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초저출산율로 인해 오늘날의 한국은 ‘인구 절벽’을 넘어 ‘국가 소멸’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한 나라의 사람들이 다 사라질 수는 없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말이 과거에 유행했지만,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노인만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아마 그러한 모습이 국가가 소멸되기 전 마지막 단계의 모습일 것이다. 다시 말해 인구 고령화는 인구 소멸의 전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란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현상인데, [그림1]에서 보듯이 2021년 기준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1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는 거의 같고 캐나다보다는 1%p 낮다. 그런데 고령인구의 증가 추세를 보면 지난 20년 동안 한국의 증가세가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더 가파르다. 20년 전 캐나다의 절반 수준에 머물던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이 현재 캐나다와 비슷한 수준에 다다른 것이다.

이 글에서는 고령화 현상을 먼저 경험한 북미 캐나다 사회의 고령화에 연관된 인구학적 요인들을 검토하고, 고령화 추세를 완화하는 해결 방안과 고령사회 속의 종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고령화를 초래한 출산 패턴의 원투펀치
크게 보아서 모든 인구 현상은 세 가지 생애 사건(life events), 즉 ‘출생, 사망, 이동’에 의해서 결정된다. 인구 고령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고령화의 보편적인 의미가 65세 이상 연령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기 때문에 당연히 낮아진 출산율로 줄어드 젊은 인구의 비중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즉 출산율이 감소한 나라에서는 속도는 다를지라도 모두 고령화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선진국이 겪고 있는 빠른 인구 고령화 문제는 최근의 저출산 현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지금 고령으로 진입한 세대(제2차 세계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의 인구가 유독 많다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즉 과거 세대의 유달리 높았던 출산율과 이어진 세대의 극심한 저출산 현상이 함께 묶여 오늘날의 급박한 인구 고령화 문제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기본적으로 캐나다는 인구 증가를 지향하는 친출산(pro-fertility) 사회이다. 그런데도 즉각적인 출산율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듯한 노골적인 출산 장려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가 출산을 권장하기 위해 장려금/축하금을 지급하고 결혼을 증진하는 데이트를 주선하는 일 등은 캐나다에서 상상할 수 없다. 출산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을 강조하는 교육이나 캠페인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 대신 어떤 가정환경에서도 아동이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아동가정복지와 육아지원, 그리고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차별당하지 않게 하는 성평등 정책에 주력한다. 아동수당이나 부모의 출산휴가, 양육휴가 정책의 근거는 아동이 부모의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빈곤하지 않게 성장해야 한다는 것, 또 부모는 일정 기간 경제활동에 얽매이지 않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출산과 양육의 소중한 가치를 사회가 인정하고 있음을 뜻한다.
물론 캐나다의 정책들이 완전한 것도 아니고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도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한 정책 방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캐나다의 이와 같은 정책 방향은 의미가 있다. 오로지 출산율과 신생아 수 증가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가치와 개인들의 삶의 질과 권리 보호에 중점을 두고 국가가 정책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겠다는 결정은 사회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특히 출산과 양육에 대해 사회가 부여하는 가치를 신뢰할 때 가능한 것이다.
모두 백세인이 된다면
평균수명이 40세에 이르지 못했다는 고대 로마 시대에는 인구 고령화 문제를 고려할 필요도 없었다. 즉 고령화는 영양, 위생, 의료시설과 사회경제적 여건의 개선이 가져온 조기사망의 감소로 늘어난 수명 증가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영아사망률이 낮아지고 많은 전염 질환에 의한 사망이 극복된 역학변천(epidemiologic transition)을 겪을 당시 줄어든 사망자 수는 오히려 인구구조를 젊게 만들었다.
역학변천 시기와는 달리 오늘날의 사망 감소는 고령 집단의 수명 연장과 관련이 있다. 게다가 이미 초저출산 사회가 되었으므로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더욱 심화된다면 그것은 고령인들의 수명 연장의 결과일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1 현재 캐나다에는 약 9,500여 명의 백세인이 살고 있다고 하는데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초고령자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인구 고령화에 대한 논의는 늘어난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과제를 포함해야 한다.
출산과 다르게 사망은 삶의 결과일 뿐, 선택으로는 인식되지 않았다. 자살의 경우도 사회적 타살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자살은 공동체적 지지를 통해 막아야 하는 비극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그러던 중 2016년 캐나다에서 의료조력사망(Medical Assistance in Dying, MAiD)이 법제화되면서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극도의 고통, 회복의 가능성이 없는 질환을 견디며 의미 없는 삶을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개인들의 호소가 알려질 때마다 조력사의 필요성이 논의되었지만 법제화까지는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의사나 임상간호사의 도움을 받아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그것이 존엄한 사망을 실현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또 획기적으로 달라진 것은 개인이 자신의 죽음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생의 마감을 본인 스스로 정하는 일이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2021년 의료조력사망은 캐나다 전체 사망의 약 3.3%(10,064명)를 차지했는데 2016년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팬데믹 기간의 코로나로 인한 급격한 사망 증가도 조력사 비율의 증가 경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다수 의료조력 사망자의 평균연령은 76세로서 노인층이다. 늘어나는 노인들의 조력사망이 고령화 경감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따지는 것은 간단하지 않고 의료조력사망의 법제화가 인구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인구 고령화라는 맥락에서 캐나다 사회는 조력사를 합리적인 선택으로 이해하기 시작하였고, 앞으로 의료조력사망이 미치는 효과가 더 커질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민, 좋은 약이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최근 캐나다 인구가 4,000만 명에 도달해 화제가 되었다. 지난 20여 년간 G7 국가 중 캐나다의 인구증가율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높았다고 한다. 작년 한 해 동안의 증가율은 2.7%로 100만 명이 넘게 늘어났는데 베이비붐 세대 이후 최고의 증가율이었다.
캐나다가 이 같은 높은 인구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전적으로 이민자 유입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 동력의 96%가 이민이라고 한다. 총 이민자의 수가 현재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고 그 결과 전체 인구의 25%에 근접하게 되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3분의 1로 줄어든 출산율 감소를 이민이 대체하고 있는 셈이다.

[그림2]에서 보듯이 2001년 캐나다와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어 현재는 엇비슷한 상태이다. 한국보다 캐나다의 출산율이 높은 것도 이에 대한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이민 효과 때문이다. 캐나다에서는 이민이 고령화를 늦추고 인구 증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이동은 대개 젊은 연령층에서 이루어진다. 다시 [그림2]를 보자. 전체 캐나다 인구의 노인 비율은 2021년에 18%이지만, 캐나다 태생, 즉 비이민자들만 따로 보았을 경우 고령화 비율은 그보다 높은 23%이다. 반면 최근 10년 동안 이민한 사람들의 고령 비율은 단 5%에 불과하다. 캐나다 도착 당시의 이민자들만 보았을 경우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3%로, 비이민자들에 비하여 20%p나 낮은 수준이다. 이민의 역사가 누적되면서 캐나다 한인들의 고령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약 5%에서 10%로 지난 20년 사이에 2배로 증가했지만, 아직도 그 수치는 캐나다나 한국의 평균과 비교하면 훨씬 낮다.
이민에 의한 젊은 연령층의 유입은 노인인구의 상대적 비중을 줄어들게 하는 직접적인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이민 여성 중 다수가 가임 연령대라는 점에서 출생에 의한 고령화 경감의 효과도 지니고 있다. 물론 이민자들의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출신 국가, 이민 당시의 연령 등 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이민자들의 출산율은 항상 비이민자들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민자들도 나이를 먹기 때문에 이민자 그룹이라고 해서 고령화의 추세를 벗어날 수는 없다. 이민의 효과가 영속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이민이 고령화에 대한 만병통치약일 수는 없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이민을 받아들일 때만 고령화 추세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캐나다 정부는 2025년까지 3년 동안 매해 50만 명의 이민을 받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포인트 시스템으로 이민자를 선별하는 연방정부의 경제이민 프로그램 ‘Express Entry’(급행이민)에서도 중요한 요건은 연령이다.(18-35세에 최고점 부여)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는 많은 국가에서 이민은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니다. 자국에 필요한 우수한 이민자들을 영입하려는 인구경쟁(인구전쟁)이 이미 벌어졌다고 할 만하다.2 선진국이라고 시혜를 베풀듯 이민을 받아준다고 생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되려 어떻게 하면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는 나라가 될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60은 새로운 40
어떻게든 젊은 사람을 충원하여 고령화를 늦추고자 하는 노력과 동시에 ‘고령’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강 상태, 삶의 질, 활동과 태도 등을 감안할 때, 1923년의 65세와 2023년의 65세는 나이만 같을 뿐 사실 같은 노인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60은 새로운 40’이라는 말도 있다. 오늘의 60세는 과거의 40세만큼 건강하며 활동적이란 말이다. 단순한 기대수명이 아닌 질병에서 자유로운 상태로 생활하는 기간을 의미하는 ‘건강여명’(Health Adjusted Life Expectancy, HALE)이라는 지표가 있다. 말 그대로 ‘정정함’(hale)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캐나다인의 건강여명은 꾸준한 증가를 보여왔다. 지난 15년 동안 약 2년이 증가하여 65세 캐나다인의 건강여명은 15년에 이른다. 오래 살게 된 것뿐 아니라 늘어난 인생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제는 65세 이상을 사회의 부담처럼 간주해서 기계적으로 노년부양비3를 계산하는 방식이 온당한지 의문이 들게 되었다.
캐나다인들의 은퇴 이유 첫째는 ‘할 수 있기 때문에’라는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군인, 경찰, 소방관 등 특정직을 제외하고는 강제 은퇴 연령이 없다. 은퇴 이후의 삶이 재정적으로 얼마나 준비되었는지가 은퇴 시기를 결정한다. 한동안 ‘Freedom 55’라는 조기 은퇴 슬로건이 유행했지만 55세에 풍족한 은퇴 준비가 가능한 경우는 역시 소수이고 여전히 전통적인 은퇴 연령은 65세 정도이다. 이뿐만 아니라 65세 이상 캐나다인들의 노동 참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65-74세의 사람 중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비율은 2001년 12%, 2011년 19%, 2021년 20%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65세 이상 노인인구 전체로는 14%)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 은퇴할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건강여명의 증가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건강과 능력이 더 오래 유지되고 있다는 징표로 해석할 수 있다. 건강하게 생산적인 삶을 살아가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노인들의 존재는 매우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고령층의 활동 증가가 기존의 고령인구 비율에 영향을 줄 수는 없지만, 고령화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꿔간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이다.
고령화와 종교
마지막으로 종교와 인구 고령화의 관계를 살펴보자. 흔히 캐나다교회에 가보면 다수의 노인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비교적 젊어 보이는 한 사람이 테이블과 의자를 놓으며 열심히 봉사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십중팔구 그 사람이 그 교회의 목회자이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리스도인의 고령화 추세는 전체 캐나다인보다 높고 빠르기 때문이다. 2021년에 조사된 캐나다 중위연령을 살펴보면 전체 인구의 경우는 41세인데, 종교 인구는 46세, 기독교 인구는 49세로서 그리스도인의 고령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한인 동포의 경우도 비슷하다. 한인 그리스도인의 중위연령은 40세로, 전체 한인의 중위연령보다 5세 정도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교회가 고령화 사회의 결과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종교 내의 높은 고령인구 비율은 일종의 인구이동, 즉 젊은 층의 높은 탈종교 현상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 캐나다에서는 의료조력사망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의 가톨릭과 개신교 교단들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많은 목회자들 또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발적 선택이라지만, 머지않아 누군가에게 죽음을 요구하는 등 오용이 발생할 수 있고, 종교적인 신념에도 배치된다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일을 죄로 여길 뿐만 아니라 연단의 의미가 있는 고통을 피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캐나다교회와 목회자들은 이러한 의료조력사망에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만, 이와 관련된 도덕적 싸움에 극렬히 매달리지는 않는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교회에서 조력사망이 이루어지는 일까지 있었다.4 이에 충격을 받은 그리스도인들도 있었지만, 교회는 조력사망을 원했던 성도의 마지막 소원을 존중하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 사람이 원했던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자신이 평생 집(home)이라고 생각했던 교회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캐나다교회 목회자들은 성도가 조력사망을 선택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기도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도덕적 반대와 상관없이 자비의 마음을 가지며 성도의 마지막을 끝까지 함께한다. 원칙에 대한 입장을 뒤집지는 않지만 조력사를 택한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교회가 포기할 수 없는 의무일 것이다. 구세군 교단의 다음 문구가 캐나다교회가 지닌 조력사망에 대한 태도를 잘 요약해준다.
우리가 의료조력사망의 반대편에 설 수 있지만, 우리는 사람들의 편에 선다.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의 돌봄을 받을 자격이 있다.(We may stand against MAiD, but we stand for people. People are always worth our care.)5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이민 장려 정책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이민자를 받아들이기만 한다고 해서 그들이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는 것은 아니다. 이민 사회가 성공하려면 어떻게 새로운 이웃을 수용하고 어떻게 그들과 공생할 수 있는지, 그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달리 말하면 이민자들이 새로운 삶터에서 적응하듯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도 진심으로 변할 준비, 즉 이민자들을 환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자를 환대하는 일이야말로 종교가 가진 본연의 역할이다.
이민자들의 종교소속이 높고 많은 이민자들의 교회, 성당, 모스크들이 세워지기도 하지만. 한편 캐나다 종교 공동체들, 고령화된 교회들은 지금도 가장 적극적으로 난민들을 초청하고 구제하는 일에 앞장서면서 환대를 실천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이민 사회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 종교의 역할은 언제나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종교가 고령화라는 인구 현상에 어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고령화가 심화되는 과정과 이를 둘러싸고 발생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인간들이 가장 선한 방법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만큼은 종교가 가장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용과 환대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고령자 교회가 해낸다면 그 자리야말로 고령화의 의미가 바뀌는 현장이 될 것이다.
결론
지금까지 여러 가지 구체적인 자료를 근거로 캐나다 사회의 인구 고령화 실태와 해결 방안 등을 살펴보았다. 캐나다 사회는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하였고 그것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책들을 실험하였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만성질환들이 늘어나는 시대이다. 심장병도 조심해야 하고, 암도 막아야 하며, 치매도 피해 가야 한다. 이 같은 혼란스러움 중에서 한 가지 긍정적인 면을 말할 수 있다면, 조심해야 하는 방식들이 질병마다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건강한 식사 습관, 적당한 운동, 적극적인 사회활동, 긍정적 자세….’ 고령화에 대한 대처도 어떤 획기적인 것 한 가지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알려진 것들, 어차피 좇아야 하는 사회적 가치를 충실하게 실천할 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 아닐까? 물론 성평등 실현, 모든 아이들의 성장권 보장, 이민자에 대한 환대, 인간적 선택의 확대와 존중 등 이런 모든 일들을 성실하게 수행한다고 해도 결국 그 사회는 점차 고령화되어 갈 것이다.
인구 고령화를 막고 늦추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이들이 행복하게 고령기를 맞아서 나이가 많다는 것이 편견이나 차별의 근거가 되지 않으며, 연령으로 인해 구분되는 차이를 덜 느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일지 모른다. 하나님에게로 돌아가는 날까지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최선일 것이다. 바로 그러한 사회가 ‘노인들이 꿈을 꾸고 청년들이 환상을 보는 세상’ 아닐까?
주(註)
1 우해봉, “인구 고령화의 인구학적 요인 분석,” 「보건사회연구」 vol.43, no.1 (2023): 50-68.
2 “한국의 저출생이 문제라고?… 캐나다가 하는 대로 배우면 돼!,” 「경향신문」, 2023년 6월 23일.
3 노년부양비=고령인구(65세 이상)/생산가능인구(15-64세)×100.
4 “Manitoba’s first medically assisted death in a church was an ‘intimate’ ceremony,” Broadview, April 29, 2022.
5 “Navigating medical assistance in dying,” Faith Today, April 29, 2022.
박정위|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인구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캐나다 연방정부 통계청에서 사회통계분석관으로 건강, 이민, 노동, 종교 분야의 주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오타와대학교 사회학과 외래강사로 사회통계, 건강사회학, 소수집단론, 연구방법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공저)로 Korean Immigrants in Canada: Perspectives on Migration, Integration, and the Family, Health in Rural Canada, 『재외동포사회의 현황과 정책과제』, 『신데카메론』, 『바이러스에 걸린 교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