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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특집 > [한국교회의 미래를 전망하다]
특집 (2024년 1월호)

 

  북한교회의 미래와 한국교회의 과제
  

본문

 

* 이 글은 기독교통일학회에서 발행하는 「기독교와 통일」에 실린 필자의 논문을 수정·보완하고 재구성한 글임을 밝힌다. “현재와 미래 북한교회의 유형과 한국교회의 과제,” 「기독교와 통일」 제13권 1호 (2022): 37-70.

과연 북한에 교회가 존재하는가?
북한교회의 미래를 전망하기에 앞서 이 질문부터 다뤄야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에 교회는 존재한다. 북한교회는 이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한 교회의 모습이 아닐 뿐이다.
암흑 같은 북한의 현실 속에서도 북한교회는 깊이 감춰진 형태로 분명 존재한다. 이는 북한의 그루터기 교회나 지하 교회 출신인 탈북민 성도들이 공통적으로 고백하는 바이다. 일례로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작년 3월에 공개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는 북한 내 그루터기 성도들의 존재와 지하교회 성도들이 활동한 정황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함경북도 한 마을의 주민 12명이 선교 행위로 조사를 받은 뒤 처벌받았으며, 2019년에는 평양 내에 비밀리에 존재하던 지하교회가 발각되어 5명이 공개처형당하고 7명이 관리소로 보내졌다고 한다.1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치밀한 감시망을 가진 북한이지만, 지금도 북녘땅에서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믿음의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교회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서 있으며, 그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이 글에서는 여태껏 존재해온 북한교회의 유형을 살펴본 뒤 북한교회의 미래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현재 북한교회의 유형

북한교회를 생각할 때는 교회 건물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주지하다시피 교회는 건물이 아닌 사람이다.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임이 교회이다. 이때 교회를 교회 되게 만드는 것은 믿음의 사람 가운데 함께하시는 ‘그리스도의 현존’이다.2 그러므로 북한교회 역시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20)라는 예수의 말씀에 기초하여 살펴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북한교회는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그루터기 교회이며, 둘째는 지하 교회, 셋째는 공인 교회, 넷째는 남한-해외 그리스도인 중심의 교회이다.
그루터기 교회는 분단 이후 북한 정권의 치밀한 반종교정책과 기독교 탄압하에서도 지난 수십 년간 신앙을 지켜온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킨다. 북한 체제의 특성으로 볼 때 그루터기 교인들이 공개적으로 신앙을 표명하거나 조직적인 신앙 활동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은 개인의 가장 내밀한 영역에서 신앙을 지켜왔다. 다만 이들 대부분은 고립되어 있으며, 양육과 공동체를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했다는 어려움이 있다. 가족 안에서도 자녀 세대로의 신앙 전수가 쉽지 않기에 이들은 점차 노령화되고 있다.
그다음 교회 유형으로는 지하 교회가 있다. 지하 교회는 흔히 그루터기 교회와 혼용되기도 한다. 두 교회 모두 강력한 반종교정책을 펼치는 북한 당국의 눈을 피해 지상이 아닌 지하에 숨어 신앙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이미 해방 때부터 신앙을 간직해온 이들과 그 자손을 지칭하는 그루터기 교회와 달리 지하 교회는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식량난으로 탈북했다가 선교사들을 통해 믿음을 갖게 되고 북한으로 돌아간 이들을 가리킨다. 이들 역시 북한 당국의 가혹한 핍박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에 일반적으로 두세 명 혹은 소수의 사람만이 연결되어 간헐적으로 교제하는 점조직 방식으로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 여러 선교단체가 북한 내 지하 교회의 수에 대해서 발표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3 이들은 엄혹한 북한 내부에서도 신앙을 계속 간직하며 가까운 사람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측면에서 북한교회를 이루는 핵심 구성원이다.
셋째 유형은 공인 교회로서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이하 조그련)에 속한 교회이다. 평양의 봉수교회와 칠골교회가 이에 해당한다. 조그련은 해방 직후인 1946년 소련 군정하에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던 기독교 세력을 회유하며 약화시키기 위한 도구로 김일성의 외종조부인 강량욱 목사가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그련은 북한 내의 관제 기독교 단체로서 북한 기독교를 대외적으로 대표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봉수교회나 칠골교회를 교회로 인정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한국교회 안에서 논쟁이 되기도 하였다. 비록 북한 체제의 선전을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봉수교회의 구성원이 (일부 관리 및 감시 인원을 제외하면) 과거 기독교 신앙 배경을 가진 이들과 그 가족들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입장이 있으며,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4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북한의 공인 교회에 대하여 의구심을 가질지라도 그 안에서 예배를 드리는 이들의 신앙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실제 평양 봉수교회의 예배에 수년간 꾸준히 참석했던 여러 한인 디아스포라 성도들은 그 자리에 눈물로서 현존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한 고백을 나눈다. 이런 면에서 공인 교회 혹은 가정예배소 참여자들은 언젠가 북한에 세워질 온전한 교회에도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교회의 넷째 유형은 남한·해외 그리스도인 중심의 교회이다. 이 교회는 북한 지역에 상주하던 남한 혹은 해외 그리스도인들의 예배 공동체를 가리킨다. 예컨대 1990년대 중반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를 건설하고자 파견된 직원들을 위한 신포교회나 의류 제조업체인 신원이 개성공단 안에 세운 교회, 평양과학기술대학의 교수진으로 북한에 들어간 그리스도인과 가족이 함께 예배드리던 공동체가 이에 해당한다. 남북한의 관계 악화로 신포교회나 개성공단교회는 문을 닫았지만, 평양과학기술대학은 코로나19 중에도 온라인 교육을 지속하였고 머지않은 시일 내에 교수진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서 사역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한반도의 미래

북한교회의 미래는 한반도의 미래 시나리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필자는 (지나친 단순화의 위험을 무릅쓰고서) 몇 가지 미래 한반도의 갈래를 대표적인 유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한 극단에는 현재 남북한 간의 적대적인 대치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이 있다. 다른 반대편 극단에는 북한 정권이 급변사태를 맞아 갑작스럽게 붕괴되는 상황이 있다. 이 사이에는 수많은 변수가 개입되는 복잡한 미래 시나리오가 존재하는데, 그중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탈사회주의 체제 전환을 모색함으로써 남북한이 대화와 교류를 확대하고 합의하여 통일에 이르는 길이다. 사실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 방안인 ‘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화해와 협력 단계, 남북 연합을 거쳐 통일국가에 이르는 통일을 상정한다는 측면에서 양극단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북한의 체제 전환을 동반한 점진적인 통일을 전제한다고 볼 수 있다.
2024년 현재의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시계(視界) 제로(zero)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교회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당장 내일조차 예측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그리스도인들은 역사의 큰 물줄기가 하나님의 주권적인 통치 아래에 있음을 고백하기에 현재 남북한 간의 적대적인 분단 구조의 유효 기간이 무제한적이지 않다는 믿음 위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더구나 현재처럼 극도의 폐쇄적인 모습을 고수하는 한 북한 체제는 장기적으로 지속되기가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분단 구조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한의 대결 구도에 균열이 생길 지점 너머를 전망하며, 이를 위해 기도하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책임이 한국교회에 주어져 있다.

미래 북한교회의 유형

북한이 점진적인 탈사회주의 체제 전환을 시도하고 남북한이 화해·협력을 확대하는 상황을 가정할 때, 북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미래 교회의 유형은 다음과 같이 여섯 가지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남한·해외 그리스도인 중심 교회의 ‘확대’이다. 북한이 점진적으로 체제 전환을 모색하게 되면, 남한을 비롯하여 해외 전문 인력이 북한 내 특정 지역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이때 경제·건설·기술·보건·복지 중심의 전문 인력이 북한에 들어가서 북한 주민들과 다방면에서 접촉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다만 북한이 경제성장과 체제 안정을 동시에 붙잡고자 할 것이기에 북한 주민을 향한 전도나 선교는 제한되고 종교인의 출입과 활동도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북한 곳곳에 한국 및 외국인이 출입하여 거주하기 시작하면, 이들을 위한 제한적인 종교 시설과 활동이 허용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앞서 존재하던 남한·해외 그리스도인 중심의 교회가 더욱 확대된 형태로 북한 곳곳에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 단계는 북한의 체제 전환 초기 과정인 동시에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설정한 ‘화해·협력단계’에 해당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화해와 협력의 과정이 비가역적으로 진행되도록 남북한 관계에서 안정적인 상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특구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 변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북한 내의 개혁과 개방이 제한된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산되게 하여 시장경제가 북한 전역에 안정적으로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교회 유형은 현지 주민들과 어느 정도 분리되어 존재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향후 북한에 세워질 교회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국외 북한 사람 대상 교회이다. 북한이 체제 전환을 모색하면서 외부 세계에 문을 연다는 사실은 북한 내로 들어가는 외부 사람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적지 않은 북한 주민이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혹은 외국과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를 위한 전문적인 교육과 기술 훈련을 받기 위해 단기적 혹은 장기적으로 한국이나 외국에 체류하는 북한 사람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때 한국교회 혹은 해외 한인교회들이 그곳에 체류하는 북한 사람을 환대하고 교제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등 섬세한 선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가장 많은 수의 북한 사람은 중국으로 갈 것이기에, 이들을 맞이하는 중국교회 및 조선족교회의 역할이 커질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한국과 해외 곳곳에서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예배드리는 교회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렇듯 그리스도인과 접촉하며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북한 사람들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들이야말로 북한 내부에 복음을 새로운 방식으로 전하는 소중한 통로가 될 것이다.
셋째는 ‘북한식’ 삼자교회이다. 북한 전역에 개혁·개방과 대외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하여 변화된 사회적 분위기가 정착되면, 종교의 자유가 점차 확대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종교의 자유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체적인 요구가 점차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북한은 중국식 삼자교회 모델을 참고하여 외부의 압력에 순응하면서도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고자 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이 단계에 이르면 현재와 같이 종교를 이유로 신앙인들에게 가혹한 핍박을 가하는 행태는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전히 전적으로 자유로운 신앙생활은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교회는 사회주의 체제 내의 교회로서 체제 순응적인 특성을 지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 가운데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신앙을 숨기고 북한의 공인 교회인 봉수교회, 칠골교회에 출석하거나 가정예배소에 참여하던 사람들이 표면에 등장하여 자신의 신앙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여건이 점차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존의 그루터기 교회나 지하 교회의 형태로 존재하던 이들이 조금씩 지상으로 나오는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다.
넷째는 사회복지 중심의 선교하는 교회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이 진전되는 과정에서 북한 사회는 기존의 체제 전환 국가들이 경험한 여러 사회적인 어려움과 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체제 전환 과정에서 자본주의적 경제방식을 수용할 때 나타나는 필연적인 결과로서 도시와 농촌의 불균형 발전, 실업 문제, 빈부격차 등 여러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북한 내에 각종 병원과 의료시설, 학교와 어린이를 위한 시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복지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것이다. 이때 한국교회와 세계교회가 힘을 합쳐서 사회봉사로서의 선교를 감당해야 한다. 북한 전역에 사회복지센터를 세워가는 일은 한국 및 해외 그리스도인과 북한 주민 간의 접촉의 폭과 면적을 대폭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디아코니아(diakonia) 활동은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며, 북한에 종교의 자유를 보다 확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다섯째는 지하 교회의 ‘확대’이다. 북한이 체제 전환 과정에 돌입해도 기존의 지하 교회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신앙의 자유가 담보될 때까지 지하 교회 성도들은 긴장 가운데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지속할 것이다. 마치 중국의 체제 전환 과정에서 가정교회가 국가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존속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탈사회주의 체제 전환 과정이 지하 교회에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들은 북한 정권의 모진 핍박을 견뎌냈을 뿐만 아니라 뜨거운 신앙의 열정을 가진 이들로서 북한 주민들에게 이전보다 복음을 더 적극적으로 나누는 전도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복음이 완전히 자유롭게 전해지는 유형인 ‘한반도 교회’가 세워질 때 비로소 그 교회의 구성원으로 합류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미래 북한교회의 유형은 ‘한반도 교회’이다.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온전히 주어진 상황에서 세워지는 교회에 ‘한반도 교회’라는 명칭을 붙여봤다. 이러한 유형의 교회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조건에서 가능하다. 먼저는 북한이 체제 전환의 과정을 멈추지 않고 지속할 경우이다. 지속적인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이 더욱 열린 사회가 되고, 민주주의적인 제도를 통해 정치적인 체제 전환을 이루어 시민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교회가 자유롭게 세워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북한 체제가 급변사태로 붕괴하여 북한 지역에 완전히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nce)가 등장하고 자유민주주의적인 체제를 구축하는 경우이다.
하나님께서 어떤 방식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이끄실지는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북한 주민과 남한 그리스도인 그리고 탈북민 그리스도인들이 다 같이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감격적인 상황은 바로 한반도 교회가 세워질 때라는 점이다.

한반도 교회의 과제

북녘땅에 한반도 교회가 세워지는 상황은 그동안 한국교회가 간절히 기도해온 모습이다. 1990년대의 북한교회 재건 운동 혹은 근래의 북한교회 세우기에 대한 논의도 이러한 상황을 전제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한국교회에 수많은 과제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북한이 문을 개방하는 순간 한국교회뿐 아니라 온갖 종교와 이단이 앞다퉈 그들의 세력을 넓히고자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영적으로 매우 혼탁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때 교회가 진정한 ‘교회 됨’을 어떻게 드러내며,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을 어떻게 증언할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한반도 교회의 과제를 살펴보자.
첫째, 교회는 한반도 전역에 복음을 신실한 모습으로 전해야 한다. 오랜 세월 동안 주체사상에 익숙해 있던 북한 주민에게 복음을 나누며 복음적인 삶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진정한 회심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정체성을 지니도록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처럼 한국교회는 ‘빠른 성장’보다 ‘신실한 신앙인’을 세워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둘째, 교회는 남북한의 ‘사람의 통일’을 감당하는 매개자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서로 다른 문화로 오랫동안 살아온 이들이 갈등을 넘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도록 사회통합의 역할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과 인간의 분단을 극복한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라면 사람과 사람의 분단을 극복하는 능력도 복음에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회는 한반도에 영속적인 평화가 정착되도록 평화의 기반을 지속적으로 축적해가야 한다. 미움과 증오의 가치보다 사랑과 평화의 가치가 훨씬 중요하고 의미 있음을 강조하면서 한반도에서 ‘평화의 사도’가 되어야 한다. 넷째, 북한에 건강한 시민사회가 형성되도록 도와야 한다. 북한 사회에서 자유화와 민주화가 지속되고 그 사회가 이전의 권위주의적 사회나 분열적인 모습으로 회귀하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적이며 책임 의식을 지닌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이 북한 사회 안에 많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북한 내의 사회적 약자와 오랫동안 소외당했던 사람들을 헌신적으로 섬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북한 내의 많은 이들이 사회의 주변부로 내몰릴 때 교회는 통일된 한반도 전역에서 ‘빛과 소금’이라는 공적인 책임을 바르게 감당해야 할 것이다.

나가며

향후 우리 한반도의 역사를 하나님께서 어떤 방향으로 이끄실지, 북한에 교회가 어떤 방식으로 세워질지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하나님께서 어떤 교회를 먼저 세우시고 어떤 상황에서 교회를 흥왕케 하실지도 감히 단언할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인이시며 한반도를 회복시키시며 한반도 전역에서 선한 일을 반드시 행하시리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북한에 다양한 유형의 교회가 생겨날 수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금부터 세심한 준비를 부단히 해나가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하는 ‘미래 북한교회’를 준비하는 사역이다.

주(註)
1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 『북한인권보고서』(통일부, 2023), 185.
2 박영호,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 오늘의 그리스도인을 위한 사회사적 성경 읽기』(IVP, 2021), 76.
3 한 대표적인 북한선교단체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1,800여 교회를 개척했다고 주장한다. 단체에 따라 북한 내 지하 교회 성도의 수를 30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수치를 정확히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선교단체들도 보안상의 이유로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하지 않는다.
4 김병로·윤현기·이원영·천지혁, 『그루터기: 북한 종교인 가족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찾아서』(박영사, 2020), 22-30.


김의혁|미국 풀러신학교에서 선교학(Intercultural Studies)을 전공하여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강원도 화천에 있는 통일부 북한이탈주민 정착교육기관인 제2하나원의 하나교회 담당 목사로 일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 전임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는 『남북통합목회의 물결』(공저)이 있다.

 
 
 

2024년 1월호(통권 7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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