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서는 창조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홍수 이야기가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이런 배열은 이미 고대 근동의 이야기인 ‘아트람하시스’에서 발견된다. 창조와 홍수 이야기를 이렇게 지근거리에 둔 것은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내적 필요에 대한 답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
철학도 없고 관심도 없고 요즘 정말 다행으로 여기는 것이 있다. 신의 특별한 은총으로 우리 집 애들은 교회에 다닌다는 거다. 어려서부터 주일학교를 다녔는데 지금도 여전히 교회에 다니고 있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뭔 소리냐며 뜨악해 하시는 분이 있다면, 그분은 최근 우리 교회의 현실을 너무 모르는 ...
요리사 예수, 몸에 밴 냄새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
1 구약성서는 이스라엘 선조들의 삶을 묘사할 때 ‘나그네’, ‘떠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출애굽의 영웅 모세, 바빌론 포로기의 디아스포라에 이르기까지 구약성서의 인상 깊은 주인공들은 모두 ‘나그네’ 혹은 ‘떠돌이’였다. 구약성서는 그들이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 엄청난 ...
1 법 집행과 관련된 대표적 상징은 라틴어로는 유스티치아로 불리는 디케 여신상이다. 정의의 신인 그녀는 한 손에 저울을 들고 있고, 다른 손에는 양날의 칼을 잡고 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있거나 수건으로 눈이 가려져 있다. 양면적 힘과 공정성과 공평성을 나타내는 이것들을 법과 관련하여 풀어 쓰면 각각 ...
안전(?)을 택한 교회의 다른 날, 다른 온도 잊고 있었지만 갑자기 생각이 났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녔는데 매년 5월만 되면 어리둥절했던 느낌 말이다. 그냥 지나가며 사라지던 미묘한 어긋남의 실체를 비로소 올해 처음 찾아냈다. 그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연이어 맞이하는 어린이주...
미치광이 예수라 불렸다 이건 다만 하나의 노래가 아니랍니다 차라리 내 사랑의 선언이라고 할까요 어떤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낭만적인 어떻게 멈출 수도 없이 충만함으로 벅차는 그대를 사랑한 마음, 사랑해요 영원히… 당신이 없인 나 혼자 죽을 수도 없을 거예요 만일 죽...
1 책임자 지시를 잘 따르면 개죽음만 남는다. 산산조각난 아이에게 죄를 다 뒤집어씌웠다. 둘째 아이는 절대 그렇게 가르치지 않을 것이다. 첫째를 그렇게 키운 게 미칠 듯이, 미칠 듯이 후회가 된다. 이 말은 지난 5월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고장 난 스크린도어를 홀로 고...
1 일! 그건 고생스럽다. 힘들다. 왜 이 일을 해야 되나? 그만두고 싶다. 언제 내가 하고픈 일을 할 수 있을까? 이 일? 어쩔 수 없이 하지.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 더 나은 일 하라고 공부 가르쳤지…. 이게 몇십 번째 지원서이다. 일해야 하는데…. 일할 수 없어서, 아니 일할 곳이 없어서 이것저것 다 포기할 ...
공부 못한 공연한 핑계 솔직히 말하면 난 세미나나 포럼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간혹 신선한 내용이 머리를 상쾌하게 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그런 특별한 은총은 가뭄에 콩 나듯 하고, 대부분 지루하고 따분하다. 재미없으면 빨리 끝내기라도 해야 한다는 기본을 모르는 분들이 꽤 많아서 그야말로 고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