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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특집 > [새 정부 시기의 시민운동]
특집 (2022년 10월호)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과 평화통일운동
  

본문

 

2022년 상반기 국내외 정세는 한국 정부에 도전으로 다가왔다. 국제정치와 경제적 환경은 물론이거니와 남북관계와 국내의 정치, 경제 환경 어느 것 하나 우호적인 모양새를 취한 것이 없었다. 특히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시계 제로에서 출발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은 시민사회의 평화통일운동 진영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에서는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의 대북정책을 정책 환경과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라는 두 측면에서 살펴보고, 남북관계를 전망하며 평화통일운동의 과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첩첩산중의 국제 환경

우선, 세계적인 보건 위기가 지속되면서 사망자가 계속 증가하고, 경제활동과 개인의 자유가 위축되어 있다. 2022년 8월 25일 기준으로 전 세계의 코로나 확진자는 6억 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650만 명에 다가서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방역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코로나가 몰고 온 다방면의 부정적인 효과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북한은 8월 10일 코로나 방역 승리를 선언했고, 남한은 방역 대책을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는 신종 변이 출현과 재확산 우려로 인해 전 세계 어떤 국가도 안심할 수가 없다. 코로나 사태의 지속은 남북 교류협력 중단을 장기화시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올 초부터 시작되어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신 냉전 구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 비민주주의 국가의 대결로 국제질서를 구획하는 태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 심화되고 있다. 이 대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물리적 충돌을 넘어 러시아 민족주의와 서방 자유주의의 대결, 자원 경쟁 심화 등 소위 복합 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중·러 협력을 강화시키는 촉매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어 이 사태와 한반도 평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소통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북한이 개입할 소지가 있는 점도 그런 예측을 자아내고 있다.
이상 두 거대 사안은 기존에 전개되어 가는 미·중 패권경쟁을 완화시키기보다는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의 대결을 넘어 이념 및 가치, 최고지도자 간 위신 경쟁 등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미·중 갈등은 최근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중국이 대만 인근 수역과 대만을 넘는 일련의 군사훈련을 전개하고, 그 과정에서 서해상에서도 군사훈련을 전개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갈등과 연계되거나 중첩될 가능성이 없지 않고, 그것은 한반도 평화에 위협을 줄 수 있다.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 직후인 8월 8-14일 하와이의 태평양 미사일 사격훈련 지원소(PMRF) 인근 해역에서는 한·미·일과 호주·캐나다 등의 해군이 벌인 ‘퍼시픽 드래곤’ 훈련을 벌였다. 곧이어 한미합동군사연습이 한반도에서 5년여 만에 기동훈련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은 그 성격상 군사 분야와 함께 경제 분야에서 동시에 전개된다. 미국은 전방위 중국 봉쇄를 위해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해 한반도와 일본, 그리고 대만해협을 지나 동남아와 오세아니아를 거쳐 인도와 실론섬을 연결하고 있다. 지난 5월 21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하였다.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조세와 반부패 등에 걸친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은 미·중 패권경쟁에 한국이 뛰어들어 미국 편에 선다는 점을 공식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해석을 부인하지만 그런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보복으로 한국의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를 만회할 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점이 패권 경쟁구도를 피할 수 없는 국가들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높아진 북한의 대남 불신

국제 정세가 한반도 평화에 유리하지 않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좋으면 그 위험을 완충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벽두부터 북한이 20여 차례 쏘아 올린 시험발사 미사일은 그런 기대마저 날려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김정은 정권은 노동당 제8차 대회(2021. 1. 5-12)에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결정했다. 거기서 전략무기 부문 5대 과업으로 극초음속 미사일, 초대형 핵탄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잠수함, 수중발사핵전략무기를 제시하였다. 2022년 상반기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이 과업 달성을 위한 적극적 노력임이 분명하다. 다만, 우크라아나 침공으로 러시아를 강력하게 제재,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힘을 교란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
북한은 이미 2019년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부터 남북대화의 창을 닫고 남한 정부(당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최고인민회의(4. 11-12)에서 김정은은 남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대남관계를 중단하였다. 북한은 이미 남북관계의 제도적 발전을 상징하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터였다.(3. 22) 이는 북한이 스톡홀름 실무접촉(10. 5)을 포함해 2019년 말까지 미국과의 협상 재개를 추구한 사실과 대조를 이룬다. 2020년 6월 16일, 북한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다.
그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고, 북한은 코로나 방역대책을 강화하였고, 미중 대결이 심화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그것을 비판하며 제시되었다. 북한 측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동안 남북이 합의한 많은 이행 과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북한은 처음에 무대응으로 반응하였다. 코로나 방역과 김정은의 건강 등 대내적 요소도 작용했을 것이고, 윤 정부의 구체적인 대북 메시지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행사를 하면서 “핵전쟁억제력을…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윤석열 정부를 비난, 압박하고 나섰다.1 8월 10일 김정은이 참여한 ‘전국비상방역 총화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원색적인 대남 비난에 나섰다. 김 부부장은 남한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이북에 유포했다고 주장하면서 “남조선 괴뢰들이야말로 우리의 불변의 주적”이라고 말했다.2 김여정은 또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표 이후에는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하면서,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가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라고 힐난했다.3
최근 북한이 코로나 방역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선언한 것은 북중 교역을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기에 미중 패권경쟁과 미러 대립이 북중러 협력을 강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에 한국이 적극 동참하는 것도 북한이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는 이유로 이용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혹은 이런 구도가 계속된다면 남북관계는 되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다.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통일문제에 관심이 부족하다면 그런 전망은 더 높아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대북정책?

윤석열 정부는 국민들에게 6대 국정목표와 120대 국정과제를 제시하면서 출범하였다. 6대 국정목표 중 하나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제시하고 그 달성을 위해 세 가지 국정과제를 제시하였다. 그것이 (1) 북한 비핵화 추진, (2) 남북관계 정상화, (3)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도모이다.
윤석열 정부는 위 세 가지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목표도 제시하였다. 첫째, 북한 비핵화 추진을 위해 △ 원칙과 일관성에 기초한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 추진, △ 대북 제재 유지, 한미일 3국 간 대북정책 공조 강화 등 국제공조 강화, △ 남북미 3자 간 안보대화 채널 제도화 추진, 판문점 또는 워싱턴에 남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 안보대화 채널 추진을 제시하였다.
둘째,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 및 공동 이익 실현, △ 분야별 남북 경제협력 로드맵 제시, △ 남북 간 상호 개방과 소통·교류 기재를 활성화, △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강화 및 미래 통일국가의 청사진 제시 등을 제시하였다.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대화와 상호존중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 인프라, 투자·금융 등 비핵화 진전에 따른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 수립·추진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셋째,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 북한 주민의 인도적 여건 개선 및 삶의 질 증진, △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해결 추진, △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 △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인 사회정착 지원을 제시하였다. 그중 인도적 지원에 관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조건 없이 실시하되 이를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에 전달되도록 모니터링 실시를, 북한인권개선과 관련해서는 북한인권재단 출범과 국제사회와의 공조 강화를 내놓았다.
윤 정부의 이런 대북정책은 그간 포용과 압박을 오가며 수렴되어 가는 공통적인 정책 공감대를 반영하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추진,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다방면의 남북관계 발전 추구, 인도주의와 정치적 문제의 분리 접근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윤 정부의 대북정책은 비핵화를 다른 이슈들보다 우선에 놓고 그 실현을 위해 지원·교류보다는 제재, 남북대화보다는 국제협력에 상대적으로 방점을 두고 있다. 물론 정부는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광범위한 지원 및 경제협력 구상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구체적이고 광범위하게 제안했다. 거기에는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그리고 북한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그러나 북한이 국가 보위와 위신의 ‘제일 보검’이라고 치켜세우고 있는 핵무력을 경제 지원·협력으로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 점을 의식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직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비핵화에 관한 포괄적 합의가 도출되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진행되는 프로세스에 발맞춰 정치·군사 부문의 협력 로드맵도 준비해 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은 경제뿐 아니라 안보·군사 협력까지 열어둔 것으로, 경제적 보상에 초점을 맞췄던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4 이렇게 윤 정부는 대북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그것과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북한 측은 그 두 정책을 같다고 인식하며 윤 정부를 상대할 생각이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김정은 정권은 미 바이든 정부와의 대화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7월 21일 ‘2022년 통일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이 자리에서 권 장관은 통일정책 3대 원칙으로 (1) 일체의 무력도발 불용, (2) 호혜적 남북관계 발전, (3) 평화적 통일기반 구축을 제시하였다. 또 핵심 추진과제로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 상호 존중에 기반한 남북관계 정상화 등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남북 신뢰구축의 선순환” 구축인데, 이를 위해 정부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여 단계별로 제공할 수 있는 대북 경제협력 및 안전보장 방안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는 “담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대화의 모든 문이 닫혀 있고, 한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며, 북한이 남한 새 정부의 대북정책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계획은 실행을 위한 기반 조성이 우선 과제이다. 그 기반의 한가운데에 군사적 긴장완화가 있다. 여기에 북한이 지난 9월 초 최고인민회의에서 적극적인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비핵화를 제일 목표로 한 윤 정부의 대북정책의 실행을 더욱 힘들게 할 수 있다.

확대되는 군사적 긴장

현재 한반도와 주변 지역은 그 어느 때보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 주변에서 일어난 군사적 긴장이 한반도 서해에 영향을 미치고, 태평양에서의 미국 주도 합동해상훈련이 중원을 겨냥하는 듯하고, 이어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한미 연합기동훈련은 직접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
‘을지 자유의 방패’(UFS)로 불리는 이번 한미 연합훈련은 연중 분산 실시하던 훈련을 묶어내고 지난 몇 년 동안 중단해온 지상 기동훈련을 실시해 훈련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한미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의미가 크다. 지상작전사령부와 미 8군사령부가 주관하는 여단급 연합과학화전투훈련을 비롯해 해군 작전사령부와 미 7함대사령부가 참가하는 연합 해상초계작전훈련과 공군 작전사령부와 미 7공군사령부가 참가하는 쌍매훈련 등 13개 훈련이 진행된다. 한미 군 당국이 연합연습 기간 야외기동훈련의 구체적인 명칭과 규모, 참가부대 등을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는 1부에서 북한의 공격을 격퇴하고 수도권을 방어하는 역량을 숙달하게 된다. 전시체제 전환에 따른 동원령 선포 이후 벌어질 북한의 장사정포 등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대화력전 훈련이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8월 29일부터 UFS가 종료되는 9월 1일까지 진행되는 2부에서는 수도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역공격과 반격작전 능력을 숙달하게 된다. 방어·반격을 위해 적 주력의 측·후방을 공격하는 내용으로 평양 이남 개성 축선상까지 진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5 이 훈련을 겨냥해 북한 선전매체들이 맹비난하고 있고, 러시아는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전폭기를 진입시키고 외교부 대변인이 훈련에 우려를 표명하였다. 한국 안팎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 훈련의 종료 시점이나 그 직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은 이륙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군비경쟁의 소용돌이, 상시 긴장지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물론 다시 남북대화가 열리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비록 미미하지만 없지는 않다. 사실 남북대화는 상호 협력 증진, 긴장 및 대치상황 관리, 특정 문제 해결을 위한 일시적 대화 등 여러 형태의 대화들이 있었다.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높은 남북대화 유형은 세 번째이다. 가령, 북한 측이 심각한 자연재해로 국제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할 경우, 혹은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있을 경우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당국 간 대화가 열리고 그것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개연성이 있다. 과거에 이런 사례가 몇 차례 있었다.6 또 남북관계가 글로벌 국제관계, 특히 미중관계와 연계되어 있는 형국이어서 미중관계 개선 국면이 도래하면 남북대화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보건위기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노력이 지속되는 한 대화 없는 남북관계가 지속될 전망이 높다. 그 사이 가장 피해를 보는 이는 북한의 주민들이고 그다음이 접경지역 남한 주민들이다. 물론 한반도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살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제약받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평화통일운동의 과제

이렇게 남북대화의 시계가 제로이고 더구나 한반도와 그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데, 평화통일운동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00년대 활발하던 남북 교류협력은 찾아볼 수 없고 교류협력을 위한 남북 접촉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핵능력 강화와 미중 패권경쟁의 함수관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남한 평화통일운동만의 노력도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남북한을 비롯한 관련국 정부의 긴장완화 및 신뢰조성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 방향에서 각국의 민간단체들의 평화조성을 위한 국제연대가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전제로 남·북·해외 평화통일운동 진영이 전개할 과제를 세 가지로 제안해 본다.
첫째, 군사적 긴장완화이다. 이 글에서도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강조하였다. 필자는 이번 여름 하와이 인근에서 전개된 ‘퍼시픽 드래곤’ 훈련에 한미일이 참가한 점, 그 훈련에 이어 한미 합동기동훈련이 한반도에서 전개된 점에 주목한다. 이는 한반도 군사안보 문제가 미국과 중국이 관련된 아태지역 군사안보 문제와 깊이 연계되어 있고, 거기에 한국이 ‘연루의 동맹 딜레마’에 빠져들 우려가 크고, 그런 흐름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 기도가 사실상 묵인될 수 있다. 서로를 무력공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군사무기와 작전 및 훈련을 중단하고 이를 위한 다각적인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UFS 훈련은 그 훈련 범위와 강도, 기간 등에서 가공할 만한 수준이다. 이에 맞서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조치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언술로서가 아니라 진정 비핵화-평화체제-남북/북미관계 발전의 선순환 구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긴장완화 노력이 최우선이다. 지난 9월 8일 폐막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1차 총회에서는 2023년 한반도 정전협정 체결 70주년까지 기존에 전개하고 있던 평화조약 체결 캠페인을 1억 명 서명을 목표로 계속해나가기로 결의하였다. 평화의 사도로서 교회가 이 사명을 깊이 받아들여 국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국제 채널을 통한 북한과의 교류협력이다.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재, 그리고 단기적으로는 남북 간 교류협력이 힘들다. 여기에는 북한의 대남 불신과 ‘자력갱생’의 생존문화, 그리고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이 동시 작용한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의 기정사실화 전략과 함께 주민들의 생활 향상을 위한 나름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데, 그 한 축이 국제협력이다. 북한은 경제·사회 개발 관련 국제기구 및 회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속가능발전(SDGs) 달성 계획을 국제기구와 협의하고 관련 프로젝트를 유엔의 전문기구들과 지속적으로 전개해왔다.
한국은 북한 영유아 및 임산부 건강을 위한 국제지원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지만, 그것을 지속하면서도 식수, 의료, 식량, 보건, 산림 등 다방면에서 국제 채널을 통한 대북 지원·협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 교회와 해외동포는 이런 대북 사업에 앞장서서 좋은 사례를 보여줄 위치에 있다. 한국교회는 그 많은 물적 자원과 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남북 신뢰 조성, 나아가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해 대북 교류협력을 적극 나서면 좋겠다.
셋째, 초당적인 평화통일 비전 만들기이다. 앞에서 김정은 정권이 통일에 대한 관심이 그 이전 정권에 비해 낮을지도 모른다고 언급했지만, 국내에서도 통일 여론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널려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통일의 이유에서도 민족 재결합에 대한 응답이 줄어들고 대신 전쟁위협 제거, 북한 주민의 삶 개선 등 평화와 인도주의와 같은 보편가치에 대한 응답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평화와 통일이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서 함께 추구할 과제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정권 교체가 일어나면 이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부정해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인 통일여론 조성이 어려워진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언술상으로는 과거 대북정책의 부침으로부터 수렴된 공통점을 반영하고 있지만, 대내적으로는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정쟁이 일어나고 있다. 초당적인 통일 비전과 정책의 컨센서스 형성 없이 5년 행정부의 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미래지향적이고 포용적인 통일 비전 형성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회는 남북 간 체제 및 이념 경쟁에 뛰어든 경우가 많지만 화해와 평화의 도구로 쓰임받은 전통도 갖고 있으니, 후자를 더 발양시켜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주(註)
1 「로동신문」, 2022년 7월 27-28일.
2 「로동신문」, 2022년 8월 11일.
3 「오마이뉴스」, 2022년 8월 19일.
4 「동아일보」, 2022년 8월 16일.
5 「헤럴드경제」, 2022년 8월 23일; 「이데일리」, 2022년 8월 22일.
6 서보혁, “남북대화 (어떻게) 가능한가?,” 통일연구원 현안분석 Online Series 22-23 (2022. 7. 1).


서보혁|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통일부·외교부 정책자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저서로 『한국 평화학의 탐구』, 『평화개념 연구』 등이 있다.

 
 
 

2022년 11월호(통권 7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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