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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0년 9월호)

 

  온라인 시대의 한국 종교: 인터넷 무속과 유튜브 신종교
  

본문

 

온라인 종교에 대한 현실과 전망
20세기와 오늘날을 가르는 가장 큰 기술적 차이는 아마도 정보기술(IT)에 있을 것이다. 한 세대 전의 미래상에서 흔히 그리던 우주여행이나 화성 이주 같은 상상은 아직도 요원하지만,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발달은 과거 공상과학적 상상력을 이미 추월하고 있다. 시장 또한 투입해야 하는 비용에 비해 경제성은 신통치 않은 우주공간 대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가상공간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가져다준 혁신 가운데 하나는 온라인을 통한 사회적 연결 방식의 변화이다. 그래서 인문사회과학의 각 분야에서는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이 인간 사이의 관계, 사회의 구성 방식 등을 어떻게 바꾸어놓을지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종교 연구 분야에서 이런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일례로 종교사회학자 전명수는 ‘인터넷 교회’의 출현, 기성 기독교의 인터넷 활용 등에 주목하며 종교문화 내 영상문화의 강화와 지역을 뛰어넘는 교회 공동체의 출현을 예측하였다. 2004년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사이버 공간과 종교”라는 주제로 연 심포지엄에서 신학자 신재식은 이렇게 물었다. “전자 시대의 가상세계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전혀 다른 종교인이 되어가고 있고, 전혀 다른 종교를 형성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편 종교인류학자 김성례는 당시 사이버 공간에서 무당들의 활동이 늘어나는 현상을 무속 전통의 혁신과 무속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가 일어날 조짐으로 판단하기도 하였다.1 이런 전망들은 공통적으로 온라인 환경이 인간의 종교문화와 실천에 무엇인가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의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른 오늘날, 실제로 종교는 어느 정도로 변화하였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아직 그렇게까지 극적인 변화가 발견되지 않는다. 물론 그 사이 기술적 측면에서는 많은 혁신이 이루어졌다. 개인화된 모바일 기기 덕에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온라인’ 상태이다. 게다가 데이터 통신망 인프라는 더욱 발달해 그 기기로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실시간 영상을 이용할 수도 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 초기 형태의 ‘사이버 공간’은 이제 SNS로 대표되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진화하였다. 데이터를 감각적 체험으로 바꾸어놓는 가상현실(VR) 기술 또한 나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문화적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특정한 계기가 필요하다. 특히 종교는 그 메시지와 실천 등에서 전통에 기반을 둔 보수적인 형식을 선호하는 문화체계이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일어나기 전까지 종교 의례를 온라인 중심으로 수행해보려는 시도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거꾸로 말하자면, ‘비대면’이 사회적 의례의 표준이 된 2020년은 온라인 시대의 기술이 종교문화 속으로 침투할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다. 이 글은 그런 현 시점에 한국 종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징후에 대한 간략한 스케치이다.

액정 속 경전, 가상현실 속 의례
종교는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 사회문화적 구성물이다. 따라서 온라인 시대의 종교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영역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경전 및 사상, 둘째는 의례 및 실천, 셋째는 공동체 및 제도라는 주제이다. 이 가운데 경전의 배포와 열람은 정보기술이 가장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이다. 현재 전통종교와 신종교를 포함하는 대부분의 교단들은 자신들의 경전을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대한성서공회에서 번역한 한글 성서들은 모두 온라인에서 열람과 검색이 가능하다. 신자들은 무거운 성경전서를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통해 쉽게 성서 구절을 찾아볼 수 있으며, 마음만 먹으면 서로 다른 번역을 비교하거나, 관련된 주석이나 설교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다. 동국대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가 운영하고 있는 ‘한글대장경’ 웹사이트에서는 318권에 달하는 불교 경전을 제공하고 있다. 개별 불교 신자가 방대한 불교 경전들을 이렇게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불교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새로운 사건이다.
경전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진 것은 신종교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동학계 종교인 천도교는 교단 홈페이지에 창시자 수운 최제우의 『동경대전』과 『용담유사』뿐만 아니라, 해월 최시형과 의암 손병희의 어록 자료까지 탑재했다. 증산계 종교의 두 대형 교단인 대순진리회와 증산도 역시 각각의 중심 경전인 『전경』과 『도전』을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원불교 또한 경전 원문과 주요 법문집들을 인터넷과 모바일 앱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유럽에서 성서의 번역과 인쇄술의 발달이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경전에 대한 접근성의 증가가 가지는 문화적 함의는 적지 않다. 이제 사제나 신학자와 같은 종교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시간과 의지만 있다면 독자적으로 경전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온라인을 통해 유포하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는 종교적 지식과 사상의 생산과 유통을 가속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혹 이런 ‘아마추어 신학자’들의 증가가 이단적인 분파운동의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지는 않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경전에 대한 독점적 접근권이 감소하는 것은 부분적으로 전문적 종교인의 권위를 손상시키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소종파 지도자의 카리스마에도 상처를 입힌다. 실제로 개인 블로그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각 종교의 교리나 경전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만큼이나, 개신교계 신종교들(신천지, JMS 등)의 성서 오독을 지적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전과 사상 측면에서와는 달리, 의례와 실천 분야에는 정보기술의 발전이 직접적인 영향을 거의 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정보화 시대 초기, 더 거슬러 올라가면 대중매체의 발달 과정에서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처음 방송 예배가 가능해졌을 때, 많은 목회자들은 번거롭게 교회에 나가는 대신 TV로 설교를 듣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했다. 인터넷 예배가 가능해졌을 때에도 평소에 게임이나 포르노 영상이 뜨는 공간인 컴퓨터 모니터에서 신성한 예식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영상 매체가 전통적 의례를 대신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상당 부분 기우로 밝혀졌다. 종교 의례에 참여한다는 것은 설교나 설법을 듣거나 전례음악을 감상하는 것, 제단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을 바라보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는 행위이다. 많은 의례에서 핵심적인 것은 장소와 친교이다. 의례 경험은 일상의 공간과 구분되는 장소에 진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런 공간을 인식하는 데에는 전통적 양식에 따른 종교 건축물, 신성한 분위기의 음악과 그림, 독특한 조명과 향기 등 수많은 감각적 요소가 동원된다. 현재의 매체들은 이런 경험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의례 경험은 집단적이다. 성스러운 의식에 참여하고 있다는 경험은 불과 서너 명이 모인 기도 모임에서마저 일어날 수 있지만, 스마트폰의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서는 하기 어렵다.
바로 이런 요인들이 기술 발전이 의례의 변화로 직접 이어지지 않은 이유이다. 이는 종교 의례만이 아니라 좀 더 세속적이고 실용적인 의례 행위, 이를테면 대학 강의나 기업의 회의에서도 온라인 매체가 보조적인 역할밖에 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모임에서는 표면적인 목적(지식 전달, 의사결정)만이 아니라 비언어적, 비공식적인 의사소통이나 소속감 및 위계의 확인 같은 사회적 현상도 일어난다. 오프라인 대면 모임이라는 유력하고 손쉬운 선택지가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 의례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이었다.
전염병의 대유행이라는 압력은 상황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비대면 집회의 일상화라는 거대한 실험 속에서 우리는 온라인 의례의 한계와 실현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강요받게 되었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정보 기술이 어느 정도까지 전통적 의례를 대신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대체할 수 없는지를 확인할 기회가 온 것이다.
설교, 강론, 설법 등 교리적, 언어적인 정보의 전달은 비교적 문제가 적은 영역이다. 대부분의 종교 전통에서 이들 실천은 애초에 일방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비대면 상황에서도 양상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 영역에서도 난점은 남아 있다. 일방적으로 보이는 연설마저도 실제로는 청자 측의 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웃음, 잡담, (‘아멘’과 같은) 의례적 화답 등이 그 예이다. 이런 비공식적 행위는 화자와 청중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암시적인 연결고리이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사라져버린다.
또한 물질적 요소가 동원되는 의례들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유교 의례의 음복이나 기독교 의례의 성찬식(성체성사) 같은 ‘먹고 마시는’ 행위가 온라인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아마도 3D 프린팅 기술의 파격적인 발달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물론 그 경우에도 3D 프린터로 전송된 성체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등의 난해한 교리적 문제가 남는다.) 이는 미사에서 강론보다 성체를 받는 것에 훨씬 핵심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가톨릭 전통에서 더욱 첨예하게 드러나는 문제이다.
온라인 의례의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은 가상현실의 발전이다. 가상공간 내에서의 현장감과 참여자 사이의 상호작용 재현이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온라인 의례가 현장 의례를 대체할 가능성은 커진다. 그러나 그 또한 여전히 성스러운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실제’ 의례의 불완전한 모방이다. 현실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생생한 가상현실이 구현된 미래에도, 여전히 신자들은 가능하다면 예배 현장이나 성지를 직접 찾아가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의례는 종교 내에서도 가장 오프라인 친화적인 영역인 셈이다.

SBNR과 유튜브 종교 현상
마지막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감염병의 전 지구적 확산 상황이 가속시킨 온라인 시대로의 전환이 한국의 종교 공동체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전통적인 제도종교들의 위기는 인터넷의 본격적인 발달 이전부터 관측되어 온 바이다. 20세기 한국 종교사의 중요한 특징이었던 개신교 인구의 폭발적인 성장은 1990년대 이후로 눈에 띄게 둔화되었다. 오늘날 개신교, 불교, 가톨릭 등 주요 종교들은 공통적으로 신자 수 감소와 고령화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2015년의 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무종교 인구는 56.1%에 달하며, 통계상 포착되는 종교 인구 가운데에도 소위 ‘가나안 신도’, ‘냉담자’ 등으로 불리는 소극적 참여자들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판단된다. 20세기 이후에 발생한 신종교들도 사정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해방 당시 각각 10여 개에 이르던 동학, 증산, 단군 계통 등의 신종교 교단들은 오늘날 몇몇 주요 교단들을 남기고 모두 소멸했다. 남아 있는 교단들도 대부분 후속 세대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이제 종교가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주목해야 할 현상은 “영적인 관심은 있으나 종교 소속은 없는”(SBNR, spiritual but not religious) 이들의 증가이다. 오늘날 서구의 많은 종교인구 조사는 SBNR 항목을 설정하고 있으며, 그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은 제도종교의 전통적인 교리나 의례적 관습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며, 부모 세대의 종교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종교인들의 베스트셀러 저서에서 ‘힐링’을 얻거나, 소속 종교에 관계없이 템플스테이나 명상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2
그러나 제도적, 문화적 관성이 강한 제도종교는 이러한 종교적 수요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신천지와 같은 개신교계 신종교들이 기존 교회에 회의를 느끼는 청년층을 주된 포섭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 명상수행이나 점복, 심령현상 등의 오컬트(occult)를 전면에 내세운 종교운동들이 증가하는 것 등도 SBNR 현상과 관련이 깊다. 그리고 이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은” 세대가 정보를 얻고 소통하는 주된 매체가 바로 온라인 공간이다.
2020년 6월,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는 ‘천상지천’이라는 “신흥 이단”을 경계하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천상지천은 제도화된 조직을 갖지 않고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카페를 기반으로 하는 종교이다. 30대의 젊은 교주는 ‘구원자’, ‘정도령’ 등을 자칭하며 음모론, 영혼, 예언, 시사에 대한 강의를 업로드한다. 10-20대가 주를 이루는 열광적인 추종자들은 그의 거처에서 합숙을 하고, 가족들은 그 앞에서 몇 달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3
사실 이와 같은 형태의 종교가 등장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오늘날은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스트리머들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 시대이다. 청소년들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책을 찾거나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는 대신 유튜브의 관련 영상을 먼저 확인한다. 중장년층 또한 문자 매체나 전통적인 방송 매체로부터 온라인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해 영상을 추천하는 알고리즘 또한 종교적 메시지의 확산에 유리한 조건이다. 현재로서는 유튜브야말로 인터넷 도입 초기에 예측된 ‘온라인 종교’가 발생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건물이나 관료 조직처럼 유지비용이 많이 드는 전통적 체제에 의존하지 않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개인화된 메시지를 통해 열광적인 추종자를 쉽게 획득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치인이기도 한 허경영은 자신의 집을 ‘하늘궁’, 지지자 모임을 ‘본좌섭리회’라 부르며 매주 종교적 주제를 중심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는 허경영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고, 전자파나 수맥을 막아준다는 ‘영성 상품’들이 판매되기도 한다. 이 또한 외형적으로는 종교 조직이지만, 그는 스스로 교주를 자처하거나 종교법인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획득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그의 강연은 매주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업로드되어 매회 1만 명 이상이 시청한다.
해외의 경우, 종교적 주제를 다루는 유튜브 영상의 상당수는 네오샤머니즘(Neo-shamanism), 네오페이거니즘(Neo-Paganism), 위카(Wicca) 등의 비제도적 종교운동들이다.4 이제는 동영상을 보며 ‘샤먼’이나 ‘마녀’가 되는 게 가능해진 셈이다. 한국에서도 무당들이 운영하는 채널들의 구독자 수는 상당한 수준이다. 운세, 귀신, 저승, 신내림 등 다양한 주제들은 현대적인 스타일로 편집된 영상이 되어 수십만 명에게 시청된다. ‘1인 종교 조직’을 특징으로 하는 무속은 ‘1인 미디어’ 환경에 잘 어울리는 전통이다.

제도종교는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온라인 시대의 종교 변화에 대한 이상과 같은 고찰은 전통적인 제도 종교들에는 다소 암울한 전망처럼 느껴진다. 경전과 종교적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늘어나는 것은 종교 지도자의 독점적 권위를 손상시킬 것이다. 전통적인 의례는 대면 집회와 공동체적 친교를 전제로 하고 있어 종교의 사사화(私事化)가 진행될수록 인기를 잃어갈 것이다. 나아가 재난 상황에서는 집단적 의례 자체가 무력화되거나 불가능해질 위험마저 있다. 그러는 사이에 새로운 세대는 기존의 종교들이 자신들의 영적인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여기며 제도종교를 떠나고 있다.
그러나 적절히 활용되기만 한다면 두텁게 축적된 종교전통은 온라인 시대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군 장병을 대상으로 공군 군종실에서 제작, 배포한 두 편의 개인 의례용 슬라이드는 그 좋은 예이다. 각각 “나만의 작은 법회”와 “몸,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호흡명상”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들 자료는 전통적 의례와 수행의 형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표현과 메시지는 시의성을 갖추고 있다.
물론 이런 실험은 개인적 수행을 중시하는 불교 전통에서 더 쉽게 시도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의 영성 전통 또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원칙적으로 성직자의 개입이 필요하지 않은 개신교 의례 전통은 변화하는 종교적 지형 속에서 다양하고 유연한 실험을 하기에 적합하다. 개인적 영성의 추구,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관심, 깊이 있는 종교적 지식에 대한 요구 등과 같은 종교 문화적 수요에 응답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을 창출해낼 수 있을지의 여부가 향후 전통적 제도종교들의 흥망을 결정할 것이다.
물론 온라인 환경에서 이루어질 새로운 시도들이 기존의 교회 공동체나 예배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히려 오랜 역사와 방대한 전통을 보유한 종교들은 ‘근본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식과 메시지를 만들어내야 하는 새로운 종교운동보다 명백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새로운 시대의 종교에 필요한 것은 전통의 포기가 아니라 그에 대한 창조적인 재해석이다.


1 전명수, “정보화사회와 종교문화의 변용”, 「종교연구」 33호(2003): 114-116; 신재식, “새로운 신앙공간으로서의 가상세계”, 「종교문화비평」 6호(2004): 86; Kim, Seong-nae, “Korean Shamanic Heritage in Cyber Culture”, 「샤머니즘연구」 3집(2000): 293-294. 이 논문은 다음 단행본에 번역, 재수록되었다. 김성례, 『한국 무교의 문화인류학』(소나무, 2018), 521-541.
2 성해영, “‘무종교의 종교(Religion of no Religion)’ 개념과 새로운 종교성: 세속적 신비주의와 심층심리학의 만남을 중심으로”, 「종교와 문화」 32호(2017): 16-19.
3 “유튜브로 하늘의 뜻을 이루라”, MBC 실화탐사대 87회(2020년 7월 4일 방송).
4 네오샤머니즘은 중앙아시아, 아메리카 등의 토착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동물령(animal spirits) 숭배, 영적 세계로의 여행 등과 같은 ‘샤머니즘적’ 실천들을 현대에 되살리려는 운동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네오페이거니즘은 기독교 이전의 유럽 민속종교를 복원하여 고대의 다신교 신앙이나 축제 등을 재현하려고 한다. 위카는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급진적, 조직적인 형태의 운동이다. 이들은 한때 지배문화에 의해 ‘사냥’당한 마녀들의 후예를 자처하며 교회에 의해 금지된 주술과 신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려고 한다.



한승훈 |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서 한국종교사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혁명을 기도하라』가 있다. 현재 원광대학교 HK+ 동북아시아인문사회연구소 연구교수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9월호(통권 7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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