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엔데믹 시대가 열리면서 굳게 닫혔던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재개됐다. 이미 지난해 초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우리나라 교회도 하나둘 성지로 떠나기 시작했다. 2020년 이후 이스라엘 정부도 새로운 성지를 발굴하고 기존 성지를 보수한 뒤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순례객 유치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관광청 한국사무소(소장 조유나)가 목회자를 대상으로 ‘교회 지도자 성지세미나’를 열고 최신 성지 정보와 항공편 현황 등 성지순례를 준비하는 교회를 위한 각종 정보를 소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성지순례는 보통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튀르키예(터키)와 요르단, 이집트 등을 돌아보며 성서에 등장하는 역사의 현장을 찾아 깊이 묵상하고 신앙의 여정을 되돌아보는 것을 말한다. 성서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영적 변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여러 나라 중에서도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단연 백미로 꼽히는데, 예수가 태어나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뒤 부활한 현장이며, 12명의 제자와 함께 3년 동안 공생애을 사셨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인들이 본격적으로 성지를 찾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얼마나 많은 교인이 성지의 문을 두드렸을까? 가장 사랑하는 성지는 어디이며 성지순례의 최신 트렌드는 무엇일까?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다시 시작되면서 성지를 둘러싼 여러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아본다.
한국교회와 성지순례
1989년 정부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이스라엘을 비롯한 주변국 성지순례가 시작됐다. 그 전에 이스라엘 성지를 방문한다는 건 극히 일부에게만 허락된 특권과도 같았는데, 해외여행 자유화를 계기로 개신교인뿐 아니라 천주교 신자들도 앞다퉈 성지로 향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성지순례 열기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이듬해 발발한 걸프 전쟁으로 성지순례의 불길이 사그라지고 만 것이다.
걸프 전쟁은 1990년 8월 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영국·프랑스 등 34개 다국적군이 참전했던 전쟁이다. 당시 다국적군의 공격을 받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보복을 위해 애먼 이스라엘로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성지의 안전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순례객은 급감했다.
당시 정부도 여행 업계에 ‘걸프 전쟁으로 안전이 우려되는 관광 주선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며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순례의 길을 막았다. 반면 이스라엘 정부는 ‘관광객의 안전을 절대 책임진다.’는 공식 서한을 수차례 보냈지만, 전쟁으로 끊긴 성지순례는 쉬 재개되지 못했다.
1991년 2월 28일 전쟁이 끝나자 성지순례는 곧바로 재개됐다. 순례객 확보를 위해 이스라엘 정부가 국영 ‘엘알항공’의 특별기를 우리나라로 보낸 일도 있었다. 「국민일보」 1992년 2월 24일 자 신문에는 이스라엘과 항공 교류가 시작됐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오는 4월부터 우리나라와 이스라엘 간의 항공 교류가 처음으로 시작된다. 24일 교통부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영 엘알항공사의 특별기가 4월 23일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시작으로 5월 4, 6일 등 올해 3차례 이스라엘의 특별기가 서울에 운항하며 한·이스라엘 항공협정이 조인되는 대로 정기항로를 개설키로 했다. 엘알항공은 3차례 모두 각 2백 명의 한국인 성지순례 관광객을 태워 나를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여행 자유화로 봇물 터진 것처럼 성지로 향하던 한국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관심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이후 오랫동안 한국은 아시아에서 이스라엘을 가장 많이 찾는 나라라는 지위를 유지했다. 현재는 중국에 순례객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스라엘 성지순례는 걸프 전쟁과 같은 무력 충돌과 각종 테러 등 중동 지역의 갈등과 충돌이라는 직격탄을 피해서 생각할 수는 없다. 이강근 이스라엘 유대학연구소 소장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확실히 중동 지역 정세와 성지순례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면서 “그동안 전쟁과 국지적 갈등, 테러가 발생하면 그 즉시 순례객이 급감했었다.”라고 전했다. 이 소장은 “2020년부터는 코로나로 하늘길이 닫히면서 만 2년 동안 순례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면서 “다만 그사이 이스라엘 정부는 새로운 성지 발굴과 기존 성지를 보수하며 재개될 성지순례를 준비했다.”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5월 서울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교인들의 단체 성지순례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교회들의 이스라엘 단체 성지순례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걸프 전쟁 이후 두 번째로 닫혔던 성지의 문이 다시 열린 상황에서 연동교회 교인들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새롭게 단장한 성지를 우리나라 교회 중 가장 처음으로 체험했는데, 기존 성지순례와 다르게 놀랍도록 한산한 성지를 걸으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이스라엘을 향하는 전 세계 성지순례객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물론 순례객 수가 정점을 찍었던 2019년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조만간 당시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도 인천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잇는 직항 노선 운영을 재개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했던 우리나라 성지순례객만 해도 줄잡아 20만 명에 달한다. 직항편을 이용하면 15시간 이상 걸리던 비행시간을 10시간으로 대폭 줄일 수 있기에 앞으로 더 많은 성지순례객의 발길이 이어지리라 예상된다.
누가 성지로 떠나나
성지를 돌아보며 신앙의 깊이를 더하는 성지순례는 우리나라 개신교인과 천주교인들의 전유물과도 같다. 물론 무슬림들에게도 이스라엘은 특별하지만, 한국에 사는 무슬림들이 단체 순례에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1년 후 출발하는 성지순례객을 모집하는 교회들의 광고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회들은 성지순례를 떠나기 전 순례객을 대상으로 성지 공부반을 개설해 방문할 성지의 성서·역사적 배경을 익히도록 돕는다. ‘공부한 뒤 떠나는 성지순례’는 이제 상식과도 같아졌다. 교회 안의 성지 전문가들이 강의를 개설하기도 하지만 국내 성지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열거나 기독교 방송사들이 제작한 성지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전 교육을 한다. 우리나라의 이스라엘 관광은 개인의 자유 관광보다 교회의 단체 순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개인 관광객의 수가 적은 것은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과 ‘성지’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비신자에게는 아직 매력적인 관광지가 아닌 것도 이유이다.
이스라엘관광청이 발표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 아시아에서 이스라엘을 가장 많이 찾은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9년 1-11월 사이 12만 5,200명이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로, 같은 기간 5만 5,500명이 이스라엘 땅을 밟았다. 이 기간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을 가장 많이 찾은 나라는 미국으로 86만 5,000명이 방문했으며, 러시아(30만 8,500명)와 독일(25만 5,500명), 영국(20만 7,600명)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부터 성지의 문이 열렸지만 여전히 대부분 국가의 순례객 수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성장세로 돌아선 나라들도 있다. 2019년 11월과 지난해 11월의 국가별 순례객 수를 비교한 이스라엘관광청의 자료를 보면 당초 7,300명이 이스라엘을 찾았던 브라질 순례객은 1만 1,500명이 방문하면서 58% 성장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같은 남미 국가인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순례객도 각각 18%, 35% 늘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로마가톨릭 국가로 분류된다. 이외에도 슬로베니아(33%)와 조지아(29%) 등 정교회 국가들의 증가세도 눈길을 끈다. 전 세계에서 개신교인이 가장 많은 나라인 나이지리아(6206만 명)도 성지순례객이 20%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몇몇 나라들의 성장세만으로 한 번 꺾인 순례객 전체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점을 찍었던 2019년 대비 지난해 이스라엘 전체 순례객은 -42%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2019년 기록은 조만간 깨질 거라는 게 여행 업계의 전망이다. 서승현 이스라엘관광청 한국사무소 과장은 “코로나 직전이던 2019년 이스라엘을 찾은 관광객이 역대 최대 규모였다.”면서 “아직 당시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는데 적지 않은 이스라엘 성지순례 전문가들이 회복 속도가 상당히 빠른 만큼 올해 안에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성지 중의 성지, ‘예루살렘’
이스라엘과 성지순례는 동의어처럼 여겨진다.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으로 성서에 묘사된 이스라엘은 역설적으로 국토의 60% 이상이 광야(사막)일 정도로 척박하다.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가 백성을 이끌고 이 땅을 밟았을 때도 이스라엘은 지금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님의 약속이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극히 인간적 관점에서만 옥토가 아닐 뿐이다. 사실 이곳은 영적인 땅이면서도 그 어떤 곳보다 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신비의 땅이다. 하나님이 이 땅에 젖과 꿀이 흐른다고 한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예수가 태어나고 자란 베들레헴과 나사렛, 북쪽 끝 헬몬산과 물줄기를 쉬지 않고 뿜어내는 단과 바니아스, 바다처럼 넓은 갈릴리 호수, 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베푼 요단강과 해수면보다 400m나 낮은 사해, 그리고 네게브 사막의 먼지 바람 속에서 하나님의 복과 신비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목회자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이스라엘의 성지는 단연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은 성지 중의 성지로 꼽히는 성스러운 곳이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구리온 공항에서 차로 40여 분 거리에 있다. 예루살렘에서도 성전산은 기독교뿐 아니라 유대교, 이슬람교 등 아브라함 계통 종교 모두의 성지이다. 십자군 전쟁 이후 이곳을 둘러싼 갈등이 수백 년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진 근본적 원인이 여기에 있다.
성서에서 모리아산으로 부르는 성전산은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희생 제물로 바치려던 곳이다. 이뿐만 아니라 기원전 1000년경에는 다윗 왕이 성전산을 아라우나로부터 은 오십 세겔을 주고 구입했고(삼하 24:18-25), 그의 아들 솔로몬 왕이 궁전과 성전을 세웠다. 하지만 기원전 586년 바벨론 느부갓네살 왕에게 모든 게 파괴된 뒤 유대인들의 바벨론 유배기가 시작되고 말았다. 오십 년 뒤 바벨론에서 돌아온 유대인들은 소규모 성전을 재건하고 이를 제2성전으로 불렀다. 현재 유대인들의 성지인 ‘통곡의 벽’이 바로 이 성전에서 남은 유일한 부분이다.
예루살렘 구(舊)시가도 ‘그리스도인’, ‘유대인’, ‘아르메니아인’(정교회), ‘무슬림’ 구역 등으로 분할돼 있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예루살렘 구시가는 0.9㎢(약 27만 평) 넓이로 우리나라 가파도의 면적과 같은데, 여러 종교가 분할해서 관리할 정도로 거대한 면적은 결코 아니다. 이 비좁은 공간에 종교 각축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가장 성스러운 곳이면서도 피가 마르지 않는 비극의 땅이 되고 말았다.
예루살렘은 1981년에 특정 국가명 없이 ‘예루살렘’이라는 도시명 자체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지정됐다. 다만 ‘요르단이 제안한 유적’이라는 부연 설명이 붙었다. 원래 예루살렘 구시가의 상당 부분을 실효 지배했던 요르단의 제안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지정이 추진되자 미국이 나서 반대했지만 결국 통과됐다. 하지만 이듬해 유네스코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도 했다. 좁은 지역에 몰리는 수많은 순례객과 난개발, 관리 정책 미흡 등이 이유였다. 그런데도 이 좁은 땅으로 전 세계의 그리스도인과 유대인, 무슬림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이들은 성지에 서서 언제든 상대를 할퀼 준비가 돼 있는 투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지의 삼엄한 경비가 잠재된 갈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성스러운 땅 예루살렘의 긴장은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달라질 게 조금도 없어 보인다.
이곳이 성지 ‘핫 스폿’
이스라엘관광청 한국사무소가 지난해 11월 마련했던 ‘교회 지도자 성지세미나’에서는 참석한 목회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에서도 예루살렘에 관한 큰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가장 방문하고 싶은 이스라엘의 성지’를 묻는 질문에 목회자들은 (1) 예루살렘, (2) 갈릴리 북부 지역, (3) 네게브사막, (4) 사해, (5) 나사렛, (6) 텔아비브, (7) 십자군 도시 아코, (8) 베들레헴·예리코(여리고) 등 팔레스타인 지역 순으로 답했다. 이스라엘 성지순례의 꽃은 예루살렘이다. 이곳에는 예수가 십자가를 메고 수난을 당했던 슬픔의 길, ‘비아 돌로로사’를 비롯해 예수가 안장된 묘지 위에 세워진 성묘교회, 통곡의 벽 등 성지가 즐비하다. 해발 814m 높이의 감람산도 예루살렘 성벽을 동쪽으로 벗어나면 갈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이스라엘에서 가장 하고 싶은 체험이 무엇인지’도 물었다. 목회자들은 (1) 나사렛에서 가버나움까지 예수가 걸었던 ‘가스펠 트레일’ 트레킹, (2) 성만찬용 와인 생산지 방문, (3) 사해 입수, (4) 마사다 일출 체험, (5) 유월절·초막절 등 명절 풍습 체험, (6) 유대인과의 교제 등을 꼽았다. 엔데믹 이후 유대 광야 체험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륜구동 SUV 차량을 이용해 성서 곳곳에 등장하는 척박한 광야를 직접 느껴보는 야외 활동이다. 풀 한 포기 없는 울퉁불퉁한 산을 달리고 흙먼지를 마시면서 성서를 생생하게 이해하는 현장 학습이다. 이처럼 엔데믹 성지순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성지 체험’이다. 기념교회 등을 단순히 방문하는 견학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의미이다.
한편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34년 동안 이스라엘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성지순례 일정은 교회와 여행사 사이에 양방향 조율로 완성된다. 교인들의 바람도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추세이다. 성지 전문 여행사가 만든 성지순례 상품을 구입하는 소극적인 방식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순례의 전체 기간과 대략적인 비용, 방문할 성지 등을 담은 기획안을 3-4개 여행사로 보낸 뒤 교회의 요구를 가장 잘 수용하는 여행사와 계약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아예 준비 단계부터 여행사들로부터 기획안을 받아 그중 가장 합리적인 안을 채택하는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체험 중심의 성지순례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전체 비용이 상승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여덟 차례 성지순례객을 인솔한 경험이 있는 박요한 연동교회 부목사는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체험을 선호하는 게 최근 트렌드이지만 2-3개만 추가해도 전체 비용이 백만 원 가까이 올라가기 일쑤”라면서 “순례를 준비하는 초기부터 넣을 것과 뺄 것을 잘 살피지 않으면 나중에 비용 문제로 순례팀 사이에 뜻하지 않는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성지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면 이름이 알려진 성지 전문 여행사와 협력해 성지순례를 준비하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성지순례 준비 중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떼였다는 A목사는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전직 성지 전문 여행사 직원을 통해 성지순례를 준비하다 기금을 떼였다면서 이런 불상사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규모가 큰 전문 성지 여행사를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 성지와 한국을 잇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성지와 우리나라 사이의 교류가 단절된 사이 이스라엘에 ‘한류’(Hallyu)가 상륙했다.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은 호기심과 팬덤의 단계를 넘어 학술연구 단체까지 생길 정도로 확장됐다.
이스라엘에서 한류 전문가로 꼽히는 니심 오트마진(Nissim Otmazgin) 히브리대학교 인문대 학장은 “이스라엘은 물론이고 주변 중동국가에서 한국에 대한 팬덤 문화가 상당하다.”면서 “긴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한류로 한데 뭉치고 있는 건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성지순례객이 늘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성지순례를 넘어 문화 교류를 통한 양국의 폭넓은 교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기존의 성지순례에 인적·문화적 교류를 더해 좁히자.”라고 제안했다.1 지난 5월 연동교회 성지순례 팀과 동행 취재했던 필자는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BTS와 블랙핑크 이야기할 때면 웃음꽃이 핀다.”라는 말을 들었다. 한류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근본적 원인을 해결할 수는 없어도 소통의 창구는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예루살렘 크네세트(이스라엘 국회)의 보아즈 토포로브스키(Boaz Toporovsky) 의원도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이스라엘 의원 친선 협회장이기도 한 보아즈 의원은 “양국은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고 그래서 공감대가 크다.”며 “문화와 IT, 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는 양국의 교류는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2 코로나19 팬데믹은 그동안 물량 위주의 분주했던 성지순례를 성찰하고, 한류를 바탕으로 한국-이스라엘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또 다른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주(註)
1 “2년 긴 잠 깨는 성지 이스라엘이 부른다,” 「국민일보」, 2022년 5월 28일.
2 위의 기사.
장창일|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한국기독공보」 기자로 오랫동안 선교와 에큐메니컬 분야를 취재했으며, 2013년 WCC 제10차 부산총회 기자단 간사를 지냈다. 현재 「국민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