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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2년 3월호)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포용
  

본문

 

* 이 글은 필자의 다음 저작 중 일부를 발췌하였음을 밝힌다. 설동훈, “사회적 소수자의 권익 신장”, 『포용국가의 이론과 사례 그리고 정책』(한국행정연구원, 2019).

외국인 이주노동자 고용 제도

1987년은 한국 민주화의 원년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민의 방향이 바뀐 해이기도 했다. 그해 이후 해외로 떠나는 한국인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그 대신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의 수가 급증하였다. 당시 한국 정부는 들어오는 이민 정책을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한 상태였고, 따라서 그들은 대부분 ‘서류미비 이주노동자’로 자리잡았다. 1990년대 초, 한국 정부는 외국인 이주노동력의 합법적 수입 여부를 저울질하다, 외국인력 수입에 반대하는 국내 노동계의 저항을 비켜나는 한편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려는 방편으로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제’를 채택하였다. 그러나 산업기술연수제는 불법체류·송출비리·인권침해라는 치명적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한국 정부는 2004년 8월 17일부터 고용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한국의 ‘생산직 이주노동자 고용·취업 제도’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란 국내 인력을 구하지 못한 기업이 적정 규모의 이주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로서, ‘외국인 고용관리 시스템’이라고도 한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2004-06년에는 기존 외국인력 제도인 ‘외국인 산업연수제’와 병행하여 시행되었으나, 2007년 1월 1일부터 일원화되었다.
고용허가제는 ‘일반고용허가제’와 ‘특례고용허가제’라는 두 개의 하위 유형이 있다. 일반고용허가제는 한국과 MOU를 체결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몽골, 파키스탄, 라오스, 중국, 키르기스스탄, 동티모르 등 16개 나라 출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특례고용허가제는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를 대상으로 한다. 일반고용허가 이주노동자는 송출국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면, 특례고용허가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입국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일반고용허가제는 ①중소 제조업(노동자 300인 미만 혹은 자본금 80억 원 이하), ②농ㆍ축산업, ③어업(20톤 미만), ④건설업, ⑤서비스업(건설폐기물 처리업 등 5개 업종)의 사업체에 적용하고, 특례고용허가제는 서비스업(음식, 숙박 등 29개 업종), 중소 제조업(노동자 300인 미만 혹은 자본금 80억 원 이하), 농·축산업, 어업(20톤 미만), 건설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고용허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체 이동은 엄격하게 규제되지만, 특례고용허가 이주노동자는 사실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누린다.
또한 고용허가제 이외 저숙련 이주노동자 제도로는 선원취업(E-10), 기술연수(D-3), 관광취업(H-1)이 있다. 선원취업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선박에 취업한 선원을 대상으로 하고, 기술연수는 산업기술연수를 하는 연수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며, 관광취업은 워킹홀리데이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한편, 전문기술 외국인력 제도도 있다. 전문기술인력 제도로는 교수(E-1), 회화지도(E-2), 연구(E-3), 기술지도(E-4), 전문직업(E-5), 예술흥행(E-6), 특정활동(E-7), 단기취업(C-4) 등의 체류 자격이 있다. 기업투자(D-8)는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주노동자 유입 추이

앞서 살폈듯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무렵이다. 다음 [그림]은 외국인력 제도의 변화에 따른 이주노동자 수의 추이를 보여준다. 한국의 이주노동자 수는 1987년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렇지만 몇 차례 큰 규모의 등락이 발견되는데 그 원인으로는 1998-99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9-10년 전 지구적 금융위기, 2020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이주노동자 규모 축소도 관찰되지만 1992년과 1995년처럼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규모 조절 정책에 따른 변동도 발견할 수 있다. 2012-13년의 이주노동자 규모 변화는 경기침체와 정부 정책이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2016년 이주노동자 수가 약간 감소한 것은 체류자격이 만료되어 귀국한 사람이 그해에 집중된 탓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7년에는 특별한 요인이 없었지만, 이주노동자 수가 다시 증가한 것도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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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주노동자 수는 그 전년보다 10만 9,000명 증가하였다. 그것은 서류미비 이주노동자 수의 급증 때문이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입국 문호를 활짝 열었는데,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와 이주노동자로 정착한 사람이 크게 늘었다. 즉, 1년 사이 서류미비 이주노동자 수는 10만 3,698명이 증가하였다. 정부는 “불법체류자 단속”을 통해 서류미비 이주노동자 수를 줄이려고 시도하였으나,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이후 방역 사각지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단속’ 자체를 중단한 결과 그 수는 오히려 늘었다. 2019년 서류미비 이주노동자 수는 38만 1,219명이었는데 2020년에는 38만 1,675명이었다.
그렇지만 2020년 코로나 상황에서 이주노동자 수는 크게 줄었다. 2019년 이주노동자 수는 89만 9,746명이었던 것이 2020년에는 78만 103명으로 감소하였다. 특례고용허가 이주노동자가 7만 2,586명으로 가장 크게 줄었고, 일반고용허가 이주노동자는 4만 4,208명 감소하였으며, 전문기술자·투자자는 3,305명 줄었다.

근로환경 개선

이주노동자는 숙련수준·체류자격별로 그 특성이 다르므로, 지금부터는 일반고용허가 이주노동자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살피기로 한다.
고용허가제 시행 이전에는 외국인력 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국내 사업주들이 산업연수생을 노동자로 편법 고용하거나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등의 문제와 더불어, 이주노동자 도입을 둘러싼 송출비리 문제가 심각하였다. 고용허가제는 한국 정부와 송출국 정부가 인력송출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공공기관을 통해 이주노동력을 도입하는 제도이다. 아울러 사용자의 수요에 맞는 적격 이주노동자를 선정하기 위해 한국어능력시험, 건강검진 등을 실시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한 이주노동자는 내국인노동자와 동등하게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고, 노동3권 등 기본권이 보장된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중 일부는 매우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소음, 진동, 분진, 냄새, 더위, 추위, 어두운 조명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출된 이주노동자가 적지 않다. 제조업보다는 농·축산업과 어업 등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이 더 열악하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것은 자명한 이치이므로, 이주노동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근무환경부터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보장하려는 좀 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업종·출신국·기업규모 등 특성을 고려하여 열악한 근무환경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빈발하는 안전사고에는 그 원인이 널리 알려진 것도 많다. 예컨대, 양돈장 황화수소 질식 사고의 위험성은 잘 알려져 있었다. 고용노동부·안전보건공단에서 「밀폐공간작업 질식재해예방 종합 매뉴얼」(2017)을 만들어 배포하였고, 안전보건공단과 대한양돈협회는 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육과 현장지도를 해왔다. 그럼에도 ‘밀폐공간작업 질식재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19년 9월 10일 경북 영덕군 축산면 수산물 가공업체에서 안전장비 없이 오·폐수 처리 시설 지하 탱크를 청소하려던 태국인 3명과 베트남인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3m 깊이 지하 탱크에 이주노동자 한 명이 아무런 사전 안전조치 없이 청소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쓰러지자, 나머지 3명이 동료를 구하기 위해 뒤따라 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북 영덕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한 결과 200-300ppm에 이르는 황화수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1
이러한 사실은 이주노동자의 안전 보장이 제도 정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음을 뜻한다.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모두가 안전을 확보하려는 자세를 갖추는 게 필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 홍보도 중요하지만,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는 등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2
이주노동자가 일하기 때문에 근무환경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근무환경이 나빠서 한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작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내국인이 취업을 피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을 이주노동자에게 맡기는 것이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사업장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여 그들도 인간다운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와 장치들을 정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불합리한 관행까지 바꾸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건강 보호와 안전관리를 위한 국내 법제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 지침 및 규칙들이 있으나, 이들 법제에서는 산재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한 보호 조항이 없다. 현행법은 산재 취약계층 중 하도급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배려 규정을 두고 있으나, 하도급노동자가 비정규직을 대표할 수 없고, 외국인노동자에 관한 배려 규정은 단순한 선언에 불과하여 그 실효성이 의문이다. 산재 취약계층을 고려하지 않는 불완전 입법 상태를 극복하여야 하며, 이를 위한 입법 개선이 요구된다. 입법 개선 시에도 여성노동자, 고령노동자, 이주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의 특수성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함은 물론이다.3

주거환경 개선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과 주거환경 개선이 이루어졌으나, 농업 분야에서는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 12월 제25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농업 분야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개선 방안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농업 분야 외국인근로자 권익 보호를 위해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하는 사업장은 신규 외국인력 배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2019년 7월 2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여, 이주노동자가 기거하는 기숙사는 빌트인 원룸 급으로 꾸미지 않으면 형사 처벌하게 하였다.
관련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2020년 12월 20일 경기도 포천의 한 채소농장 한쪽에 검은 천으로 싸인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캄보디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4 최저 기온이 영하 18.6°C까지 떨어져 한파경보가 내려졌지만, 그 노동자가 생활하던 숙소의 전기장판 등 난방 기구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주노동자의 주거 실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고조되었다.
이후 정부는 2021년 1월 6일 ‘농·어업 분야 고용허가 주거시설 기준 대폭 강화’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 방침은 첫째, 비닐하우스 내 가설건축물 숙소 제공 시 고용허가 불허 및 사업장 변경 허용, 둘째, 농·어업 분야 주거시설 지도점검 강화 및 근로감독 추진, 셋째, 영세 농·어가 주거시설 개선 지원, 넷째, 농·어가 사업주 노무관리 교육 강화 등의 조치를 담고 있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주거권을 향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로 평가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절차 개선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한 이주노동자는 교체순환원칙에 의하여 제한된 기간만 취업할 수 있고, 직업선택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사업장 이동은 법에 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정부가 심사하여 허가한다.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25조는 다음과 같이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의 허용’을 규정하고 있다.

① 외국인근로자(제12조 제1항에 따른 외국인근로자는 제외한다)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1.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로 근로계약기간 중 근로계약을 해지하려고 하거나 근로계약이 만료된 후 갱신을 거절하려는 경우
2. 휴업, 폐업, 제19조 제1항에 따른 고용허가의 취소, 제20조 제1항에 따른 고용의 제한, 제22조의2를 위반한 기숙사의 제공, 사용자의 근로조건 위반 또는 부당한 처우 등 외국인근로자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인하여 사회통념상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인정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경우
3.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
② 사용자가 제1항에 따라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 신청을 한 후 재취업하려는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경우 그 절차 및 방법에 관하여는 제6조ㆍ제8조 및 제9조를 준용한다.
③ 제1항에 따른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출입국관리법」 제21조에 따른 근무처 변경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종료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하지 아니한 외국인근로자는 출국하여야 한다. 다만, 업무상 재해, 질병, 임신, 출산 등의 사유로 근무처 변경허가를 받을 수 없거나 근무처 변경신청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각각 그 기간을 계산한다.
④ 제1항에 따른 외국인근로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은 제18조에 따른 기간 중에는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으며, 제18조의2 제1항에 따라 연장된 기간 중에는 2회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제1항 제2호의 사유로 사업 또는 사업장을 변경한 경우는 포함하지 아니한다.


결혼이민자나 영주권자 등 정착 이민자들은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지지만,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는 애초 배정받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원칙이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내국인 기피 일자리로 인정해 정부에서 고용 허가를 발부한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기회를 제한함으로써 내국인노동자의 일자리 잠식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다. 그렇지만 「서울신문」의 아래 기사에서 보듯이, 이주노동자는 사업장 이동에 관한 고충을 가진 것이 현실이다.

고용허가제 비자(E-9)로 입국한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내국인과 동등한 보호를 받지만 한 번 취업한 사업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만 직장을 옮길 수 있는데, 새 고시는 이를 구체화했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여러 차례 임금을 받지 못하면 사업장을 바꿀 수 있다. 월 임금의 30% 이상 금액을 2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해서 지급했을 때, 월 임금의 10% 이상 금액을 4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해서 지급했을 때,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지급했을 때 등이다. 사업주가 성폭행했거나 비닐하우스처럼 열악한 숙소를 제공했을 때도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개정 고시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사업주가 폭행·폭언을 일삼고 부당한 지시를 내려도 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현행법에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사업장을 바꿀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법의 혜택을 보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법을 모르다 보니 사업주의 위법 사실을 체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역 고용센터가 ‘외국인노동자 권익보호협의회’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5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과 관련하여, 제도적으로 가능하나 실제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일부 존재한다. 사용자가 폭행하거나 임금체불 같은 부당한 처우를 하면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지만, 피해 사실을 이주노동자가 입증하도록 한 것은 불합리하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지 못한 채 임의로 사업장을 옮기게 되면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로 전락한다. 이를 근거로, 외국인노동자 권익 옹호 단체에서는 고용허가제를 “외국인 인신매매” 또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비판한다.6
그러나 그것은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업장 이동의 절차’, 즉 제도 운용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관료제의 경직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절차 규정을 정비하면 그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러한 주장을 고용허가제에 대한 ‘과도한 비하’로 평가한다.
정부가 ‘내국인 기피 일자리에 취업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규제하는 것은 오늘날 전 세계 공통이다. 각국 정부는 직업, 산업, 지역, 사업체 규모, 사업장 이동 횟수 등 여러 가지 기준을 복합적으로 적용하고, 그러한 일자리를 이주노동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옮길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여, 헌법재판소는 2011년 9월 29일과 2021년 12월 23일 각각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일반고용허가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 제한을 ‘합헌’으로 결정하였다.7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같이 자국의 노동력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교체순환원칙에 따라 도입한 이주노동자에게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여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8 그러한 점에서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요구하는 이주노동자 권익 옹호 단체의 주장은 공허하다.
요컨대,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법에 규정된 절차에 의거 사업장을 옮기는 것은 확실히 보장되어야 한다. 제도적 걸림돌을 우선 제거하고, 그 후 문화적 장벽도 걷어내어야 한다.

주(註)
1 박윤식, “영덕 불법취업 외국인근로자 사망 4명으로 늘어”, 「경북매일」, 2019년 9월 12일.
2 최민, “문재인 대통령의 선언에도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2019년 5월 14일.
3 윤석진, 『근로자의 건강보호 및 안전을 위한 법제연구』(한국법제연구원, 2011).
4 동사(凍死)로 단정한 추측 보도가 이어졌으나, 부검 결과 간경화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김규호, “농업 분야 외국인 근로자 숙소 기준의 강화 현황 및 대안 모색”, 「이슈와 논점」 제1860호(2021. 7. 30): 1-4.
5 오경진, “개정 고시서 또 빠진 ‘사업장 이동 자유’… 여전히 발 묶인 이주노동자: 이달 시행 외국인고용법 고시 논란”, 「서울신문」, 2019년 2월 7일.
6 우삼열, “21세기 대한민국의 외국인 인신매매”, 「내일신문」, 2015년 7월 2일; 김태헌, “이주노동자들 ‘고용허가제는 현대판 노예제’: 차별·인권침해 당해도 근무지 변경 어려워”, 「뉴스1」, 2016년 8월 2일.
7 헌법재판소 2011.9.29. 2007헌마1083, 2009헌마230·352(병합); 2021.12.23. 2020헌마395 결정. 양승엽, “헌법재판소의 고용허가제 합헌 결정과 시사점”, 「이슈와 논점」 제1920호(2022. 1. 27) 참조.
8 Philip Martin, Merchants of Labor: Recruiters and International Labor Migration (Oxford, UK: Oxford University Press, 2017) 참조.


설동훈|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였다. 저서로 『외국인노동자와 한국사회』, 『노동력의 국제이동』, 『이민정책론』 등이 있다. 한국이민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2년 4월호(통권 7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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