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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문화·신학·목회 > 박충구의 죽음의 윤리 이야기 05
문화·신학·목회 (2018년 10월호)

 

  노화와 인간의 죽음
  

본문

 

한번은 쿠마에서
나도 그 무녀가 조롱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지요.
애들이, “무녀야 네가 원하는 것이 뭐니?”라고 물었을 때
그녀는 대답했지요. “죽고 싶어.”
- 엘리엇(T. S. Elliot), <황무지> 서시에서



| 불멸
불멸을 희구했던 인류의 역사는 다양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보다 영원한 것을 찾던 이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에 대하여 마음을 둘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을 의심하고 그것을 참된 본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여겼던 플라톤, 이 세상의 변하는 것들 속에서 끝없이 시달리다가 육체마저 벗어버리는 것을 참된 자유라고 여긴 스토아 철학자들도 있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을 바라보며 무상을 느끼던 이들은 자신의 몸이 노화되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인식하면서 변하는 것에는 자기 자신까지 포함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유한한 것에 불안을 느낀 이들은 보다 영원한 것을 찾으려 했다. 이들은 영원한 것을 추구하기 위해 변하는 속성이 있는 것들을 포기하기도 했다. 이런 성향의 사람 중에 단연 으뜸인 부류는 아마도 중세의 수도사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은 결국 변하는 자신의 육체를 경멸하고 보다 영원한 것이라 여기던 영혼을 가꾸며 살아가려 했다. 육체는 변하고 소멸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인간의 집착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철학자들은 영혼불멸설을 제창했고, 종교마다 영원한 생명에 대한 이론을 제기해 왔다. 불로초를 구하기 위하여 젊은 남녀를 세계 방방곡곡으로 보낸 진시황의 일화 역시 몸의 변화와 늙어감을 거부하려는 의식을 담고 있다. 최근에는 노화를 촉진하는 요소를 극소화하여 젊음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노력이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성형수술, 식이요법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어 노화의 속도를 늦추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1967년 1월 12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심리학 교수이자 생물 냉동학 재단의 설립자인 제임스 베드포드(James Bedford)는 죽기 직전 자신의 시신을 냉동 보존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베드포드는 간암이 폐로 전이되어 사망했는데, 그가 죽자 유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의 신체를 냉동 상태로 보관했다. 그는 현재 냉동인간 보관 업체인 알코(Alcor) 사의 냉동창고에 51년째 보관되어 있다. 손상 없이 신체를 냉동 보관하는 기술은, 금붕어나 개구리를 질소에 넣어 영하 196도로 급속 냉각시켰다가 해동하면 되살아난다는 실험에서 확인되었다.
사망 당시 인류가 지닌 의술은 베드포드의 병을 고칠 수 없었지만 언젠가 그의 병을 치유할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 그의 몸을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신체를 냉동 보관하게 된 동기였다. 현재 냉동 상태로 보관되고 있는 냉동인간은 약 250명에 이르고, 사후 자신의 신체에 대해 냉동 보관을 신청한 이들이 약 1,100명에 이르고 있다. 필멸할 수밖에 없는 육체의 한계를 넘어보려는 가냘픈 인간의 희망이 아닐 수 없다.
불멸을 향한 인간의 기대와 희망은 종교에서도 나타난다. 대부분의 고등종교는 불멸을 약속한다. 인간의 육체는 소멸하고 변한다 할지라도 인간이 지닌 특정 요소는 불멸이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기독교의 경우 영혼불멸설을 주장하고 있고, 부활의 희망을 가르치며, 천국에서의 영생을 믿도록 가르친다. 기독교만이 아니라 불교나 이슬람교 등에서도 신체의 소멸 이후 자아가 여전히 동일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유사한 주장을 한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영원한 속성을 가졌다고 믿는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결국 육체의 유한함과 그 마지막인 죽음을 슬퍼한다.
노화는 나이, 생체 나이, 그리고 심리적 징후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나이가 보편적인 기준이라면, 생체 나이는 건강 상태에 따라 다소 달라질 수 있고, 심리적이거나 정신적인 노화는 개인의 정신 상태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어떤 이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내심 놀라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우리는 정신보다 육신이 먼저 늙어간다. 황진이의 유혹을 물리쳤다는 조선 중종 시대의 서경덕은 시조에서 늙음에 관하여 이렇게 표현했다.

마음아 너는 어찌 그리 늘 젊었느냐
내가 늙을 때면 너라고 늙지 않겠느냐
아마도 너 좇아 다니다가 남 웃길까 하노라

늙고 싶지 않은 마음과 늙어가는 몸의 변화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쉬이 늙지 않는 마음 따라 몸의 늙어감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까 한다는 그의 시에 대하여 아마도 나이가 지긋한 이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2017년 통계에 의하면, 80세 이상의 사망자는 남성 약 4만 8,500명, 여성 약 7만 9,400명이었다. 또 90세 이상의 사망자는 남성이 8,700명, 여성이 2만 6,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보자면, 전체 사망자 중 80세가 넘는 고령자 사망이 2007년에는 31.2%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7년에는 44.8%로 상승하여 10년 동안 13.6%P 증가하였다. 성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70대 사망자는 전체 남성 사망자 중 43%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으며, 여성의 경우 80대 사망자가 전체 여성 사망자의 53.3%였다.
이런 통계는 몇 가지 의미심장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첫째, 우리는 보통 70세 이상을 살다가 죽음을 맞으며, 여성은 남성에 비하여 더욱 고령의 삶을 살다가 대부분 80세가 넘어 죽음을 맞게 된다. 둘째, 우리는 대략 20세 이후에 시작되는 몸의 노화를 50년 이상 겪는다. 셋째, 사람들은 대부분 노화로 인해 초래된 질고로 인하여 죽음을 맞게 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한다면 쟝 아메리(Jean Améry)의 주장대로 “우리는 결국 늙기 때문에 죽는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 노화와 질병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다양하게 제시된다. 유전학적으로 사람의 염색체 말단에 있는 텔리미어(telemere)의 길이에 따라 결정된다는 유전학 프로그램설이 있으며, 비유전학적인 이론으로는 우리 몸에 축적된 활성산소가 인체에 영향을 끼쳐 각종 질병과 노화의 원인이 된다는 일종의 유해산소 원인설도 있다. 이 외에도 단백질 합성 능력의 붕괴나 고분자 교차결합, 그리고 자가항원을 향한 면역체계의 공격, 불완전한 원자가 세포에 영향을 끼쳐 노화를 촉진한다는 유리기설(遊離基設) 등이 있다. 원인과 결과에 따른 각기 다른 이론처럼 보이지만 결국 노화는 육체를 가진 인간,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 겪어야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하만(Denhan Harman)은 “노화 과정”(The Aging Process)이라는 논문에서 노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노화는 시간과 더불어 일어나는 변화가 서서히 축적된 것이다. 이 변화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질병이나 죽음에 관련되거나 혹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변화의 축적이야말로 노화 과정이 일어나는 세포와 조직에서 부단히 일어나는 해로운 산화작용의 총체계나 그 작용을 불러오는 주된 요인이다.

노화에 대한 연구는 인간의 신체가 성숙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관심을 가진다.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 변화는 마음과 정신의 변화를 동반하고, 신체의 변화는 마침내 죽음에 이르는 단계로 진행한다. 이런 변화는 노화에 따른 생물학적이며 신체적인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더욱 허약해지거나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결과를 불러온다. 대부분의 젊은이는 가벼운 질병을 쉽게 극복할 수 있지만, 노인에게는 같은 질병이 치명적일 수 있다. 노화가 사람의 면역체계까지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노화와 신체 기능의 약화’는 몸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장기, 예컨대 심장, 신장, 뇌, 그리고 폐의 기능적 노화의 결과로 우리 몸의 각 장기에서 다양한 질병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나』의 저자 뉴랜드(Sherwin B. Nuland)는 노인들의 삶을 추적한 결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주범으로 ‘일곱 악당’을 지적했다. 이들은 바로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비만, 알츠하이머, 암, 그리고 감염에 의한 면역기능 약화이다. 노화된 몸이 일곱 악당에게 붙잡히면 이내 신체 기능의 저하로 인해 영양과 산소가 부족하여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뉴랜드의 분석에 따라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노화와 몸의 변화
우리의 심장 박동 능력은 나이가 들수록 저하된다. 뇌의 크기도 50세가 지나면 10년마다 2% 정도 그 용량이 줄어든다. 신장이나 간을 비롯한 우리 몸의 각종 장기도 작아진다. 이와 더불어 신진대사 기능도 저하된다. 우리 몸에 주름살이 느는 것 역시 세포교환 능력이 낮아진 까닭이다. 60세 이상이 되면 약 65%의 사람들이 고혈압을 겪는데 그 원인도 심장과 혈관의 노화 때문이다. 신체의 기능 저하 현상은 뇌와 중추신경계에서도 일어난다. 75세가 되면 심장마비가 올 확률이 45세에 비해 무려 10배나 높아진다.
건강한 심장이 분사하는 혈액은 무려 9m 높이까지 치솟을 정도여서 우리 몸의 머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혈액을 순환시키는 데 어려움이 없다. 이 심장에 이어져 있는 혈관의 총 길이는 무려 10만km, 즉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거리에 이른다. 심장 박동이 한 번 일어날 때마다 약 70mL의 혈액이 심실 밖으로 분사된다. 하루 약 10만 회가량 박동하고 있으니 하루에 약 700만mL의 혈액이 움직이는 셈이다. 심장은 혈액을 온몸에 순환시키면서 필요한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걸러낸다.
하지만 노화가 진행될수록 혈액량은 감소한다. 심장이 약해진 결과이다. 60세가 지났다면 젊었을 때 혈액 총량의 약 20%가 줄어들었다고 보아야 한다. 신장으로 보내지는 혈액량은 40세 무렵부터 매해 약 1%씩 줄어든다. 이렇게 혈액량이 감소하면 심장 근육 자체에 이상이 생기고, 그 이상은 신장과 다른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걸러져야 할 노폐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요독증을 일으키기 쉬운 상태가 된다. 요독증은 혈액 내 칼륨 과잉을 불러오고 그 결과, 심장 박동에 이상을 초래하여 어느 순간 심장 이상을 불러올지 모른다.
만일 심장 주변의 관상동맥에 이상이 생겨 급작스럽게 폐색되어 혈액 공급이 가로막히면, 그로 인하여 온몸에 공급되던 산소와 영양 공급이 중단된다. 이로 인하여 심장 세포들은 극도의 허혈(虛血) 상태에 빠지고 그 상태가 길어지면 사망에 이른다. 허혈성 심장마비 증세가 있는 사람들의 약 50-60%가 심장마비의 급습으로 생명을 잃게 된다. 모든 급사(急死)의 약 80-90%가 심장질환으로 인한 것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심장 질병은 가장 큰 죽음의 원인이다.
사람의 뇌 역시 예외 없이 노화의 과정을 겪는다. 갓 태어난 아기는 350-400g의 뇌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성장하면서 그 길이와 무게도 커져서, 일반적으로 길이는 15cm, 무게는 1300-1400g 정도로 성장한다. 성인의 뇌는 약 860억 개의 뇌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수십억 개의 신경섬유와 수조 개의 회로(synapses)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50세 정도가 지나면 10년마다 우리 뇌 전체 무게의 약 2%가 줄어든다. 뇌도 노화와 더불어 퇴화하고 그 기능을 조금씩 잃어간다.
사람의 뇌는 크게 뇌간, 소뇌, 대뇌로 나눌 수 있다. 뇌간은 뇌의 가장 안쪽에 있으며 생명을 유지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호흡, 심장운동, 혈관의 수축과 이완, 하품, 기침, 재채기, 구토 등과 같은 반사 작용도 뇌간에서 이루어진다. 뇌간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할 정도로 뇌간의 생명 유지 기능은 중차대하다. 대뇌나 소뇌는 어느 정도 손상이 있을지라도 곧바로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뇌간에 작은 상처가 나거나 출혈이 생기면 죽음을 맞을 정도로 생명 유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운동 능력을 담당하는 뇌의 전두부에서 신경세포의 20-50%가 상실될 수도 있고, 시신경 쪽도 50%가량 상실될 수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뇌 피질 중에서 고위지각조절 영역이 여러 겹으로 포개져 있어서 사멸화 정도가 낮다는 사실이다. 뇌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노인이 되어도 정신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영역은 남아 있는 셈이다. 노화로 뇌 기능이 저하되면 갑작스러운 졸도나 의식불명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런 현상은 뇌세포의 수적 감소, 즉 뇌의 신경세포가 재생산과 교체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못하여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뇌에 미치는 치명적인 질환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뇌졸중이다. 혈관의 노화는 약 16세 전후부터 일어나며, 일단 노화되면 되돌릴 수 없다. 뇌졸중은 크게 보아 뇌에서 출혈이 일어나 생기는 뇌출혈과 뇌혈관 이상으로 혈액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뇌경색으로 나눌 수 있으며, 뇌졸중의 약 30%는 아직도 그 원인을 밝히기 어렵다고 한다. 뇌졸중은 많은 경우 사망으로 이어지며, 회복한다 하여도 상당수가 의식장애, 언어장애, 행동장애를 겪게 된다. 나이가 들어 노화가 깊어지면 뇌졸중의 위험도 증가한다. 50대 이후에는 10년마다 뇌졸중의 빈도가 이전에 비하여 2배 이상 높아지며, 남성은 여성에 비하여 그 빈도가 더 높다. 한번 뇌졸중을 겪은 이는 그 위험이 더 높아진다. 이런 뇌 질환의 원인 역시 다름 아닌 노화이다.
공포소설 작가이자 <쇼생크 탈출>로 널리 알려진 스티븐 킹(Steven King)은 50세가 넘어가면서 가장 마음에 두렵게 느끼는 것이 바로 “알츠하이머병, 치매,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정신활동을 중시하는 이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지적 능력의 상실일 것이다. 지적 능력을 상실한 소위 ‘치매 환자’는 우리 사회에서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치매 환자가 늘어난 이유는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초고령층이 상당히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갑작스럽게 죽게 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날에는 노화의 과정을 통하여 서서히 죽어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중에 약 3분의 1에 이르는 이들이 다양한 형태의 치매 증상을 보인다. 2017년 치매 환자는 전국적으로 약 70만 명으로 이미 65세 이상 인구의 10%에 달하고 있다. 치매 환자의 증가는 곧장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져 2017년에는 치매 환자 1인당 약 2,074만 원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로 인한 의료비는 2017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약 15조 원이 소요되었다. 2050년경에는 그 비용이 무려 78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치매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이며(대략 9-12년),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매우 힘들게 만든다. 치매는 기억 능력의 약화만이 아니라 부분적인 혹은 전폭적인 기억의 상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치매가 발생하는 요인 또한 노화로 인한 뇌세포 기능의 약화 혹은 파괴이다. 치매가 심하면 인격과 자기의식까지 모두 상실한다. 영국의 전 수상 마가렛 대처, 전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의 정치인 윈스턴 처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배우 찰톤 해스턴, 그리고 형사 콜롬보 역을 연기한 피터 포크도 말년에 치매를 앓다가 사망했다.
이 밖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심각한 질병은 암이다. 우리 몸을 형성하고 있는 3-4조 개의 세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정상 세포는 형성, 성장한 후 소멸한다. 하지만 암세포는 비정상적으로 끊임없이 자라고 분열한다. 대부분의 암은 세포군을 형성하여 단단한 종양의 성격을 가지지만 혈구암과 같은 경우는 그런 종양의 형태를 가지지 않는다. 미국 보건성은 암이란 “연관된 질병의 총체”라고 규정했다. 암은 우리 몸의 어느 곳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일단 발생하면 급속도로 증식하거나 혈액 혹은 림프기관을 통해 몸 안의 다른 곳으로 전이된다. 암이 발생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깊게 그 원인을 파고들면 역시 노화라 할 수 있다.
암은 오늘날 생명을 단축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제1의 습격자’라는 악명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암 사망률은 1983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0년 기준 암 발병자는 10만 1,772명으로 발병률(인구 10만 명당)은 214명이었으나 2016년에는 암 발병자가 21만 4,701명으로 발병률은 421.4명에 달했다. 2016년 암에 의한 사망률은 153명으로 모든 질병 중에서 가장 높으며, 이는 심장 질환 사망률의 2.8배, 치매 환자 사망률의 9배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의료보험 정책으로 암 생존율이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여성 78.2%, 남성 62.2%, 평균 70.3%) 암은 여전히 제1의 사망원인으로 굳게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 총 사망자의 약 4.6%인 1만 3,09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 평균 44명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셈이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우리나라 평균 자살률은 27명으로 OECD국가 중 최상위를 점했다. 이 수치는 OECD 자살률 2위인 헝가리(19.4명)에 비하여 약 1.4배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70세 이상 노인 인구의 자살률은 54명으로 OECD 평균인 18.4명의 3배나 되었다. 그중에서 80대의 자살률은 OECD 노인 자살률의 4배인 78.1명에 달한다. 이렇게 노인 자살률이 높은 까닭은 노후의 삶을 뒷받침할 만한 경제적 여건의 미비, 핵가족화로 인한 고립, 그리고 노화로 인한 질병 때문으로 추정된다.
노화가 불러오는 몸의 변화는 생명력의 지속적 약화로 이어지고, 지치고 낡은 몸은 각종 질병의 습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노화된 몸을 지켜내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오늘날은 보건의료의 혜택으로 과거 사람들에 비하여 수명이 배나 연장된 생애를 살아간다. 그런 현대인은 노화로 인한 몸의 변화를 겪으며 다양한 질고와 고통을 짊어지고 살다가 죽음을 맞는 것이다.

| 나오는 말
글 첫머리에 일부를 소개한 것처럼, 영국 시인 엘리엇은 그의 장시(長詩) <황무지> 서두에 짧지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쿠메의 무녀(舞女) 이야기이다. 쿠메 출신의 젊고 아름다운 무희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경탄해 마지않았던 아폴로는 흥에 겨워 그녀에게 무엇이든지 소원을 말하면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무녀는 허리를 굽혀 땅에서 흙을 한 줌 가득히 집어 들더니 주문을 외듯 공중에 흩뿌리며 소원을 말했다. “이 먼지 수만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을 주세요!” 그녀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그녀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가 알고 있던 사람은 모두 죽었다. 그런데 불멸의 몸은 가졌으나 노화를 멈추게 하는 힘은 그녀에게 없었다. 생이 반복될 때마다 그녀의 몸은 늙고 쪼그라들어 추한 모습이 되었으며, 마침내 조그만 새장에 매달려 멈추지 않는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동네 아이들이 찾아와 새장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무녀야 너는 뭘 원하니?” 그러자 그녀는 힘없이 대답했다. “나는 죽고 싶어.” 영원한 삶을 소망했던 무녀의 소원은 그녀를 행복하게 하지 못했다. 그녀는 노화로 인해 아름다움을 잃었고 주름져 쪼그라든 모습으로 죽기만을 소망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수명이 연장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육체는 불멸을 탐하기에는 쿠메의 무녀와 다를 바 없이 너무나 모순적이고 취약하다. 우리의 몸에서 일어나는 노화는 결국 우리 각자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길거나 짧은 생애가 있을 수 있으나 우리 모두는 성인이 되자마자 몸에서 시작되는 노화를 막을 수 없다. 그리고 죽음도 거부하거나 막을 수 없다. 심지어 쿠메의 무녀처럼 살아 있으나 인간의 존엄함을 누릴 수 없어 차라리 죽기를 소원하는 경우도 있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죽음이 있으므로 삶이 의미를 가진다.”라고 했다. 생명과 노화되는 몸, 그리고 죽음 역시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선물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부단히 찾아야 한다.

박충구 | 감리교신학대학교 및 동 대학원을 마치고 독일 본대학 및 미국 드루대학에서 공부했다. 감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 생명과평화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10월호(통권 7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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