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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특집 > [특집] 한국교회의 인권 이해
특집 (2018년 12월호)

 

  한국교회의 인권 이해: 최근 차별금지법 논란에 이르기까지
  

본문

 

교회는 예전부터 인권의 지지자이기도, 반대자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교회의 인권 이해는 천부인권설과 신명령설에서 출발한다. 교회에서는 인권이 절대자인 신의 명령에 근거한다고 믿기 때문에 아무런 전제조건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 일반의 인권 이해에 비해 시작부터 제약이 있다. 가장 오래된 윤리 이론이라 할 수 있는 신명령설에 따르면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은 신의 명령이며 기독교로 따지자면 성서가 되는데, 이 절대적 기준인 성서에 따라 모든 가치판단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교회는 종종 성서의 특정 본문을 무기로 인권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었다. 물론 전체적으로 성서는 인권을 강력하게 지지하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본문들은 죄와 악을 기준으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인권 외부의 존재로 밀어내버리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성서는 그다지 인권친화적인 경전이 아니다. 특히 문자주의적으로 본문을 해석할 경우 성서는 심각한 반인권적 텍스트가 되어버린다.
해방 직후 한국교회의 모습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한 제주4・3사건이나 여순사건, 그리고 이런 사건들을 계기로 만들어진 국민보도연맹의 학살사건 등에서 발견되는 한국 기독교인의 태도는 기독교 신앙이 얼마나 반인권적인 행위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오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이다. 많은 기독교인이 공산주의를 사탄과 동일시하면서 ‘빨갱이’는 인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존재로 치부하고 이들을 ‘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활동하였다.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베트남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요구하는 세계교회의 입장이 ‘환상적’인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공산주의와는 어떠한 타협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악마인 공산주의자는 반드시 다 죽여야 한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해방 이후부터 한국교회의 인권운동이 시작되는 1970년대 중반까지 교회 내에서 인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는 상당히 어렵다. 교회가 인권의 보루라고 믿고 있는 이들에게 미안한 말을 해야겠다. 역사적으로 보건대, 사실 별로 그렇지 않았다.

한국교회 인권 이해의 확장
한국교회가 인권이라는 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유신헌법이 제정되고 긴급조치에 의한 피해자들이 양산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출범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는 한국 인권운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특히 정치적 인권이 정부에 의해 전방위적으로 침해당하던 당시 상황은 한국교회의 인권 이해를 정치적 영역의 자유권에 집중되게 만들었다. 1973년의 ‘오늘의 구원’ 협의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총무인 김관석 목사가 한 발언은 이러한 인권 이해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에 있어 구원의 메시지는 어디까지나 정치신학적인 메시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에게는 국제회의에서 흔히 중요한 문제로 취급되곤 하는 인종적 갈등의 문제, 빈곤의 문제, 종교적 편견으로 인한 문제보다도 정치적인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1

따라서 한국이 민주화를 이루게 되는 1987년까지 한국교회의 인권운동은 큰 틀에서 정치적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교회는 친정부와 반정부로, 또는 신학적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정치적 이슈를 놓고 심심치 않게 논쟁을 벌였다. 정치적 자유를 둘러싼 오랜 대정부 투쟁과 교회 내 논쟁의 경험은 한국교회가 여러 인권의 차원 중 정치적 자유에 특히 민감한 감수성을 갖게 하였다.
보수적인 교회는 진보진영의 인권운동에 동의하지는 않았으나, 보수진영 전체가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의 보호를 완전히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보수신학을 대표하는 잡지인 「신학지남」에서도 1980년대 초반부터 “하나님의 선교 개념은 너무 넓다. 그러나 선교를 복음화에만 국한시키는 것은 너무 좁다.”라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2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세계복음화국제대회의 참가자들이 복음주의권 교회가 사회참여를 소홀히 하는 것을 반성하면서 채택한 로잔언약 이후 한국의 복음주의권 교회들 역시 인권의 문제를 마냥 등한시할 수는 없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에는 청년・학생들을 중심으로 정치적 인권을 위한 투쟁에 참여할 수 있었다.
민주화 이후 진보적 기독교진영의 인권운동은 점차 그 폭을 넓혀갔다. 한국 인권운동의 폭이 넓어진 결정적인 계기는 1993년 1월 조직된 ‘유엔 세계인권대회 한국민간단체 공동협의회’(the South Korean NGO’s
Network for UN World Conference on Human Right, KONUCH)가 3월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지역 준비회의와 6월 비엔나에서 열린 세계인권대회에 참여한 것이었다. 여전히 국가보안법, 양심수 문제와 같은 정치적 인권 분야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비엔나 세계대회에 참가한 한국인들은 다양한 소수자의 문제를 다루는 세계의 인권 논의를 경험하며 놀라워했다. 이 자리에 교회협의 인권위원회 역시 참여하였다.
한국의 상황 역시 교회로 하여금 인권의 다양한 차원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1997년 IMF 사태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에 정치적 자유가 개선되었던 것과 달리 두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경제노선으로 인해 노동권이 약화되자 한국인의 삶은 불안정해졌으며 불안한 사회에 차별이 확산되어 갔다. 노동의 유연화, 실업의 증가 등 사회적 불안 요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청년 세대의 사회적 배제로 이어졌다.
1987년부터 매년 진행된 교회협의 인권상 수상자들을 살펴보면 진보적 교회의 인권 인식이 세계적 인권 논의에 참여한 경험과 한국의 사회적 조건에 따라 확장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정치적 인권 분야에 해당하는 수상자가 다수를 이루지만 1995년부터는 과거사 청산,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재일・재중 동포,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위한 활동에 공로를 세운 이들 역시 수상자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교회협의 인권 이해가 여전히 너무 협소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2010년 12월 10일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라는 단체가 논평을 통해, 교회협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인권에 대해 할 말을 너무 아끼고 있다.’며 ‘낙태, 성소수자, 성매매 등의 민감한 이슈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 대해 입장을 유보하거나 보수 측 입장에 서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3
사실 교회협은 성소수자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서는 최근까지 적극적인 의사표명을 하지 않았다. 2006년 기독교사회포럼에서 소수자의 인권 중 하나로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나누었지만, 이후에도 한동안 교회협의 공식적인 선언문은 늘 ‘소수자의 인권은 우선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두루뭉술한 언급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보수 교회를 중심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격렬해지자 교회협은 “2016년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에서 “성소수자 혐오문제는 우리 사회가 숙고해야 할 주요한 인권문제로 각인되었습니다. 소수자의 인권은 그 어떤 것보다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합니다.”라고 명시하면서 보다 더 분명하게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존중을 요구하였다. 또한 2015년 12월 『우리들의 차이에 직면하다: 교회 그리고 게이, 레즈비언 교인들』, 2017년 10월 『온전한 포용을 향해: 캐나다연합교회의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연이어 번역 출판하고 정의평화위원회, 여성위원회, 교회협 인권센터를 중심으로 성소수자 인권과 차별금지법에 관련한 여러 행사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이런 교회협의 움직임에 보수 교회는 격렬하게 반대하면서 행사장에 난입하거나 반대 집회를 여는 한편, 교회협 회원교단에 기구 탈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곤란함 때문에 2018년 5월 17-18일 교회협,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한국YMCA전국연맹이 공동주최한 성소수자 목회를 위한 국제회의 “함께하는 여정: 포용과 환대의 공동체를 향하여”는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회의 참석자들은 시급한 사안으로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하기, ◆2020년까지 성소수자 환대하는 파트너 교회 방문 및 성소수자 목회 지침안 만들기, ◆교회 내 차별받는 성소수자들을 위한 안전한 치유의 공간 마련하기를 꼽았다.”4 그리고 교회협은 2020년까지 성소수자 목회를 위한 지침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일반 사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는 있지만, 한국교회의 인권 인식도 확대되어 가고 있다.

보수 교회의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
2018년 10월 30일 교회협 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종교・시민사회 간담회”에 천주교인권위원회 측 발언자로 참여한 장예정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발언하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하여 안 해본 것 없이 애써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였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혐오세력의 단순하지만 열정적이고 효과적인 방해 행위 때문입니다. 혐오세력의 주요 무기가 성경과 종교인만큼 종교계의 단호하고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5

장예정 활동가는 천주교의 입장에서 이웃 종교인 개신교회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하여 혐오 세력이 누구인지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이 혐오 세력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교회협 인권센터 측 발언자로 나선 황필규 목사의 발언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현재 수년 동안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성소수자’ 조항에 대해 반대하는 기독교 보수진영의 압박에 의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입니다.6

지금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고 있는 것이 보수 개신교 진영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이견이 없다. 그리고 보수 개신교 진영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법적으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것 역시 널리 알려져 있다.
성소수자의 인권, 특히 동성애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가장 먼저 제시한 것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이다. 2003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동성애자 온라인 커뮤니티 ‘엑스존’을 청소년 유해 매체로 지정하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보호법시행령”의 개별심의기준에서 동성애를 삭제할 것을 청소년보호위원회에 권고하고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이를 수용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자 한기총은 “국가기관이 청소년들에게 ‘동성애’를 권장하는가”라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성명에서 한기총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난하면서 동성애가 ‘성서에 명시된 죄이자 성 문화의 타락이며 에이즈 전염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성명으로 동성애자인 윤현석(필명 육우당)은 “죽은 뒤에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였고, 이에 한기총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으나 한기총은 사과하지 않았다.
이후 보수 교회의 동성애 비판은 한동안 줄어드는 듯하였다. 그러나 2007년 차별금지법 발의에 대한 논의가 법무부에서 시작되자 보수 교회는 차별금지법을 동성애법으로 지칭하며 법안에 ‘성적 지향’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2007년 10월 22일에는 한기총, 국가조찬기도회, 성시화운동본부 등을 중심으로 ‘동성애 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 모임이 조직되었다. 의회선교연합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동성애는 윤리・도덕에 어긋난 성적 행위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회악.
- 소수자의 보호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국민을 역차별하는 망국적인 법안.
- 동성애 차별금지법안은 동성애 확산을 조장해서 결혼율 감소, 이혼율 증가, 저출산 문제, 직간접적 에이즈 확산 등 사회병리 현상을 심화시킨다.
- 동성애자들이 청소년을 포함해 모든 사람을 유혹하고, 피해자들은 강제로 동성애자가 될 것이다. 동성애자에 의한 성폭력이 증가할 것이다.7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첫 싸움에서 승리한 이후 보수 교회는 일관되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해왔다. 2018년 7월 14일에는 대한문광장에서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가 열렸다. 퀴어축제에 대한 맞불집회의 성격을 지닌 이 대회의 이름에 ‘기독교’나 ‘교회’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포스터에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막고 있는 한국교회의 상징적인 행사”로 표현되고 있기에 보수 교회의 연합행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대회의 기자회견문에는 준비위원회가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혐오 세력이라는 낙인을 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는 동성애자들의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며, 차별하지 않고 사랑합니다. 본인들의 성적 취향에 따른 자기결정권을 누가 강제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분들의 위험한 생활양식으로 말미암아 이 사회에 에이즈가 확산되고, 건강한 가정이 깨지고, 자녀교육이 무너지고, 국가안보마저 염려되며, 사회가 문란해짐으로 말미암아 다음세대의 미래가 더욱 염려가 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면서 대회 개최의 첫 번째 이유를 “동성애를 인권으로 둔갑시켜 퀴어축제를 통해 동성애 지지와 조장을 확산시키고, 유리한 여론 조성으로 국회를 압박하여 차별금지법·생활동반자법 제정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반대하고, 규탄하기 위함”이라고 밝힌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동성애가 인권이 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하는 것일까? 가장 기본이 되는 논리는 동성애는 사랑이 아닌 성중독이라는 것이다.

동성 간 성행위자들이 말하는 소위 ‘성적지향’은 중독에 가까운 것이다. 자유의지로 통제 불가능한 영역까지 간 것을 보통 중독이라고 한다. 이런 중독적, 충동적 성향의 성행위를 인권의 영역으로 포장하고 보호해 달라는 것이 동성 간 성행위자들의 요구이다. 한마디로 인권의 오・남용이 아닐 수 없다.8

동성애를 성중독으로 보는 견해는 반동성애 진영에 널리 공유되고 있다. ‘건전신앙수호연대’는 2014년 5월 29일 “제2회 중독추방의 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최근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동성애는 비윤리적인 동성 간의 성행위’이며 ‘성폭력, 성매매, 음란물 범람, 수간, 집단 혼음’ 등과 같은 성중독이라고 주장하였다.9
이 견해는 보수 교회에 반동성애 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염안섭, 길원평 등의 인물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염안섭은 남성 동성애를 성중독으로 규정하고 동성애자가 되는 이유의 80%는 동성애 포르노 중독이며 나머지 20%는 남성 동성애자에 의한 성폭행 이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후유증이라고 주장하였다.10
보수 교회의 반동성애 진영은 동성애를 ‘항문성교’로 치환하여 마약복용, 음주운전, 청소년 성매매, 근친상간 등과 병치시킨다. 이어 모든 인권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한될 수 있기에 부도덕한 성행위인 동성애는 얼마든지 법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성애자는 인간이기에 물론 인권이 있지만 동성애자들의 부도덕한 성행위는 “에이즈 등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행동일 뿐 인권이 아니다.”라는 것이다.11
어쩌면 아직 보수 교회는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여기에는 개인의 정체성이나 서로를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 또는 서로를 더 성숙한 존재로 이끄는 관계 등의 논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항문을 매개로 한 성행위만 강조되고 있을 뿐이다. 동성애 전환치료 등과 같은 주장이나 성소수자의 정체성이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의 문제에 매달리는 모습도 동일한 의심을 들게 한다.
최근에는 한국교회의 반동성애 움직임이 ‘성과학 연구’라는 틀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한 백조연에 따르면, 성과학 연구는 한국교회의 반동성애 운동이 사회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얻게 된 것에 대한 보수 교회의 대응이다. 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새로운 논리 체계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국성과학연구협회’는 생물학적 질서, 건강・질병 등의 담론을 통해 동성애를 비정상적, 병리적인 성행위로 규정하면서 이것이 교회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뿐 아니라 출산 위기,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을 동성애의 위협에 몰린 존재로 호명하면서 “교회를 위한 순교적 행위이자 국가를 구원하는 애국행위, 병리적 타자를 치유하는 인권 활동”인 반동성애 운동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11
간혹 보수 교회가 인권의 적극적 지지자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탈동성애자의 인권이 강조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기도 한다. 소수자의 인권이 더 존중되는 것이 원칙이기에 동성애자보다 더 소수인 탈동성애자의 인권이 우선되어야 함을 강조하여 보수 교회의 이미지를 친인권적으로 쇄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창의적인 발상이라 보수 교회 내에서도 크게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제 그만할 때
보수 교회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신앙과 양심에 따른 동성애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법적 처벌 대상이 되어 불가능해질 것’이라 우려한다. 그리고 이는 곧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가 침해되는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필자는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여겨왔다. 한국은 종교의 자유에 대한 법적・문화적 존중이 잘 지켜져 온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수 교회가 생각하는 ‘정당한 비판’의 내용을 확인하게 되면서, 이런 우려가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 가능성을 지닌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보수 교회가 현재까지 해온 ‘정당한 비판’의 상당 부분이 혐오발언이기 때문이다. 보수 교회의 주장은 단지 ‘기독교 교리와 성서에 따르면 동성애는 죄’라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보수 교회는 이웃을 향해 ‘사회악, 병리현상, 섹스 중독자’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것이 정당한 비판의 범주에 속할 수 있는 것이라 믿는 것 같다. 그리고 가짜뉴스 등을 동원하여 이런 혐오를 무분별하게 확산시키고 있다. 선을 넘은 행위를 너무 오래 지속하다 보니 이것이 정당한 행위라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릴 때다.
혐오는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와 시대정신이 민주주의에 기반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당장 그 ‘정당한 비판’으로 포장된 혐오를 멈추어야 한다. 보수 교회는 동성애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윤리와 도덕’을 파괴시키기에 금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혐오를 끊임없이 재생산하며 우리 사회의 기본 원리인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종교에는 계속 자유가 주어져야 할 것인가. 보수 교회가 성소수자 혐오와 관련하여 주장하는 종교의 자유는 절대로 인권이 될 수 없다. 세계인권선언의 마지막 조항을 기억하자.

30조: 이 선언의 어떠한 내용도 특정한 국가, 집단 또는 개인에게 이 선언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를 파괴할 목적의 활동에 종사하거나 또는 그와 같은 행위를 수행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되지 아니한다.

굳이 민주주의니 세계인권선언이니 차별금지법이니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가 지금 당장 성소수자 혐오를 멈춰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어떤 작은 교회 예배시간에 몇백 명의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우리 생각에 따르면 기독교 신앙은 사회적 해악을 미치는 정신적 병리현상인데, 신앙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갖게 되는 후천적인 것으로 전환치료를 통해 치유될 수 있으니 우리 모두 저 기독교인들의 인권을 위해 탈기독교 치료에 매진합시다.”라고 소리를 지른다고 생각해보자. 용납할 수 있는 행위인가? 성서는 우리에게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하라고 가르친다.(마 7:12) 남을 공격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나를 돌아보기 위한 가르침으로 가끔 성서를 대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1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1970년대 민주화운동 Ⅰ』, 236.
2 채은수, “인산상황과 선교,” 「신학지남」(1981년 여름)
3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 “‘NCCK 2010 한국교회 인권선언문’에 대한 새로운기독교운동연대(준)의 입장,” 「당당뉴스」, 2010. 12. 11.(https://goo.gl/EPHTw5)
4 “격론 끝에 성소수자 포용한 교회들,” 「뉴스앤조이」, 2018. 5. 21.(https://goo.gl/SmMi7Y)
5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종교・시민사회 간담회 자료집,” 38.
6 위 자료집, 42.
7 “혐오도 적폐다,” 「한겨레21」, 1159호(https://goo.gl/3fTnqa)와 “차별금지법 두고, 다시 일어선 보수기독교,” 「오마이뉴스」, 2007. 12. 14.(https://goo.gl/1qnaqj)에서 정리 재인용.
8 백상현, 『가짜 인권, 가짜 혐오, 가짜 소수자: 동성애 독재 프레임의 실체를 말한다』(밝은생각, 2017), 219.
9 건전신앙수호연대, “제2회 ‘중독추방의 날’ 기념식 보도자료”(https://goo.gl/Tt3bcp)
10 “에이즈 환자 치료하다 반동성애 운동에 나선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 원장,” 「월간조선」 2016년 9월호(https://goo.gl/UXJ5gK)
11 백조연, “한국 보수 개신교 성소수자 혐오 담론의 형성과 전개 양상: ‘성과학’ 지식을 통한 혐오의 재구성”(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8. 8), 154-155.


손승호 | 한국교회사를 전공하였다. 최근 저서로 『유신체제와 한국기독교 인권운동』이 있다. 현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간사로 재직 중이며, 명지대학교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9년 2월호(통권 7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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