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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8년 1월호)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
  - 진보와 보수 신학 진영의 대통합

본문

 

한국 신학의 세 흐름
한국 개신교 내의 비교적 큰 교단으로는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가 있다. 장로교는 칼빈신학을 원류로 하고 있으며, 감리교와 성결교는 웨슬리신학에 기초한다. 장로교 신학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의 신학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의 신학으로 나뉜다. 예장과 기장은 1953년 축자영감설에 대한 논쟁으로 분열되었다. 그것은 박형룡 학장과 김재준 교수의 「신학지남」 지상 논쟁에서 비화되었다. 이후 한국의 신학계는 예장의 신학, 기장의 신학, 그리고 감리교의 신학이라는 세 흐름으로 윤곽이 잡히게 된다. 예장의 신학은 보통 보수주의 신학으로 불리며, 기장의 신학은 진보신학이나 민중신학, 감리교의 신학은 토착화신학 또는 문화신학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감리교의 토착화신학은 1957년 창간된 잡지 「기독교사상」을 통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감신의 홍현설 학장이 「기독교사상」의 초기 편집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감리교 계통 신학자들의 글이 「기독교사상」에 많이 실리게 되었다. 1970년에 이르러 한국적 신학을 형성하려는 노력이 전개된바, 그에 따라 토착화신학 내지 문화적 자유주의 신학이 꽃피우게 되었던 것이다. 기독교와 유교의 대화를 시도한 윤성범 학장, 기독교와 불교 사이의 대화를 검토한 변선환 학장, 기독교와 도교 내지 무속종교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유동식 교수, 그리고 기독교와 한국 문화 전반의 관계에 대해 논의한 기장의 김경재 교수 등 토착화신학의 전개를 위해 많은 학자들이 노력하였다.
기장의 민중신학은 1973년 개간한 「신학사상」과 함께 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신학사상」은 당시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학교)의 안병무 교수에 의해 창간되었으며, 이후 이 잡지에 게재된 서남동을 위시한 기장 학자들의 글이 중심이 되어 민중신학이 전개되었다. 민중신학은 남미의 해방신학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나 큰 틀에서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해방신학은 하나님께서 민중을 해방하심을 강조하는 반면, 민중신학은 하나님께서 아우성치는 민중 속에 들어와 그들로 하여금 세상을 새롭게 하는 역사의 주역이 되게 하셨다고 말한다.1 이런 면에서 볼 때 민중신학은 해방신학보다 더 급진적이다.
토착화신학이 한국의 여러 종교와 기독교와의 대화를 시도하였다면, 민중신학은 사회과학에 의한 분석을 신학에 접목하려 하였다. 민중신학은 당시 한국의 상황을 사회경제사적으로 분석한 후, 이에 대해 신학적인 반성을 가미한 신학이었다. 따라서 토착화신학은 문화적이며 종교적인 신학으로, 민중신학은 사회경제적인 신학으로 구분될 수 있다. 토착화신학은 우리의 종교적 상황에 대한 서구 기독교의 토착화 문제를 다룬 반면, 민중신학은 우리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토착화 문제를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예장의 신학은 보통 보수주의 신학으로 불린다. 대한예수교장로회는 1959년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대한 찬성과 반대 논쟁 끝에 통합 측과 합동 측으로 갈라진다. 통합은 WCC에 찬성한 반면, 합동은 이에 반대하여 미국의 복음주의연합체(NAE)에 가입하였다. 합동 측의 신학은 박형룡 학장에 이어 박윤선 원장, 김명혁 교수 등으로 대변되며, 통합 측의 신학은 이종성 학장, 김이태 교수, 맹용길 학장 등에 의해 전개되었다.

한국 신학의 세 흐름과 그 통합
통합 측의 신학은 기장과 합동 측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 합동 측의 신학이 근본주의 혹은 신복음주의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면, 통합 측은 성서적 복음주의로서 보다 포괄적인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 합동의 보수주의 신학은 상황과 맥락보다는 성서의 규범적인 위치를 강조하는 신학이다. 합동의 신학은 선포적 신학으로서 문화적・사회적 상황보다는 성서의 메시지 자체에 방점을 두는 반면, 통합의 신학은 성서의 메시지를 강조함과 동시에 그 메시지를 당대의 문화적이며 사회적인 상황과 결부하여 해석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수주의 신학은 성부 하나님에, 기장의 민중신학은 성육신하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에, 감리교의 토착화신학은 성령 하나님에 초점을 맞추는 신학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우리는 한국 신학의 역사에서 이미 이러한 세 가지 신학이 접합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토착화신학과 민중신학의 접합은 김용복의 ‘사회선교의 신학’이나 박종천의 ‘상생의 신학’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합동의 근본주의적 신학과 기장의 민중신학이 하나 되는 모습은 통합 측의 신학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종성의 ‘통전적 신학,’ 김이태의 가(side)가 아닌 ‘중심(center)의 신학’과 맹용길의 ‘통합신학’, 김명용의 ‘온신학’ 등이 이런 경향을 대표한다. 특히 맹용길 교수는 예장의 규범적 신학(normative theology)과 기장과 감리교의 맥락적 신학(contextual theology)이 일종의 통합신학으로 재창조될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또한 유동식 교수는 보수주의 신학을 ‘한의 신학’으로, 자유주의 신학을 ‘멋의 신학’으로, 민중신학을 ‘삶의 신학’으로 정리한 후, 한과 멋과 삶을 통합하는 신학으로 ‘풍류신학’을 제시하였다. 그는 과학적 분석을 중시하는 민중신학, 성서의 규범을 강조하는 보수주의 신학, 그리고 오늘의 문화적 상황을 고려하는 토착화신학을 창조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신학의 과제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과학적 분석, 인간의 경험과 성서적 규범, 오늘의 문화적 상황이 전체적으로 충분히 고려되는 신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경재 교수는 유동식 교수가 제기한 풍류신학의 주장에 의거하여 미래지향적인 통전적 신학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유동식 교수가 제시한 한국민의 기초문화 이념은 초월과 내재와 과정이 하나로 통전된 포월적 한, 자율과 타율 그리고 존재구조와 생동력이 통전된 신율적 멋, 개인과 전체 그리고 종교와 정치가 통전된 신・인적 홍익인간의 삶이었다. 이러한 기초적 문화 이념이 한국 그리스도교회의 신앙 안에서 성서적 새 세계의 놀라운 복음 실재와 접함으로써 한국교회 신학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 중인데, 언제나 그 통전된 모습에서 일탈하여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친 일탈된 신학적 경향성을 보여 왔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건전한 주류적 신앙과 신학은 일탈된 신학과 신앙의 경향성을 통전해가면서 오늘도 가루 서 말 속의 누룩처럼 성장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2

NCCK, 한기총, 그리고 한기연
이러한 신학적인 입장을 이어받아 한국에서는 몇 개의 연합기관이 세워지게 된다. 1946년 세워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한국의 진보적 신학을 대변하는 연합기관으로 발전하였다. 이 기관에는 기장, 감리교, 예장 통합, 순복음(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성공회 등의 교단이 속해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오늘 우리 사회의 문화적이며 사회적 맥락에 관심을 갖는 신학과 조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소위 보수적인 신학 측의 연합기관으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들 수 있다. 1989년에 창립된 한기총에는 현재 여러 분파로 나뉜 합동 측 교단들과 순복음 등이 소속되어 있다. 통합과 백석, 그리고 대신 측은 2012년 한기총을 탈퇴한 후 다른 여러 교단과 합세하여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세운 바 있다. 이후 한교연, 한기총을 연합하여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을 만들자는 의견이 오갔으나, 여의치 않자 최근 한교연을 한기연으로 개명하여 재출범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 결과 지난 12월 초 한기연과 결별하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세워지게 되었는데, 연합기관이 난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능하면 개신교의 모든 교단이 하나로 뭉쳐진 조직체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 신학을 주도하고 있는 세 학회
오늘날 한국 신학을 대변하는 세 학회가 있다. 1973년 설립된 한국기독교학회, 1981년 세워진 한국복음주의신학회, 1996년에 설립된 한국개혁신학회이다.
한국기독교학회의 초대 회장은 서남동 교수이며, 이후 서광선 교수, 유동식 교수, 변선환 학장 등이 학회 초기의 회장직을 맡은 바 있다. 한신대 중심의 민중신학자들과 감신대 중심의 토착화신학자들, 그리고 장로교의 통합 측과 성결교, 성공회와 하나님의성회(순복음), 그리스도교, 루터교, 구세군, 그리고 이화여대 및 연세대 등에 속한 신학자들이 모여 이룬 학회이다. 반면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총신대를 중심으로 한 합동 측에서 분기된 신학대학들에 속한 보수신학자들이 주류를 이루며, 한국개혁신학회는 한국복음주의신학회의 구성원들과 상당수 중복되어 있다. 백석대, 평택대, 안양대, 아신대 등에 속한 신학 교수들은 양편의 학회에 고루 소속되어 있다.
한국기독교학회는 NCCK 가입 교단들이 표방하는 에큐메니컬 라인의 신학적 입장에 서 있으며,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복음주의적 로잔회의(Lausanne Congress)3의 신학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기독교학회의 회장은 필자가,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총신대학교의 심상법 교수가, 한국개혁신학회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의 김재성 교수가 회장의 직임을 맡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내에는 13개, 한국복음주의신학회 내에는 10개, 한국개혁신학회 내에는 6개의 지학회가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다.
과거 이 학회들 산하의 지학회 차원에서 보수와 진보 진영이 공동으로 학회를 한 적은 있으나, 이 세 개의 학회가 모여 공동으로 학회를 개최한 적은 없다. 아마 지학회 중 가장 먼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이 공동의 학회를 한 것은 2004년 한국기독교윤리학회와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의 연합학회로 기억한다. 당시 필자가 회장을 맡은 한국기독교윤리학회와 총신대의 이상원 교수가 회장을 맡은 한국복음주의윤리학회가 연합하여 “경제문제와 기독교윤리”라는 주제로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함께 학술대회를 개최하였다. 이후 다른 학회들도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연 것으로 알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공동학술대회의 의의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곽교회 문에 ‘95개 논제’를 내건 지 500년이 흘렀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신학교육의 일선에 있는 교수들이 연합하여 2017년 10월 20–21일 곤지암 소망수양관에서 신학적 대향연의 시간을 가졌다. 오늘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교회 간 하나 됨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한다. 각 교단이 서로 연합하고 협조한다면 주님의 복음이 더 잘 전파될 것이다.
지난 40년 가까이를 지내며 한국의 양대 신학회가 공동으로 컨퍼런스를 한 적은 없었는바, 이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함께 학회를 진행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에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해보자는 제안과 논의가 3년 전부터 있었는데, 이 일을 이루기 위해 앞서 언급한 세 학회 회장의 노력뿐 아니라 이종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회 회장, 그리고 이승구, 김은수, 안명준, 임원택, 이규민, 김정준, 김선영 등의 공헌이 적지 않았다.
금번 학회의 주제는 “종교개혁과 오늘의 한국교회”였다. 종교개혁의 정신을 21세기의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조망해보려는 취지의 주제이다. 이 주제 하에서 80명의 신학자들이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그중 칼뱅과 루터의 신학에 대해 직접적으로 연구한 논문이 각각 14편, 종교개혁과 연관된 웨슬리에 대한 연구 논문이 5편 발표되었다. 종교개혁의 신학으로 오늘의 한국교회를 조망한 논문이 14편, 교육과 예배, 선교 등 실천신학 분야에서 종교개혁의 신학을 고찰한 논문이 18편 발표되었다. 나머지 논문은 종교개혁 신학의 주요 명제를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재조명하는 글 등이었다.
이렇게 종교개혁의 정신을 한국교회에 적용해보려는 시도를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하는지 인지할 수 있었다. 학회를 하며 서로 이야기하는 중 종교개혁 이후 500년 동안 발전하고 변화를 거듭한 개신교 신학에 대한 연구가 미진하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또 다른 연구를 통해 진척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번 공동학회는 명실상부 한국의 모든 신학대학 교수들의 참여로 빛을 발하였다. 총 80편의 논문 중 통합 측 신학대학에서 16편, 합동 측 라인의 신학대학에 속한 교수들이 14편, 서울신대를 비롯한 성결교에서 11편, 백석과 대신 측에서 9편, 감신 측에서 4편, 그리고 침신대에서 3편, 성공회 3편, 고신대 3편, 기타 17편이 발표되었다.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학자들이 발표하고 서로 토론하는 중, 우리 신학자들 사이의 대화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으며, 서로의 신학이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무엇보다 이런 공동의 작업에 대한 경험은 앞으로 한국교회와 한국 신학의 발전에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이런 모임을 4년에 한 번 열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제 한국 신학은 한국이라는 좁은 범위를 넘어 세계를 향해 비약을 준비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양 진영의 학자들이 서로 힘을 합한다면, 한국 신학이 세계에 영향력 있는 신학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금번 학술대회를 통해 발표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한국신학자 선언>은 한국교회의 역사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1 문동환, “21세기와 민중신학,” 「신학사상」 제109집(2000, 여름): 36.
2 김경재, “한국교회의 신학사상,” 「신학사상」 제44집(1984, 봄): 33-34.
3 제1차 세계복음화국제대회(The First International Congress on World Evangelization)가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렸다. 이 대회가 처음 열린 장소의 이름을 따서 보통 로잔회의(Lausanne Congress)라고 부른다. 당시 의장은 미국 침례교의 빌리 그레이엄, 현재 의장은 덕 버살 목사이다. WCC와 대칭되는 복음주의권의 대표적 세계대회로서, 최근에는 양자의 신학 사이에 많은 접근이 있다고 평가된다.(위키피디아 참조)


노영상 | 기독교윤리학을 전공하였다. 저서로 『기독교 생명윤리 개론』, 『하나님의 세븐게이트』 등이 있다. 현재 백석대학교 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이사장, 총회한국교회연구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2월호(통권 7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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