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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성서와설교 > [성서와 설교] 미쉬나: 유대인과 함께 읽는 성서 04
성서와설교 (2019년 4월호)

 

  미쉬나 제3권 ‘나쉼’: “그 여자는 그의 집에서 나가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려니와”
  

본문

 

제3권 ‘나쉼’(여인들) 들어가기

미쉬나의 세 번째 책(Seder)의 제목은 ‘여인들’이라는 뜻의 ‘나쉼’(םישנ)이다. 제목이 그렇다 하여 자칫 여성에 대한 법만 다룬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약혼, 결혼, 이혼 등 남녀 사이에 맺어진 가족 관계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즉 혼인 가능한 친족의 범위, 혼전 동의서, 사망 신고와 상속 문제 등의 가족법, 재혼, 성범죄 등에 관한 규정을 총망라한다. 어쩌면 미쉬나 여섯 권 중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법을 논의하고 법제화한 것이 ‘나쉼’이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나쉼’의 구성을 간략하게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표제장 구성주요 내용준거 토라
예바못
(תומבי)
자식 없이
죽은 형제의 아내
16장자식 없이 남편이 사망했을 경우,
형제역연혼(Levirate marriage)으로
재혼해야 하는 상배여성(喪配女性) 관련법.
신 25:5-10
케투봇
(תובותכ)
혼전 동의서13장이혼 및 사별 시 여성이 받는 금액, 남편의
부양 의무, 포로가 된 아내의 몸값 지불,
상속 관련 등 혼전에 작성하는 내용 관련법.
출 21:10
네다림
(םירדנ)
서원11장어떤 행위를 삼가겠다는 서원 및
무효화에 관한 법.
민 30장
나지르
(ריזנ)
나실인9장일정 기간 자신을 성별하는 맹세 및
그 효력 상실 등에 관한 법.
민 6장
소타
(הטוס)
간음9장아내의 간음 행위가 의심될 경우에 대한 법.민 5:12-31
기틴
(ןיטג)
이혼증서9장혼인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남편이 작성하는
이혼증서 관련법.
신 24:1
이하
키두쉰
(ןישודיק)
축성4장혼인을 구성하는 첫 단계인
에루씬(Erusin, 약혼) 관련법.
신 22:13, 24:1


‘나쉼’에 드러나는 여성의 민법상 권리와 의무는 양면적 성격을 띠고 있다. 여성에 대한 법적 권한의 행사가 부친과 남편에게 있다든지, 여성이 남편에 종속된 소유물처럼 표현된 것, 여성에 대한 엄격한 처녀성과 정절이 요구되는 등 남성이 권력을 쥔 유대 가부장 사회의 지배질서는 타 사회의 그것, 아니 최근까지도 한국 사회가 경험한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쉼’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사회적・경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법적 조처를 한다. 이는 여성의 재혼이 적극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를 주 논점으로 삼아 ‘나쉼’을 대략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나쉼 맛보기

(예 1) 여성에게 재혼을 허하라
나쉼을 여는 1부 ‘예바못’은 죽은 형제에 대한 의무를 적용하는 데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시행규칙을 논하고 정한다.

형제들이 함께 사는데 그 중 하나가 죽고 아들이 없거든 그 죽은 자의 아내는 나가서 타인에게 시집 가지 말 것이요 그의 남편의 형제가 그에게로 들어가서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아 그의 남편의 형제 된 의무를 그에게 다 행할 것이요 그 여인이 낳은 첫 아들이 그 죽은 형제의 이름을 잇게 하여 그 이름이 이스라엘 중에서 끊어지지 않게 할 것이니라(신 25:5-6)

구약성서는 “너는 네 형제의 아내의 하체를 범하지 말라”(레 18:16)라고 명함으로, 형제의 아내와는 혼인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허용될 때가 있으니 위 신명기 구절처럼 후사 없이 형제가 죽었을 경우이다.
‘이붐’(םובי)이라 불리는 위 제도를 통해 남편과의 사별로 생활 능력을 잃은 여성은 경제적・사회적으로 보호받는 한편, 노년에 부양받을 수 있는 자식을 배우자의 혈족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토지 등 혈족의 재산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지키려는 의도 역시 존재한다. 흔히 고구려, 흉노, 선비 등 북방 민족에게 존재하던 ‘형사취수혼’(兄死娶嫂婚)으로 이붐 제도를 옮겨쓰곤 하는데, 이붐은 시동생뿐만 아니라 시형제 모두에게 돌아가는 의무이므로 취수혼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필자는 형제역연혼(兄弟逆緣婚, 이하 ‘역연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다.1 어쨌든 역연혼은 전술한 것처럼 ‘재혼’의 한 형태임이 분명하다.

율법은 형제 중 연장자에게 역연혼을 수행하도록 명하지만, 연소자가 앞서 이를 이행해도 유효하다. - 미쉬나 예바못 2:8

역연혼은 혼례식 없이 시형제 중 하나와 부부관계를 맺음으로 그 법적 효력을 발휘하였다. 여러 형제가 생존했을 경우 가장 연장자가 역연혼을 거부하면, 법정은 남은 형제 중 나이순으로 역연혼을 이행하도록 권장한다. 가장 연장자가 사망하고 없을 때는 남은 형제들에게 나이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그 의무가 부과되었다.2
그러나 모든 형제가 이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 역연혼은 아버지가 같은 형제 사이에만 가능한 제도로, 아버지는 다르고 어머니만 같은 형제 및 형이 죽은 후 태어난 아우에게는 이 의무가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법적 행위를 할 수 있는 13세 이상의 성인 남성으로 그 대상을 한정하였다.3
만일 시형제와 재혼했는데 그마저 자식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죽는다면, 생존한 다른 형제와 혼인해야 한다. 역연혼이 가능한 시형제가 한 명이라도 있는 경우 이들이 모두 거절하지 않는 한, 남편을 잃은 상배여성(喪配女性)은 외부인과 재혼할 수가 없었다. 이러한 배경은 유다와 그 며느리 다말의 이야기(창 38장)에 잘 드러난다. 이같은 혼인 풍습이 중요한 유대 전통으로 자리 잡았음은 사두개인들이 예수에게 한 질문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마 22:23-28, 눅 20:27-33)
한편 아들이든 딸이든 자녀를 남기지 않고 사망했을 때만 역연혼을 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은 여러 판례를 양산하였다. 가령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사고로 사망했다면 누가 먼저 숨을 거두었느냐에 따라 역연혼 여부가 판가름 난다. 다음의 판례를 살펴보자.

만일 어떤 여인의 남편과 아들이 타국에 나갔는데 사람들이 와서 “당신의 남편이 사망했고, 이후 아들도 사망했다.”라고 전하였다. 이에 그 여인이 재혼하였는데 사람들이 와서 다시 말하기를 이들의 사망 순서가 바뀌었다고 하면 그 여인은 재혼한 남편과 헤어져야 한다. 그 소식이 바뀌기 전에 태어난 자식이나 후에 태어난 자식이나 모두 사생자(רזממ, 맘제르)이다.
사람들이 와서 “당신의 아들이 사망했고, 이후 남편도 사망했다.”라고 전하였다. 이에 그 여인이 역연혼으로 재혼하였는데 사람들이 와서 다시 말하기를 이들의 사망 순서가 바뀌었다고 하면, 그 여인은 재혼한 남편과 헤어져야 한다. 그 소식이 바뀌기 전에 태어난 자식이나 후에 태어난 자식이나 모두 사생자이다. - 미쉬나 예바못 10:3

남편이 아들보다 먼저 사망했다면 후사를 남기고 죽은 것이기에 그 상배여성은 역연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여 외부인과 재혼하였다. 한데 사망 순서가 바뀌었다고 하면 이는 역연혼법을 어긴 셈이 된다. 따라서 재혼한 남자 사이에 낳은 자식은 사생자(근친혼, 간통, 금지혼 등 법적 테두리에서 벗어난 관계에 의해 태어난 자식, 신 23:2 히브리 성서 23:3)로 간주한다.
두 번째 사례는 반대로 아들이 남편보다 먼저 사망했다는 소식에 시형제와 재혼했는데 알고 보니 남편이 먼저 죽은 경우이다. 그렇다면 상배여성은 역연혼 의무가 없는데도 남편의 형제와 혼인했으니 율법이 금지하는 근친혼을 한 셈이다. 사망한 남성의 자식 유무 문제는 또 다른 흥미로운 질문을 던져준다. 만일 자식이 없는 상태에서 남편과 사별하여 시형제와 혼인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전 남편의 아이를 가졌음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일 시형제가 그 형제의 상배여성과 혼인했는데 전 남편의 아이를 가진 것이 밝혀졌다고 하자. 아이를 낳은 후 태어난 아이가 생존한다면, 그는 이 여성과 이혼해야 하며, 둘 다 속죄 제물을 바쳐야 한다. 그러나 태어난 아이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면, 그는 이 여성과 혼인을 유지한다. - 미쉬나 예바못 4:2

태아가 있는 경우 자식을 남긴 것으로 보아야 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랍비들은 생존 가능성이라는 조건을 제시하였다. 유산이나 사산 없이 만 9개월을 채워 아이가 태어나면 생존 가능성이 높으니 역연혼은 무효가 된다. 정확한 개월 수를 알 수 없는 경우, 아이가 태어나 30일을 넘기면 생존 가능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정확한 임신 시기를 알 수 없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만일 태어난 아이가 첫 남편의 9개월된 아이인지, 나중 남편의 칠삭둥이인지 불명확하다면, 이혼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는 사생자가 아닌 적출(嫡出)로 인정되며, 둘 다 속건 제물4을 바쳐야 한다. - 미쉬나 예바못 4:2

부정한 관계로 낳은 자식은 사생자로 취급되었고 이스라엘 총회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친부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것은 주요 쟁점일 수밖에 없다.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야 유전자 검사로 판별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이를 입증할 길이 없어 위 사례의 경우 이혼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일의 반복을 막기 위해 랍비들은 다음과 같이 입법하였다.

남편 사후 3개월이 지나기 전까지 그 상배여성은 역연혼도, 역연혼을 거부하는 의례(할리짜)도 할 수 없다. - 미쉬나 예바못 4:10

재혼하려거든 혹시 모를 임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 그 징후가 나타날 수 있는 3개월, 즉 90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은 역연혼뿐 아니라 사별 및 이혼으로 재혼하는 모든 여성에게 적용되었다. 하나의 기본법에 덧붙는 이러한 세칙들은 과연 여성의 자유를 구속하기만 한 것일까?
미쉬나의 법질서를 가부장 사회의 억압과 불평등이라는 잣대로 섣불리 재단하기는 힘들다.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는 세밀한 조항들이 함께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연혼 의무가 있는 시형제들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할리짜’(הצילח, 신발을 벗긴다는 뜻)라는 거부 의례를 행하면, 사별한 여성은 율법이 허용하는 한, 시형제가 아닌 어떤 남성과도 자유롭게 재혼할 수 있었다. 할리짜는 신명기 25장 7-9절이 명하는 법으로, 상배여성은 재판관들 앞에서 역연혼 행사를 거부한 시형제의 신발을 벗기고 그에게 침을 뱉어서 이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룻기 4장 또한 이 의례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앞서 부부관계를 맺음으로 역연혼이 성립한다고 언급한 것처럼, 과실이나 고의, 강간이나 자의 여부에 상관없이 일단 시형제와 성관계를 가지면 혼인이 성립된다.(예바못 6:1) 남성은 할리짜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여성은 원치 않는 이와 혼인해야 한다면 참으로 불공평한 일이다. 후대 랍비 문헌들에 따르면 법정은 여성의 의사에 반하는 역연혼을 강제하지는 않았고 대신 할리짜 의례를 행하라고 그 시형제들에게 권고하였다. 또한 공개적으로 이 의례를 집행함은 해당 여성이 역연혼 의무에서 벗어났음을 널리 알리고 다른 남성의 구혼을 유발하여, 재혼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전기에 완성된 법전 『경국대전』에서 과부의 재혼 금지를 법으로 정해 놓고 평생 수절한 아내에게 열녀문을 세워준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예 2) 케투바로 본 여성의 이혼과 재혼
재혼은 사별뿐만 아니라 이혼한 여성에게도 허용되었다. 이는 미쉬나의 근간인 모세법에 이미 규정된 조항이다.

사람이 아내를 맞이하여 데려온 후에 그에게 수치되는 일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면 이혼 증서를 써서 그의 손에 주고 그를 자기 집에서 내보낼 것이요 그 여자는 그의 집에서 나가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려니와(신 24:1-2)


현대 사회에서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위자료나 재산 분할 또는 양육권이나 친권 지정 등의 문제로 치열한 법정 싸움이 종종 벌어진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재벌, 할리우드 스타 등 부와 명성을 가진 유명인사들이 혼전 계약서를 작성해 이혼 시 벌어질 법정 분쟁을 최소화하곤 한다. 케투바 역시 일종의 혼전 계약서로, 여기에는 이혼이나 사망 시 아내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 여자 쪽에서 가져온 지참금 중 비유동 고정자산, 아내가 포로가 될 경우 남편이 그 몸값을 지급할 의무 및 상속인 지정 등이 기록된다.

처녀의 경우, 그 케투바 금액은 200주즈5(זוז), 과부는 100주즈이다. 약혼 단계에서 이혼하거나 과부가 되었거나 할리짜 의례를 한 처녀의 경우, 이들의 케투바 금액은 200주즈이다. 신랑은 이들의 처녀성 여부와 관련해 고소할 수 있다. - 미쉬나 케투봇 1:2

초혼인 처녀는 케투바에 200주즈를, 이혼이나 사별 후 재혼하는 여성은 그 절반인 100주즈로 케투바 금액을 정했다.6 재혼 여성의 경우 이전 혼인 관계가 해소되었을 때 전남편이 작성한 케투바에 따라 이미 지불받은 재산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이 원한다면 금액을 더 올려 적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약혼 단계에서 이혼하거나 과부가 되었다는 것은 대체 무슨 뜻일까?
유대인의 혼인에는 두 단계가 있다. 혼인의 첫 단계는 남자로부터 약조물과 케투바를 받아 약혼하는 것으로, 이를 ‘에루씬’(ןוסורא)이라 한다. 1년 후쯤 신부가 신랑의 거주지로 가서 ‘후파’(הפוח, 닫집 모양의 차양) 아래에서 예식을 하고 동거에 들어가는 것이 혼인의 두 번째 단계인 ‘니쑤인’(ןיושינ)이다. 약혼(에루씬)한 남녀는 이미 부부로 간주하였으나 아직 동거 전인 만큼 성관계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에루씬 단계에서 이혼이나 사별한 여성은 처녀성을 인정받았다. 반대로 두 번째 단계인 ‘니쑤인’까지 했다면 신체적으로 처녀라 할지라도 재혼 시 100주즈로 케투바를 책정하였다.
만일 성관계 후 출혈이 없으면 남편은 아내를 기소할 수 있었는데, 처녀라고 속이고 혼인했다는 주장이 법정에서 인정되면 그는 케투바에 기록된 금액을 지급하지 않고 이혼할 수 있었다.(신 22:13-22) 이혼 요구는 이론적으로 남편의 특권이었지만(신 24:1),7 이혼을 하면 케투바에 명시된 아내의 지참금과 위자료를 지급해야만 했으니 남편은 재산상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이에 돈을 내주지 않고 이혼할 속셈으로 아내를 무고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마태복음에 따르면 요셉은 혼인의 첫 단계인 약혼(에루씬) 상태에서 마리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마 1:18-19) 요셉이 “드러내지 아니하고 가만히 끊고자” 했다는 성서의 표현은 마리아를 법정에 고소하지 않고 처녀에게 할당된 케투바 금액 200주즈를 모두 지급하면서 이혼할 작정이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만일 약혼 ‘후에’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갖고 임신했다면 간음죄로 법정에 고소할 수 있었는데, 유죄가 인정될 경우 그 처벌은 투석형이었다.(신 22:21, 케투봇 4:3, 요 7:53-8:11)
한편 랍비들은 성관계 외에도 사고 등으로 처녀막이 손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다. ‘나쉼’에는 ‘무카트 에쯔’(ץע תכמ)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채찍으로 치다’는 뜻이며, 성관계 외의 이유로 인해 처녀막이 손실된 여인을 가리킨다.

…현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무카트 에쯔의 경우, 그 케투바는 100[주즈]이다.” - 미쉬나 케투봇 1:3

미리 무카트 에쯔임을 밝히고 혼인한 여성의 경우, 재혼 여성과 동일하게 100주즈를 보장받았다.8 그러나 약혼 후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진 것을 무카트 에쯔로 포장하여 변호하는 경우도 있었다.(케투봇 1:7)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랍비의 법정은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마련해준 셈이다.
종합해보건대, 유책 배우자 된 여성에게도 재혼이 보장된다는 사실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전술한 신명기 율법에서 이미 “그 여자는 그의 집에서 나가서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려니와”라고 못 박고 있듯이 말이다. 이는 노동력이 중요한 고대 사회에서 재혼을 통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함일 수도 있고, 경제력이 없는 여성이 다시 남편의 보호 아래 부양받도록 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꽤 흥미로운 법규를 소개해본다.

혼인하여 10년을 함께 살았는데 아내가 자식을 낳지 못했을 때, 남편은 자녀 낳을 의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혼당할 경우 이 여성은 다른 남자와 혼인할 수 있다. 두 번째 남편도 10년을 함께 살아야 한다. 유산한다면, 유산한 날로부터 다시 10년을 계산한다. - 미쉬나 예바못 6:6

위 미쉬나에 따르면 남편은 자녀 낳을 의무를 다해야 하므로 불임이 의심되는 아내와 이혼하고 새 아내를 얻는 것이 허용된다. 그러나 상기 법규는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당한 여성에게도 재혼이 허용됨을 분명히 한다. 재혼한 남편 역시 적어도 10년은 함께 살라는 조항은 불임 사유가 전남편에게 있을 가능성, 이 여성이 불임 대신 난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미쉬나의 법리는 여성의 이혼 조장이라기보다 재혼 장려가 아니었을까? 이런 맥락에서 ‘나쉼’이 ‘기틴’(이혼)이 아닌 ‘키두쉰’(축성, sanctification)으로 끝난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키두쉰’은 약혼인 ‘에루씬’의 다른 표현이다. 이는 혼인 관계의 해소가 다시 약혼을 통해 혼인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가치관의 반영인지도 모른다.

나가기

미쉬나는 유대 ‘가부장 사회’에서 오랜 기간에 걸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법규들의 집대성이다. 또한 유대 사회는 미쉬나에 고착하지 않고 이를 토대로 시대와 지역에 따라 논의를 거듭하며 새로운 법과 관습을 제정해나갔다. 종교 지도자들의 끝없는 대화, 해석과 통찰, 비판 내지 수용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 가부장적 권위의식이 뿌리 깊게 깔려 있으며 동시에 성 평등 의식도 여전히 뒤처진 실정이다. 이것은 OECD 국가 중 한국의 유리천장 지수가 최하위인 것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교회 내에도 여성 차별과 비하, 이혼과 재혼에 대한 금기,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여전히 존재한다. 미쉬나의 다양한 여성 관련 법리가 기독교 사회에 소개되어 보다 다양한 논의, 새로운 사유체계 형성에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1 또는 형제형혼인(兄弟型婚姻). 사회학에서는 레비레이트(Levirate)혼이라고 한다. 반대로 남편이 아내 사후 그 자매 중 하나와 혼인하는 경우는 순연혼(順緣婚, 또는 자매혼)이나 소로레이트(sororate)혼으로 불린다.
2 중세 유대 주석가 라쉬(Rashi)는 나머지 형제들에게도 나이순으로 역연혼 의무가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3 소수의견으로 랍비 메이르는 미성년 남성도 의무는 아니지만 역연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성관계 및 혼인을 할 수 있는 9세를 그 최소 연령으로 상정한다.(바빌로니아 탈무드, 게마라 61b, 111b)
4 아샴 탈루이(יולת םשא). 부지 중에 범한 죄를 위한 제물.(레 5:17-19)
5 혹은 디나르(Dinar). 은전 단위.
6 제사장의 딸은 재혼이더라도 200주즈를 상정하였다. 또한 처녀인 딸은 400주즈라는 고액의 케투바를 책정하여 남편이 쉽게 이혼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7 그레코-로만 시대에 이르러 남녀의 이혼이 수월해졌고, 로마법은 여성에게도 이혼 청구권을 허락했다. 이에 따라 헤롯 왕가의 여성들이 남편과 이혼하였고 이는 유대 사회에도 영향을 끼쳐 남성뿐 아니라 여성의 이혼 요구도 점차 증가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마태복음 5장 31-32절에 나오는 이혼 논쟁에는 이러한 시대적・사회적 배경이 깔려 있다. 미쉬나에 따르면 남편이 동거를 거부하거나 성 기능 장애가 있는 경우, 생계를 책임지지 않거나 유대교를 배교할 경우 등의 상황에서 아내도 이혼을 요구할 수 있었다.
8 랍비 메이르는 ‘무카트 에쯔’도 처녀로 간주하여 그 케투바를 200주즈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영길 |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유대문명사(M.A.)를 전공하고 텔아비브대학교에서 성서학(Ph.D.)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영국 셰필드대학에서 성서학(구약학) 박사학위 과정 중이다.

 
 
 

2019년 4월호(통권 7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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