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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특집 > [성적 지향과 차별금지법]
특집 (2020년 11월호)

 

  캐나다의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와 종교의 상관성
  

본문

 

포괄적 차별금지법 발의에 대한 한국교회의 적대적 태도는 교파를 막론하고 매우 거세다. 이유는 한 가지이다. 성적 지향과 성적 정체성에 따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대형 교회들과 교단 총회에서 앞장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교회는 ‘동성애’ 반대라는 한 단어로 수렴되고 있다.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에 대한 신학적 논의와는 별개로, 또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보수 한국교회의 원로인 손봉호 교수조차도 보수 교회의 동성애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1 움직일 틈 없는 교리적 체계 속에서 자신들이 정한 답변만을 내세운다면, 그 경계 밖에 있는 사회와 유의미한 대화를 끌어가기란 불가능하다.
대화를 의도하지 않은 일방적인 선언과 선포만을 반복하는 한국 개신교가 조금은 더 고민하며 들여다볼, 한 걸음 떨어진 사례를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북미의 두 국가인 캐나다와 미국은 정치, 종교, 사회적 사안에서 유사성만큼이나 뚜렷한 차별성을 갖고 있어 상호 비교하며 자주 논의된다. 성소수자 관련 이슈에 대해서도 두 나라 간의 인식 차이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리고 그 관점의 차이에는 종교에 대한 인식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한국 기독교는 미국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에서 캐나다의 종교 인식을 살펴보며 우리에게 필요한 성찰 지점이 어디인지를 숙고해보자.

캐나다 인권법과 캐나다인의 인식 변화
캐나다의 인권법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48년 캐나다 학자인 존 험프리가 큰 역할을 한 이 인권 선언문의 기초는 만인의 평등과 차별로부터의 자유였다. 1977년에 제정된 캐나다 인권법은 인종, 나이, 성별, 성적 성향에 따른 괴롭힘이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1982년에는 캐나다 권리와 자유 헌장을 제정하여 평등,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과 같은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후 캐나다 인권법은 실질적인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여 발전했다. 그 피해자는 캐나다 원주민이라고 하는 퍼스트 네이션(First Nation)과 초기 아시아 이민자들, 그리고 동성애자 등이 포함되었다.
1977년 인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캐나다의 동성애자들은 지속적인 차별과 박해를 경험했으며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어 전환 치료를 받기도 했다. 1969년 연방정부가 동성연애에 대한 형사제재를 해제하기 전까지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동성애자인 군인, 경찰을 포함한 캐나다 공무원 수천 명이 부당하게 해고되었다.
캐나다 총리인 저스틴 트루도는 수십 년간 부당한 법률에 따라 차별을 당해온 성소수자들에게 2017년 공식 사과했다. 2005년 캐나다는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동성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되었다.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8개 지방법원은 이성애자 부부 외의 결혼이 위헌이라며 동성결혼을 찬성하는 판결을 내렸다. 동성 부부가 자녀를 입양하고 동성애자에게 자녀양육권을 부여하는 등의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전향적인 제도 변화가 사회적 합의라는 기반 위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대선 때마다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를 중심으로 낙태나 동성애를 이슈화한다. 하지만 다문화, 다종교 사회를 지향하는 캐나다는 대체로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대해서 공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꺼린다. 물론 1970년대 성소수자들이 획득한 사회적 지지에 대한 반발로 보수 종교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가족 가치(Pro-Family) 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쳐 정치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캐나다는 성소수자 이슈를 미국처럼 문화 전쟁으로 처리하지는 않는다.
법적으로 동성애를 보호할 뿐 아니라, 동성애자의 결혼과 입양 허용과 같은 제도적 변화에 대해 여론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캐나다에서는 전통적인 이성 간의 결합을 결혼으로 보는 것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등 훨씬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년간 캐나다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관점 변화를 추적해온 다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완강하게 동성애를 반대하는 30%의 고정층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동성애를 수용하고 있다.
에이미 랭스태프(Amy Langstaff)의 연구는 1987년부터 20년간 설문조사를 통해 이루어진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질문은 대략 세 가지로 구성된다. 첫째는 동성애에 대한 판단을 묻는다. 예를 들어 동성애가 부도덕한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지를 묻는다. 둘째는 사회가 어느 정도까지 동성애를 수용해야 할지에 대한 수준을 질문한다. 마지막 질문은 동성애자의 결혼이나 입양 등과 같은 법적 권리 수여 여부에 대한 찬반을 묻는다.2
1987년에는 캐나다인의 10% 미만이 동성애를 찬성했다. 55%가 반대했고, 34%는 유보적이었다. 그런데 2004년의 조사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찬성 비율이 48%(반대 36%, 유보 14%)로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까지 증가했다. 30세 미만 중 찬성률은 68%에 달했다.
조사 기간 20년간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뿐만 아니라, 동성애자의 권리에 대한 지지도 크게 증가했다. 첫해인 1987년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동성애가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면, “아동 성폭행범이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접근할 것”(응답자의 33%가 동의)과 “에이즈(AIDS)가 빠르게 확산될 것”(62%가 동의)이라고 응답했다. 당시 동성결혼과 입양에 대한 문항은 여론조사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토론 중인 정책 이슈도 달라졌고, 여론조사 질문도 변했다. 전반적으로 성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지지가 늘어났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가장 활발하게 논의된 권리 문제는 동성애자를 차별로부터 보호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1987년의 조사에서 48%의 캐나다인들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약 20년 후인 1996년 이 지지도는 52%로 4% 포인트 증가했다. 성적 지향성이 합법적으로 인권으로 보호되면서, 동성결혼 문제가 쟁점이 되었다. 1990년대에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자는 소수였지만, 2004년에는 58%가 동성결혼을 찬성했다.
2005년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서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여론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격렬하게 일어났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동성결혼에 대한 우호 여론이 줄었지만, 중장기적으로 동성결혼에 대한 지지는 더욱 강화되었다. 합법화되기 이전부터 캐나다인들 사이에 동성애자 권리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여기서 동성애자 권리 문제에 대한 캐나다인들의 언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록 자신의 신념에 의거해 동성결혼을 반대한다 할지라도 동성애자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나다에서 동성애 찬성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중립적이거나 유보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입장이 줄어든 것은 동성애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여전히 동성애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35%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동성애자 권리 옹호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이 각기 자원을 쏟아부어 여론전을 펼친 결과 많은 중립적인 캐나다인들이 동성애를 수용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더욱 강경해졌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 전 2004년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36%의 캐나다인들이 합법화에 반대했다. 합법화된 이후인 2006년의 여론 조사에서도 여전히 30% 정도가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변하지 않는 견고한 수치이다.

동성애와 캐나다의 종교문화
북미의 이웃나라 미국이 혁명을 근간으로 한 개인주의에서 태어났다면, 캐나다는 개인의 자유보다는 평등과 공공 질서를 앞세운다. 미국을 하나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문화의 용광로라고 표현한다면, 캐나다는 문화적・인종적 다름을 수용하는 모자이크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종교문화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은 이른바 선진국가 중에서 기독교에 대한 가치 옹호가 유별나다. 정치와 종교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표를 얻는 것은 백악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미국 기독교인의 약 20%가 복음주의 교단에 소속되어 있고, 19%가 주류 개신교단(Mainline Protestants)에 소속되어 있으며, 25%는 로마가톨릭 신자이다. 대부분의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동성애에 대해 수용적이지 않으며, 동성결혼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반면, 주류 교단 중에서는 동성애자의 서품 등을 수용하는 교단들이 있다.
캐나다의 경우, 복음주의 개신교인들의 숫자는 미국보다 훨씬 적다. 그리고 공공 정책에 대한 견해도 덜 보수적이다. 캐나다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가톨릭의 영향력도 크지 않다. 이는 대부분의 가톨릭이 퀘벡이라는 독특한 지역 안에 있기 때문에 교회는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다. 오히려 미국의 주류 개신교단과 마찬가지로 캐나다연합교회나 성공회 등이 성소수자 문제에 전향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비해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들은 정치적 동원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여전히 복음주의 개신교는 캐나다에서 소수이다.
이런 종교 지형과는 별도로 다문화주의에 대한 캐나다 연방의 정책은 종교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중요한 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다문화와 다양성은 인종적, 문화적, 언어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성적 지향을 포함한 성정체성을 수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것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 종교가 제기하는 성정체성에 대한 논쟁은 어느 정도까지 뚜렷한 ‘도덕적’ 범주에 포함될 수 있는가? 종교적 신념에 근거한 성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제기가 반드시 종교적 어휘를 뺀, 일반 시민의 어휘로 전달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보편적인 도덕 규범이라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도덕적 가치 판단은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여성차별에 대한 인식, 노예제도에 대한 인식도 시대 속에서 변해왔다. 단지 종교적 가르침과 동성애는 양립할 수 없고, 동성애가 사회를 무너뜨린다는 선언적 진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 지점에서 캐나다 사회학자인 레지널드 비비(Reginald W. Bibby)의 종교와 동성애에 대한 관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3 그의 연구 역시 미국과 캐나다인의 동성애에 대한 태도를 종교적 관여 정도를 기준으로 분석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동성애에 대한 수용성의 차이는 종교라는 변수를 제거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캐나다에서 동성애를 더 잘 받아들이는 원인은 캐나다가 더 다양성을 강조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덜 종교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대로 캐나다는 다문화주의, 이중 언어주의(bi-lingualism)와 같은 다양성의 조화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성소수자 문제에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낙태 문제나 동성결혼 문제에서 미국은 개인의 자유에 초점을 둔 반면, 캐나다에서는 이를 평등의 문제로 접근한다. 캐나다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더 높은 다양성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성적 지향의 영역까지 확장된다.
캐나다와 미국의 동성결혼에 대한 다른 입장은 종교를 기반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대체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복음주의자, 혹은 근본주의라는 가정이다. 이러한 가정이 불합리하거나 틀린 것은 아니다. 종교는 개인의 성향과 사상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또한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동성애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기독교 단체들이 주로 동성애에 대해 반대했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어떤 기독교인가 하는 답은 남는다. 캐나다 내 다수의 주류 개신교 교단 및 교파들은 점차 동성애를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후반 캐나다연합교회는 성적 지향에 차별을 두지 않고 모든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을 선택했다. 캐나다인의 절반 가까이가 가톨릭인 반면,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10% 미만이다. 정기적인 종교집회 참여를 기준으로 보면, 주류 교단보다 보수 복음주의 교단이 참석자 비율이 더 높다. 이 말은 대다수의 주류 교단 기독교인들은 정기적인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니 동성애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게 남아 있는 부류는 정기적으로 종교집회에 참여하는 복음주의 교단들이다.
복음주의 개신교인들과 로마가톨릭 신자들은 일관되게 동성애를 반대해왔지만, 캐나다에서 종교는 사회적 기풍인 다양성과 관용에 적응해야 했다. 그러므로 캐나다에서 동성애나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의 선택의 가능성을 두 가지 정도로 제시한다. 첫째, 캐나다와 같이 공존 및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가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종교단체에 참여하거나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다. 또한 종교가 동성애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을 취할 경우, 즉 문화가 종교를 앞설 경우, 종교인들의 입장과 비종교인들의 입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반대로 기존의 지배적인 문화와 상충되는 종교문화에 헌신하는 경우, 종교적 요인이 동성애와 같은 사회문화적 요인을 종교적 가르침을 기반으로 한 ‘윤리’와 ‘도덕’의 문제로 규정하려 할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문화적 ‘정서’가, 후자의 경우는 종교적 ‘윤리’가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4
그러므로 문화가 동성애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는 요인이라면, 종교단체 참여 수준과 무관하게 동성애에 대한 태도는 변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정기적인 종교집회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문화적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동성애에 대한 태도는 더 수용적이 될 것이다. 종교가 동성애에 대한 태도의 통제 효과를 가져오는 사례도 찾을 수 있다. 1970년대 중반과 2000년 사이에 매주 주일예배에 참여하는 캐나다인의 동성애에 대한 수용 비율은 5%에서 18%로 증가했다. 반면 매주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캐나다인의 경우에는 1975년 18%에서 2000년에 51%로 그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캐나다의 경우, 종교인이라 할지라도, 적극적으로 종교단체에 참여하지 않을 때 성적 지향성에 대한 존중과 수용이 크게 늘었다. 뒤집어 말하자면, 성적 지향성에 대한 태도는 사회문화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사회문화적 정서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윤리적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 동성애와 그와 관련한 지원 법령 제정에 대해 크게 저항한다. 가톨릭과 보수 개신교가 활발한 지역에서는 동성애 반대가 높다. 그러나 이들은 캐나다에서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회적・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반면 캐나다 주류 개신교단은 상대적으로 정기적인 종교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적어 동성애를 문화적,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수용도가 높다.
캐나다에서는 종교적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사람들의 경우 문화의 다양성을 더 쉽게 수용한다. 젊은 세대들의 종교집회 참여 비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캐나다의 수용 수준이 높은 현상이 설명된다. 사고 체계에서 종교적인 것을 떼어낸다면, 사람들은 동성애를 수용하는 입장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다.
이로 보건대, 동성애에 대한 태도 변화는 앞으로도 교회에 대한 참여도가 낮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일어날 것이다. 대부분 열성적인 기독교인들은 변함없이 동성애에 대한 종교적, 정서적 거부감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배제나 혐오와 같은 단어와 연결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캐나다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활동적인 기독교인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영향력이 미미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들도 이미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가는 말
캐나다인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와 종교와의 상관관계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크게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그리고 한국)과 다르게 종교적 신념으로 소수자의 평등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전제된다. 또한 종교적 참여도가 낮아질수록 성소수자의 권리 옹호가 커진다는 사실은 몇 가지 생각할 지점을 던진다. 종교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할수록 교리적 충성도는 높아질지 모르나,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회에 광풍처럼 불다시피 한 반동성애 열풍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결사항전의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캐나다나 미국의 예에서 보듯 현실 교회는 동성애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 동성애를 수용하게 되면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 교회가 무너질 것이라고 한다. 일면 그 같은 경계심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회의 우려를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작금의 한국교회는 동성애에 대하여 호의적이어서 쇠퇴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교회를 떠날수록 동성애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는 서구의 조사는 교회가 사회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 교회가 점검해야 할 것은 동성애 때문에 망할 것 같은 교회가 아니라, 사회와 동떨어진 인식을 종교적 신념으로 고집하는 그 태도이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은 ‘종교’와 ‘차별’이라는 단어가 만나는 이유는 제도 종교가 처해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대한 고민의 한계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최근 인권위 설문조사에서 88.5%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했다고 한다.5
이 지점에서 던질 수밖에 없는 의구심은, 과연 교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문제를 한국 기독교의 존망을 걸 문제이며,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의 윤리를 무너뜨리는 문제로 인식하기는 하는가 하는 점이다. 오히려 이 문제에 목을 매고 있는 대형 교회나 보수 교단 총회는 교회의 떨어진 사회적 공신력 속에서 자신들의 세력과 이익 유지를 위해 이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 이를 인정하지 못해 성서의 전거를 들이대며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교회가 동성애 문제에 매몰되면 될수록 교회는 사회 전반의 인식과는 동떨어진 곳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지금껏 한국교회의 맥락에서는 성소수자의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로 다뤄졌다. 그러므로 성소수자에 대해 종교가 지니고 있는 입장에 대해 공격하는 것이나, 그 반대의 상황은 서로의 사고 기반을 허물어뜨릴 것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서로에게 기대해야 할 것은 완전한 수용이나 거부보다는 관용과 존중의 자세이다. 이 최소한의 기대조차도 한국교회에 하기는 어려운 현실이지만 말이다.


1 손봉호,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CUP, 2017), 158-161.
2 이하 통계자료는 Amy Langstaff, “A Twenty-Year Survey of Canadian Attitudes to-wards Homosexuality and Gay Rights”, David M Rayside・Clyde Wilcox eds., Faith, politics, and sexual diversity in Canada and the United States(UBC Press, 2011)를 인용한 것이다.
3 Reginald W. Bibby, “Ethos Versus Ethics-Canada, the U.S., and Homosexuality”, Pro-ceedings presented at the Annual Meeting of the Pacific Sociological Association(San Francisco, 2004) 참조.
4 Bibby, 위의 글, 11-12.
5 “국민 10명 중 9명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한겨레」, 2020년 6월 23일.



최종원 | 중세유럽사를 전공하였다. 저서로 『초대교회사 다시 읽기』, 『중세교회사 다시 읽기』,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등이 있다. 현재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 10월호(통권 7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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