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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문화·신학·목회 > [탁사 최병헌의 연설문 모음집 『연설초집』 12 (마지막 회)]
문화·신학·목회 (2024년 1월호)

 

  천국(天國)을 건설하는 데 본회(本會)1의 종교부(宗敎部)가 각 교회에 여하(如何)한 의탁(依托)이 있음
  

본문

 

○ 오래전에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어떤 목사님이 복음[道]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설교를 듣던 사람 중에 많은 이들이 앉아서 졸았습니다. 이에 그 목사님이 “여러분은 모두 잠에서 깨어나 간절한 마음으로 복음을 들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일어나서 “목사님, 귀찮겠지만[敢煩] 사람들이 졸지 않도록 목사님이나 설교[講道]를 잘하시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제 제가 이 자리에서 여러 어르신[父老]과 형제들에게 “떠들지 말고 조용히 귀 기울여 들으시라.”라고 하면, 여러분 중에 어떤 사람은 “지금 듣고 있는 우리에게 정중히 요청하여 떠들지 않도록 약속을 받고 연설하시라.”라고 할 것입니다. 감히 청하건대, 여러 동포들은 각자의 신분을 잘 지켜서 모범이 될 만한 예의범절[儀範]을 스스로 행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이제 위의 제목을 보건대, 무릇 의탁(依托), 즉 ‘남에게 의뢰하고 부탁한다.’는 것은 연합과 교제(交際)가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만약 서로 연관되거나[聯絡] 서로 돕는 것[相助]이 없다면, (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지탱하여 보전하지[支保] 못할 것입니다. 짐승 중에 각각 한 발씩만 가진 짐승들이 있어서 서로 기대고 의탁하면서 길을 가고 있는데, 만약 서로 떨어지게 되면 엎어지고 넘어져서 불행해지고 맙니다. 이처럼 일이 번갈아가며 어긋나는 것[遞違]을 가리켜 낭패(狼狽)2라고 합니다.
옛날에 하반신장애인[躄者]과 시각장애인[瞽者]이 서로 이웃이 되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전쟁[兵革]3이 일어나 사람들이 난리를 피해서 바쁘게 도망치는 바람에 마을은 텅 비었고 닭 울음과 개 짖는 소리도 사라졌습니다. 이에 하반신장애인[躄]이 시각장애인[瞽]에게 “지금 피비린내 나는 바람이 불고, 핏빛 비가 내려서[腥風血雨] 사람들이 모두 난리를 피해 도망가는데, 자네와 나는 앉아서 그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니 그야말로 동병상련(同病相憐)일세.”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시각장애인[瞽者]이 대답하기를, “나에게 묘책이 하나 있으니, 어쩌면 살기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네. 자네와 내가 서로 의지하면 되네. 자네는 눈이 있어서 능히 볼 수 있고, 나는 다리가 멀쩡하여 걸을 수 있으니, 이 어찌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온전한 묘책이 아니겠는가!”라고 했습니다. 이에 시각장애인[瞽]과 하반신장애인[躄]은 서로에게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주고받아서 능히 환난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그야말로 서로 의지하고 서로 부탁하여 합일(合一)에 도달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의탁하는 힘이 어찌 중대한 것이 아니라 하겠습니까.

○ 상업(商業)으로 이를 논할지라도 가난한 사람은 그 재물의 주인[財主]을 의지하여 사역(使役)하고, 재물의 주인은 지혜로운 자에게 일을 맡기고 재물을 운영하도록[運算] 해서 사업을 일으킬 희망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만약에 연합하고 서로 의지하지 아니하면 상업사무[商務]는 반드시 쇠잔하여 모두 없어지게[殘廢] 될 것입니다.

○ 학회(學會)를 예로 들자면, (학회에는) 기부금[義捐]을 내는 사람이 있고 회보(會報)를 저술(著述)하는 사람도 있으며, 학회의 자료를 인쇄하는 사람[印刷者]도 있어서 학회회원[學員]들을 권장하며 학회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만약 서로 의지하고 부탁해서 맡기는[囑托] 힘이 없다면, 능히 학회를 지탱하고 보존하기[支保] 어려울 것이니, 이 모든 것은 여러분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바입니다.

○ 일반[外地] 사회도 모두 그러한데, 하물며[矧玆] 우리 청년회가 의탁이 없이 어찌 유지될 수 있겠습니까. 청년회 중에는 교육과 운동 등을 제각각 담당하는 부서가 있고, 각 부서는 서로 의탁함으로써 진흥하게 됩니다. 그중에 종교부(宗敎部)는 하늘나라[天國]를 세우는 일에 있어서 각 교회 예배당에 의탁하는 등 교회와 깊이 관계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청년회는 입교의 또 다른 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구세주[救主] 예수께서 말씀하시기를, “마땅히 좁은 문으로 나아가라. 인도하여 생명에 이르는 그 문은 좁고 그 길이 험하여 그곳에 들어가는 사람이 적다.”4라고 하셨습니다. 또 말씀하시기를, “나는 곧 길과 생명과 진리이다. 나를 말미암지 않는 자는 아버지께로 올 사람이 없다.”5라고 하시고, 또 말씀하시기를, “나는 곧 양의 문이니 나로 말미암아 들어오는 자는 구원을 얻는다.”6라고 하셨습니다.
길이 아니면 사람이 능히 다닐 수 없고, 문이 아니면 능히 들어갈 수 없으니, 우리 청년회[會]의 종교부는 곧 예배당의 문(門)과 길[路]입니다.
(여러분 주변에) 험한 길과 좁은 문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청년회로 그를 인도하면 됩니다. 우리 청년회[會]의 문은 관대하고, 종교부[部]의 길은 평탄하여 처음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입회하기에 용이합니다.
서양 속담[西諺]에 “청년회는 다른 사람의 소[牛]를 빌려서 자신의 밭을 경작하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다만 하나를 아는 것이요, 둘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만일에 소를 보내고 많이 경작하게 되면 반드시 수확하는 날이 있을 것이니, 각 교회[敎堂]에서 전도사(傳道師)를 청년관(靑年舘)에 많이 보내어 청년을 가르치고 키우는[培養] 만큼 신자들[敎徒]을 많이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청년본부(靑年本部)가 어찌 각 교회의 문과 길이 아니겠습니까.

○ 지금 이 세상이 보고 있는 문(門)과 길[路]은 곧 하늘 위에 있어서 볼 수 없는 문과 길의 그림자이니, 지금 세상의 문과 길에 들어가지 않는 자는 또한 능히 내세의 문과 길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날이 당도하면 많은 사람들이 하늘나라[天城]의 문에 들어가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천사(天使)가 그를 막아설 것입니다. 그러면 학문과 지식으로 사다리를 삼아 넘어가고자 할 사람도 있을 것이며, 부귀와 권위로 높은 망루와 뜬 다리[浮橋]를 삼아서 들어가고자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천사가 반드시 성령의 검을 휘둘러 베어서 어느 누구도 넘어 들어가지[踰入] 못하게 할 것입니다.

○ 그러므로 먼저 청년회 종교부의 문에 의탁하여 각 교회[敎堂]를 연합하면 반드시 영생(永生)과 참된 즐거움을 얻게 될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렇게 좋은 기회를 잃지 말고 낭패를 당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 “탁사 최병헌의 연설문 모음집 『연설초집』”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탁사의 글을 현대문으로 번역해주신 이동원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편집부

주(註)
1 이 글에서 말하는 본회(本會)는 문맥상 ‘황성기독교청년회’를 말하는 것으로 본다.
2 원문에서 탁사는 ‘이리 패(狽)’ 대신에 ‘조개 패(貝)’를 써서 ‘낭패(狼貝)’라고 적고 있다. 이는 오기로 보인다.
※낭패(狼貝): 낭(狼)과 패(狽)는 모두 이리의 일종(一種)으로서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으며, 패(狽)는 그와 반대(反對)이다. 이 두 짐승이 나란히 걷다가 서로 사이가 벌어지면 균형(均衡)을 잃고 넘어지게 되므로 당황(唐慌·唐惶)하게 되는 데서 유래(由來)한 말이다.
3 병혁(兵革): ① 병(兵)은 병기(兵器), 혁(革)은 갑옷으로 군사들이 사용하는 무기류를 총칭함. ② 무장한 군대를 뜻함. ③ 전쟁을 비유함. “병혁(兵革)”,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편, 《한국고전용어사전(2권)》(서울: 세종대왕기념사업회, 2001).
4 마태복음 7장 13-14절 참조.
5 요한복음 14장 6절 참조.
6 요한복음 10장 7-9절 참조.


이동원|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1년부터 성실서당에서 한문을 익혔으며, 지난해 탁사 최병헌의 『만종일련』을 역주하여 펴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인자교회에서 목회하고 있으며, 기독교고전번역원 번역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4년 1월호(통권 7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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