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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20년 2월호)

 

  종교박물관의 설립 방향과 전시 콘텐츠 기획
  

본문

 

들어가며
문화는 정치, 사회, 교육과 같은 제도를 비롯하여 언어, 과학, 신념 또는 가치관, 종교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물질적・비물질적 생활 양식과 지식의 총체이다. 박물관은 관념 속에 머물고 있는 문화의 정수를 끌어내 구조화를 통해 유물을 보존하고 지식을 전승하는, 글자 그대로 ‘박물’(博物)의 보물고(寶物庫)이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신조어의 탄생과 확산에서 알 수 있듯이,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우리에게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초스피드로 넘나드는 광역화된 삶을 요구한다. 박물관 또한 예외가 아니라서, 현대의 박물관은 전시와 보존이라는 과거의 전통적인 역할을 뛰어넘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관람객의 요구에 보다 친밀하게 다가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의 문화 소비자들은 홍수를 이루는 지식정보 속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또 무엇을 버려야 할지 어려움에 처해 있다. 그러므로 박물관은 ‘전시와 보존’이라는 기본 기능 외에도 교육과 체험, 연구 등 다양한 분야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야 하며, 지식정보의 생산과 교환 및 유통, 그리고 활용의 장으로 기능해야 한다.
종교박물관은 박물관에 요구되는 이와 같은 문화 소비자의 욕구 외에도 ‘종교’라는 특수성과 신성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박물관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종교의 권위를 의심하고 영적 세계를 개인적으로 추구하려는 후기 세속화 시대의 특성은 종교박물관의 존재 이유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종교박물관은 종교를 홍보하고 선교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특정 종단 또는 교단의 ‘부속물’로 전락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에 이 글은 종교박물관이 영성의 기여라는 기능을 유지 또는 회복하기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전시 콘텐츠 기획을 통해 개관하려 한다. 종교박물관은 여러 종교를 아우르는 다종교박물관과 특정한 종교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설립되는 단일 종교박물관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하는 단일 종교박물관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종교박물관의 역할과 기능
종교는 믿음을 통한 영성(spirituality)과 삶의 성장을 추구하며 인간 생활의 고뇌, 사회의 고통과 개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사람들을 정의하는 방식 중 하나로 작동한다.1 종교는 인류와 함께해왔을 정도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체계이지만 다층적 가치관을 옹호하는 다원주의 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종교 간 장벽이 세워지게 되었다. 과거 사이버상에서 은밀히 번졌던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나 조롱이 오프라인으로 뛰쳐나와 실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목도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교박물관은 설립 교단의 홍보나 설파와 같은 일차적 목적을 뛰어넘어 종파나 종교들 간에 이해의 폭을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그렇지만 연구와 교육을 수반하는 지식의 장이자 문명화의 상징이라는 박물관의 정체성은 결과적으로 세속적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세속 공간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내포하며, 따라서 그 자체에 내재된 종교적 의미는 소홀히 될 수 있다. 일부 종교 교단에 따라 성지가 박물관으로 인해 관광지화 또는 상업화되어 신성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 단체와 그 구성원들에게 종교박물관은 적어도 세 가지 측면에서 의의를 지닌다. 첫째, 박물관은 순례지로서 ‘제의’의 장소이다.2 단순히 건축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교회나 기타 성소와 같은 기능, 즉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이 종교 활동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순례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세속에서 박물관의 유물은 예술성의 고찰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종교박물관에서의 유물은 영적 경험을 자아내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3 마지막으로, 종교박물관은 종교와 종교 구성원 사이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는 다시 다양한 박물관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
종교박물관은 전시와 보존이라는 보편적 기능과 더불어 시민교육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 시대의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은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밑거름으로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창의성의 기반이 되는 인문학이나 예술학은 즉각적인 실적과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로 인해 실용학문에 자리를 내주는 실정이다. 이러한 지식의 양극화 속에서 종교박물관은 학교 교육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역할도 한다.
종교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박물관은 특정 종단이나 종파가 공유하는 신앙을 중심으로 교리는 물론이고 다양한 분야의 교육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종교의 기원을 찾아보는 동서양 종교사나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상호작용 등을 고찰하는 종교사회학과 같은 정통 학문 분야뿐만 아니라 종교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가족 간 또는 교우나 교역자와의 갈등을 해소하는 지혜, 포교의 방식과 같은 실질적인 교육까지 포함될 수 있다.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공리적인 목적을 수행하는 좀 더 개방적인 종교 단체라면 박물관을 활용해 종교를 배제한 지식정보의 발신지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즉, 종교를 구별하지 않고 모든 이를 포용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종교박물관은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 본연의 역할을 수행한다.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이며 아름다운 오브제(objet, 전시물) 중 상당수가 종교적 이데올로기와 신앙을 반영하거나 숭배를 돕기 위해 창조되었다. 종교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단순히 탐미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오브제와 마주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종교박물관이 확보한 유물은 미적 가치나 희소성으로 정의되기보다는 종교 공동체 그 자체를 정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유물의 전시는 대상의 수집과 감상, 그리고 경험에 관한 것을 뛰어넘어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사람들을 이해하고, 타인의 관점을 관대하게 받아들이며, 편견에 대처하는 것을 전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시물이 어떤 종교 집단을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종교박물관을 설립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목표는 비전문가에 의한 성급한 설립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고, 전적으로 박물관 운영자의 전문성, 종교적 오브제의 적극적 수집과 보존, 관련 연구의 적절성, 공동체의 능동적 참여, 유용한 교육 프로그램의 수립과 전문 에듀케이터(educator)의 확보에 달려 있다.
특정 종교가 간직하고 있는 정체성은 유물과 같은 가시적 오브제를 통해 가장 쉽게 드러난다. 그러므로 유물의 전시는 관람객에게 커다란 감동과 일체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역사가 그다지 길지 않은 교단의 경우, 유물을 비롯한
1차 자료가 부족하기도 하고, 예산 확보나 오브제 선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문제는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사이버 박물관을 도입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실사보다 더 역동적이며 정교한 콘텐츠가 실재 유물을 능가하는 시대로 진입하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뉴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세대, 다시 말해 종교를 이끌고 나아갈 미래 세대에게는 이런 테크놀로지 기반의 박물관이 더 현실적일지도 모른다.
전시 콘텐츠에 활용되는 뉴 미디어에는 쌍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한 인터랙티브형,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시각적 효과를 나타내는 스크린형, 촉각이나 후각에 이르는 오감을 자극하는 특수효과형 등이 있다.4 이러한 첨단기술은 시나리오, 즉 스토리텔링에 의해 구성된 이미지를 활용하여 한정된 시간 내에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만들어낸다.5 이밖에도 각종 사물에 센서와 통신 기능을 내장하여 인터넷에 연결하는 기술, 즉 사물인터넷(IoT)이나 증강현실(AR) 또는 가상현실(VR)과 같은 최첨단 기술, 3차원의 실물 또는 축소 모형을 배치하여 실경(實景)의 효과를 내는 디오라마, ‘완벽한 조망’을 의미하는 파노라마 기법과 같은 융복합 기술의 개발과 활용으로 인해 박물관은 첨단기술의 경연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물관의 정적인 전시물이 기술이라는 생명을 얻어 마치 실제로 살아 있는 대상으로 변모함으로써 박물관은 새로운 디지털 예술품의 신세계가 되고 있다.
또한 일부 박물관은 실재하는 유물 옆에 증강현실 기법을 활용하여 디지털 버전의 유물을 나란히 배치하기도 하며, 박물관 해설사가 모든 관람 안내를 담당하기 어려운 경우 3차원 영상의 해설사를 배치함으로써 안내 서비스의 공백을 최소화하기도 한다. 이처럼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면, 관람객과 전시물의 상호작용은 훨씬 더 용이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과적으로 관람객의 몰입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종교 유물을 마주할 때 발생하는 해석의 어려움이나 ‘고루’하다는 편견을 상쇄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첨단기술은 다른 차원에서 유물의 입체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더 나아가, 박물관 경영의 측면에서도 콘텐츠의 수정이나 보완, 전시기간 조정 등 운영의 융통성을 발휘하는 데 효과적이다.

스토리텔링: 무엇을 전시할 것인가
스토리텔링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초기 단계인 기획, 개발에서부터 생산된 콘텐츠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 즉 활용과 확산 단계로서 마케팅까지 콘텐츠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요소이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은 목표로 하는 층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관람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과 진정성을 자아내며 또 한편에서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스토리는 정서적 자극을 통해 관람객의 뇌리에 각인되는 가장 훌륭한 도구로서 광고, 방송, 게임이나 출판과 같은 문화 콘텐츠 산업은 물론 박물관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기존 전시에서는 유물을 시대별, 유형별로 나열하고 있는 데 비해, 최근에는 전시의 주제와 콘셉트에 맞는 이야기를 생산하고 그 이야기에 따라 유물을 전시하는 소위 ‘스토리텔링형 전시’가 늘어나고 있다. 성서 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수한 이야기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스토리텔링형 전시는 이미 무한한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박물관 전시 콘텐츠 기획에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연출 패러다임은 내러티브와 영상으로 관람객의 완벽한 몰입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를 들면, 로봇이나 3차원 영상, 대형 스크린을 이용한 옴니맥스, 멀티-영상시스템, 영상과 모형을 혼합한 매직비전 등은 현대 박물관에서 흔히 사용되는 필수 요소이다.6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한 연출 기법은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잘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이, 미국 오하이오주에 있는 바이블워크 왁스 박물관(BibleWalk Wax Museum)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주목했던 성서의 유명한 장면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였다. 이 전시물은 친숙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여 관람객의 흥미를 끌고 있는데, 밀랍으로 만들어진 전시 모형들의 비장한 표정이나 섬세한 손동작 등은 실제 인물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이와 같은 모형 전시는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전시 방법으로서 가상의 공간을 연결하여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
1998년 ‘보존, 복원, 그리고 복음 전도와 교육’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개관한 쥬빌리 박물관(Jubilee Museum)은 미국 내에서 가장 다양한 가톨릭 관련 유물을 확보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전통적인 가톨릭 학교의 수업 광경을 엿볼 수 있는 가상 교실부터 1558년 처음으로 여성이 제작한 성서, 일본 출신의 유명 작가 사다오 와타나베(Sadao Watanabe, 1913-96)가 성서 속 이야기를 주제로 그린 40점의 그림 등 전통 유물과 근현대 예술작품을 망라한 흥미로운 소장품을 전시한다. 특히 산타클로스 특별전이나 장난감 블록 레고로 재현한 바티칸 등 쥬빌리 박물관의 기획전은 엄숙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평범한’ 유물전에서 벗어나 대중의 적극적인 참여가 동반되는 볼거리 가득한 전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하였다.
무려 4억 달러(약 47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7년 미국 워싱턴(DC)에 개관한 세계 최대의 성서 박물관(Museum of the Bible)7은 종교, 종파,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는 비종교적 접근을 선택하였다. 눈에 띄는 것은 1층에 마련된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특별 공간이다. 이곳은 성서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활용한 어린이 놀이터로서 교훈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콘텐츠가 가득하다. 예를 들어, 어린이 관람객이 삼손의 이야기를 차용한 설치물 앞에 서면 기둥을 부수는 모습이 가상으로 연출된다.(아래 그림 참조) 이밖에도 어린이관에는 다윗과 골리앗, 사자굴의 다니엘, 에스더 이야기 등 잘 알려진 스토리를 기반으로 어린이가 만화와 게임을 즐기며 성서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이러한 디지털 체험형 전시를 통해 오감을 자극하여 성서의 스토리를 보다 효과적으로 학습하도록 기획되었다.
2007년 미국 켄터키주 피터스버그에 설립된 창조 박물관(Creation Museum)은 창조론자인 박물관 설립자의 신념에 따라 창세기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졌다. 성서에 제시된 역사적 스토리 모두를 사실로 전제함으로써 진화론을 옹호하는 과학계 및 교육계의 반발을 사기도 하였다. 거대한 규모로 재현한 노아의 방주에는 갖가지 동물의 형상을 배치하였는데, 논란에도 불구하고 신념과 무관한 호기심 넘치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8 다소 지엽적인 소재를 추구하는 종교박물관일지라도 개방적인 플랫폼에 구축한 전시 콘텐츠와 친숙한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다양한 수용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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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며
종교박물관은 영적인 스토리텔러로서 삶의 변화를 추동하며 우리가 공유하는 정신적 가치나 종교적 경험을 가능케 한다. 신도와 비종교인 또는 타종교인은 비록 상호 종교적 지향점이 다를지라도 건축물이나 경건한 의례에서 발현되는 아름다움, 장소의 신성성과 웅장함을 매개로 공명하는 가운데 이들 사이를 가로막는 세속의 한계는 허물어진다. 이것은 결국 종교박물관을 찾는 이들에게 영적 성장이라는 선물로 나타나게 된다.
일부 단체는 종교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상업화, 세속화의 파고를 넘고 있다. 예를 들어, 그리스 북부에 있는 아토스수도원(Athos Monasteries)은 하루 입장객을 100여 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유럽의 일부 성당은 내방객의 복장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등 종교적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종교박물관의 설립 근거를 선교와 같은 일차원적인 목표에 두게 되면 이러한 영적 성장은 소원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 종교박물관 거의 대부분이 교단의 ‘장식물’로 전락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자신들만의 교리나 방식을 고집하며 특정인의 입김을 통해 운영됨으로써 타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종교적 이해를 도출해내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소속 교단 종교인들의 발길마저 뜸하게 만들었다. 또한 비전문가에 의한 성급한 설립이나 비전문적인 운영 방식, 종교 공동체의 소외, 전문성을 갖춘 큐레이터와 에듀케이터의 부재, 미완의 오브제 전시 등은 종교박물관을 공감의 장소가 아니라 불통의 장소로 내몰았다.
그러므로 종교박물관은 기획 단계부터 오브제의 구성과 운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전문가의 의견과 참여가 전제되어야 하며, 그와 동시에 종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가 열려 있어야 한다. 오브제가 일단 박물관에 전시되기 시작되면 관람객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여, 전술한 바처럼 현대 과학기술을 반영한 종교 오브제의 전시 방법도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많은 일반 박물관들이 시도하는 가상 박물관, 사이버 공간의 마련, 과학기술을 적용한 체험형 서비스, 혁신적인 인터랙티브 방식을 통한 전시 등은 종교박물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1 Elizabeth Carnegie, “Religion, Museums and the Modern World”, Martor: The Museum of the Romanian Peasant Anthropology Review, Vol. 11(2006): 172.
2 Carol Duncan, “The Art Museum as Ritual”, Art Bulletin, Vol. 77 No. 1(1995): 11.
3 Kong, L., “Re-presenting the Religious: Nation, Community and Identity in museums”, Social & Cultural Geography, Vol. 6 No. 4(2005): 496.
4 태지호・권지혁, “뉴미디어를 활용한 지역박물관의 전시콘텐츠구성에 관한 연구”, 「글로벌문화콘텐츠」 28호(2017): 185-186.
5 오선애, “박물관 디오라마 전시연출의 수사학적 표현에 관한 연구”, 「디지털디자인연구」 14권 1호(2014): 729.
6 김현정・위성장・장은경 외, “디지털스토리텔링기반의 전시연출기법에 대한 연구”, 「한국과학예술융합학회지」 제4권(2008): 74-75.
7 성서 박물관 공식 유튜브 사이트(https://bit.ly/2PZhWff)에서 소개하는 내부 모습을 참고할 것.
8 아크 인카운터(Ark Encounter, 방주와의 만남) 홍보 비디오.(https://bit.ly/2QppK9c)



김진영 |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공감과 공간: 지역문화자원의 개발과 연출』, 『다문화콘텐츠기획』 등이 있다. 현재 동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0년 5월호(통권 7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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