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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특집 >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정교회]
특집 (2022년 7월호)

 

  ‘정의로운 전쟁’은 가능한가―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본문

 

도덕적인 전쟁 혹은 공정한 전쟁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은 그리스 아테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인간의 역사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무엇보다 십자군 전쟁에 이르러 전쟁은 ‘선과 악의 대결’로 이해되어 왔다. 자연법적 규범을 강조하는 종교는 대량살상이 벌어지는 전쟁에 대해 평화주의(pacifism)를 내세우며 반대해야 하지만, 오히려 종교적 신념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전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안전을 위한 군의 임무”를 언급하며, 전쟁에서 공격을 할지라도 평화를 목적으로 하고 전후(戰後)의 정의(jus post bello)가 보장된다면 정의로운 전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1 ‘팍스 로마나’(Pax Romana)의 핵심이 정복으로 인해 전쟁이 없는 상태, 반대 세력을 완전히 제거한 평화를 의미하는 것과 같다. 이런 관념은 그로티우스의 전쟁법 이론에 의해 더욱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전쟁은 적자생존 등 자연의 법칙(law of nature) 아래에 놓인 인간 사회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전쟁에 대한 윤리적 이해가 오히려 전쟁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한다.2 즉, 전쟁에 대한 윤리적인 해석은 선악의 구도 속에서 잔인한 폭력을 정당화하고, 윤리적 죄책감마저 마비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윤리적 허무주의가 등장하기도 했다.
신냉전의 상징이 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들은 이 같은 구도 위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성전(聖戰)으로 여겨지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침략 전쟁이지만,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간 사회의 자연스러운 사건이다. 이렇게 전쟁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바라는 ‘평화’가 진정한 ‘정의’일 수 있을까? 특히 ‘국제법적 정의’가 진정으로 모두의 평화와 정의가 될 수 있을까?

비극의 전조: 서방과 러시아의 협상, 그리고 우크라이나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행동을 전개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전쟁이 발발하기 약 세 달 전인 2021년 11월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시작된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훈련,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서방과 러시아의 협상 과정은 이 최악의 사태를 암시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2022년 초, 러시아는 NATO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 미-러 안전보장협정안과 러시아-나토 안전보장협정안을 전달하고 답변을 요구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두 차례의 정상회담(21. 12. 7, 21. 12. 30)과 러-NATO(22. 1. 13), OSCE(22. 1. 13) 간 협상을 통해 의견을 교환했다. 요는 휴전을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내전 관리 문제와 러-서방 간 안전보장 확약이었다. 그러나 미국과 NATO는 2022년 1월 26일의 답변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보전 원칙”을 확인하고, “NATO 동진”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긴장 상황은 점점 강해졌다. 이 긴장은 러-벨라루스 연합군사훈련으로 이어졌고, 돈바스 지역 내에서 교전이 발생하고 가스관 폭발 사건이 일어났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을 공식적으로 승인(22. 2. 21)하고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을 체결했다. 그로부터 3일 뒤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시작되었다. 조기 종전이 예상되던 이 전쟁은 6월 현재, 어느새 100일을 넘어섰다.

전쟁 개시의 정의(jus ad bellum),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간극

1) 전쟁 중의 정의(jus in bello)와 전쟁 프로파간다
이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일어난 배경과 그 속의 사건들의 인과관계 혹은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하지만 문제는 개전 이후에 벌어졌거나, 벌어졌을 것으로 의심되는 전쟁범죄 사건의 진위 여부일 것이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부차 지역에서 집속탄이나 열압력탄, 화학무기를 사용하여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포로에 대한 반인도적 전쟁범죄 의혹도 받고 있다.
이때 ‘의심’과 ‘의혹’은 진실이 아님, 즉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책임 있고 신속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쟁 중에 러시아와 서방이 내보내는 프로파간다의 범람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럼에도 최소한 여기에서 거론되는 ‘전쟁범죄’, 즉 전쟁 중의 정의(jus in bello)에 관한 문제들은 전쟁윤리(war ethics) 중 유일하게 성문화되어 있다. 국제법과 국제(제네바) 협약 등 전쟁 중의 정의에 대한 논의는 전쟁에 관한 그 어떤 윤리적 논의보다 규범적 기준이 명확하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2) 전쟁 개시의 정당성을 둘러싼 대립
‘전쟁 중의 정의’가 성문화되어 있듯, ‘전쟁 개시의 정의’, 즉 전쟁을 시작할 때의 규범(전쟁의 명분)이 되는 국제법도 존재한다. 대표적 국제법인 유엔헌장에서는 군사적인 물리력 행사에 관해 정하고 있다. 특히 유엔헌장에서 규정하는 무력 공격의 허용은 오로지 자위권에 한정되어 있다.
예컨대 유엔헌장 2조 4항에서는 국가 간의 무력 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3하고 있는데, 이는 극히 예외적 상황에서만 무력 행사가 허용됨을 의미한다. 제42조에서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허가에 기반한 무력 행사를 말하며, 제51조에서는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경우4에만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따라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 무력 행사는 침략으로 규정된다. 이 침략 금지는 강제규범(jus cogens)이다. 다시 말해 이번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은, 그것이 제한전(limited war)이든 침략(invasion)이든,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만일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자위권 행사로 받아들여지려면 무력 공격이 발생한 상태여야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무력 공격은 없었다. 물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허가도 없었다. 이는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유엔, 국제형사재판소), 학자 등이 러시아의 행위를 유엔헌장에서 금지한 무력 행사이자, 침략 행위로 규정하는 근거이다.5 물론 러시아에게 군사기지를 제공한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침략정의에 관한 결의”(유엔총회결의 29/3314, 1974년)에서 정한 조항들 중 하나인 “제3국에 대한 침략행위를 위해 영토의 사용을 허용하는 국가들의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았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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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입장은 이러한 논리에 명확히 대립한다. 푸틴은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두 가지 근거를 댄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NATO의 동진으로 인해 러시아의 안보가 위협받는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작전에 앞서 푸틴은 55분가량의 성명을 발표했는데, 그중 핵심은 “NATO의 확장이 러시아의 이익뿐만 아니라 자국의 존속과 주권에 상당한 위협”이라는 대목이다. 물론 비상상황론(supreme emergency)에서의 상당히 “예상 가능한 위협”과 이에 대응하는 허용된 자위권 발동의 범위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물리적 징후가 실재하는가 하는 논란도 생길 수 있다. 과거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둘러싸고 논쟁이 되었듯, 무력 공격의 징후와 위협에 따른 자위권 행사(비상상황론)가 허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7
푸틴이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는 두 번째 근거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N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NR)에서 러시아군의 파병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그곳 주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즉,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 러시아계 혹은 친러시아 세력을 향한 학살(genocide)을 막기 위해 군사행동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이는 집단자위권 발동의 근거에 해당되는 것으로, DNR과 LNR이 유엔 가입국인지 혹은 주권국으로 승인되었는지와는 별개로 러시아의 집단자위권 적용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최소한 구제적 분리(remedial secession)를 위한 행동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왜냐하면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유엔헌장 51조에 더해 관습국제법상의 권리(니카라과 사건 본안 판결, 1986, para 193)로서의 집단자위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누가 진실을 말하고, 누구에게 정의가 있는가
그렇다면 이러한 점들은 러시아의 군사행동을 자위권 행사로 정당화할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이 논의를 위해서는 우선 푸틴의 두 번째 명분인 ‘DNR과 LNR의 평화유지’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분명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의 사례와 같이 어떤 국가가 상대국 군인의 체류에 동의한다면, 러시아군이 타국에 체류하는 것은 합법이다. 그러나 문제는 러시아가 보호하기로 한 DNR과 LNR은 국제사회에 승인된 ‘주권국’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영토라는 점이다.
물론 유엔헌장에 따르면 식민지처럼 타국에 종속적으로 지배되는 인민은 독립할 권리를 지닌다. 외적 자결의 의미에서 “민족자결권”이 정하는 권리가 이것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DNR과 LNR 두 공화국의 독립이 국제법상 유효한지에 대한 결론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DNR과 LNR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속해 있고, 적어도 분쟁 중이기 때문이다.
두 공화국이 독립된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러시아의 집단방위권은 성립되기 어렵다. 중대한 인권침해를 받는 일부 지역 사람들에게는 예외적으로 분리독립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국가들도 있는 상황에서 관습적 국제법으로서 독립적 지위가 확보되었다고 보는 것은 여전히 논란이다. 나아가 만약에 양 공화국의 요청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동부에 러시아군 진입이 정당화된다 하더라도, 키예프 등 다른 지역으로 작전을 넓힌 러시아의 행동은 정당화할 수 없다.
한편, DNR과 LNR의 러시아계 주민들이 학살당했다는 주장은 러시아의 군사행동의 주요 근거였다. 다시 말해, 소위 ‘네오 나치’ 세력에 의해 국민적·민족적·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파괴하기 위한 의도로 그 지역에서 학살이 자행되고 있기에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제한된 군사작전을 펼쳤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학살 주장은 차후에 국제사회에 의한 철저한 검증과 조사가 뒤따라야 하는 문제로 진실 여부를 논하기 어렵다. 따라서 DNR/LNR에 대한 러시아의 ‘R2P’(Responsible to Protect)와 ‘인도적 개입 행동’은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한 단순 침략행위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국제법이 아니라 정치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다른 관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 앞서 살펴보았듯 푸틴은 이번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근본적으로 NATO의 동진 확대가 러시아의 존재와 주권을 위협한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분명히 러시아와 서방은 서로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소련 붕괴 당시 러시아의 NATO 가입 의사 전달과 거절, 서방과 러시아의 NATO 확대 금지 합의, 무엇보다 1997년 NATO는 러시아의 안보적 우려 완화를 위해 “상호관계, 협력, 안보 기본조약”을 체결하고, 후에 NATO-러시아 이사회(2002)를 창설하며 상호 간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구 구소련 국가들이 NATO에 가입하며 NATO가 동진한 것과 NATO군의 동부 배치를 강화해 온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이는 그동안 러시아와 서방이 유럽안보헌장(1999) 및 기타 여러 공식문서에서 합의해 온 러시아-서방 간 ‘안보 불가분성의 원칙’(누구도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희생하여 자신의 안보를 강화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상황을 두고 러시아의 안전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다. 국제법 측면에서 러시아의 행위가 합법적인지 여부와는 별개로 말이다.

나가며: 전쟁과 권력 그리고 정치

이런 성문법적 논의의 결말은 매우 간단하다. 국제사회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목적으로서의 평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합의한 것이 바로 국제법인데,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지 위법 여부에 따라 판단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8 이런 노력들은 전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허용되는 탈도덕화로부터 국제사회를 지켜내고 평화를 회복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상식 안에 위치한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정의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제법과 현실은 일정한 괴리가 존재한다. 예컨대 약소국이나 지배적 권력이 수정주의적으로 이해하는 상대국에 해당될수록 국제법 구조 안에서 배제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경험 안에도 있다. 일제 강제합병 이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이후 임정) 수립, 그리고 독립 외교로 이어지는 역사가 이를 설명한다. 즉, 우리는 권력적 국제법이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차별적으로 적용하고 제한적 주권을 합리화했음을 이미 경험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종전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재편을 이끌어냈고, 그 비전은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평화 14개조”로 전 세계에 선포되었다. 그중 민족자결주의의 원칙은 전 세계 피식민 국가들에게 희망이었고, 식민치하 한반도의 사람들에게는 3·1운동으로, “대한민국 독립 만세”라는 구호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렇게 기미독립선언문 선포에서부터 기획된 임시정부 수립 계획은 3·1운동에 의해 완성, 실현된다. 이 당시 전후 협상이 열린 파리로 향하던 ‘일본인’ 항일 운동가 김규식이 대한민국 망명정부 외무총장 겸 파리위원부 대표로 그 국제법적 지위가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당시 대한민국 임정은 민족자결주의를 자연법적 국제법으로 이해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규식, 윤해, 고창일 등 파리위원부 대표단이 마주한 것은 민족자결권이 아닌 열강들의 외면뿐이었다. 민족자결의 원칙은 패전국 식민지에 해당되는 것이었으며, 대한제국의 주권 또한 야만국을 문명화한다는 명분으로 위임통치라는 형태로 제한되었다. 대한민국 임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까지도 외면받으며, 결국 미소위원회에 의해 신탁통치가 계획되고 분할점령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주체가 되지 못했다. 국제법은 자연법과 구별되는 실정법이며, 성문화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패권에 의해 해석될 뿐이었다. 20세기 초 임정이 경험한 정의는 지극히 차별적이었고, 패권적이고 서구 중심적인 논리가 지배하는 영역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묻는다. 전쟁의 충분조건인 전쟁 개시의 정의와 명분의 규칙은 정의롭고 공평, 공정하게 실현될 수 있을까? 정당한 명분이라고 제시된 실질적인 공격 여부, 비전투적 시정책의 가망 여부, 합법적 권위(de jure), 비례성(전체적인 선과 악의 예상), 평화적 목적, 최후의 수단이라는 판단9은 명확한 것인가? 그렇다면 실질적 공격은 어디까지를 의미하는가? 시정책의 가망 없음을 판단하는 것이 희생의 동반이나 대응에 비례성을 지녀야 하는가? 결국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전쟁의 올바름에 관한 주장은 결국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며, 따라서 정치적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이다.10 더욱이 실정법으로서의 국제법은 해석에 의해 정의될 뿐이기 때문에, 아우구스티누스가 정의로운 명분인 평화를 위한 전쟁을 개시한다면 그 전쟁은 허용된다고 말하듯이,11 전쟁의 정당성이란 결국 권력에 봉사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 다시 돌아가 보자. 전쟁에서 선과 악은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우크라이나를 대변하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는 선한 것인가? 서방을 비방하는 러시아는 악한가?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과연 윤리적인가? 이러한 질문들에서 빠져 있는 것은 권력이며, 지배적 담론의 기능일 것이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목소리, 우크라이나에서 의미 없이 목숨을 잃은 이들의 슬픔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 하더라도 전쟁을 멈추고 미연에 막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몫이 될 것이다.

주(註)
1 A. Augustinus·P. Montanari, De libero arbitrio(Leiden: Schoningh, 2006).
2 P. Christopher, The Ethics of War and Peace:An Introduction to Legal and Moral Issues, (Englewood Cliffs, NJ: Prentice Hall, 1994), 69
3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방식으로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
4 “이 헌장의 어떠한 규정도 국제연합회원국에 대하여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까지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한다. 자위권을 행사함에 있어 회원국이 취한 조치는 즉시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된다. 또한 이 조치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 또는 회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조치를 언제든지 취한다는, 이 헌장에 의한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
5 197개 국가 중 143개 국가는 러시아의 행동을 ‘침략’으로 규정했으며, 19개 국가(중국, 인도, 이란, 이라크, 베트남 등)는 이보다 낮은 ‘유엔 지지’ 혹은 ‘일반적인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반해 1개 국가(북한)가 러시아의 침략을 지지했으며, 4개 국가(러시아, 베네수엘라, 시리아, 쿠바)는 한 발 더 나아가 러시아가 침략할 권리가 있다고 긍정했다. 30개 국가는 침묵했다. 참고로 미얀마는 러시아의 군사행동이 있던 다음 날 이를 지지했으나, 3월에는 그 지지를 철회했다.(https://bit.ly/3tx1INS)
6 “Belarus leader defers to Russia but stays out of war,” Emerald Expert Briefings, 2022년 5월 24일.
7 M. Walzer, Just and Unjust Wars: A Moral Argument with Historical Illustrations (New York: Basic Books, 1977), 253.
8 M. Walzer, 위의 책, 9.
9 J. T. Johnson, Can Modern War be Just? (Cambridge: Yale University Press, 1986), 18; H. Lafollette, The Oxford Handbook of Practical Ethic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3), 734.
10 D. P. Lackey, “Just War Theory,” in Larry May(ed), Applied Ethics: A Multicultural Approach (London: Routledge, 2017), 180-198.
11 W. Malham, Moral Dimensions of the Military Profession: Readings in Morality, War and Leadership (MA: American Heritage Custom Pub, 1997), 88-89; P. Ramsey, War and the Christian Conscience: How Shall Modern War Be Conducted Justly? (Durham: Duke University Press, 1961), ⅹⅶ; M. Walzer, “The triumph of just war theory (and the dangers of success),” Social Research: An International Quarterly, 69/4 (2002): 925.


이유철|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신대와 숙명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3년 5월호(통권 7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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