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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특집 > [여성신학, 한국의 여성신학자들]
특집 (2021년 2월호)

 

  한국 여성신학의 흐름과 발자취
  

본문

 

들어가며: 한국 여성신학의 의미와 배경

‘한국 여성신학의 흐름과 발자취’라는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먼저 한국 여성신학의 의미와 범주에 대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 다루는 한국 여성신학의 의미와 범주는 생물학적으로 한국인의 혈통을 가진 여성이 순수하게 한국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사상이나 관습, 문화를 주제로 삼은 신학적 연구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국 여성 신학이란 ‘한국적인’ 여성신학이라기보다는 한국에서의 여성신학적인 연구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여성신학에서 말하는 ‘여성’은 대상이 아닌 인식과 경험의 주체이기 때문에 여성이 살아가는 주변 환경, 인간과 자연, 세계의 관계, 역사적인 사건 등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여성신학적인 연구주제로 삼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여성신학자들은 한반도의 전통문화, 역사와 민족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문제, 동북아 평화, 생태학적 위기 등의 포괄적인 주제를 성, 계급, 인종, 장애 등으로 인한 각종 차별에 저항하는 여성주의적인 관점으로 연구하고 있다. 한국 여성신학은 이렇게 포괄적 주제를 다루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라는 독특한 터전에서 한국 여성으로 살아가는 젠더경험과 시각이라는 특별한 채널을 통해 하는 신학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서구 일변도의 신학에 한국이라는 특수성과 다양성을 더한다는 강점을 갖는다.
미국에서 시작된 여성신학이 한국 신학교와 신학계에 소개되고 학문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된 배경에는 여성해방운동의 세계사적 흐름이 있다. 고전적 의미의 정통 신학을 비롯한 모든 기독교 신학이 구체적이고 생생한 역사적 상황에서 생겨난 것처럼, 여성신학 역시 구체적 상황에서 태동되었다. 한국에서의 여성신학 역시 넓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구조화된 성차별에 저항하는 세계사적 흐름 속에서, 구체적으로는 여성을 억압하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주의적 현실에 저항하는 흐름 가운데서 등장한다. 1960년대 말부터 미국을 비롯한 유럽 전반에 일어난 반전운동, 인권운동, 여성해방운동의 물결과 남아메리카에서 시작된 라틴해방신학을 필두로 한 흑인해방신학, 여성해방신학의 등장과 확산이 한국에 여성신학이 소개되고 학문으로 자리 잡고 성장하게 된 주요 세계사적 배경이다. 또한 1970년대 들어 노동운동, 학생운동, 민주화운동이 한국 사회에 새롭게 부각되었는데,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민중과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또한 여성신학이 등장하고 부각하게 된 국내적 배경이라 할 수 있다.
1970년 11월에 평화시장에서 재단사로 일하던 22세의 청년노동자 전태일이 분신자살했다. 이 사건은 당시 대한민국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으며, 동시에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한 청년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죽기 전까지는 비인간적인 노동현실을 고발하며 이에 항거하던 목소리에 그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전태일의 분신 사건과 뒤이은 동일방직 사건 등으로 인해 당시 대학생과 종교인, 시민들 사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으며, 이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 억압되고 차별받는 사람들의 현실을 돌아 보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여성운동 등의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특별히 기독교 신학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역사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취급된 백성들, 곧 민중을 주체로 하는 민중신학이 태동되었으며, 민중 중에서도 더욱 억압된 민중, 이중으로 차별받아온 여성들의 경험을 주제로 삼는 여성신학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었다. 한국에서의 여성신학은 이렇게 보편적인 세계사적 흐름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한국의 역사적·정치적·사회적·문화적인 배경 가운데서 등장하고 성장했다. 그래서 한국 여성신학은 한국이라는 특수성과 세계라는 보편성을 갖는다.
여성신학은 비판적이고 해체적인(deconstructive)인 동시에 구성적인 신학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여성신학은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이 남성 중심적인 가부장제의 산물로서 오로지 남성의 이미지만을 투사한 남성 신을 섬기며, 결과적으로 남성이 신의 대리자로서 남성 우위의 위계적 성직 제도를 형성한다고 비판하며 해체를 주장한다. 여성신학은 뿌리 깊은 가부장제적 문화와 관습, 그리고 교회 공동체 생활에 내재하는 여성혐오적인 성서해석과 성차별적 신학을 비판적으로 해체하고 여성신학적 관점으로 이를 재구성한다. 그래서 모든 인간을 사랑하고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복음을 올바르게 선포하고 실천함으로써 교회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목적을 갖는다.
여성신학자들의 학문적 깊이와 영향력은 신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신학 강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전수되고 있으며, 한국여신학자협의회와 한국여성신학회, 기독교학회들을 통해 확장되고 있다. 또한 감리교 여성지도력개발원과 같은 각 교단 여성단체들을 통해서도 여성신학의 이론과 실천이 한국교회와 사회의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이제 여성신학이 국내에 소개되고 ‘한국 여성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40년간의 흐름과 발자취를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 여성신학의 뿌리와 열매: 한국여신학자협의회와 한국여성신학회

1970년대에는 일반 시민들이 외국을 여행하거나 원서를 읽기가 오늘날처럼 쉽지 않았다. 따라서 외국 여행이나 유학을 통해 페미니즘이나 여성신학 관련 책을 접한 소수의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의견을 교환하면서 여성신학이 알려지게 되었다.
여성운동에 관심이 있는 기독교 여성들에게 널리 읽힌 대표적인 책으로는 페미니즘의 성서로 불리던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1949),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1963), 케이트 밀레트의 『성의 정치학』(1969) 등이 있다. 또한 발레리 사이빙 골드스타인이 발표한 논문 “인간의 상황: 여성의 시각으로”(1960), 로즈마리 류터의 『자신에 반대하는 교회』(1967), 메리 데일리의 『교회와 제2의 성』(1968), 『하나님 아버지를 넘어서』(1973) 등도 소개되었다. 국내의 기독교 평신도 여성들과 여성신학자들은 각 교단의 여성안수에 대한 문제와 여성전도사의 차별적인 대우에 저항하는 여성운동을 펼쳤다.
1980년대 들어 여성신학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몇몇 신학교에서는 일부 교수들이 새로운 신학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서구의 여성신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서구 1세대 여성신학자라고 할 수 있는 발레리 사이빙 골드스타인, 로즈마리 류터, 메리 데일리, 레티 러셀, 엘리자베스 피오렌자, 필리스 트리블, 엘리자베스 존슨 등 저명한 여성신학자들의 대표적인 저술들이 우리말로 출판되기 전에도 대학원생들이 그룹스터디를 통해 함께 번역하며 공부하기도 했다. 이후 그 저술들은 대부분 우리말로 출판되었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한국의 여성신학을 발전시키고 확산시키는 데 커다란 기둥 역할을 감당한 두 개의 단체가 설립되었다. 1980년에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가 창립되었고, 1985년에는 한국여성신학회가 창립되었다. 한국의 제1세대 여성신학자라고 할 수 있는 주요인물은 모두 이 두 단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활동하고 성장하였으며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쳤다. 한국교회에 만연한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성서해석, 남성 중심의 직제, 고정된 성역할 등을 비판하며 이를 해체하고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이 교파를 초월해 함께 여신협을 창립한 일은 하나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신협은 각 신학교에 소속된 여신학생들에게 ‘여성신학적 성서연구’, ‘한국의 여신연구’, ‘여신학자 연구’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강의로만 만족할 수 없었던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실천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여신협은 점차 한국 여성신학의 범주를 단순히 교회 내 성차별의 문제에만 국한시키지 않았으며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성혐오 사건, 세월호 사건 등 사회적 문제를 신학화하는 현장의 신학을 주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동북아 평화, 일본군 위안부, 한·일 간의 역사적 문제, 전 지구적 생태위기 등이 모두 하나님의 창조하신 생명과 정의의 가치를 파괴하는 문제라는 인식 속에서 현장의 신학, 사건의 신학으로 한국 여성신학의 범주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여신협은 「한국여성신학」을 정기적으로 발행하여 이러한 연구 성과를 알리는 일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간행물에는 여성신학을 주제로 한 여러 논문을 중심으로 여성신학자들의 다양한 글이 실려 있으며, 현재 91호까지 출간되었다.
평신도와 목회자, 교직에 있는 학자 등 배경과 직위를 초월해 여성됨의 정체성을 깊이 인식하고 여성됨을 존중하며 사랑한 제1세대 여성신학자들은 시대적 한계에서 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신협을 통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헌신했다. 안상님, 정숙자, 최만자, 이우정, 김명현, 이호순, 유춘자, 윤문자, 신명, 김혜원, 손승희 등 다수의 여성신학자들은 여신협을 통해 한국 여성신학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터전을 놓은 한국 여성신학의 선구자들이다. 이들의 선구자적인 열정과 헌신이 없었다면 한국 여성신학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여신협을 세우고 성장시킨 1세대 여성신학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지 못한 것은 필자의 역량 부족과 한정된 지면 때문이다.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한국여성신학회는 1985년 창립된 이래 주로 신학교와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여성신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여성신학의 새로운 주제를 연구하고 발표하여 함께 공유하며 여성신학을 학문적으로 심화시키고 그 저변을 확대하는 일에 주력해오고 있다. 신진 학자 발표회는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신학자가 자신의 학위 논문을 발표하는 시간이다. 발표자가 자신의 새로운 연구 분야를 국내 여성신학자들에게 소개하고 뒤이어 논찬이 진행되는데, 이제 학자로서 첫출발하는 여성신학자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여성신학회는 매년 혹은 2년마다 새로운 임원진을 선출하여 학회를 운영하고 다양한 학술제와 포럼, 세미나를 통해 학문적 교류와 학회 회원들 간의 연대와 친목을 도모하고 있다. 한국여성신학회의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업적은 1994년부터 2020년까지 모두 13권에 이르는 ‘여성신학사상 시리즈’를 출판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각 회기의 임원이 주축이 되어 당시의 가장 중요한 주제를 선정해 회원들에게 공고한 후 원고를 모집하고 투고된 글들을 편집해 공동저서를 만들어왔다. 이 시리즈에서 다룬 주제를 살펴보면 당시 한국여성신학회에서 관심하는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1994년 처음 출판된 여성신학사상 제1집의 주제는 『한국여성의 경험』이다. 여성신학의 가장 기본적인 학문적 토대는 여성의 관점과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주제를 통해 한국 여성신학의 정체성을 세우고자 고심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1995년에 발간된 제2집의 주제는 『성서와 여성신학』이다.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성서가 그동안 남성의 시각과 경험을 토대로 편향적으로 해석되었음을 지적하며 가부장적 성서해석을 해체하고 여성신학적인 시각으로 성서를 새롭게 해석하고자 했던 해석학적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제3집의 제목은 『교회와 여성신학』(1997)이다. 한국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고 여성의 지위와 기회가 느리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반면, 교회는 시대를 역행하는 듯 성차별의 공고한 아성이 되는 현상을 비판하며 새로운 양성평등 공동체를 모색하는 다양한 글이 소개되었다. 제4집 『영성과 여성신학』(1999)은 그동안의 잘못된 영성 이해, 즉 탈세상적, 현실 도피적, 자기안위적 영성 이해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새로운 여성주의적 영성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제5집 『성과 여성신학』(2001)에서는 성이란 단순히 생물학적 요소가 아니라 인종과 계급, 장애의 유무 등과 연관해 인간을 주변화시키고 차별하는 가장 근본적인 사회학적 요소가 된다는 사실을 주장하며 성과 젠더의 문제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제6집 『민족과 여성신학』(2006)은 여성신학이 기독교적 주제를 넘어 민족의 문제까지 그 범주를 확장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애국심에 기댄 민족주의가 여성의 주체성, 인권 등에 어떻게 긍정적/부정적으로 작용하는지에 관한 다양한 관점의 글이 게재되었다. 제7집은 『다문화와 여성신학』(2008)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당시 다문화적인 상황이 한국 사회와 교회에서 주요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제8집은 『선교와 여성신학』(2010)의 문제를 다룬다. 세계사적으로 기독교의 선교가 제국주의의 식민지 확장 도구가 되어왔음을 돌아보며 여성주의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적 선교를 모색하고 있다. 제9집 『미디어와 여성신학』(2012)에서는 미디어가 재현하는 여성의 이미지 등 의 문제를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제10집 『21세기 세계 여성신학의 동향』(2014)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제3세계 여성신학, 그리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신학자들의 연구 주제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11집 『위험사회와 여성신학』(2016)은 한국 사회에 크나큰 충격을 준 세월호 사건을 중심으로 폭력의 문제, 전쟁과 빈곤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제12집은 『혐오와 여성신학』(2018)을 다룬다. 2016년에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은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수위를 드러낸 사건으로 시민들의 분노를 일으킨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성혐오에 관한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 글들이 실렸다. 그리고 제13집은 『자본주의시대, 여성의 눈으로 성서를 읽다』(2020)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빈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인간과 생명조차 상품화시키는 신자유주의, 시장자본주의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여성신학자들이 질문하고 성서의 답변을 구한 형식의 글들이 실려 있는데, 여성의 눈으로 읽는 성서의 세밀한 음성을 고찰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신학사상 시리즈’는 제13집에 이르기까지 100명이 넘는 여성신학자들의 다양한 신학적 담론이 담긴 연구물들을 계속 소개하고 있다. 현재 한국여성신학회 28기 임원진은 제14집을 준비하는 중이다.

한국 여성신학자들의 연구 성과물을 중심으로

여신협과 한국여성신학회를 통해 활동하며 훌륭한 작품들로 한국 여성신학의 성장과 발전에 공헌한 많은 여성신학자가 있다. 우선 두 단체의 초대 회장을 지낸 원초 박순경 박사는 한국 신학계뿐만 아니라 한국 여성신학에서도 독보적인 인물이다. 박순경 박사는 민족, 통일, 기독교에 온전히 매진하는 삶을 살았으며, 그 과정에서 민족의 통일운동을 위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2020년 10월 24일 98세로 소천하기까지 박순경 박사는 『한국민족과 여성신학의 과제』(1983)에서부터 『민족통일과 기독교』, 『통일신학의 미래』 등 다수의 책을 저술하였고, 칼 바르트의 『교회 교의학』과 포이어바흐의 『기독교의 본질』을 번역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삼위일체 하나님과 시간: 제1권 구약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저서와 활동을 통해 한국의 통일신학과 여성신학에서 흔들리지 않는 거목으로 서 있는 여성신학자이다. “삼위일체 하나님과 시간: 제2권 신약편”을 집필하시던 중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신대학교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하다 최근에 은퇴한 김애영 박사 또한 여신협과 한국여성신학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여성신학자이다. 특별히 여신협의 창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공동대표와 실행위원을 역임하면서 여신협을 통해 한국 여성신학을 확장시킨 인물이다. 또한 한국여성신학회 회장과 총무직을 역임하면서 실질적으로 여성신학을 통해 여성운동, 통일운동, 사회운동에 이바지하고 있다. 저서로는 1991년에 출판한 『칼 바르트 신학의 정치 사회적 해석』에서부터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의 번역서 『크리스찬 기원의 여성 신학적 재건』과 『한국 여성신학의 지평』, 『여성 신학의 비판적 탐구』, 『여성신학의 주제탐구』 외에도 다수의 여성신학 저서를 통해 한국 여성신학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특히 사제지간의 특별한 사랑과 존경으로 박순경 선생님이 소천하시기까지 돌보신 가족과 같은 특별한 자매애는 주위의 여성신학자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된다.
우리에게 ‘정현경’으로 알려진 미국 유니온신학교 교수 현경은 다양한 주제의 신학적 저술을 통해 한국 여성신학에 공헌해온 신학자이다.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보완해서 출판한 『다시 태양이 되기 위하여』(1994)는 우리에게 ‘여성신학자 정현경’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도록 만든 대표작이다. 이 책은 한국의 가장 오래된 종교이자 민중 여성들의 종교이며 사제가 여성인 무교를 여성신학적 관점으로 신학화한 책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후 정현경 박사는 『결국은 아름다움이 우릴 구원할거야 1, 2』, 『미래에서 온 편지』,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 『연약함의 힘』, 『서울, 뉴욕, 킬리만자로 그리고 서울』 등 신학의 전통적인 주제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에세이 형식의 글, 자유롭고 창조적인 영성을 주제로 한 저술들을 발표하고 있다.
강남순 박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 여성신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강남순 교수 역시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여신협과 한국여성신학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활동하였다. 『기독교와 페미니즘』, 『현대여성 신학』, 『페미니스트 신학』 등의 저서로 일찍부터 한국 여성신학계에 공헌한 강남순은 최근 『용서에 대하여』, 『정의를 위하여』,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책을 선보이고 있다.
조직신학 분야의 여성신학자이자 교육철학자, 그리고 유교 여성신학자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리는 이은선 박사는 세종대학교 교육학 교수로 30년을 재직하고 신학에 대한 열정을 더하기 위해 조기 은퇴한 후 여성신학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저서를 발표하고 있다. 여신협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여성신학자들의 연대, 후학 양성, 여신협의 학문적·실천적 작업 등 각 방면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헌신해온 이은선 박사는 학자일 뿐만 아니라 왕성한 활동가이기도 하다. 다양한 주제의 저술들은 이은선 박사의 학문적 깊이와 넓이를 잘 보여준다. 『포스트모던 시대의 한국 여성신학』(1997)은 조직신학과 교육학을 접목시키고 유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통해 한국적인 여성신학을 구성한 조직신학 책이다. 그리고 『한국 여성조직신학 탐구』는 한국인의 삶의 일부이자 토착종교이며 동시에 대부분의 한국 여성과는 애증의 관계가 된 유교를 여성신학자의 눈으로 분석하고 변증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그 밖에도 『한국 생물 여성영성의 신학』, 『잃어버린 초월을 찾아서』 등의 저술이 있으며, 특별히 한국의 토착사상과 성(聖), 성(誠), 성(性)의 삼위일체의 틀을 통해 한국 조직신학을 구성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사유하는 집사람의 논어읽기』, 세월호 사건과 여성신학을 연결하여 해석한 『세월호와 한국 여성신학』, 『동북아 평화와 聖·性·誠의 여성신학』 등 다양한 주제를 여성신학적으로 구성한 다수의 책들이 있다.
지면상 이 글에서는 조직신학 분야의 여성신학자들의 저술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한국 여성신학을 위해 헌신하고 공헌한 여성신학자들을 다 소개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성서신학 분야를 포함해 기독교교육, 기독교윤리, 목회상담 등 여러 분야에서 한국 여성신학을 성장시킨 여성신학자들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가며: 한국 여성신학을 전망하며

여성신학이 국내에 소개된 지 4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여성신학이 한국의 여성신학으로 자리 잡고 교회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공헌하였으나, 한국교회와 사회에서 여성신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데에는 여전히 많은 편견과 제약이 따른다. 여전히 어렵고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성신학자들은 여신협과 한국여성신학회를 통해 함께 물을 주고 돌보며 척박한 한국의 교회와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성장하고 있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이성, 대가 없는 헌신으로 여성차별과 혐오, 억압에 저항하며 한국 여성신학이 이만큼 성장할 있도록 묵묵히 이끌어주신 제1세대 여성신학자 선배님들께 감사드린다. 귀한 학문적 성과를 내고 있는 선배와 동료 신학자들께도 감사드린다. 선배들의 희생과 열정을 뒤따르는 젊은 후배들의 노력 또한 더해지고 있다. 시간강사라는 열악한 조건에서도 시간을 쪼개가며 여신협과 한국여성신학회와 함께하는 고마운 후배 신학자들의 얼굴과 이름이 한 명, 한 명 머리를 스친다. 비록 느리고 희미하긴 하지만, 여성들이 꿈꾸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이러한 사람들이 있기에 그 윤곽이 조금씩 드러날 것이다. 여성신학자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밝아졌기에, 더 밝은 내일을 기대해본다.

김정숙 | 게렛신학교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Ph.D.)를 받았으며, 한국여성신학회 제 27기 회장으로 일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13세기 베긴공동체 여성신비 가들의 신학적 인간학: 여성주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정치적 신비주의』를 집필하고 있다.

 
 
 

2021년 3월호(통권 7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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