청해 한국교회가 연합을 모색하는 포럼을 개최했다.3 이날 발제를 맡은 한완상 박사(전 통일부총리)는 “남북이 분단되니 냉전적 정치 문화가 정착되고, 권력 지배세력은 이분법적 사고로 서로를 적대시했다. 남쪽은 색깔론을 들고 나오고, 북쪽도 제 나름대로 사상적 잣대로 사람들을 추방했다. 민족 분열이 교회 분열과 뒤엉키니 추악한 사단의 모습이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교회는) 회개하고 평화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는 사랑의 실천이 필요하다.”라면서 “보수가 진보를, 진보가 보수를, 합동이 통합을, 통합이 합동을 서로 악마화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라는 말로 연합기구의 협력을 주문했다.
그러나 연합기구 대표들은 토의를 시작하자마자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보여주었다.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전계헌 회장)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에 필적할 또 다른 기관을 세우려는 게 아니라면서 “한교총에는 한국교회 중 95%, 교단은 90%가 가입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한기총과 한기연(한교연)은 (한교총이) ‘힘의 논리’를 세우고 있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한기연(권태진 회장)은 “그렇다면 한기연(한교연)과 한기총은 5%밖에 안 된다는 것이냐?”라고 감정 섞인 말로 되받았다.
지난해 다 된 것처럼 발표했다가 무산된 한기연과 한교총의 합병은 논의를 시작하기 이전보다도 못한 상태로 돌아갔다. 한기연은 한교총과 합병을 논의하면서 변경한 법인명을 예전의 한국교회연합(한교연)으로 지난해 12월 27일 되돌렸다. 한기연은 지난해 여름 한교총(당시 한국교단장협의회)이 한교연과의 합병을 위해 가칭으로 정한 법인명이었다.
교회 내의 색깔론도 여전하다. 거의 매주 주말마다 서울 시내 중심가에서 이루어지는 극우 성향의 집회에 보수 성향의 교회가 개입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극우 단체들은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도 담임목사를 비난하는 집회를 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 환영의 뜻을 표시했던 것이 이유였다. 또 평양과학기술대의 학교 운영비용을 사랑의교회와 분담하고 있는 국내 업체는 대북지원 사실 자체를 아예 감추고 있다. 색깔론에 휘말리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회가 한반도 평화정착에 주체가 될 가능성은 없다.

‘남북 종교인 모임’을 적극 준비해야

북한은 지난해 10월 ‘남북 종교인 모임’을 평양에서 열자고 제안하였다. 이는 지금의 국제정세로 미루어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임을 보여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가톨릭 교황 초청도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다. 더디게 진행 중인 북미 회담에서 북한의 교황 초청은 유용한 카드로 사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북미 간의 싱가포르 공동선언의 이해(利害)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지만, 미국이 전적으로 밀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오히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간지(奸智)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받아냄으로써 더 이상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재개할 수 없도록 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북한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풀려면 비핵화 시한을 스스로 정해 서둘러야 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핵 개발과 노동력의 비교우위를 이용해 경제발전을 꿈꾸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제재를 풀어주지 않는다고 해서 핵 실험을 재개하고,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 결렬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지만, 북한 역시 내년(2020년)이 당 창건 75주년 및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결산해야 한다는 목표가 부담이다. 따라서 북미 어느 쪽도 먼저 발을 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정상 국가화를 시도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교황 초청을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은 시기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물론 가톨릭 교황의 북한 방문은 교황청의 수락 여부가 관건이다. 교황의 북한 방문은 냉전체제가 무너지던 1991년, 그리고 2000년에도 추진되었지만 교황의 사목(司牧) 방문은 교회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는 이유에서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2014년 미국과 쿠바의 적대관계 청산에 특별한 역할을 했던 교황이라는 점에서 초청에 응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많다. 북한의 ‘남북 종교인 모임’ 제안도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임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국교회가 적극 대비해야 하는 이유는 교황의 북한 방문, 종교인 교류는 북한 인권에 빛을 비추고 종교 자유의 싹을 틔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반도 통일 논의를 통해 북한 선교의 길이 곧 열리게 되리라는 기대는 너무 안이한 생각이다. 미국의 석학 새뮤얼 헌팅턴(Samuel P. Huntington)은 그의 저서 『문명의 충돌』(The Clash of Civilizations)에서 냉전 질서 붕괴 이후 동일 문명국가들이 집단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한국과 북한은 더디기는 하지만 통일의 길로 전진하고 있다.”4라고 20년 후를 전망한 바 있다. 그리고 이 내용과 관련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중국문명권에 가까운 북한과 서구문명(기독교문명권)에 가까운 남한이 통일이 되고 나면, 한국에서 기독교의 중요성은 줄 것으로 본다.’는 말을 남겼다. 헌팅턴 교수는 싱가포르를 예로 들면서 “지난 60-70년대만 해도 싱가포르는 대놓고 서구문명을 지향하는 국가였지만 지금은 배후의 문명 핵심국인 중국의 영향력을 의식하고, 그 의식에 맞춰 국가이익을 재정립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1997. 1. 1, 「문화일보」)
헌팅턴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는 것은 아니다. 동시대의 하버드대 호미 바바(Homi K. Bhabha) 교수는 세계를 문명권만으로 구분짓는 헌팅턴의 의견은 타 문화를 배척하는 문화적 순종주의에서 비롯된 잘못된 생각이라고 반박하기도 한다.5 그러나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해마다 실시하는 통일의식조사[2017년 조사, 유효 표본 1,200명, 표본 오차 ±2.8%(95% 신뢰수준)]에서도 ‘우리 국민이 가장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국가’가 북한(63.7% → 32.8%)에서 중국(22.7% → 46.4%)으로 바뀌었다는 점은 한국교회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일대 변화를 요구하며 들었던 촛불, 그리고 남북 평화를 향한 물결이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군사독재정권이 만든 진영의 굴레에서 벗어나 말씀대로 합력하며, 남과 북이 서로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각기 다른 제도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가치와 규범, 문화적 차이를 통합해나갈 미래의 통일상(像)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한다.

1 “평양과기대 개강했지만… 교수・학생수 크게 줄어” 자유아시아방송(RFA) 2018년 10월 11일 보도.
2 (사)통일맞이, “정책포럼 2018 한반도 평화운동 평가와 과제” 세미나(2018. 11. 26) 자료 참조.
3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20주년 기념 세미나(장소: 사랑의교회 언약채플, 2018. 11. 21).
4 새뮤얼 헌팅턴, 이희재 옮김, 『문명의 충돌』(김영사, 2010), 166.
5 호미 바바, “세계화–급변의 시기 속 정체성에 대한 성찰”(On Becoming and Belonging in a Time of Transition), 유네스코 아・태 국제이해교육원 교원연수 기조연설(2009. 9. 4).


김광수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하였다. CBS에서 기자, 사회부장, 정치부장, 보도국장을 역임하였으며, 부산CBS 본부장, 강원CBS 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주)기독일보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2019년 4월호(통권 7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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