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대한기독교서회 | 회원가입 | 로그인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기독교사상 > 성서情談 > 시의 입술로 말하는 성서 (10)
성서情談 (2016년 12월호)

 

  데나리온이 아니라 사람이다
  

본문

 

차별의 때와 먼지를 씻어내는 시간

옥스퍼드 타운, 오 옥스퍼드 타운
모든 이에게 모멸을 안겨준 도시여
대지 가운데 태양이 뜨지 않는 곳이네
나는 옥스퍼드 타운에는 가지 않으련다
그런데 그는 옥스퍼드 타운엘 갔지
총과 곤봉을 높이 든 이들이 달려들었네
그 이유는 말이야, 그의 얼굴이 갈색이기 때문이야
옥스퍼드 타운에서 도망친다면 좋을 텐데
바로 저기가 옥스퍼드 타운이라네
그는 문 앞에까지 왔으나 들어갈 수 없었고
그 모든 건 피부색 때문이라지
친구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해?
나와 내 연인, 그리고 그녀의 아들은
동시에 최루가스탄을 맞았지
왜 왔는지 모르겠어, 어서 도망가야겠어
오후가 되면 옥스퍼드에선 모두들
슬픈 노래를 부르곤 한다네
피의 달빛 아래서 두 남자가 죽었다고
그 사건을 누군가 빨리 조사하면 좋으련만
옥스퍼드 타운, 오 옥스퍼드 타운
모든 사람에게 모욕을 안겨준 도시여
- 밥 딜런 노래, <옥스퍼드 타운>(Oxford Town)


노벨문학상에 빛나는 밥 딜런의 노래이다. 공군에서 돌아와 옥스퍼드 시 미시시피 대학에 입학했으나 거부당한 흑인 제임스 메레디스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 인종차별주의자들과 흑인들이 대치하면서 옥스퍼드 시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았다. 2명이 죽고 400여 명이 다쳤다. 케네디 대통령은 연방군을 보내 메레디스를 보호했고 인종차별주의자인 옥스퍼드 시 시장은 결국 두 손을 들어야 했다. 결국 메레디스는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됐고, 장차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하게 된다. 흑인 인권신장을 요구하는 이 노래는 옥스퍼드 시에는 불명예를 안겨준 노래이기도 하겠다.
“식탁에서 일어나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신 뒤 대야에 물을 떠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고 허리에 두르셨던 수건으로 닦아주셨다. 시몬 베드로의 차례가 되자 그는 ‘주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께서는 ‘너는 내가 왜 이렇게 하는지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알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베드로가 ‘안 됩니다. 제 발만은 결코 씻지 못하십니다.’ 하고 사양하자 예수께서는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이제 나와 아무 상관도 없게 된다.’ 하셨다.”(요 13:4-8, 공동번역)
차별 없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풍경. 우리가 보통 수제자라 일컫는 베드로조차도 차례를 기다렸단다. 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일사불란한 공동체가 아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히브리인들은 살, 몸, 육신을 ‘바살’이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당신 때문에 제 살은 물기 없이 마르고 메마른 땅처럼 약해졌습니다.”(시 63:1, 사역)라고 할 때도 쓰인 낱말이다. 바살은 허약하고, 추하고, 부족한 약점을 이야기할 때 쓰였다. “모든 살은 그분의 거룩하신 이름을 영영 세세 찬미하리라.”(시 145:21, 사역) 우리의 몸은 씻음이 필요하고, 씻음을 받은 몸, 윤기 있는 촉촉한 몸은 하나님께로 나아갈 때 부족함이 없는 몸과 살이 될 것이다. 그리스어에서 살은 ‘사륵스’(sarx)인데, 하나님께 나아갈 때 예수는 다른 무엇을 보지 않으시고, 살의 깨끗함만을 가지면 된다고 하신다. 물질적인 그 어떤 것도, 어떤 소유도 하나님은 바라지 않으신다.
가난 때문에, 건강 때문에, 각종 차별 때문에 가슴 쥐어뜯으며 아파하는 이여, 아무 걱정 근심하지 마시라. 하나님은 차별 없으신 분. 틈틈이 박힌 건물의 벽돌처럼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꼭 필요한 존재. 꽃호박 넝쿨이 대지를 뒤덮듯이 주님의 사랑은 모두에게 일관되고 평등하다. 이슬이 또옥또옥 떨어지는 꽃호박 아래서, 깨끗이 씻긴 호박 한 덩어리 들고 이고 지고 내려오는 산도랑길. 그런데 피부 색깔로, 가진 것 못 가진 것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아랫마을 세상은 얼마나 졸렬하고 어리석은 도회지인가.
하나님은 유력하다고 뽐내는 자들을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지극히 낮고 천한 작은 자를 들어 천국 백성 삼으시는 분. “사람이 사랑에 붙잡히면 그 순간 무한한 빛과 같이 된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빛과의 만남 앞에 제자들은 억수로 반짝거린다. 발을 씻어서도 반짝거리지만 온 정신이 깨끗해짐을 물씬 경험하였을 것이다.
인디언 주술사 찰리 나이트는 이렇게 말했지. “모든 것은 노래를 가지고 있어. 신은 우리에게 각각의 노래를 주셨지. 그것이 우리가 누구인지 아는 방법이야. 우리의 노래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려주거든.” 인간, 나를 비롯하여 인간은 누구인가? 모두가 차별이 없으면서 또한 개성은 분명해야 한다. 다른 것은 소중한 것이니까. 다름은 틀림이 결코 아니렷다. 서로 다른 몸을 갖고 태어났으나, 다른 생각들을 갖고 살고 있으나, 우리 한마음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리. 오직 사랑의 길, 오로지 사랑뿐인 길.
모욕과 모멸과 수치를 안겨주면서 차별로 나아가려고 하면 당장 뛰어가 막아낼 자 누구인가? 신발을 벗고 오늘 차별의 때와 먼지를 씻고 있는 바로 당신이다. 땡볕 속을 걸어가고 있는 상처투성이 발이여! 구부리고 걸어가는 벌레처럼 우리는 납작 엎드려 겸손함으로 이웃을 모시고 차별 없이 대해야 마땅하다. 이웃을 모시는 일이 곧 하늘을 모시는 일이요, 각각의 노래를 부르며 신을 찬미하는 이 길 끝엔 새벽별이 빛날 것이다.

카이사르의 것과 하나님의 것

마음에 말 가운데 몸가짐에
향기로 가득 차 있는 이
베풂으로써 기쁨을 누리는 이
남들의 작고도 넉넉한 인정의 열매
산처럼 키워 칭송하며
스스로의 가슴속에 꽃을 피우는 이
그런 사람 얼마나 되나
- 인도 잠언시


“그대의 인생을 왕처럼 부풀려(King size) 살지 마라. 그대의 인생을 성자 같은 지혜(Saint Wise)로 살아가라.” 인도의 수행자 스와미 웨라 바라티의 말이란다. 예수는 지혜의 교사.
“그들은 예수의 말씀을 트집잡아 사법권을 쥔 총독에게 넘겨서 처벌을 받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들은 예수께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선생님의 말씀과 가르침이 옳다는 것을 압니다. 또 선생님은 사람을 겉모양으로 판단하지 않으실 뿐더러 하느님의 진리를 참되게 가르치신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우리가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옳지 않습니까?’ 예수께서는 그들의 간교한 속셈을 아시고 ‘데나리온 한 닢을 나에게 보여라. 그 돈에 누구의 초상과 글자가 새겨져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카이사르의 것입니다.’ 하고 그들이 대답하자 ‘그러면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돌리고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려라.’ 하고 말씀하셨다.”(눅 20:20-25, 이하 공동번역)
예수의 답변은 참으로 지혜롭다. 카이사르는 로마의 지배자. 그들은 돈에 관심을 보이지만 예수는 백성들, 사람에 관심한다. 하나님의 것이란 곧 백성의 것이 아니겠는가. “예수께서는 백성을 상품 취급하여 안팎으로 지배를 강화하고 돈을 버는 자들을 단죄하신다.”(국제가톨릭성서공회 본문풀이)
뱀은 독을 품고, 꽃은 향기를 품는 법. 독기가 하나도 없는 생명의 복음. 데나리온은 로마의 화폐 중 노동자 하루치 임금에 해당한다. 데나리온을 보여달라고 하신 예수. 데나리온 앞면엔 로마 황제가 새겨져 있다. 거기엔 “신이신 아우구스투스의 아들, 티베리우스 카이저 아우구스투스”라고 쓰여 있고, 뒷면에는 “대제사장”이란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예수는 이때 카이사르가 아닌 하나님의 형상을 입은 우리들 사람을 상상했을 것이다. 권력과 자본의 제패에 놀아나지 말아야 할 오롯한 사람. 가슴속에 꽃이 핀 사람이 되어야지, 로마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현혹되어 어둡고 축축한 괴물이 되지 말기를….
“예수운동은 일회적인 체제 혁명이 아니라 역사와 사회의 영구적인 혁신운동이었다. 그것은 단적인 체제 부정이 아니라 체제 안에서 체제의 근본을 뒤흔드는 운동이었다. …나눔과 섬김의 삶은 인간의 자기중심적 욕구를 극복한 것이고, 억압과 수탈의 강제적인 사회 구조를 거부한 것이다. 이 나눔과 섬김의 삶은 소종파주의적인 폐쇄적 공동체가 아니라 새로운 나라의 실현을 위한 민중 운동이었다.”(박재순, 『예수운동과 밥상공동체』)
예수는 온 생을 다해 사람냄새를 풍기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분. 친근하고 수더분한 사람냄새 나는 세상, 하나님 나라 말이렷다. 헤롯 왕, 헤롯 안티파스, 헤롯 필리푸스, 아그리파 1세, 본디오 빌라도에게는 맡을 수 없는 사람냄새. 헤롯 성전에서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참사람의 향기.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와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네로와 갈바와는 전혀 판이한 갈릴래아 사람 예수를 우리는 바라본다. 그리스 로마의 신 제우스와 하라, 아폴론과 아프로디테, 포도원의 바쿠스와 농토의 카레스와 여행자의 신 헤르메스와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에게서는 맡을 수 없는 사람냄새.
마당에 핀 꽃나무라면 삼백예순 날 꽃향기를 맡으면서 살고 싶어라. 갈릴리 사람 예수가 심은 나무가 있다. 십자가의 사랑나무. 소문의 공명통으로부터 들려오는 가난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 이야기가 복음서의 모든 것이요, 십자가의 가르침이다. 데나리온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것은 철저히 사람의 이야기렷다.
흰 눈보다 더 깊고 하얗게 내린 복음에 젖은 우리는, 사람의 향기에 젖은 우리는 이제 앞으로 ‘나눔과 섬김의 향기’로 세상의 공기를 아주 딴판으로 바꿔나갈 것이다. 체제의 근본부터 뒤흔들 것이다. 성자의 지혜를 가지고, 뜨거운 것을 가지고서, 달의 눈과 따스한 물로 붉은 언덕과 푸른 죽음을 지나서 나아가리라. 눈부시게 흰 아침에 님의 향기를 같이 호흡하리라. 이 도시에는 예수 향기가 나는 사람 몇이나 되나?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친구여.

살아 있음으로 충분히 아름답네

그토록 많은 것을 내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두 눈을 주었습니다
흰 것과 검은 것을 구별할 수 있고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내 사랑을 한눈에 찾아낼 수 있는
빛나는 두 눈을 주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것을 내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귀뚜라미의 울음소리와
카나리아의 노랫소리를 들려주었고
망치질 소리, 물레방아 소리, 개 짖는 소리, 소낙비 소리
그리고 내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밤이든 낮이든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귀를 주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것을 내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말과 글을 주었습니다
어머니, 친구, 형제, 그리고 내 연인의 영혼의 길을
비춰주는 빛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표현해낼 수 있는 말과 글을 주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것을 내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두 발을 주었습니다
두 발의 고단한 행진은 도시와 늪지를 지나
해변과 사막, 산과 평원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집과 거리 그리고 당신의
정원까지도 거닐 수 있었습니다

그토록 많은 것을 내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내 마음속에는 멈출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일어납니다
인류의 지혜가 그 열매를 맺으려고 할 때마다
악을 물리친 선의 승리를 볼 때마다
당신의 맑디맑은 눈동자를 들여다볼 때마다

그토록 많은 것을 내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웃음과 눈물을 주었고
그 때문에 불행으로부터 행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웃음과 울음으로 내 노래는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내 노래가 당신들의 노래이고
모든 이의 노래가 또한 나의 노래입니다
그토록 많은 것을 내게 준 삶에 감사합니다
-비올레타 파라 노래, <삶에 감사해>(Gracias a la Vida)


그러나 삶은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가. “하나님 보러 갈 짬이 없어요. 새벽별 보며 일터에 가고 어스름 등에 지고 돌아오는 나날/ 조출 잔업특근 철야 그물에 갇혀 일에 쫓기다 바라본 창밖/ 새까만 연기 하늘에 가려 닫힌 하늘 문 두드려도 열리지 않고/ 하나님 보러 갈 짬이 없어요.”(최명학 사, 고승하 곡, <여공일기>) 고단한 이 삶, 굳어버리고 얼어버린 우리. 시편에서는 ‘하야 립비 카도낙, 제 심장이 밀랍처럼 되어버렸어요.’라고 흐느꼈다. 굳어버린 심장을 밀랍이라 칭했구나. 꿀찌기를 끓여 짜낸 밀랍, 그 싸늘한 밀랍에 갇히고, 또 물고기들처럼 그물에 갇혀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쨌든 삶에 감사하라고 주문하다니….
<삶에 감사해>는 새로운 노래운동 누에바 칸시온을 일궈낸 비올레타 파라의 노래이다. 그녀는 이 노래와 함께 세상을 서둘러 떠났다. 훗날 아르헨티나의 인디오 혈통이던 메르세데스 소사 여사가 이 노래를 웅혼하게 불렀고 세계에 널리 알리는 역할도 했다. 군부독재 통치기간 내내 괴로운 망명생활을 하다가 마침내 돌아온 소사 여사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듣는 이, 부르는 이 모두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슬픔이 슬픔을, 눈물이 눈물을, 상처가 상처를 위로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너희는 모세의 책에 있는 가시덤불 대목에서 죽은 이들의 부활에 관한 글을 읽어보지 못하였느냐? 거기서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이요, 이사악의 하느님이요, 야곱의 하느님이다.’ 하셨다.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의 하느님이라는 뜻이다.”(막 12:26-27)
오! 산 자의 하나님이시여. 죽은 돼지머리 북새통 속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시는 분.
치통을 낫게 해보려고 아시리아 사람들은 주문을 외웠다지. 지독한 치통 앞에서 그들은 기도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아누신이 하늘을 만든 후 하늘이 대지를 만들고, 대지가 강을 만들고, 강이 운하를 만들고, 운하가 못을 만들고, 못이 벌레를 만들었단다. 벌레는 신에게 먹을 것과 파괴할 것을 달라고 하자 신들은 과일을 주었는데 벌레는 과일 대신 이빨을 달라고 했다지.
치통 하나에도 인류는 두려워 이렇게 신을 찾는다. 그러던 사람들을 이제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라니…. 벌레에게 이빨을 주기 싫어 병원을 찾으면서 아이들은 그래도 조마조마 기도를 바친다. 이빨을 고치고 나오는 병원 앞에서 그 어느 날보다 눈부신 햇살에 눈이 멀 것 같아도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 신을 찬미한다. 오! 신이여 감사합니다. 이 삶에 백 번 천 번 감사합니다. “삶은 내게 웃음과 눈물을 주었고 그 때문에 불행으로부터 행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생명은 주님의 것. 생명의 샘 정녕 당신께 있고…. ‘임카 에코르 하임’(시 36:9), 우리는 이 생명수 잔치마당, 생애를 감사하는 예배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라. 예배는 온전히 삶이어야 한다. 반대로 삶 또한 온전히 예배여야 한다. 회칠한 무덤 강도의 소굴에서 드리는 예배는 하나님이 절대 받지 않으신다. 소생되고 수심정기된 예배. 폭력마귀, 탐욕마귀, 의식마귀들에 사로잡힌 오늘의 교회는 죽은 망자의 음울한 공기로 가득 차 있구나. 죽음이 딸꾹질을 하고 머리카락들은 모두 말라비틀어져 금방 불이 옮겨붙을 것만 같다. 화석이 된 교리만 붙잡고 펄펄 살아 숨 쉬는 복음은 쥐꼬리조차 보이지 않아. 흐지부지 말줄임표들만 가득 나열된 속임수와 괴상망측한 설교, 해설이 판을 치는 마지막 때. 차라리 침묵에 말을 거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살아 있는, 목숨이 붙어 있는, 생명수가 달큰한 복음을 만나고 싶다. 그래 다행스런 미소들을 만나고 싶다. 입술이 찢어지도록 아려오는 슬픔을 노래하는 사람들과도 함께하고 싶어라. 어둡고 막힌 컴컴한 지구에서 그대는 순례자의 길을 따라 걸어온 사람. 타클라마칸을 넘고 요르단 사막을 넘어 낙타의 울음소리 앞세우고 걸어오는 순례자를 만나면 우린 정녕 웃게 될까? 죽은 이들의 하나님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의 하나님을 찬미하자. 이 감사한 생을 부여안고 같이 살아내고 있는 동무들. 말과 글과 발로 살아가는 당신이여. 허수아비를 던지고 푸닥거리나 해줘야 위로를 받을 거라면 이 순례길을 애당초 떠나오지도 않았다. 이미 그대는 살아서, 살아 있음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떳떳한 사람이다. 생이라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여행자. 생이라는 감사예배를 쉬지 않고 드리고 있는 당신. 쫀쫀한 주일성수는 안식교도에게나 줘버리고, 그대는 부디 온 생을 감사하고 또 감격하며 예배하시라. 지금은 참 생명이 열린 예수의 시대이요, 구원의 잔칫날이 밝은 지도 삼 천 년이 아닌가.

임의진 | 시인이며 수필가, 목사이다.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로 “시골 편지”를 장기 연재 중이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 5·18기념교회에서 성서연구를 인도하고 있다. 저서로 『참꽃 피는 마을』, 『앵두 익는 마을』, 『버드나무와 별과 구름의 마을』, 『예수 동화』가 있다.

 
 
 

2023년 8월호(통권 776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의왕카카오톡 친구찾기   비아탑-시알리스 구입   woao50   노란출장마사지   myilsag   racingbest   24시간대출   대출DB   gmdqnswp   viame2   ViagraSilo   Gmdqnswp   miko114   채팅 사이트 순위   yano77   미프진약국 박스   캔디약국   LevitraKR   gyeongma   천사약국   MifeSilo   reu112   출장 파란출장마사지   koreaviagra   Mifegymiso   skrxodir   24parmacy   ViagraSite   무료만남어플   euromifegyn   시알리스구매   의왕 발 기 부진약   moneyprime   insuradb   우즐성   비아탑   마나토끼   돔클럽 DOMCLUB.top   onnews   24Parmacy   비아센터   미프진 후기   kajino   미프뉴스   drugpharm   vnnd33   비아탑-프릴리지 구입   euromifegyn   파워맨   미프진 약국   시 알 리스 후기   24시간대출 대출후   alvmwls   비아몰   만남 사이트 순위   alvmwls.xyz   비아센터   유머판   밍키넷 MinKy.top   미프블로그   tlrhfdirrnr   financedb   qldkahf   주소야   rudak   링크114   코리아e뉴스   최신 토렌트 사이트 순위   미페프리스톤   HD포럼   vianews   돔클럽 DOMCLUB   viagrastore   24 약국   bakala   poao71   합몸 출장   낙태약   viagrasite   코리아건강   비아마켓   skrxo   신규 노제휴 사이트   allmy   비아랭킹   althdirrnr   miko114   웹토끼   gkskdirrnr   healthdb   비아365   yudo82   링크와   실시간무료채팅   mifegymiso   미소약국미프진   미소약국   qmn320   toto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