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대한기독교서회 | 회원가입 | 로그인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기독교사상 > 교회와현장 > 교회와 현장
교회와현장 (2019년 1월호)

 

  남북관계 개선과 시민사회의 역할
  

본문

 

* 이 글은 대화문화아카데미가 주최한 대화모임 “남북관계 개선과 시민사회의 역할”(2018년 11월 16일, 대화의 집)의 내용 중 정성장의 발제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 편집자 주

<여는 말씀> 이홍구(전 국무총리)

제 공직생활 12년 가운데 중요한 부분은 통일부 장관을 두 번 했던 기간이고, 또 저는 통일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말씀드릴 수 있겠다. 평화가 통일과 관련해 이야기될 때는 뭘 이야기하라고 많이 해서 요새 다시 좀 바빠졌다.
통일을 이야기할 때 두 가지 측면이 부담되는데, 바로 이 시기 이런 모임에서 논의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강대국과의 관계이다. 비교적 우리끼리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도 강대국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기본 입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 거듭되고 있다. 이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요새 상황을 보면, 냉전이 끝났다고 하지만 끝난 것도 아니다. 지난 1년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강대국과의 관계 문제에 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우리 국민들이 생각을 함께하고 있는 것인가. 방향감각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남북대화도 역사가 좀 있다. 어제 통일협회 송년모임에 갔는데, 다시 느끼는 것은 남북대화는 그 나름의 역사가 있으므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유념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북대화의 시작은 공식적으로 1972년 7・4공동성명이다. 요즘은 잘 모른다. 놀랄 만한 사실은 7・4공동성명에서 남북이 완전히 합의한 3개 원칙이 있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문제는 이런 좋은 이야기가 왜 실현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 1987년 민주화 열기 속에서 통일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국민적 열기로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 방안을 만들었다. 보기 드물게 합의되어 국회가 만장일치로 받아들인 방안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생각난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6・15 선언을 하고 돌아왔는데, 저는 그 즈음 미국 대사를 하고 돌아왔다. 김 대통령이 우리 실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당시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저를 미국 특사로 보냈다. 저는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한 통일 방안에 전력투구하자고 했다. 이게 지금 다시 일어나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두 어려운 일들을 하시지만 한쪽으로는 큰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다. 또 이웃 국민들끼리 함께 가야 한다. 두 가지를 모두 생각하면서 시민운동을 전개한다는 일은 어렵지만, 바로 그것이 국민적 과제이다. 오늘과 같은 모임이 자신감을 갖고 다 같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조 발제>(일부) 2018 남북정상회담 평가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추진 방향–정성장(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 문재인 대통령이 큰 방향에서는 대체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각론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은 전문가 집단, 시민사회가 제공해야 하는 부분이다.
● 정부로서도, 저는 북핵 관련 TF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안보전문가, 핵 전문가, 기술자 모두 포함하고 보수와 진보의 많은 전문가를 포함해 우리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직까지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비공개회의를 통해 제안한 것이 다행스럽게 조금씩 정부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계속 느끼는 것은 어느 한두 전문가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 완벽한 해법은 갖고 있지 않으며, 그 해법을 발견해가는 과정 중에 있다. 미국의 폼페이오, 북한의 김영철 모두 강경파이다. 김정은-트럼프가 합의한다 하더라도 그 아랫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강경파이다. 때문에 이들이 만나면 계속 판이 깨지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북미 고위급회담만으로는 안 되고, 남한이 들어가서 중재 역할을 하는 남북미 고위급회담 혹은 남북, 미중 고위급회담을 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안 되고 있어 아쉽다.
● 4・27정상회담의 합의 중 중요한 것 하나가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장관급회담을 여러 차례 했지만, 합의를 하더라도 그 사이를 조율할 기구가 없었다. 2000년대부터 주장해왔던 합의형 상설기구가 받아들여진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 얼마 전 두만강 포럼에 참석해 북한 인사를 만났더니, 제가 발표한 글들을 잘 읽어보고 있다고 하더라. 그는 또 ‘정 박사님이 중립적・객관적으로 입장을 유지하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나, 공화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하면 쓴소리도 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이야기하더라. 우리가 좋은 제안을 하면 북한이 체크하고 있으니,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우리에게 좋은 제안이 있으면 언론을 통해 발표할 필요가 있다.
● 9월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렸는데, 이것은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바꾸는 굉장히 중요한 계기였다고 본다. 남북간 군사적 적대관계 해소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했고, 여기에 우리 사회 보수 진영이 상당히 반발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껏 북한을 적으로 봤는데, 이는 북한을 더 이상 적으로 보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을 잠재적인 군사적 위협 정도로만 보고 적으로는 보지 않겠다는 말이니, 적대 상태에 익숙해진 보수적인 이들에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 따라서 남남대화가 앞으로 중요하다. 제가 계속 강조해온 것 중 하나가 ‘초당적 대북정책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기 통일준비위원회처럼 들러리 서는 기구가 아니라 여야 정치인과 여야 추천 전문가, 정부 관계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초당적 대북정책 기구 말이다. 보수와 의견을 좁혀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있을 것 같은데, 김 위원장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비공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비공식 방문’이란 김 위원장이 베이징 방문 때 언제 간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방문 후에 공개했던 것과 같은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미리 알리면 보수 측 반발이 예상된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에 보수와 진보 간의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방남 약속을 지키지 못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하면 김 위원장의 국제사회 신뢰도도 높아지리라 본다. 그것을 계기로 북미대화의 긍정적 합의도 도출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에 관한 입장을 분석해보니, 대략 7단계 정도로 구분이 된다. 얼마 전까지는 종전선언을 중시하다가 지금은 대북제재를 중시하고, 비핵화와 관련해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도 꺼내드는 식으로 계속 진전해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이루어지면 더욱 진전된 합의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의 답방을 단순히 천안함 등 과거사와 연루시켜 볼 것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비핵화 진전의 계기로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대화>

강정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대표) 정성장 박사 발제에서 북한 압박을 통해 대화를 유도했다고 주장하는데, 미국 주류들이 하는 이야기이다. 과연 그런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경제 발전을 위해서 대화로 나아갔다? 2016년 경제가 3%대 성장을 했는데, 현재 그런 압박과 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는 상당히 잘 돌아가고 있다.
물론 앞으로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 당연한 전제이지만, 지금 북한이 대화에 나온 것은 어디까지나 계획된 프로그램이라고 본다. 핵 무력 완성을 했으니 더 이상의 핵 무력에 대한 개발 투자는 늦추겠다는 뉘앙스의 연설을 11월 29일에 했다. 그런 측면에서 북이 핵 무력 완성을 통해 미국을 압박해서 더 이상 미국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이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 안 되도록, 오히려 북이 미국을 압박했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08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이 때문에 북이 핵실험을 재개했다고 이야기하셨는데, 제 기억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1, 2차 핵실험을 했지만 3차 핵실험은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오바마 정부가 북과의 2·29이면합의를 위배하면서 감행했다. 오바마 재선 때, 북한이 미국에게 핵 모라토리움을 해주면 재선된 뒤 관계 개선 등과 관련해 진지한 협상을 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런데 오바마가 이 약속을 뒤집은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때문에 북한이 할 수 있는 길은 미국이 위협을 느껴 협상에 나오지 않으면 안 되도록 하는 것으로. 그래서 3월에 핵・경제 병진 노선을 택했고, 6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 완성, 그리고 11월에 ICBM을 완성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08년 북한 급변사태 대비 계획 때에는 핵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다음, ‘초당파적 정책 기구’를 만드는 것은 좋은데 그것은 정책기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자문기구가 되어야 한다. 초당파적으로 모인다고 문재인 정부보다 더 나은 전략을 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장기적 비전을 갖고 거기에 맞는 자문을 하는 것이면 몰라도, 정책기구로 공식화하면 문재인 정부의 장기적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공식 방문’이라고 하셨는데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다. 당연히 공식적으로 해야 한다. 지금 남북 간 73년 만의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났는데, 언제까지 우리가 일부 반대 세력이 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할 것인가? 이제부터는 돌파구를 완전히 열어야 한다. 반대 여론을 극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비공식 방문은 평화통일 전반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다.
김성재(김대중아카데미 원장) 아까 사회자께서 ‘여기에 북한에서 온 사람도 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제가 그 역할을 좀 해보겠다. 지난 10・4 남북공동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다녀왔는데, 오늘 정성장 박사 발표에서 강조하는 관점과 다른 이야기가 북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북은 그동안 우리가 생각한 이상으로 많이 발전하고 있었다. 실제로 북한 인사는 ‘우리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이미 지나 경제발전하고 있는데, 남에서는 왜 자꾸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하느냐. 제발 그만 하라고 해라. 이제는 교류 행사보다 경제산업 협력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더라. 북의 이런 입장에 대해 우리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도 현재 상당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남북관계 개선을 이야기할 때 우리의 입장과 관점에서만 자꾸 이야기하는데, 북에서는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10・4 남북공동선언의 합의 이행, 철도/도로의 현대화와 같은 것이다. 북쪽의 입장은, 양측이 합의해놓고 남측이 이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 관점에서 이해하기 때문에 남북대화가 잘 못되고 있다.
9・19 평양선언은 4가지이다. 첫째 비핵화인데, 북한은 합의에 따른 이행을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미국은 상응조치를 안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군사분야는 진행되고 있고, 그리고 세 번째가 경제 분야이다. 올해 안에 서해 및 동해선 철도와 도로 착공식, 서해 경제특구와 동해 관광특구를 개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정상화하겠다는 것, 이렇게 합의해놓고 북쪽에서는 이것을 왜 이행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이다. 북쪽은 이산가족, 문화체육 분야 등에서 합의를 이행했다는 것
이다.
정성장 박사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4・27 판문점선언에서 가장 획기적이라고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들이 제일 중요시했던 것은 결국 경제 문제이다. 그래서 이번에 10・4대회를 하는 동안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은 개막 연설에서 ‘수뇌상봉에서 합의한 것을 남쪽에서 이행하지 않으면서 뭘 자꾸 만나자고 하느냐, 우리 민족끼리 하자고 하고는 왜 이행하지 않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니까 북이 남쪽과 협력하자고 하는 것과 우리가 북과 하자는 것이 다르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 북의 입장을 바로 알고 대화하면서 가야지, 우리 관점에서만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래경(다른백년 이사장) 중국 문제가 중요하다. 어찌보면 중국은 미국보다 더 중요한 걸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북관계는 그렇게 풀어도 중국과의 관계를 보면, 사드 배치는 정확히 미국이 한국에게 대 중국 전선에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남한 정부를 꼼짝 못하게 하는, 대 중국 갈등 요인의 측면이 있다. 최근 SCM(한미군사협의회)에서 SM(스탠다드 미사일)을 몇 조를 들여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것의 용도는 중국 외에는 없다. 이렇게 한중관계에 갈등 요인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한반도 문제가 풀릴까 하는 의문이 있다.
김성재 원장 말씀 중 유엔 제재와 관련해 말씀드리면, 일부 전문가 이야기는 물론 유엔 제재가 유엔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포괄적 제재를 만들어낸 건데, ‘제재’라는 표현이 없다는 것이다. ‘결의’이다. 그 결의의 목표는 북한이 더 이상 핵 개발을 못 하고 대화와 평화의 테이블로 나오라는 강한 압박을 의미한다. 그 북한 ‘제재’에 대해 남한 정부가 스스로 너무 과도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닌가. 남한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데 중국, 러시아, 유럽, 유엔이 움직일 리는 없다. 유엔 안보리 결의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때로는 무력화시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너무 무력하다. 오히려 유럽 가서 구걸하고, 유엔에 가서 구걸하는 꼴이 된 것 아닌가. 그것 말고 당당한 한민족 선언이 더 중요하지 않았나.
그다음, 우리가 미국을 이야기할 때 너무 트럼프에만 의존하고 있다. 미국은 다원적 사회이고, 최근에는 트럼프가 미국 내 메인 스트림을 역류해 갈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의회, 민주당, 싱크탱크, 주류 언론 등. 자기 밑에 있는 정부 관료들도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없다고 한다. 트럼프에 대해 어디까지 신뢰하고 평가해야 할까. 이 부분도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삼열(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금년(2018년) 1월 1일부터 급진전된 남북관계 개선 방향을 주시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남북관계 개선의 방향과 틀을 북이 주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북은 조직적으로 또 체계적으로 흔들림 없이 자기주장을 하면서 나오고 있고,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만 보아도 용어 등이 북이 1991년 남북합의서 때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오던 노선이다. 그 뒤 우리는 여러 가지 제안을 했지만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 단계에서 여야의 초당적 협의기구가 있어서 우리도 분명한 로드맵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강대국의 입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남남 갈등의 해결도 중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금 더 폭을 넓혀 국민적 합의기구를 단단히 만들고 추진해나가는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국회가 평양합의서 비준 동의를 안 해주니 내각에서 해버린 것은 큰 실수라고 본다. 그걸로 국민적 동의라고 할 수 있는가? 성급한 조치였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정책에 대한 자신 있는 로드맵과 노선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침해될 때는 과감하게 밀고 나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덧붙여 앞으로 철도 건설, 관광업 재개, 김정은 위원장 답방 등이 ‘쇼업’(show up)으로서 남북관계 개선은 되겠지만, 그게 본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데에는 의문이 있다. 결국 동・서독처럼 남북관계가 합법적 두 국가로 병존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 즉 ‘남북기본조약’으로 가야할 텐데, 거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비책과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고, 영토문제, 국가보안법 등 제도적 틀에 대한 정비로 나아가야 남북관계의 틀이 제대로 개선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제도적 틀에 대한 논의가 너무 없어서, 그것을 시민사회가 요구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본다.

정성장 북한이 올해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게 된 것이 단순히 압박 때문이라거나, 김정은의 독단적 결정 때문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일단 제재라는 것이 북한에 상당히 큰 충격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작년(2017년)에 제가 북한의 6차 핵실험 전후에 신두만강 대교를 갔는데, 7월만 해도 상당히 많은 차량들이 북-중을 오갔다. 그런데 10월에는 작은 미니버스 하나밖에 못 봤다. 그리고 중국 내 북한 식당의 종업원들도 올해 1월 초 다 철수했다. 또한 북한은 작년 외화수입원이 다 끊겼다. 광물자원, 수산물, 의류 등. 그런데도 북한이 끄떡없다고 이야기하면 그건 설명이 안 된다.
올해 해외에서 ‘1.5트랙 대화’라고 해서 북한 관리들과 남한, 미국의 전문가/관리들이 만났다. 우리 측에서 북한에 ‘제재가 고통을 주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북한 쪽에서 아니라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때 들었던 이야기 중 놀라웠던 것은 북한 쪽에서 ‘그렇다’고 말하면서, 그렇지만 ‘과거 200만 명이 굶어죽었던 고난의 행군 시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말하자면, 그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을 북한 사람 입으로 해서 모두 충격을 받았다. 설마 했었는데.
작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이고 이후 두 가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핵 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이고 또 하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처럼 압박으로 굴복시키려 했다면 북한은 대화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우려 사항에 대해서도 들을 용의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대화의 자리에 나왔는데, 뜻밖에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하니 대화의 판이 커진 것이다. 핵을 포기하면서 북미관계 정상화, 평화협정을 교환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올해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만일 북한이 핵 무력 완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대화에 나섰다면, 그 자신감의 근원인 핵을 포기한다? 말이 안 된다.
또 북미대화도 알다시피 북한이 먼저 제안한 게 아니다. 김여정, 김영철이 왔을 때 우리 측에서 끈질기게 남북관계 개선만으로는 안 되고 북미대화가 필요하다고 설득했고, 북한이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거기서 한계 상황에서 사고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실용주의적인 면을 볼 수 있다. 올해는 과거와 다른 것이 남–북–미 지도자들이 공동으로 적극적 이해관계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실무자 협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이야기에, 우리 측에서는 ‘그래서 과거와 달리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게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식 방문’ 표현에 대해서도 말씀드리면, 과거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방문도 전부 비공식 방문이었다. 비공식이라고 해서 공개를 안 한다는 것이 아니고, 방문한다고 미리 고지하지 않고 사후에 공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교가에서 사용되는 ‘비공식’이라는 표현이 거부감이 있다면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
겠다.
북한에서 인도적 지원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더 큰 협력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의 영변 핵 시설 폐기 카드는 중요한 카드이지만 거기서 더 멀리 나아갈 필요가 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핵무기와 ICBM까지 폐기하는 것이다. 트럼프 임기 내 비핵화를 완성하겠다고 했으면, 북한도 구체적인 일정표를 제시하면서 미국에 받을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걸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입장 정리가 안 되었다는 뜻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초당적 대북정책 기구를 이야기하는 것은,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모아서 우리가 과거와 다른 새로운 길로 가는 대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신고-검증-폐기’인데, 북한은 폐기하면서 동시에 신고/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체계적 대안을 만들고 북미가 수용할 만한 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트럼프가 메인 스트림과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첫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조기전환에 합의했다. 북미정상회담 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에도 합의했다. 외교와 관련해서 미국은 대통령이 큰 권한을 갖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북한이 주도하는 것은 아니고 문재인 정부와 북한이 공동으로 주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부터 정상회담 제안을 했고, 올해 상황이 순조롭게 굴러가는 데는 문 대통령의 배려 정치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김여정이 왔을 때, 우리 고위 인사들을 다 만났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다르다는 것을 북한에게 보여주었다. 북을 붕괴시킬 의도가 전혀 없고 화해, 교류, 협력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여기서 아마 김여정의 인식이 달라졌고, 우리 특사가 북에 갔을 때 환대해준 것이다. 그러니 결국 문 대통령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었고, 거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자신의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호응하면서 자기 식의 이니셔티브를 또 쥐었다. 어느 한쪽이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이 공동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유엔 제재 관련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 앞으로 김정은 답방이 이루어지면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일정표를 제시하게끔 하고, 미국으로부터는 상응조치 일정표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도, 국제사회의 신뢰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중국 문제 관해서는, 중국이 최근 여행 관련 인터넷 관광객 모집을 허용했다. 사드로 인한 중국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오판한 부분이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고 ICBM이 폐기되면, 사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중국이 압박을 한 것은 전략적으로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본다. 꾸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정부에서는 공개적으로는 아니지만 남북기본조약과 비슷한 ‘남북기본협정’을 준비 중이다.
결국 지금은 과거에 걷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 상황이고, 이를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끌어낸다는 차원에서 다수의 의견을 듣고 집단적 지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초당적 대북정책 수립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정희(남북민간교류협회 이사) 정성장 박사께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식 방문’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놀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파리에 와서 한 말씀이,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전에 무엇을 말할 것인가, 얼마 동안 할 것인가 등을 전혀 묻지 않았다고 하더라. 화이트 카드를 그냥 던진 것이다. 그런 대담성을 보여준 김정은 위원장을 한국에 초청하면서, 우리는 슬그머니 오가게 하는 ‘찌질한’ 국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가. 내가 다 창피하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분에게도 한 마디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대한민국인가, 묻고 싶다.

정성장 ‘비공식 방문’이라는 표현에 대해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 그것은 말씀하신 것처럼 슬그머니 오가는 것은 아니다. 5・26정상회담도 비공식 정상회담이다. 미리 공개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2019년 1월호(통권 721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