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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둘 가운데 하나인 유다가 나타나는데 그 뒤를 대사제와 율법학자와 원로들이 보낸 무리가 칼과 몽둥이를 손에 들고 따라왔다. 그를 넘겨줄 자가 암호로, “내가 입 맞추는 사람이 그 사람이니 단단히 붙잡아 끌고 가라.”고 말해두었던 것이다. 그가 곧장 다가와, “선생님!”하고 부르며 입을 맞추었다. 무리가 달려들어 예수를 붙잡았다. 곁에 있던 사람 하나가 칼을 뽑아 대사제 종의 귀를 쳐서 잘라버렸다. 예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당신들이 무슨 강도나 잡겠다는 듯이 칼과 몽둥이를 들고서 나를 잡으러 온 거요? 내가 날마다 당신네와 함께 성전에 있으면서 가르칠 때에는 잡지 않더니. 하지만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 합시다.” 제자들이 모두 그를 버리고 달아났다. (막 14:43-50)
바로 전날만 해도 “함께 죽었으면 죽었지 주님을 모른다고는 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하던 그들이었다. 속에 없는 빈말이었을까? 그럴 리 없다. 그게 빈말이 아니었으리라는 것은 우리 모두 경험으로 알고 있는 바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찌 됐기에 겨우 하룻밤 사이에 이토록 돌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인가?
하룻밤 사이, 거기에 문제가 있었다.
하도 졸려서 눈꺼풀이 저절로 감겨지는 잠! 그것이 제자들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제자들이 달아난 것은 누가 뭐래도 두려움 때문이었으리라.
일단 그 포로가 되면 항우장사도 속수무책인 것이 바로 두려움이다.
그러나 두려움에도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깨어있는 사람을 사로잡는 건 관두고 건드릴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날 예수의 제자들은 스승이 체포당하는 살벌한 순간에 깊이 잠들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길을 걸었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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