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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문화·신학·목회 > [나그함마디 문서의 이해 05]
문화·신학·목회 (2022년 11월호)

 

  『셈의 풀이』에 나타난 우주론과 구원자의 모습
  

본문

 

신약성서에는 옷과 갑옷에 관한 직접적 또는 은유적 표현이 여러 곳에 나온다. 이러한 은유는 대개 옷이 가지는 신체에 대한 보호 기능과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기능을 이용해서 신앙생활을 설명한다. 로마서 13장 12-14절에서 바울은 어둠의 행실을 벗어버리고 빛의 갑옷(12절, 호플론, ὅπλον)을 입고, 더 나아가 아예 그리스도로 옷을 입으라고(14절, 엔뒤오, ἐνδύω) 권고한다.
또한 갑옷은 전쟁에 나가는 장수와 군사가 입는 것으로 악한 세력과 적대자들을 대항하는 용도로 많이 언급된다. 에베소서는 이 갑옷이 이 세상의 통치자들뿐만 아니라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악한 영들과 싸울 때 입는 “중무장한 군사를 위한 완벽한 장비”1라고 기록한다.

11 악마의 간계에 맞설 수 있도록, 하나님이 주시는 온몸을 덮는 갑옷(파노플리아, πανοπλία)을 입으십시오.
12 우리의 싸움은 인간을 적대자로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들과 권세자들과 이 어두운 세계의 지배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을 상대로 하는 것입니다. 13 그러므로 하나님이 주시는 무기(파노플리아)로 완전히 무장하십시오. 그래야만 여러분이 악한 날에 이 적대자들을 대항할 수 있으며 모든 일을 끝낸 뒤에 설 수 있을 것입니다.(엡 6:11-13, 새번역, 두꺼운 글자는 필자의 강조임)


에베소서와 비슷하게 나그함마디 문서의 『셈의 풀이』에서도 ‘옷’이 악한 통치자와 영적 세력에 대항하는 역할을 한다. 즉 데르데케아스(Derdekeas)라는 구원자가 ‘불의 옷’을 입고 혼돈(chaos)으로 내려와서 모든 빛에 속한 것들을 구원하려고 한다.(18,1-17)2 이 옷(흐보스, hbws)은 구원자가 구름을 통과해서 여행할 때 갑옷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18,9-16), 악한 세력을 몰아내서 진정한 프뉴마의 힘(뒤나미스)이 퍼져나갈 수 있게 만들고(12,23-35; 18,27-19), 셈의 후손들이 적대적인 영역을 벗어나게 돕는 역할도 한다(43,9-11).3 신약성서에서 산발적으로, 낮은 빈도로 ‘옷’(갑옷)이 언급되는 것과 달리, 『셈의 풀이』는 옷(갑옷)에 관한 풍부한 은유를 제공한다.[참고로 데르데케아스라는 이름은 아람어 ‘드르크’에서 파생된 것으로 ‘남자아이’라는 뜻을 가지며, 나그함마디 문서(『요한 비밀서』, 『이집트인들의 복음』 등)에 종종 언급되는 ‘구원자 아이’와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4
잘 알려져 있듯이, 노아는 셈과 함과 야벳이라는 세 아들을 두었다.(창 6:10) 대홍수 후에 노아가 포도주를 마시고 벌거벗은 채로 천막에서 잘 때 셈과 야벳은 함과는 달리 아버지의 수치스러운 모습을 겉옷으로 덮어드렸다. 잠에서 깬 노아는 “셈의 주 하나님은 찬양받으실 분이시다. 셈은 가나안을 종으로 부릴 것이다. 하나님이 야벳을 크게 일으키셔서, 셈의 장막에서 살게 하시고, 가나안은 종으로 삼아서, 셈을 섬기게 하실 것이다.”라고 말한다.(창 9:26-27, 새번역) 이처럼 구약성서 자체도 셈을 세 아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묘사하는데, 셈을 중심으로 함(가나안의 조상)과 야벳의 위치를 결정한다. 즉 셈의 하느님은 찬양받으실 분이고, 셈은 함을 종으로 부리게 될 것이며, 야벳은 융성하여 셈의 보호를 받으며 살게 되리라는 것이다. 『셈의 풀이』는 바로 이러한 구약성서에서의 셈의 위치와 역할에 주목하여 셈과 셈의 후손을 각각 선택받아 깨달은 자와 영적인 자손으로 그리고 있다.5 비록 『셈의 풀이』에서 그리스도교적 요소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마치 다니엘과 에스겔을 매개로 하느님의 묵시적 말씀을 전달한 것처럼, 구약성서의 중요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모든 것의 기원이 되는 ‘메가또스’(megethos)와 그의 아들 데르데케아스를 통한 인류의 구원 계획을 기술한 것이다.(‘메가또스’는 콥트어로 ‘위대한 전능자라는 뜻이며, 영어로는 ‘Majesty’로 번역된다.)

『셈의 풀이』의 서론적인 문제와 주요 내용

『셈의 풀이』는 나그함마디 코덱스 7권의 첫 번째 문서인데, 나그함마디 문서 전체에서 가장 길고 사본의 보존상태도 매우 좋다. 약 50쪽의 콥트어 사본 중에서 마지막 몇 쪽 정도만 없고 나머지 부분은 완벽하게 남아 있다.6 이 문서의 장르는 묵시문학의 형식을 띠고 있다. 매우 복잡한 내용과 구조를 가지는 이 문서는 그리스도교의 특징을 나타내지 않는 전형적인 영지주의 체계를 보여준다.7 이 문서에는 셋파 영지주의에 나타나는 삼위의 ‘아버지’, ‘어머니’, ‘스스로 태어난 자’와 같은 핵심 요소들이 없다. 그 대신 2위(dyadic)의 구조를 가지는데, ‘아버지’와 ‘그의 아들’로 통칭되는 1위와, 그에 비해서 아래에 있고 중재하는 속성을 가지는 ‘프뉴마’(Spirit)로 구성된다.8 『셈의 풀이』와 종종 비교되어 언급되는 문서는 히폴리투스(Hippolytus)의 저서(Elenchos 5.19-22)에 나오는 셋파 영지주의에 속하는 『셋의 풀이』이다. 최초의 우주에 존재하는 세 개의 힘에 관한 묘사는 두 문서가 유사하나, 『셈의 풀이』와 대조적으로 『셋의 풀이』에서는 그리스도교의 특징이 많이 나타난다.9
『셈의 풀이』에는 구약성서의 배경과 내용이 어느 정도 나오지만, 신약성서 배경과 내용은 많지 않다. 다른 영지주의 문서(『이집트인들의 복음』, 『빌립복음』 등)와 달리 그리스도교에서 강조하는 침례(세례)를 반대하는 내용은 마니교와 아주 유사해서 이 문서에서 마니교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이 문서는 마니교의 창시자 마니(Mani) 이전의 종교적 특징까지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10 예를 들면, 데르데케아스는 다음과 같이 셈에게 말한다.

그때 악마(demon)가 불완전한 침례식으로 침례를 주기 위하여 강가에 나타나서 물의 속박으로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다. 나는 믿음의 생각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나타나서 나의 능력의 위대한 행위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나는 솔다스라는 악마로부터 나의 믿음의 생각(thought of faith)을 분리할 것이다. 그리고 프뉴마가 가진 빛을 나의 무적의 옷과 섞을 뿐만 아니라, 너와 너의 후손을 악한 카케(흑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내가 드러내고자 하는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과도 섞을 것이다.(30,21-36)11

위 인용문은 요단강에서 세례를 준 세례 요한의 모습을 상기시킬 뿐만 아니라 정결 의식을 통해 침례를 강조하는 유대교에 대한 반대를 표현하고, 또한 그리스도교의 세례 신학을 부정한다.12 프뉴마가 가진 빛은 이중적인 역할을 하는 프뉴마의 마음이다. 데르데케아스는 자신이 입고 있는 무적의 옷의 힘을 프뉴마의 마음과 선택한 (비록 어둠 속에 있지만)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그들을 보호한다.
또한 『셈의 풀이』는 데르데케아스를 구원자의 모습으로 매우 상세하게 묘사하는데, 마치 그것은 “그리스도교의 선재하는 하느님의 아들에 관한 개념”13과 비슷하다. 그 역할도 예수 그리스도와 비슷하여(특히 요한계시록의 예수), 초기 영지주의자들이 가졌던 ‘구원자’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구원자 데르데케아스는 변하지 않는 영원한 ‘빛’의 아들로서 셈에게 계시를 보여주고 설명한다. 그러나 시간 순서를 따르지 않고 앞뒤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데다가 용어가 자주 바뀌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14
『셈의 풀이』의 저자, 저작 장소, 저작 연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이 문서의 저자는 신화적 인물인 셈을 주요 화자와 기록자로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저자 자신에 관하여는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고 있다. 다만 우주론과 인간론이 매우 정교하고, 주류 영지주의자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발렌티누스파의 신학보다 많이 확장되어 있으며, 주류 그리스도교에 대한 치열한 논쟁 또한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종합하면 『셈의 풀이』의 저자는 2세기 말이나 3세기 말경에 그리스어로 이 문서를 작성한 사람으로 추정된다. 저작 연대에 관해 살펴 보면, 코덱스 7권의 표지를 구성하는 파피루스에 당시 시의회 의장의 보증을 담보하는 내용과 연도(348년)가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15 이 문서는 4세기 중반에 사하딕(Sahidic) 콥트어로 번역되었고 원본은 어느 시점에 소실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16 저작장소로는 시리아나 메소포타미아 지방이 거론된다. 이 문서와 마니교(Manichaeism) 간의 유사성을 참작하면 서부 시리아, 특히 에데사(Edessa) 지역이 가장 유력한 저작 장소로 추정된다.17

『셈의 풀이』에 나타난 우주론과 구원자 모습

『셈의 풀이』에는 두 명의 주요 화자가 등장한다. 한 명은 계시를 받는 셈(Shem)이고, 다른 한 명은 계시자이면서 구원자인 데르데케아스(Derdekeas)이다. 셈은 환상 중에 하늘로 올라가서 계시를 받기에 일반적인 묵시문학의 틀을 따른다. 하지만 계시의 끝부분에서, 즉 환상에서 깨어날 때(41,21-30)가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18 다시 말해 데르데케아스가 셈에게 나타나서 계시를 보여주고 그것에 관해 직접 설명하므로, 실제로 계시의 풀이 부분까지 많은 것을 데르데케아스가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33,18ff; 34,15f)
먼저 셈은 참된 빛으로 나오는 메가또스(megethos, 위대한 전능자)의 뜻에 따라 그의 몸과 마음이 하늘로 들려 황홀한 환상을 경험한다.(1,16-2,19) 그때 데르데케아스가 처음 나타나서 우주의 근본적인 힘에 관해 말한다. 그 힘은 하나의 형태 안에 있는 빛으로 나타나는 ‘메가또스’, 쉬지 않는 불로 감싸인 프뉴마(pneuma, 영)의 마음을 포획한 ‘카케’(kake, 흑암), 겸손한 빛으로 그 중간에 있는 ‘프뉴마’를 의미한다.(1,16-2,19) 고대 페르시아와 초기 마니교 신화에서는 이러한 힘의 균형이 존재하는데, 카케가 프뉴마를 공격하면서 프뉴마는 타락하고 그들 사이의 균형이 깨지고 만다. 카케는 프뉴마의 타락을 이용해서 ‘피시스’(자연)를 만들어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한다. 여기에서 카케의 마음이 이중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카케의 마음은 한편으로 프뉴마의 마음을 모방하고 프뉴마를 유혹해서 함께 악한 계획을 획책한다. 이와는 달리 카케의 마음에는 프뉴마의 선한 속성도 존재하기에 데르데케아스에 의해서 최종적으로 카케로부터 분리되어야 할 대상이 된다.19 그러므로 데르데케아스의 나타남(하강)은 프뉴마의 빛과 마음을 카케로부터 구출하고(2,27-31), 카케와 그의 부하들의 영향력을 무효로 만드는 것이다.
먼저 데르데케아스는 프뉴마의 모습으로 나타나 ‘마음’을 구원하여 프뉴마의 빛이 다시 상승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카케를 속이기 위해서 물로부터 우주의 창조를 시작하는데, 우주 일부가 변해 ‘자궁’이 된다.20 그리고 카케는 이 ‘자궁’과 관계하여 피시스를 낳고, 프뉴마의 빛은 피시스에 속박된다.(4,12-6,35) 카케의 지배를 받는 피시스는 하늘과 땅을 창조한 후(6,35-24,16), 홍수와 바벨탑을 이용해서 셈과 셈의 후손을 박해한다(24,16-25,35). 구원자 데르데케아스는 셈과 셈의 후손이 카케의 몸(soma)으로부터 보호받고 거룩한 일을 증언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홍수 후에도 박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한다.(26,25-28,34)
구약성서에서 소돔은 매우 악한 곳이고 소돔 사람들은 온갖 죄를 짓고 있어서(창 13:13, 18:20), 하느님께서는 불과 유황으로 그들을 멸망시키셨다(창 19:24). 이와는 달리 『셈의 풀이』에서 소돔은 구원자가 셈에게 보여주는 안전한 피난처이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순전하여, 셈이 전하는 말을 잘 받아들여 따른다고 묘사한다.(29,1-6) 게다가 소돔 사람들은 셈이 전한 계시를 통해서 메가또스(위대한 전능자)의 뜻을 따라 우주적 가르침을 선포하고 스스로 존재하는 프뉴마가 있는 안식처에 거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때 악한 피시스에 의해서 그들은 불의하게 불태워질 것이라고 서술한다.(29,12-28)
구원자는 계속해서 악마 솔다스(soldas)가 강가에 나타나서 물의 나쁜 속박을 이용하여 불완전한 침례를 행하여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라고 계시한 후(29,33-31,4), 셈에게 악마의 잘못된 침례와 피시스의 더러운 행위에 대해서 경고한다(31,4-32,5). 마침내 데르데케아스는 프뉴마의 마음을 구하기 위해서 악한 물(강)로 내려온다. 이때 구원자는 무적의 옷(갑옷)을 입고 혼돈(chaos)의 세상으로 내려와서 마지막 일들에 관해서 셈에게 알려준다.(32,5-34,16) 계속해서 이어지는 계시를 통해 데르데케아스는 셈의 후손의 구원과 구원자의 역할, 그리고 불순전한 침례의 속박에 관해 다시 말한다.(34,16-38,28)
마지막으로 구원자의 옷은 공기로 빛나면서 구름 위에서 갈라지고 스스로 존재하는 프뉴마로 돌아간다. 이제 피시스는 옷이 없는 데르데케아스를 잡아채서 못 박으려 한다. 그렇지만 피시스가 못 박은 것은 악마 솔다스이고, 구원자는 하늘로 올라간다.(38,28-40,31) 구원자는 셈에게 마지막으로 “너의 생각이 그 몸과 연합되지 않도록 하라.”라고 말하고, 셈은 환상에서 깨어난다.(40,31-41,28) 환상에서 깨어난 셈은 세상의 마지막에 관한 예언과 자신의 승천에 관해서 말한다.(41,28-47,32) 데르데케아스는 궁극적인 종말의 때에 피시스는 파괴될 것이고, 프뉴마의 마음과 생각은 카케로부터 분리될 것이라고 계시한다.(47,32-49,9)

나가는 말

『셈의 풀이』의 내용 자체는 신약성서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그다지 많지 않다. 다만 ‘옷’(갑옷)에 관한 은유와 침례에 관한 언급은 1세기에 기록된 복음서를 이 문서의 저자가 알고 그 사상(특히 요한복음)을 가져왔다는 증거가 된다.21 또 한편으로 신약성서에 나오는 용어와 내용 대신에 전혀 낯선 낱말과 내용구조, 그리고 구약성서의 배경을 중심으로 그리스도교 이전의 사상을 설명하는 것을 고려하면, 두 문서는 어느 한쪽의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공통의 사상(고대 영지 사상)을 공유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22 셈이라는 신화적 인물에 관해서는 구약성서의 전승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소돔과 소돔 사람에 관한 내용은 구약성서의 내용을 정반대로 해석한 점도 특이하다.
『셈의 풀이』의 많은 문장이 분명하지 않고 앞뒤 문맥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번역자와 해석자 모두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준다.23 그리스 원본에서 콥트어로 번역할 때 행해진 많은 실수와 콥트어 본문 자체의 훼손도 이 좌절감을 증폭시킨다.24
무엇보다 이것을 읽을 때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성서 전통과는 아주 다른 신적 존재를 설명하는 용어가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콥트어 메가또스를 한글판은 ‘위대한 권능자’(영어판은 ‘Majesty’)로 번역했는데, 이는 다른 나그함마디 문서에서 사용되는 ‘권능자’(지배자)와 혼동된다.25 영어판에서는 피시스의 첫 글자를 대문자로 표시하여 ‘Nature’로 번역했지만, 한글판에서는 아무런 표시 없이 ‘자연’으로 번역된 것도 혼동을 준다. 게다가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신적 존재들을 문자적으로 ‘자궁’, ‘바람’, ‘물’, ‘마음’으로 번역하여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개념을 뛰어넘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구원자 이름도 ‘그리스도’나 ‘셋’이 아니라 생소한 ‘데르데케아스’로 묘사하고, 구약성서 내용을 어떤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또 다른 측면에서는 부정적으로 사용하여 일관성도 없다. 솔다스 또한 악마로 나왔다가 나중에는 데르데케아스 대신에 십자가에 못 박힌 물질적 존재로 등장하는 등 그 역할이 모호하여 전체 문서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26 여기에서 데르데케아스 대신에 솔다스가 못 박혔다는 내용은 구원자가 실제로 죽지 않았다는 가현설(doceticism)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가현설이 비그리스도교적 영지주의 문서에도 등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셈의 문서』는 최초의 근원적인 세 힘을 제시하여 마니교와 페르시아 종교의 이원론적(또는 삼원론적) 요소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이 세 힘은 결코 동등하지 않다. 궁극적으로 위대한 전능자이고 최상의 빛으로 묘사되는 메가또스의 의지와 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27 이런 측면에서 메가또스는 다른 영지주의 문서의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 ‘모나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면 메가또스로부터 구원자 데르데케아스가 방출되고, 그 아래 어느 지점에 셋파 영지주의의 소피아 역할을 하는 프뉴마가 존재하고, 마지막으로 카케는 얄다바오트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셋파 영지주의에서 소피아의 타락이 영적 플레로마의 균열을 가져오고, 얄다바오트의 탄생으로 물질적인 세계와 인간의 창조가 일어나듯, 프뉴마의 이중적인 역할(특히 프뉴마의 마음)로 세상의 창조가 생기고, 다시 데르데케아스가 프뉴마를 구출함으로써 인류의 구원이 완성된다. 그러므로 『셈의 풀이』는 데르데케아스를 메가또스와 함께 존재하는, 즉 비그리스도교 세계관의 선재하는 구원자의 모습으로 나타낸다. 이 구원자는 여러 번 세상에 내려와서 선택된 자들을 위해 구원 사역을 한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교 이전에도 선재하는 구원자 개념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음 호에서는 영혼의 추락과 회복과정을 통해 ‘영혼의 여행’을 잘 보여주는 『영혼에 관한 주석』(II,2)을 살펴보겠다.

주(註)
1 Walter Bauer, Greek-English Lexicon of the New Testament and Other Early Christian Literature, trans. William F. Arndt and F. Wilbur Gingrich, 3rd ed. (Chicago and London: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00), 754.
2 Birger A. Pearson, ed., Nag Hammadi Codex VII, The Coptic Gnostic Library (Leiden: E J Brill, 1996), 63.
3 Frederik Wisse, “Redeemer Figure in the Paraphrase of Shem,” Novum Testamentum 12, no.2 (1970): 134.
4 Michel Roberge, “The Paraphrase of Shem,” in The Nag Hammadi Scriptures, ed., Marvin Meyer (New York: HaperCollins, 2007), 448.
5 Birger A. Pearson, Ancient Gnosticism: Traditions and Literature (Minneapolis: Fortress Press, 2007), 203.
6 Wisse, “Redeemer Figure in the Paraphrase of Shem,” 130.
7 Michel Roberge, The Paraphrase of Shem (NH VII, 1): Introduction, Trans-lation and Commentary, Nag Hammadi and Manichaean Studies (Leiden: E J Brill, 2010), 31.
8 위의 책, 82.
9 Pearson, Nag Hammadi Codex VII, 15.
10 Pearson, Ancient Gnosticism: Traditions and Literature, 208.
11 Pearson, Nag Hammadi Codex VII, 88-89.
12 Wisse, “Redeemer Figure in the Paraphrase of Shem,” 137.
13 위의 책, 135.
14 위의 책, 131.
15 Roberge, “The Paraphrase of Shem,” in The Nag Hammadi Scriptures, 446-447.
16 Pearson, Nag Hammadi Codex VII, 21-22.
17 Roberge, The Paraphrase of Shem (NH VII, 1): Introduction, Translation and Commentary, 94; Pearson, Nag Hammadi Codex VII, 22.
18 Wisse, “Redeemer Figure in the Paraphrase of Shem,” 131.
19 위의 책, 132.
20 James M. Robinson, ed., The Nag Hammadi Library (New York: HarperCollins, 1990), 339.
21 Roberge, “The Paraphrase of Shem,” in The Nag Hammadi Scriptures, 445.
22 조재형, 『초기 그리스도교와 영지주의』(동연, 2020), 145.
23 Pearson, Nag Hammadi Codex VII, 18.
24 Pearson, Ancient Gnosticism: Traditions and Literature, 202.
25 한글판은 최근에 출판된 『나그함마디 문서』를 의미한다. 이규호 편역, 『나그함마디 문서』(동연, 2022).
26 Pearson, Nag Hammadi Codex VII, 18.
27 Robinson, The Nag Hammadi Library, 17.

조재형|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CGU) 종교학과에서 신약성서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This Is My Flesh, 『그리스-로마종교와 신약성서』 등이 있다. 현재 강서(그리스도)대학교, 서울기독대학교에서 신약성서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지주의와 나그함마디 서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스톤-캠벨 운동을 연구하는 환연연구회 회장과 요한문헌학회 총무로 활동하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기독교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1월호(통권 7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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