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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성서情談 > 시의 입술로 말하는 성서 (9)
성서情談 (2016년 11월호)

 

  마음, 손가락, 눈동자
  

본문

 

위쪽으로 툭 떨어지는 사람들

방황하던 나는 이제야 나의 길을 찾았나이다
그 길이란 곳 예수님이 밟으신 길
나는 그냥 믿고 그 길로만 따라 나가려나이다
남이야 나를 가리켜 시대에 뒤떨어진 자
케케묵었다고 하든 못난이라고 하든
나는 이제는 탓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도 주님을 따르노라고 받는 욕
나는 지금까지 너무나 남의 세상에 살아왔고
너무나 남의 눈을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나는 이제부터 아주 예수쟁이가 되렵니다
미치도록, 미치도록 믿으려나이다
- 이용도 목사 일기, 1929년 8월 23일


예수를 만나면 바닥으로 떨어지던 자가 느닷없이 하늘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정말 난데없이, 뜬금없이 위쪽으로 떨어지게 된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이 바로 예수의 친구들, 우리이다.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일이 절망의 길, 죽음의 길이라면, 위쪽으로 떨어지는 길은 희망의 길, 하늘의 길, 생명의 길이라 하겠다. 참 용서의 길이요, 참 평안의 길이 바로 거기 있다. 무차별 사랑이 그 길에 핀 꽃밭이다.
하늘의 사람 신비주의자 이용도 목사는 말했다. 천적광인(天的狂人)이 되어야 한다고. 하늘에 사로잡힌 광인으로 사는 길밖에는 우상 숭배의 세상에서 살아나갈 방도가 달리 없다고…. 그리하여 말한다. “나는 벌써 지상의 사람은 아닙니다. 신비의 나라에 배회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생명이 나의 영(靈) 위에 크게 일할수록 나는 땅에서 멀어지고 천(天)에 가까워지되 그 생명의 일이 약하여질수록 하늘로 올라갔던(떨어졌던) 내 영은 땅으로 떨어져 내려옵니다.”(이용도 편지, 1931년 11월 14일)
예수의 일흔두 제자 가운데 당신이 들어 있다면 어떨까? “일흔두 제자가 기쁨에 넘쳐 돌아와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들까지도 복종시켰습니다.’ 하고 아뢰었다. 예수께서 ‘나는 사탄이 하늘에서 번갯불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내가 너희에게 뱀이나 전갈을 짓밟는 능력과 원수의 모든 힘을 꺾는 권세를 주었으니 이 세상에서 너희를 해칠 자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악령들이 복종한다고 기뻐하기보다는 너희의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눅 10:17-20, 이하 공동번역)
그렇다. 사탄은 번갯불처럼 땅으로 곤두박질치나 우리 이름은 하늘로 홀가분하게 떨어져 높아지리라. 천사들이 나팔을 불어 구원받은 우리를 환영해주리라.
어떻게 하면 하늘로 떨어질 수 있을까? 카밀로 토레스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후세에 받게 될 심판의 가장 확실한 기준은 이웃에 대한 사랑의 정도에 달려 있습니다.” 지학순 주교는 이 증언에 이런 토를 달았다. “즉 우리의 이웃으로 나타나신 그리스도를 어떻게 대접해 드렸는가 하는 우리의 태도에 따라서 심판을 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의 기본 사명은 사람들을 ‘순명해라, 착해져라’ 하며 길들여서 권력을 남용하는 자들이 불의를 마음대로 자행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유식하고 당당한 독재자, 권력자, 독점가를 가르치고 일깨워서 인간으로서 자기의 양심을 되찾아 인간답게 바로 살 수 있게 해주는 데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신구약성서의 기본 사랑이며 현대 교회가 더욱 절실히 느끼는 기본 책임입니다.”(지학순 주교 강론집, 『정의가 강물처럼』)
하늘에 떨어질 수 있도록 기꺼이 돕는 사람들, 그 몫도 우리가 나서서 마땅히 해야 한다. “모세 씨가 애굽 땅에서 종살이하던 백성들을 이끌어낸 일 생각하라. 얼럴럴러 상사뒤여 어여루여 상사뒤요 우리들이 각성하여 힘을 합해 뭉친즉슨 악한 권세 맥 못 쓴다.”(거두리 이보한의 노래, 1872-1931) 하늘로 떨어진 사람, 전북 완주에 있는 거두리 씨의 비문에는 이런 글이 쓰여 있다. “평생 성질이 온순하고 인자하였네.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을 보면 옷을 벗어주고 밥을 주었네.” 관석 없이 아이 키만한 비석을 십시일반하여 세운 빈민들은 예수의 새로운 제자 일흔두 사람 안에 들어갔을 거두리 씨의 하늘 추락사건을 이처럼 축복하여 주었다.
“주여! 나를 인도하사 (하늘로 나를) 이끌어주소서.”
시편은 우리를 하늘길로 인도한다. 히브리어 ‘나하’는 어디로 갈 것인지 지정하여 길을 인도한다는 말이다. 하늘로 난 길, 그곳으로, 위쪽으로 툭 떨어지려고 작정한 우리들. 주께서 하늘길, 구원의 발걸음마다 인도하여 주시기를….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

나는 과거를 알 수 없는 여인이 좋더라
그렇게 만나고 싶었어도 도통 만날 수가 없어
꿈에 그리고 벽에 그리고 그래도 썽에 안 차
하늘에 그리다가 겨우 만난다는 것이 깎아지른 벼랑
혼도 발도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가파른 계곡에서 마주보다가
법석 껴안는다는 것이 천길 낭떠러지로
아주 떨어지며 내뱉는 한마디 수작

“우리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

씁쓸히 웃는 주름살에
피어린 역사가 새겨져 있는
그런 여인이 좋더라
- 백기완, <그런 여인이 좋더라>


죽음은 부활을 이길 수 없고, 낙심은 용기를 절대 이길 수 없다. 피어린 역사를 담지한 여인은 오늘도 꿋꿋이 마을을 수호하고 지켜낸다. 이 마을의 우물은 여인들의 발걸음으로 항상 물맛이 달고도 깊어라.
“예수께서 사마리아 지방의 시카르라는 동네에 이르셨다. 이 동네는 옛날에 야곱이 아들 요셉에게 준 땅에서 가까운 곳인데 거기에는 야곱의 우물이 있었다. 먼 길에 지치신 예수께서는 그 우물가에 가 앉으셨다. 때는 이미 정오에 가까웠다. 마침 그 때에 한 사마리아 여자가 물을 길으러 나왔다.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물을 좀 달라고 청하셨다. 제자들은 먹을 것을 사러 시내에 들어가고 없었다. 사마리아 여자는 예수께 ‘당신은 유다인이고 저는 사마리아 여자인데 어떻게 저더러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유다인들과 사마리아인들은 서로 상종하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 무엇인지, 또 너에게 물을 청하는 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오히려 네가 나에게 청했을 것이다. 그러면 내가 너에게 샘솟는 물을 주었을 것이다.’ 하고 대답하시자 그 여자는 ‘선생님, 우물이 이렇게 깊은데다 선생님께서는 두레박도 없으시면서 어디서 그 샘솟는 물을 떠다 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이 우물물은 우리 조상 야곱이 마셨고 그 자손들과 가축까지도 마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우물을 우리에게 주신 야곱보다 더 훌륭하시다는 말씀입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이 우물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 목마르겠지만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샘물처럼 솟아 올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 하셨다. 이 말씀을 듣고 그 여자는 ‘선생님, 그 물을 저에게 좀 주십시오. 그러면 다시는 목마르지도 않고 물을 길으러 여기까지 나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하고 청하였다.”(요 4:5-15)
우물에서 정한수 떠놓고 천지신명께 간절히 빌던 옛 여인들. 1916년 제임스 게일이 쓴 “한국인의 신관”이라는 글에 보면 당시 한국에는 ‘하나님, 신, 천, 상제, 신명, 대주재, 천군, 천공, 옥황, 조황’ 등 신의 이름이 각양각색이었단다. 게일은 한국인들은 고대시절부터 변함없이 ‘진정으로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true seekers after God)이었고, 조상 때부터 원초적인 종교성을 물려받은 특별한 민족이라 술회하고 있다.
그러다가 예수의 복음이 사막을 건너 이 먼 땅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비로소 활짝 열린 새날을 맛보게 된 것이다.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 박힌 눈으로 동트는 지평선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날이 온다/ 일어나 또 가자/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거리는구나/ 지금 나에게는 칼도 경(經)도 없다/ 경이 길을 가르쳐주진 않는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구만리 청천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너니까/ 우리는 자기야/ 우리 마음의 지도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황지우, <나는 너다>)
우리가 다다른 이곳엔 예수가 나와 계시고, 그는 칼도 경도 들이밀지 않으시고 오직 삶으로써 오붓이 만나자 하셨다. 목마름을 해갈하여 줄 한 모금의 생명수. 목이 말라서 그렇게 많은 물을 마셨으나 우리는 그만 익사하고 말았지. 진정한 생명수, 우리를 살게 하고 일어서게 할 참 생명수를 달게 들이켜야 한다. 펄펄 살아 움직이고 날쌔게 돌파하고 온전히 깨우치고 나아가는 무엇이야말로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생명수 아니겠는가.
“해변에 맨발로 서 있던 유가족/ 맨살로 닿을 수 없는 거리가 그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죽을 때까지 악몽을 꾸어야 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학살은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꾸는 악몽 같은 것// 손가락과 발가락까지 피가 돌지 않고 눈이 심장과 바로 연결된 것처럼 쿵쾅거렸다// 모든 것이 가만히 있는 곳이 지옥이다/ 꽃도 나무도 시들지 않고 살아 있는 것/ 별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멈춰서 못처럼 박혀 있는 곳/ 죽은 마음, 죽은 손가락, 죽은 눈동자.”(신철규, <검은 방>)
비극적인 떼죽음, 무뢰배들의 학살극. 그리고 이 오래고 눅눅한 마비와 무지와 침묵들…. 오직 진실과 정의만이 생명수가 되어 아이들과 유족들의 목마름을 해갈해줄 것이리라. 우물가에 있던 여인처럼 해변에 맨발로 서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샘물처럼 솟아올라 영원히 살게 할 것이다.” 아멘 예수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씁쓸히 웃는 주름살에 피어린 역사가 새겨져 있는 그런 여인’ 그런 유가족들에게 평안과 위로를 주옵소서. 우리 역사가 결코 뒷걸음질치며 물러서지 않도록 우리에게 거듭 하늘의 용기를 주옵소서.
예수는 슬픔을 견디고 살던 사마리아 우물가의 여인을 만났다. 날마다 생명수를 바라고 살던 그 여인. 그녀의 주름살이 펴진 날은 성형수술대 위가 아니라 예수를 만난 날이었다. 예수는 단박에 죽음이 아닌 부활을, 낙심이 아닌 용기를 선물해주었다. 죽은 마음, 죽은 손가락, 죽은 눈동자가 아니라 산 마음, 산 손가락, 산 눈동자인 사마리아 여인과 우리들.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 함께해요. 그리고 가만히 있지 않을게요. 가만히 있으면 꽃도 나무도 죽은 거겠죠. 별이 가만히 있으면 그건 못이지 별이 아니겠죠.

방랑자, 다시 돌아오리라는 약속

아! 생각을 더듬어보렴. 우리 두 사람이 실로 행복했던 날들을…
그 시절 인생은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태양마저 우리를 뜨겁게 감싸주었지
이제 낙엽은 흩어져 쌓이고
나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나 회한 또한 낙엽처럼 쌓여가고
모진 북풍은 그것들을 차가운 망각의 어둠 속으로 실어갔다네
당신이 나에게 불러주던 노래를 나는 잊을 수 없네
당신은 나를 아껴주었고 나는 당신을 또한 사랑하였고
그러나 인생은 우리 두 사람 사이를 조금씩 떼어놓았지
그리고 파도는 바닷가 모래 위의 이루지 못한
연인들의 발자국을 무심하게 지워버렸네
- 이브 몽탕 노래, <고엽>


1946년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영화 <밤의 문>에 처음 담긴 노래 <고엽>은 가을 분위기를 푸지게 느끼도록 하는 곡이다. 극중 레지스탕스인 전사 디에고가 부르던 노래. 25살의 어린 배우 ‘이브 몽탕’은 카바레 밤업소 가수를 전전하다 에디트 피아프의 눈에 띄어 영화계에 진출하면서, 그것도 행운의 대타로 주연까지 맡게 되면서 이 노래 또한 대중의 사랑을 담뿍 받게 된 것이다.
성서는 우리네 일상과 벗어나지 않은 자연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예수의 비유 이야기도 모두 민중의 삶과 자연세계 안에서, 농부와 어부의 이야기들이 세밀하게 담겨 있다. 겨자씨와 누룩의 비유, 밭에 묻혀 있는 보물, 바다에 던진 그물과 포도원 농부의 비유가 그렇다. 결혼 잔치 이야기도 그렇고 달란트 이야기, 열 처녀의 비유 등 예수의 이야기 속에는 곡식과 가라지며 작은 겨자씨앗과 추수 때의 풍경, 백합꽃과 한 마리 새, 누룩과 그물과 물고기와 목동, 흙이 촉촉한 밭과 모래와 들꽃과 포도주와 밤별의 이야기가 고루고루 담겨 있다. 민중들과 같은 생활을 하며 익힌 언어들로 예수는 소통하였다.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마 11:5) “가난한 이들에게 행해진 성공적 치유와 소작농과 거지들을 격려하며 예수가 전해준 하나님 사랑이야말로 무언가가 태어나고 있다는 놀라운 징표였다.”(앨버트 놀런, 『오늘의 예수』)
낙엽이 뚝뚝 떨어지는 신산한 풍경. 가을이 깊어가는 거리마다 쓸쓸하고 덧없음이 가슴마다 쓰리고 아리게 만든다. 하지만 예수는 가을 낙엽처럼 떠나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봄날 새순처럼 돌아오는 이야기를 반드시 뒤로 세운다. “너희는 걱정하지 말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 그리고 나는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러 간다. 만일 거기에 있을 곳이 없다면 내가 이렇게 말하겠느냐? 가서 너희가 있을 곳을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요 14:1-4)
기독교는 약속의 종교이다. 예수의 가르침은 새끼손가락 걸고 하는 약속의 연속선상이다. 재회의 약속, 상봉의 약속, 부활의 약속이 우리 가운데 있다. 당신은 한시도 이 약속을 잊지 말기 바란다. 무심하게 지워진 연인들의 발자국은 얼마나 무상한가. 그렇지만 물위를 뛰어다니는 칠성고기처럼 간절한 비나리를 바치는 사람에게는 가늠할 수조차 없이 무수무량한 하늘의 불등걸 같은 사랑이 들이닥칠 것이다. 아무리 거부하려고 해도 그 사랑에 와지끈뚝딱 풀어져 버릴 것이 당신의 마음.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늘이 내는 사랑과 하늘이 결정한 약속은 어김없고 또한 분명한 것.
“그림자 벗을 삼아 걷는 길은 서산에 해가 지면 멈추지만, 마음의 님을 따라가고 있는 나의 길은 꿈으로 이어지는 영원한 길. 방랑자여 방랑자여 기타를 울려라. 방랑자여 방랑자여 노래를 불러라. 오늘은 비록 눈물 어린 혼자의 길이지만 먼 훗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라.” 이탈리아 가수 잔니 모란디가 부른 <바가본도>(Vagabondo, 1975)의 번안곡인 박인희의 노래 <방랑자>(1976)의 가사이다. “먼 훗날에 우리 다시 만나리라!”는 이 약속은 여행자들, 방랑자들이 항상 내뱉는 약속말이다. 어떤 경우 공수표가 되기도 하지만 우리 예수의 약속이라면 역사 이래 어김도 틀림도 없었다. 이제부터 영원히 유효한 약속 하나. 재회와 상봉의 약속.
가을비에 젖는 요즈음. 싹쓸바람 태풍이 북상하자 비구름은 더욱 짙어져서 낮과 밤을 분간할 수가 없는 지경이다. 먹감들은 붉기도 전에 추락하였고, 배고픈 새들은 아쉬운 표정들이었다. 찰람찰람거리는 저수지엔 철새들이 벌써 내려앉았다. 약속을 믿고 떠나온 새들. 그리고 약속을 맺고 떠나간 새들. 세계의 이동구간. 저 세계와 이 세계. 그러나 하나인 세계. 차가운 망각이 끝나고 뜨거운 기억의 시간이 곧 차오를 것이다. 이때 입가에 미소처럼 번지는 복음노래 한 대목, “정의가 강물처럼 평화가 들풀처럼 사랑이 햇빛처럼 하나님 주신 생명 보듬어 희년을 향해 함께 가는 길. 주의 약속 굳게 믿으며 일곱 번씩 일곱 번 넘어져도 약속을 굳게 믿으며… 눈물로 씨를 뿌리며 지나온 수난의 세월. 보아라 우리 눈앞에 새 하늘이 활짝 열린다. 희년을 향해 함께 가는 길. 주의 약속 굳게 믿으며 일곱 번씩 일곱 번 넘어져도 약속을 굳게 믿으며….”(류형선 글·곡, <희년을 향한 우리의 행진>)

임의진 | 시인이며 수필가, 목사이다.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로 “시골 편지”를 장기 연재 중이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 5·18기념교회에서 성서연구를 인도하고 있다. 저서로 『참꽃 피는 마을』, 『앵두 익는 마을』, 『버드나무와 별과 구름의 마을』, 『예수 동화』가 있다.

 
 
 

2023년 8월호(통권 7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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