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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성서와설교 > [구약성서를 통해 본 여성과 성폭력 01]
성서와설교 (2021년 7월호)

 

  성서에도 성폭력이 있나요?
  이영미

본문

 

들어가는 말: 한국교회와 성폭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여성위원회는 2002년에 “성폭력 극복과 예방을 위한 교회선언”1을 발표하면서 성폭력을 방조해온 한국교회의 현실을 아래와 같이 폭로했다.

오늘날 세계 제일의 성장을 자랑하고 있는 한국교회는 물량적이고 영적 구원에만 관심한 나머지 여성에게 가해지는 심리적, 물리적, 성적 폭력에 침묵함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방조해왔다. 뿐만 아니라 이지러진 한국사회를 올바로 인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 한국교회 안에도 오히려 하나님의 이름을 빙자한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 속에서 성폭력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교회 여성들을 도울 아무런 장치가 없는 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성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생존을 위협하고, 온전한 삶의 실현을 방해한다.2

NCCK 여성위원회가 이 선언문을 발표한 지 20년이 흘렀지만, 한국 사회와 교회 내 성폭력의 현실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식 통계에 나타난 성폭력 범죄 현황을 살펴보면,3 2017년 성폭력 범죄는 3만 2,824건으로, 인구 10만 명당 63.4건의 범죄가 발생한 꼴이다. 성폭력 범죄의 발생비는 2008년 32.6에서 2017년 63.4로 2배 가까이 증가하여,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으며, 2016년에 비해 11.6% 증가했다.
성폭력 범죄를 하위 유형4으로 나누어 살펴보면, 전체 성폭력 중 강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22.5%에서 2017년 16.9%로 점차 감소했다. 강제추행의 경우 2008년 37.7%에서 2012년 46.9%로 증가했다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2017년에는 48.7%로 성폭력 범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경우 2008년 3.6%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2015년 24.9%로 가장 높았으며, 2017년 20.2%로 성폭력 범죄의 4분의 1을 차지했다. 성폭력 가해자 유형을 보면 가해자의 대부분은 아는 사람이며, 모르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은 평균적으로 15.9%에 불과한 것으로 연구되었다.5
한국교회가 성폭력 사건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은 미디어를 통해 보도된 성직자들의 성추행과 교회 구성원들의 미온적인 해결방식을 통해 드러났다. 한 사례로, 100명도 안 되던 S교회를 2만 명으로 키운 스타 목사 J는 주례를 부탁하러 온 여신도를 추행하는 등 10여 년간 수십 명의 여신도를 반복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폭로되었다. 해당 노회나 총회는 사건을 묵인하였고, J 목사는 당회로부터 2010년 말 교회를 떠나는 대가로 주택구입비, 퇴직금, 성 중독 치료비 등 총 13억 4,500만 원을 받고 사임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재판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서 공식적인 발표도 없었고, 이후 피해자들은 ‘꽃뱀이 목사를 유혹했다’, ‘이단이 목사를 음해했다’는 등의 2차 가해에 고스란히 노출되었으며, 해당 목사는 한 대학가에 교회를 다시 개척하기도 하였다.6
최순양은 한국교회 내 성폭력을 부추기거나 양산하는 요인으로 여성들의 종속적인 지위, 교회에서 선포하는 여성상, 남성 중심적 성서-하나님 이해, 그리고 교회의 권력을 지적한다.7 특히 성직자는 막중하고도 강력한 권한을 교회 안에서 행사하고 있으며, ‘목사는 하나님을 대리하는 영적 아버지이다’, ‘목사님을 통하여 하나님의 복을 받는다’, ‘목사를 비판하면 저주받는다’는 등의 잘못된 신격화와 무책임한 맹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기복신앙과 성장제일주의는 성범죄를 저지른 목사라도 설교를 잘하고 은혜가 많은 목사라면서 성범죄에 대해서는 관용적이고, 오히려 은폐하고 감싸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러한 경향을 강화하는 데는 남성중심적인 성서해석과 하나님 이해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구약성서 속의 성폭력 본문을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재해석함으로써 한국교회 구성원들이 성폭력 사건을 피해자 경험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교회 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가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심지어 여성 피해자를 음란마귀가 씌어 목회자를 모함하는 자로 공격하는 데 성서가 오용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 글은 그 첫 번째 시도로서, 성서 속의 성폭력 사례를 통해 성폭력의 본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성서에도 성폭력이 있나요?

성서에는 성폭력 이야기가 지속해서 등장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필리스 트리블(Phyllis Trible)은 “이야기는 삶의 양식이고 본질”이라고 말하면서, 성서에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를 찾아 세밀하게 읽음으로써 “억울하게 희생된 여성들의 역사를 회복하고, 현재에 영향을 끼치는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이런 폭력이 다시금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기도함으로써 역사를 구원”하고자 한다.8 한국의 여성 성서신학자들은 성서의 성폭력 본문에 관한 관심과 해석의 중요성을 지적해왔다. 이경숙은 성서에 나타난 성폭력이 형태만 조금 바뀌었을 뿐 현대에도 그대로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성서의 성폭력 관련 본문의 재해석이 우리 주변을 살펴보도록 하고, 성차별 문제에 눈을 뜨도록 인도해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이들의 고통, 삶,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해방의 기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9 최영실은 교회 내 성폭력과 성서해석의 오용 사례를 제시하면서, 성서에 나타난 ‘미투’와 ‘위드유’의 사례로 사무엘하 13장의 다말과 친족성폭력 피해자 김보은, 가부장적 군사문화와 제국주의에 의해 살해된 레위인의 첩(삿 19장)과 주한미군 마이클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윤금이 씨, 전쟁문화를 고발한 입다의 딸의 여자친구들과 일본군 위안부의 희생을 애도하며 연대하는 한국교회 여성들, 그리고 마태복음 1장의 예수 족보의 편집자를 제시한다.10 최근에는 중진 성서학자들이 한국교회와 성서 속의 성폭력에 대한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하였다.11
구약성서 안에서 성폭력 위협에 처하거나 성폭력을 당한 여성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사라(창 12, 20), 하갈(창 16), 리브가(창 26), 롯의 딸들(창 19), 레아, 실바, 라헬, 빌하, 디나(창 34), 다말(창 38), 레위인의 아내(삿 19), 길르앗과 실로의 여자들(삿 21), 룻, 밧세바(삼하 12), 공주 다말(삼하 13), 미갈(삼상 18, 25), 아비가일(삼상 25), 고멜(호 1-2), 오홀라와 오홀리바(겔 23), 와스디(에 1), 에스더(에 2) 등이 있다. 성서 속의 성폭력 사례는 개인에 대한 성폭행(강간)뿐 아니라 성차별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제도에 희생된 여성도 포함해야 한다. 가령, 대리모 제도(하갈, 창 16)나 시형제 결혼제도/법(다말과 룻, 창 34, 신 25:5-6, 룻 2, 4), 페르시아 왕궁의 미인대회(와스디, 에 1), 궁녀 간택(에스더, 에 2) 등에 희생된 여성도 성폭력 피해자이다. 반면 아버지를 술에 취하게 한 뒤 성관계를 맺은 룻의 두 딸(창 19:30-38), 시아버지 유다를 속인 다말(창 38), 타작마당의 보아스를 찾은 룻(룻 3), 남편을 위해 다윗을 접대한 아비가일(삼상 25), 아들을 왕위에 앉힌 밧세바(삼하 12, 왕상 1)는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유혹자 혹은 꽃뱀이라고 비난받는 등 평가가 엇갈리기도 한다. ‘성서 속에 성폭력이 있는가?’를 살펴볼 때 성폭력의 개념 이해와 성폭력 피해 여성을 구분하는 기준은 해석 과정에서 중요한 첫걸음인데, 해석자의 성인지 감수성에 따라 그 판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권유린으로서의 성폭력과 정의(justice)

‘성폭력’은 ‘성’(sexuality)과 ‘폭력’(violence)이 결합한 단어로, 그 유형이나 범위에 관해 다소 견해 차이가 있다. 대체로 성폭력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성적 언행을 포함하여 상대의 성적 자기결정권12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를 지칭한다. 우리나라의 법과 정책에서 공식적으로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1994년 1월 5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4,702호,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한 이후부터이다. 성희롱, 성추행, 강간 등으로 불리던 것을 묶어 ‘성폭력’이라고 부르게 된 까닭은 그것이 폭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성폭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나 공포심, 그로 인한 행동 제약도 간접적인 성폭력으로 취급되는데, 무엇보다 성폭력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와 불평등한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13
현대적 개념의 성폭력에 해당하는 특정 히브리어 단어는 없지만, 성서 속의 성폭력을 나타내는 용어들로는 ‘샤카브’(눕다, 성관계 표현), ‘인나’(‘아나’의 피엘형. 천하게 만들다, 욕보이다, 겁탈하다), 하짜크(강제하다), 타파쓰(붙들다) 등이 포함된다. 창세기 34장 2절은 가해자 세겜의 성폭행을 세 개의 동사로 자세하게 설명한다.14

그리고-보았다 그녀를 세겜 하몰의-아들 히위 우두머리 그 땅의
그리고-그가-붙잡았다(라카흐) 그녀를
그리고-그가-눕혔다(샤카브) 그녀를
그리고-그녀를-강간하였다(인나). (히브리어 어순에 따른 직역)

히위 사람 하몰에게는 세겜이라는 아들이 있는데, 세겜은 그 지역의 통치자였다. 세겜이 디나를 보자, 데리고 가서 욕을 보였다.(새번역)


연속되는 세 개의 동사-붙잡고(라카흐), 눕혀(샤카브), 강간하였다(인나)-는 세겜이 취한 행동의 강제성을 드러낸다. 첫 번째 동사 ‘라카흐’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서 결혼을 묘사할 때(‘취하다’) 쓰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붙잡다’는 번역이 더 적절하다. 이 동사를 ‘데리고 갔다’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는데,15 이 경우 세겜이 디나를 유괴해서 집으로 데려가 성추행한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동사 ‘인나’는 주로 ‘강간하다’로 번역된다. 엘렌 반 볼데(Ellen van Wolde)는 동사 ‘아나’가 언급되는 본문들(창 16:6, 9, 31:50, 34:2, 신 21:14, 22:24, 29, 삿 19:24, 20:5, 삼하 13:12, 14, 22, 32)을 연구하면서 이 동사가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폭력을 표현한다고 본다.16 일제 뮐너(Ilse Muelner)도 히브리어 ‘인나’(피엘)가 좁은 의미로 성적인 영역에 한정되어 ‘성폭력을 가하다’를 뜻하기보다, 상대에게 ‘나쁜 상황을 야기하는’ 부정적인 행위를 표현하는 용어라고 지적한다.17 티크바 프라이머-켄스키(Tikva Frymer-Kensky)는 동사 ‘샤카브’와 ‘인나’(피엘)가 신명기 법전의 성폭력 방지법 조항(신 22:23-24)과, 공주 다말이 성폭행을 당할 때(삼하 13:14)도 함께 언급되어 강제적인 성폭행을 묘사한다고 설명한다. 공주 다말의 경우 그 앞에 ‘하자크’(완력을 쓰다)가 추가되어 폭력이 가중된다.18 이상과 같이 창세기 34장 2절과 사무엘하 13장 4절에서 성폭행을 설명하는 데 쓰인 동사의 분석은 그 행위의 강제성과 인권유린이라는 폭력의 본질을 잘 드러내준다.
그런데 디나에게 행해진 성폭행은 아버지 야곱과 남자 형제들에게 전달되는 구절(창 34:5, 13, 27)에서는 ‘인나’(피엘) 혹은 ‘샤카브’ 동사가 아니라 ‘팀메’라는 종교적 언어로 바뀌어 묘사된다. ‘더럽혔다’로 번역된(개역개정, 새번역) 히브리어 ‘팀메’는 레위기 13-14장에서 정결/부정결한 것에 대한 제의적 분별을 설명할 때 반복되는 동사이다.19 김혜령은 폴 리쾨르(Paul Ricoeur)가 서양 사회에서 발전된 과실(fault)에 대한 인간 의식의 고양을 추적하며, 흠(defilement), 죄(sin), 유죄의식(guilt)의 세 단계로 구성한 분류체계를 ‘성범죄’에 적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20

합리적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 주술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불륜과 성매매, 성폭력 간의 차이가 크게 구별되지 않고 ‘간음’이라 통칭된다. 즉, 불륜과 성매매, 성폭력 모두 결혼 계약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관습법이 정한 잔인한 형벌을 감내해야 한다. 왜냐하면 간음 행위 모두는 가족제도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사회 전반의 안정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주술사회에서는 간음 행위와 관련된 이들 모두를 무차별적으로 ‘더러움’에 오염되어 부정 탔다거나 때가 묻었다고 여기는 신화를 구축했다. 즉, 모든 간음 행위자들의 잘못을 ‘흠’(defilement)이라 일반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간음한 자를 흠 있는 자로 여기는 사회에서는 성관계의 관련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 … 이러한 배경에서 주술사회는 ‘더러움’을 다만 ‘정화’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관습법이 규정하는 예식과 형벌에 따라 흠 있는 자들을 사회에서 추방하거나 제거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디나가 당한 일을 남자 구성원들이 ‘인나’가 아닌 ‘팀메’로 인식하는 것은 성폭행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반영한다. 즉 성폭행을 피해자 여성인 디나에 대한 인권유린이라는 판단에서 가족제도의 근본을 흔든 ‘더러운’ 것, 즉 ‘네발라’(혐오스러운 일)로 바꾸어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정절을 강조하는 가부장제 사회나 거룩을 강조하는 종교공동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앙공동체의 근본을 흔들지 말고 거룩한 하나님의 종에게 흠집을 내서는 안 되도록 강요하는 2차 가해의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두에서 NCCK 여성위원회의 선언문을 통해 밝혔듯이, 성폭력은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생존을 위협하고, 온전한 삶의 실현을 방해하는 인권유린 사건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성폭력은 윤리가 아닌 정의의 문제이다.

나가는 말

일반 사회에서의 성폭력과 달리 교회 내 성폭력이란 교회나 기독교 기관, 선교단체 등 기독교공동체의 구성원 사이에 발생하는 성폭력으로서, 교회의 목회자나 지도자가 종교적인 특수성이나 자신의 권위를 남용하여 성도나 고용된 목회자(목사, 전도사) 혹은 직원에게 성폭력 또는 그와 유사한 성적 행위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예배, 목회적 돌봄, 교회의 통제범위에 있는 기관의 프로그램 등에 등록된 구성원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및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성적 언동 및 요구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행위가 이에 포함된다.
교회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법적 처벌 이전에 공동체 내부에서의 해결을 먼저 시도하는 경향을 띤다. 많은 경우 성폭력이 신뢰와 존경을 받는 목회자에 의해 발생하고, 교회니까, 교인이니까 등의 이유로 바로 법적 조처로 들어가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폭력의 폭로와 해결은 거룩한 공동체를 더럽히는 행위가 아니라 유린된 피해자의 인권회복과 평등한 교회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라는 관점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전체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가장 기본이 되는 축이어야 한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로 하여금 모든 정황을 ‘내 탓’으로 돌리지 않으며, 내 안의 분노를 끌어내주고, 소중한 내 자신이 치유되기 위한 모든 과정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시작으로 하여 성폭력 사건의 정황, 피해자의 피해 상황, 그리고 요청 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이나 부적절한 관계, 혹은 불결한 짓이 아니라 인권을 유린하는 정의(justice)와 관련된 문제이며, 성폭력을 반대한다는 것은 결국 그 반대를 통한 다른 사회, 다른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감수성을 키워가는 작업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전희경의 말처럼, “성폭력을 반대하는 것은 ‘부정의’(injustice)를 감각/인지할 수 있는 평균적 감수성 자체를 높이는 것, 그 ‘부정의’에 자신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동시에 다시 ‘정의’를 추구해가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환기하고 격려하는 노력”이다.21

주(註)
1 2002년 11월 18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51회 총회에서 채택된 선언문이다. 여성신학자협의회 편집부, “성폭력 극복과 예방을 위한 교회선언”, 「한국여성신학」 51(2002. 12): 86-101에 전문과 해설이 실려 있다.
2 여성신학자협의회 편집부, “성폭력 극복과 예방을 위한 교회선언,” 86.
3 대검찰청, 『범죄분석』(2017), 14; 여성가족부, 『2019년 성폭력 안전실태조사 연구』(2020. 2), 11에서 재인용.(여성가족부 홈페이지 www.mogef.go.kr)
4 성폭력에는 다양한 유형의 하위 개념이 있으며, 그 예로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위계 혹은 위력 등에 의한 간음 및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스토킹, 성희롱 등이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성폭력위기센터·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성폭력 피해자 법률 지원 안내서』(2014. 12), 10-12 참조.(https://bit.ly/351Sz3u)
5 한국성폭력상담소, 『성폭력피해상담 분석 및 피해자 지원방안 연구』(여성가족부, 2018. 12), Ⅱ.(https://bit.ly/3pxTVML)
6 수많은 교회 내 성추행 사건 중 단행본으로 출간된 사건을 소개하였다. 인터넷카페 전병욱목사진실을공개합니다 편집팀, 『숨바꼭질: 스타목사 전병욱 목사의 불편한 진실』(대장간, 2014).
7 최순양, “교회, 성폭력 피해에 왜 취약한가?”, 교회개혁실천연대 주최, ‘교회 성폭력의 현실과 과제’ 포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자료집(2015년 5월 29일), 17.
8 필리스 트리블, 최만자 옮김, 『성서에 나타난 여성의 희생』(전망사, 1989), 15-17.
9 이경숙, “구약성서에 나타난 성폭력과 여성옹호”, 「기독교사상」 389호(1991. 5): 12-13.
10 최영실, “폭력의 성서해석, 생명의 #MeToo #WithYou”, 「한국여성신학」 87호(2018. 6): 18-45.
11 권지성 외, 『성폭력, 성경, 한국교회』(기독교문서선교회, 2019); 이영미 외, 『이런 악한 일을 내게 하지 말라: 구약성서와 성폭력 그리고 권력』(동연, 2020).
12 성적 자기 결정권이란 나의 몸에 대한 모든 권리는 나에게 있다는 의미이며 명확한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가해지는 모든 성적 행위는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포함된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뉴스앤조이, 『미투, 처치투, 위드유: 교회 성폭력 해결을 위한 가이드북』(뉴스앤조이, 2018), 22.
13 기독교반성폭력센터·뉴스앤조이, 위의 책, 6.
14 보다 자세한 설명은 이영미, “피해자의 관점에서 읽는 디나의 성폭력이야기(창 34장)”, 『이런 악한 일을 내게 하지 말라: 구약성서와 성폭력 그리고 권력』, 61-63을 참조하라.
15 Joseph Fleishman, “Shechem and Dinah in the Light of Non-Biblical and Biblical Sources,” Zeitschrift für die alttestamentliche Wissenschaft 116(2004): 31. 한글 성서 중에는 새번역이 ‘데리고 가서’로 번역하였다.
16 Ellen van Wolde, “Does ‘inna Denote Rape?: A Semantic Analysis of a Controversial Word,” Vetus Testamentum 52 (2002): 528-544.
17 일제 뮐너, “구약성서에 나타난 성폭력”, 울리케 아이힐러 외 편저, 김상임 옮김, 『깨어진 침묵: 성폭력에 대한 여성신학적 응답』(한국여신학자협의회 여성신학사, 2001), 49.
18 Tikva Frymer-Kensky, “Law and Philosophy: The Case of Sex in the Bible”, Semetics 45(1989), 93. 뮐너, “구약성서에 나타난 성폭력”, 49에서 재인용.
19 이영미, “피해자의 관점에서 읽는 디나의 성폭력이야기(창 34장)”, 67-68.
20 김혜령, “#Metoo의 시대 성폭력의 범죄성과 기독교 성윤리의 새 기준”, 「한국기독교신학논총」 111호(2019): 282.
21 전희경, “공동체 성폭력 ‘이후’,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주최, “성폭력을 직면하고 다시 사는 법” 토론회 자료집(2012년 10월 10일), 11.


이영미 |연세대학교,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뉴욕 유니온 신학대학원에서 구약학을 공부하였다. 저서로 『이사야의 구원신학: 여성시온 은유를 중심으로』, 『하나님 앞에 솔직히, 민중과 함께』 등이 있다. 현재 한신대학교 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 8월호(통권 7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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