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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0년 7월호)

 

  북한 개별 관광의 필요성과 가능성
  

본문

 

북한 개별 관광 논의의 등장 배경
1998년에 시작된 금강산 관광이 아련하다. 2003년에 들어서는 육로 관광이 시작되었고, 2007년에는 개성 관광도 열렸다. 금강산은 관광만이 아니라 남북대화나 이산가족 상봉의 장소로도 활용되어 남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친숙한 곳으로 인식되었다. 남북한은 2005년 8월 31일 금강산 면회소를 착공해 2008년 7월 12일에 완공했다. 그러나 면회소가 완공되기 바로 전 날, 금강산 관광 중단의 원인이 된 박왕자 씨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둘러싼 남북간 이견과 북한의 핵개발 및 대북제재 등으로 북한 관광은 중단되었다. 물론 한국, 미국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한 세계 각국의 시민들은 북한 관광을 할 수 있다. 실제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이 이어지고 있고, 일부 호기심 많은 서방인들과 해외 동포들도 북한 관광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대북정책에서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를 우선적인 과제로 삼고 있다. 2018년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결과, 두 정상은 “남과 북은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2018년 한 차례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평양에서 열린 것 외에 인도적 합의는 이행되지 않았고, 남한 사람들의 북측 관광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만이 아니라 한국전쟁 이후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고, 북중정상회담도 활발하게 열려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9・19 평양정상회담 이후 남북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지대화를 위한 시범 경계초소 철거, 지뢰 제거와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조치, 나아가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북측 구간 공동 실태조사에도 나서 평화 번영의 기반을 닦기 시작하였다. 비핵 평화 프로세스가 날개를 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듬해 2월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급속히 냉각되었다. 그 이후 남북간의 가능한 모든 접촉, 교류는 완전하게 중단되었다. 북한과 미국 사이에도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로 역시 관계의 문은 닫혀버렸다.
그런 가운데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닫혀 있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일어났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계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잇따른 제재 결의에 근거해 다자 제재는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독자 제재 등 광범위한 제재를 받고 있다. 그래서 북한정권과 핵개발에 쓰일 것으로 의심되는 모든 물자와 자금의 출입이 차단된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제재 국면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북한은 일부 핵·미사일 시설을 자발적으로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남한은 제재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남북 합의 이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개별 관광은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워진 한반도 정세 속에서 작년 전반기부터 솔솔 나오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북한 개별 관광은 남북, 북미대화가 중단되고,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남북대화와 비핵 평화 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창의적 해법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은 높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2019년 11월 27일에 발표한 ‘2019년 4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6.8%는 ‘개별 관광·현물 지급 등을 통한 금강산 관광을 실질적으로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응답자: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조사방식: 전화면접,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북한 개별 관광을 둘러싼 이익 계산
북한 개별 관광은 한국인들이 북한을 방문해 관광은 물론 고향방문, 이산가족 상봉을 보다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목적이 있다. 민간이 앞서고 정부가 후원하는 방식으로, 중국을 거치는 방법과 곧바로 북한에 들어가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말하기에 앞서 북한 개별 관광이 성사되려면 남북미의 협조, 중국을 통하는 경우 남북미중 4자의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 개별 관광은 인도주의 실현과 평화 정착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남북교류의 일환으로서 갖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비핵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한다는 의미이다.
전쟁과 분단으로 만들어진 이산가족은 인간의 도리, 인간으로서의 존엄, 구체적으로 가족 재결합과 행복추구권과 같은 인권·인도주의 문제이다. 그리고 그 배경과 관련자 규모를 생각할 때 민족 문제이자 국제 문제이다. ‘1천만 이산가족’이라 말할 정도로 몇십 년 전만 해도 이산가족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남한에서 이산가족임을 밝히고 정부에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988년부터 2020년 4월 30일 현재까지 13만 3,385명이다. 그중 생존자는 5만 1,614명, 사망자는 8만 1,771명으로 사망자가 생존자보다 훨씬 많다. 상봉 신청자 대부분이 고령이라 사망자 수는 해가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신청자들 중 사망자는 80대 이상이 70%를 차지한다. 현재 이산가족 생존자는 90세 이상 1만 3,401명을 포함해 80세 이상이 65%에 달해, 앞으로 10여 년 이내에 대부분의 이산가족이 사망할 수도 있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한 당국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가족이 생사를 확인하고 서신을 교환하거나 제3국에서 상봉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개별 관광안은 남북 당국 간 상봉과 별개로 민간의 상봉을 지원해 그 기회를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 특히 한국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 입장에서 북한 땅에 들어가는 것이나 가족을 상봉하는 일은 매우 힘들다. 단순 관광이라면 북한 방문이 좀더 용이해지고, 그럴 경우 상봉은 어렵더라도 고향 가까운 곳까지 가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절박함을 반영한 듯, 정부는 북한 개별 관광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예를 들어, 2019년 12월 4일 서호 통일부 차관은 “고등학생, 대학생 500여 명이 북한 측의 초청장을 받고 (금강산을) 가겠다고 하면 (정부는 당연히 승인할 것이고) 갈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북한의 초청장은 사실상 신변안전보장각서를 말한다.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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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개별 관광이 이루어지면 남북간에 자연스럽게 오해가 풀리고 대신 신뢰가 생길 것이다. 비록 민간인의 관광이라 하더라도 한국은 미국과 정책 협의를 충분히 함으로써 미국의 이해와 지지를 얻을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남북미간에 비핵 평화 협상을 재개할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둘째, 그렇다면 남한인들의 개별 관광으로 인해 북한에는 어떤 이해관계가 있을까? 관광 수익이 발생한다. 북한은 출발부터 ‘부족경제’(shortage economy), 제재에 직면해 있었고 냉전 해체 직후 ‘고난의 행군’을 거쳐 경제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나고 있다. 그러나 핵 문제로 인한 강력한 제재에 직면해 북중교역은 1990년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래서 외화난이 심각해졌다. 개별 관광은 북한에 현금을 가져다줘 제재의 고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정은 정권 들어 북한은 외화 획득을 위해 관광정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관광 조성 지역이 ‘백두산–삼지연’과 ‘원산–금강산’ 지역이다. 두 지역에 시설물을 건축하고 관광지를 조성하는 일은 물론이고 국제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요 대학에 관광 관련 학과를 개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 신의주와 평양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에 중국 측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이는 북중관계가 정치는 물론 경제, 관광 등 모든 분야에서 심화 발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압록강 일대의 모든 북중 세관에서 건물과 다리를 신축하거나 증축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백두산–삼지연 관광지대 개발 목표와 생활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의 관광 욕구가 맞아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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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는 김정은 정권이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관광개발지이다. 이 관광지대는 400km2의 면적에 달하는 방대한 지역에 호텔 11개, 산업시설 12개, 원산–금강산철도 등 70여 개 사업을 통해 국제적인 관광·산업지대로 개발한다는 목표를 갖고 추진되고 있다. 북한은 이곳에서 연간 1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포부를 갖고 있다. 이 관광지대는 명사십리로 유명한 원산해변은 물론 마식령스키장, 양덕 온천관광지구, 세포지구 등 인근 관광지와 상승효과를 낼 수도 있다. 김정은이 이 사업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 북한 당국의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관광지대는 중국인이나 러시아인들은 물론 향후 남한과 일본 사람들을 유치하기에도 적합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남북관계가 발전하면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바 있는 금강산–설악산 연계 관광도 가능할 것이다.
중국의 이익은 무엇일까? 위에서 언급한 남북한의 이익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점도 먼저 지적해두고자 한다. 남북한 경제협력을 포함한 관계 발전은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중, 북중 경제관계는 우려할 정도로, 대단히 깊은 상호 의존관계에 들어서 있다. 거기에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중국으로서는 남북중 경제협력이 발생해 양자 간 경제협력의 합보다 훨씬 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다. 전략적 견지에서도 중국은 남북, 북일 경제협력을 견제하며 향후 한반도 질서 변화에 경제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한미 합의로 남한 사람이 휴전선을 통과해 북한을 방문하는 경우도 나쁘지 않지만, 만약 한미 간 입장 차이로 중국을 통해 북한 관광이 이루어진다면 그 이익은 더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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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한 개별 관광이 미국에 주는 이익은 남북한과 중국에 비해 크지 않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 개별 관광이 만들어낼 효과는 북한 정권의 안정화 및 핵개발 지속에 유익할 수도 있고, 남북, 한중, 북중관계 발전이 미국 내 헤게모니를 약화시킬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개별 관광 의지를 표명할 때. 미국 측이 남북협력을 지지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한미협력, 비핵화와의 보조를 강조하며 견제구를 내는 것도 그런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개별 관광 추진 의사를 표명하자 미국 측은 주한 미 대사, 국무부 고위인사들을 통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런데 한국인의 북한 개별 관광은 대북 제재와 관련이 없는데, 비핵화와의 보조 등을 이유로 미국이 반대할 경우 한미관계의 균열도 미국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미국은 한국의 북한 개별 관광에 대한 입장을 대북정책 목표와 한미 동맹 사이에서 정할 것이다.

개별 관광의 가능성
북한 개별 관광을 둘러싼 관련국들의 이해가 다양하다 해도 관건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남북한의 합의 여부일 것이다. 수차례 정상회담을 비롯한 남북회담에서 다루어진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협력은 거역할 수 없는 합의사항이다. 관광 역시 남북 합의사항이자 실행한 경험이 있고 해결할 문제점과 그 방향 역시 남북이 공유하고 있다. 특히 남한 정부는 제재하에서도 남북 교류협력의 문을 열어 남북관계를 활성화하고 비핵 평화 프로세스를 주도하여 재개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북한이 응답할 차례이다.
작년 10월 23일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남한이 협의 의사를 밝히자 북한은 철거 의사를 반복하며, 11월 11일 “부질없는 주장을 계속 고집한다면 시설철거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철거를 단행한다.”라는 최후통첩을 보내기도 했다. 남한 정부는 “일부 시설 정비”라는 기본 입장을 유지하며 북측과 협의를 시도해왔다. 그런 가운데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북한은 1월 30일 코로나바이러스 전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금강산 시설 철거를 당분간 연기하겠다고 통보해왔다. 남한 정부는 북한과 보건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응답을 보이지 않았다. 보건협력 역시 남북 합의사항이다.
남한 사람들의 북한 관광은 중국을 통하거나 휴전선을 넘어가는 두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북한의 협조가 절대로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남한의 대북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은 몇 가지 명분(인도주의, 남북합의 이행 등)을 앞세워 남한인들의 방문을 수용하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남북은 금강산 관광 시설 개보수 및 이산가족 면회소 활용 방안을 논의할 수 있고, 나아가 전반적인 남북관계 발전 차원에서 합의된 각종 협력사업의 이행을 협의할 것이다. 관광객들에 대한 확실한 신변 보장이 관광 협의의 전제가 되어야 함은 불문가지이다.
중국을 통한 북한 관광은 미국의 반대가 덜할 수도 있지만 중국 측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휴전선을 통과하는 관광은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한국으로서는 휴전선을 통과하는 방법이 관광객의 편의는 물론 향후 남북 교류협력에 미칠 기대효과와 남북미 협의 채널의 활성화에 더 유용하다. 현재로서는 남한 정부가 코로나 극복, 접경지역 산림보호, 병충해 예방 등을 위한 남북협력을 북한에 일관되게 제안하는 한편, 민간의 인도적 대북지원과 이산가족 상봉 노력을 지원하며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한국인과 해외동포의 북한 관광은 인도주의 및 인권에 관한 사안으로서 제재 예외 대상이다. 관련국들이 지원해 북한 관광의 취지를 현실화하는 것이 남북협력은 물론 관련국들의 이익에도 부합할 것이다. 이산가족 문제와 남북교류는 보편가치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냉전적 사고와 국가 이익의 이름으로 그간 제약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와 기후위기 시대에 직면해 보편적 문제 해결에 협력하는 것이 개별적 이익과 합치함을 깨닫게 된다.


서보혁 | 정치학을 전공하였다. 최근 저서로 『한국 평화학의 탐구』, 『한국인의 평화사상』(공편) 등이 있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2020년 8월호(통권 7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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