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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신학·목회 (2018년 6월호)

 

  흑인신학의 창시자 제임스 콘의 서거에 부쳐
  

본문

 

5월 7일, 뉴욕 맨해튼의 리버사이드교회에서 흑인 해방신학의 창시자인 제임스 콘(James H. Cone) 교수의 장례예배가 진행되었다. 콘 교수는 1969년 이래로 뉴욕 유니언신학교 조직신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12권의 저서와 150여 편의 논문을 저술하였으며, 가장 영향력 있고 탁월한 20세기 신학자로 평가되곤 한다.
제임스 콘은 1938년 8월 5일 아칸소주의 포다이스(Fordyce)에서 출생하였다. 주도(州都) 리틀록(Little Rock)에서 약 100km 떨어진 조그마한 동네이다. 그는 한 살 때 부모를 따라 그곳에서 20km 정도 떨어진 비어든(Bearden)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그곳의 마케도니아 아프리카 감리교 감독교회(Macedeonia African Methodist Episcopal Church: AME)에서 성장하여 열여섯 살에 목회자가 되었다. AME 교회의 감독이 된 동생 세실 콘(Cecil W. Cone)과 더불어 흑인교회의 신앙적 경험이 흑인의 실존적인 의식과 신학적 자각을 통해서 흑인 해방신학의 모태가 된 것이다.
이후 게렛신학교에서 신학석사(M. Div.)를 마친 후 1965년 노스웨스턴대학에서 바르트의 인간학에 관한 논문으로 첫 흑인 철학박사(Ph. D.)가 되었다.
제임스 콘은 1967년 여름 디트로이트의 흑인 봉기를 목격하였다. 그는 흑인 인권운동에 대한 백인 목사들과 신학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흑인 인권운동의 방향에서 이제 필요한 것은 백인신학과 단호하게 결별하고 신학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방법이라고 자각하였다. 또한 이 새로운 신학은 흑인 경험과 흑인 문화와의 대화를 통해서 우러나와야 한다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것은 교회가 20세기 가까이 이어져 다룬 ‘신에 대한 사고’와, 흑인 종교경험의 기본적 형식인 흑인 동족들의 노래와 말에 반영된 흑인의 삶의 현장 사이에서 갈등과 모순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칼뱅이나 불트만이나 바르트의 신학은 흑인들에 대한 사형(私刑, lynch), 성폭행, 경찰의 폭력 등 흑인들이 당하는, 철저히 구조적이며 사회적인 인종차별에 의한 폭력 체험에서 생겨나는 물음에 답을 줄 수 없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이 문제는 흑인의 종교경험과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이며 정통적인 신학 사이의 간극에 관한 문제였다.
그는 첫 저서 『예수와 흑인혁명』(Black Theology and Black Power, 1967)을 통해 성서의 메시지가 블랙 파워 혁명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추적하였다. 이어 『흑인 신학과 흑인 해방』(A Black Theology of Liberation, 1970)을 저술하면서 그는 인종차별에 대해 분노에 찬 흑인신학뿐 아니라 제3세계 신학을 위한 에큐메니컬 해방신학을 추구하는 전위에 선 신학자로 부각되었다. 이 저서에는 그는 흑인 해방신학의 관점에서 ‘흑인신학’(Black Theology)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백인 중심의 기존 서구신학과 대조되는 흑인신학을 창시하
였다.
그의 신학적 성찰은 그의 성장지인 아칸소주 비어든의 흑인교회로부터 시작된다. 이 교회는 그에게 흑인들의 리듬과 감정에 나타난 삶의 핵심을 깨우쳐주었다. 미국의 인종차별적 사회 속에서 그는 비어든교회에서 영혼의 감화와 자유를 위한 감동을 얻었으며, 기도와 노래와 설교를 통한 하나님 임재의 체험을 한 것이다. 흑인들의 예배와 음악 속에서 그리스도의 진정한 복음의 의미를 발견한 콘의 흑인신학은 그 신학적 입장, 내용, 스타일이 아우구스티누스나 바르트에서 계승된 서구의 신학적 전통과 다른 이유를 설명한다.
콘 교수는 지식사회학을 활용해서 “인간의 이념적 표현(idea, thought)은 사회적 문맥(social context)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백인과 흑인의 사회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삶의 실존적 질문과 대답의 형태도 다르다.”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의 흑인신학이 형성된 배경을 보면 그가 백인신학의 신학적 허위의식을 비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적어도 인종차별(racism)이라는 측면에서 기존 신학은 결정적으로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흑인들의 고통과 고난에 대한 백인신학의 신학적 배신을 경험한 콘 교수는 복음이 해방을 위한 흑인들의 투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물음을 제기하면서 흑인해방운동을 하나님의 구원과 연결시키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학이 말하는 복음의 내용이 가져야 할 구조적 관점은 ‘억눌린 자의 해방’이라는 점을 철저하게 견지한다. 저서 『눌린 자의 하나님』(God of the Oppressed, 1975)에서 그는 복음이 하나님의 계시라고 말한다. 그는 이 계시가 예수 그리스도의 해방 사건 속에 나타났음을 분명하게 주장하며 그 증언이 성서라고 밝힌다.
이후 콘 교수의 신학적 역할은 ‘제3세계 에큐메니컬 신학자회의’(Ecumenical Association of Third World Theologians)의 창립에 영향을 주었다. 1976년 한국을 방문함으로 유신독재 치하에서 민주화운동을 치열하게 전개하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 민중신학자들과의 신학적 교류와 연대가 시작되었다. 한국 민중신학이 에큐메니컬 연대를 위해 편찬한 『민중과 한국신학』(NCCK 신학위원회 편)의 영어 저술에 서문과 추천사를 쓸 때 한국 민중신학을 아시아의 대표적인 해방신학으로 평가하면서 연대를 지속하였다.
콘 교수의 신학이 말하는 핵심 내용을 지적하면 ‘흑인 하나님, 흑인 그리스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가 주장하기를, 만약에 하나님이 백인이라면 그분은 진정한 하나님이 될 수 없다. 또 그의 신학에는 흑인의 고난과 인종차별의 경험이 하나님과 그리스도 신앙과 철저하게 연대되어 있다. 콘의 주장에 따르면, 성서가 증언하고 있는 하나님은 흑인사회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거역하고 있는 모든 세력을 말살하는 실제적 능력이 되시는 분이다. 그래서 그는 성서적 하나님이 흑인해방투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접점에서 흑인신학의 출발점을 찾는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론이 억눌린 자의 해방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진정한 기독교 신학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콘 교수의 그리스도 예수에 대한 이해는 “신약성서에 묘사된 억눌림 당하는 자와 예수의 연대가 오늘 흑인의 상황과 어떻게 연관되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흑인 그리스도’로 요약된다. 콘 교수의 그리스도론은 성서에 나오는 예수와 억눌린 자들과의 연대가 오늘 흑인 상황과 연속성이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흑인 그리스도의 개념은 흑인 공동체 안에서 해방의 힘으로 현존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
이다.
콘 교수가 신학의 방법론과 신학 형성의 자료로 제시하는 흑인들의 영가와 블루스 음악, 흑인 설교집들은 흑인 자신들의 공동체의 핵심 의미를 담아낸 문화 안에서 표현된 것이다. 그의 신학은 서구의 전통적인 형이상학적 방법론이나 철학적 질문에서 출발하는 방법론인 ‘위로부터의 신학’(up side)과 철저하게 대비되는 ‘아래로부터의 신학’(under side)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신학적 해석학과 전개를 위해서 사용된 ‘이야기 신학’(story-telling style)은 영향력을 미쳐 아시아 신학과 아프리카 신학에서 새로운 신학적 형성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콘 교수의 후기 신학은 미국에서 전개되어 온 흑인인권운동의 두 물줄기를 비판적으로 종합하는 일에 공헌하였다. 이것은 마틴 루터 킹의 비폭력적 흑인인권운동과 말콤 엑스의 흑인파워운동 같은 과격한 운동을 합류하여 미국 사회에서 흑인의 실존적 존엄성을 세우고 인종차별적인 구조적 폭력을 극복하려는 것이었다. 동시에 흑인 사회의 종교문화적 축과 정치사회적 축의 두 지평을 종합, 확대하고 심화시켜 흑인 공동체의 의식과 삶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었다.
한국 신학계에는 콘 교수의 지도와 가르침을 받고 박사학위 과정을 마친 그의 제자들이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를 은퇴한 필자를 비롯하여 정현경 교수(뉴욕 유니언신학교), 구춘서 총장(한일장신대),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등 많은 제자와 후학이다.
그리고 제1세대 민중신학자 대부분이 제임스 콘과 친분을 나누며 깊은 신학적 교류를 하였다. 제임스 콘 교수의 후원에 힘입어 고 현영학 교수(이화여대)와 서광선 명예교수(이화여대)가 유니언신학교의 에큐메니컬 초빙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그는 문동환 교수, 김용복 교수 등 한국의 여러 민중신학자와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1997년 가을학기, 필자와 함께 강일구 박사(전 호서대학교 총장)가 첫 한국 학생으로 유니언신학교 세미나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 당시 제임스 콘 교수의 열정에 넘치는 강의와 날카로운 신학 전개, 부드럽고 따뜻한 모습에 크게 감명받았다. 이 아름다운 신학적 충격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이제 20세기 말의 위대한 신학자이며 현대신학의 지평 위에 서서 포효하던 한 예언자 제임스 콘 교수는 하나님의 품에 영면하였다. 부디 그의 신앙과 신학적 열정과 창조적 신학의 혜안이 널리, 그리고 오래 이어지고, 그 역사적 영향력이 지속되길 바란다.

서창원 | 드루신학대학원(M. Div.)과 뉴욕 유니언신학대학원(Ph. D.)을 졸업하였으며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쳤다. 저서로는 『제3세계신학』, 『살림의 신학』, 『어울림의 신학』 등이 있다.

 
 
 

2018년 6월호(통권 7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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