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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문화·신학·목회 > [선교적 교회의 이해와 실천 03]
문화·신학·목회 (2021년 12월호)

 

  선교적 교회 운동의 이론적 건축가들
  

본문

 

제4세대 교회 운동 패러다임과 이론적 토대

지난 호에서는 선교적 교회 운동 이전에 등장한 교회 운동의 주요 흐름으로 교회성장 운동, 자연적 교회성장 운동, 이머징 교회 운동이라는 세 가지 패러다임을 살펴보았다. 이 운동들은 각 시대적 상황에서 새로운 교회조직을 설계하고 복음 확장을 위한 전략을 추구하면서 발전했다. 물론 동시에 여러 한계도 드러냈으며, 그러한 문제는 교회 운동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수정·보완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제4세대 교회 운동 패러다임으로서 ‘선교적 교회’를 점검해볼 것이다. 특별히 선교적 교회를 뒷받침하는 몇 가지 이론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국내에서의 선교적 교회는 전통적인 교회 운동 패러다임의 여러 한계를 극복하면서 21세기 이후의 시대적이며 사회문화적인 요청에 대응하며 발전하고 있다. 지금의 선교적 교회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형성 과정에 있는 미완의 상태이다. 따라서 선교적 교회론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점은 이론에 대한 완결된 확신이 아니라, 이론이 특정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가변성에 있다. 선교적 교회의 이론과 실천은 어느 선교학자나 목회자 그룹이 결과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새로운 메뉴가 아니다. 교회를 구성하는 모든 기독교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조화로운 합주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서구, 특히 영미권에서 선교적 교회론은 교회 중심적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 새로운 교회론은 서구 사회의 문화적 변이에 따른 선교적 반성과 대응에서 비롯한다. 무엇보다 현대 교회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과 ‘포스트크리스텐덤’(Post-Christendom)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응답할 필요가 있었다. 이 두 사조 속에서 교회는 어떻게 탈근대 문화를 선교적으로 대응할지, 그리고 크리스텐덤이라는 궤도를 벗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교회의 본질과 정체성은 무엇인지 묻기 시작했다. 이는 교회의 존재론적 자기성찰과 자기 인식의 작업이었다. 동시에 서구 교회는 ‘하나님-교회-세상’이라는 전통적 선교 구도를 원점에서부터 재고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선교적 이해에 관한 근본적 전환은 기독교인들에게 어떻게 바른 선교적 삶을 살 것인지를 성찰하게 했다. 이는 단순히 생각의 전환만이 아니었다. 예배, 공동체, 제자도, 영성, 교회조직, 복음전도 등 모든 틀이 새롭게 정의된 선교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했고, 교회의 존재와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었다.
‘교회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교회의 ‘원초성’에 대한 서구 교회의 관심은 한국교회의 현실에도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기존 교회 운동의 패러다임은 교회의 외적인 확장, 배타적인 복음전도, 신앙 윤리의 추락, 그리고 이념적 정치화라는 문제와 얽히며 교회의 본질에서 멀어져 왔다. 과거의 전통과 제도에 묶여 세상을 향한 하나님 사랑을 전파하지 못했다. 또한 다양한 통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한국 개신교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사회적 비판은 복음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청년 계층의 급속한 탈교회 현상, 증가하는 반개신교적 감정은 일그러진 한국교회의 자화상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회는 탈출구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선교적 교회론은 교회가 선교적 본질로 돌아가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이 글에서는 선교적 교회를 설계한 이론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선교적 교회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론적 회심’도 필요하다. 실천 의지나 행동주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서는 (1) 고전적 이론가, (2) 현대적 이론가, (3) 국내 이론가로 구분 지어 소개하고자 한다. 지면의 한계상 상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주요 학자의 구체적인 주장과 논의는 미주에 안내된 참고문헌을 살펴보기 바란다. 특별히 선교적 교회론의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논지를 이끌어가고자 한다. 그것은 (1) (유사) 크리스텐덤, (2)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 (3) 그리스도인의 성육화, (4) 변혁적 제자도 (5) 교회와 사회적 연대이다. 이 다섯 요소는 선교적 교회를 이루는 기본 구조이자, 선교적 교회가 지향하고자 하는 본질과 방향성을 담고 있다.

선교적 교회론의 고전적 이론가들

선교적 교회론의 초기 정립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고전적 이론가로는 요하네스 호켄다이크(Johannes C. Hoekendijk), 게오르크 휘체돔(Georg F. Vicedom),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선교적 교회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인 ‘포스트크리스텐덤’, ‘하나님의 선교’, ‘복음의 공공성’을 제시하고, 체계적인 선교적 교회 운동을 위한 이론적 기초를 마련했다. 이들의 주장은 다양하며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공통적인 물음은 크리스텐덤이 붕괴하는 20세기 중반 이후, 교회의 본질은 무엇이며 선교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에 맞춰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 세계를 의미하는 ‘크리스텐덤’은 기독교라는 종교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기독교 신념이 특정 국가나 지역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배적인 가치로 작동하는 체제를 의미한다.1 크리스텐덤은 시기적으로 기독교를 공인한 313년 밀라노 칙령에서 시작하여 대략 19세기 후반까지 존속했다. 이 사이, 크리스텐덤은 18세기 이후 제국의 확장과 개신교 해외 선교를 통해서 비서구 지역으로 확장하며 유사(類似) 크리스텐덤의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크리스텐덤 체제로 진입하면서 기독교는 박해받는 종교에서 주류 지배 종교로 부상했다. 사회 질서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은 증대했고, 때로는 정치 세력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종교의 사회적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하지만 괄목할 만한 기독교의 번영은 동시에 부정적인 양상을 표출하기도 했다. 첫째, 기독교가 하나의 국가 종교로 인정받았기에 크리스텐덤 내부에서 선교가 불필요했다. 신앙이란 개인의 영혼 구원을 위한 사적 종교로 차츰 축소되기 시작했다. 둘째로 크리스텐덤 영역은 선하고, 그 이외의 지역은 이교적이며 악하다는 이분법적 인식이 팽배해졌다. 물론 이러한 인식하에서 이교도들을 향한 개종 행위가 가속화되긴 했지만, 그 방식으로는 크리스텐덤을 이식하는 강제적인 방법이 취해졌다. 셋째, 교권주의의 강화를 가져왔다. 성직 계급과 평신도의 엄격한 구분은 교회의 제도를 경직시켰을 뿐만 아니라, 교회 체제의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세상을 향한 섬김과 겸손의 모습을 상실하고 말았다.
하지만 철옹성과 같아 보였던 크리스텐덤 체제는 근대의 다양한 사조와 사회 문명의 진보와 함께 균열의 조짐을 보이더니 와해되기 시작했다. 계몽주의와 합리주의의 등장, 성직주의에 대한 비판, 제3세계에서의 세계 기독교 부상은 크리스텐덤 시대에 향유하던 다양한 종교적 가치를 붕괴시켰고, 기독교 내부적으로도 교회에 대한 다양한 쇄신을 이끌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세기 중반 호켄다이크와 휘체돔이라는 두 이론가는 교회 자체를 유지하기 위한 기존의 전통적인 방법과 토대를 비판하고 교회와 선교 사이의 끊어진 관계를 연결하고자 했다.2 이들은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발전시키면서, 교회 중심적 체제를 변혁하고 복음전도에 입각한 편협한 선교 개념을 극복하고자 했다. 1952년 독일 빌링겐(Willingen)에서 개최된 국제선교협의회를 기점으로 등장한 ‘하나님의 선교’는 크리스텐덤 이후의 교회와 선교, 그리고 세계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하나님의 선교’ 개념이 가져온 변화 가운데 첫 번째 특징은 선교 주체가 전환했다는 것이다. 크리스텐덤 시기에 선교의 주체는 교회였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교’는 교회의 선교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로 주체의 전환을 가져왔다.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참여자가 된다. 여기서 호켄다이크는 교회의 급진적인 세속화를 강조한다. 구원은 교회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 기독교인들을 통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교회의 탈교회화를 강조하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에 대한 본질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직시한 휘체돔은 교회 밖의 비신자들을 교회로 인도하여 온전한 구원을 이루어야 함을 지적하면서 교회의 역할을 중요시했다.
두 번째 특징은 선교 목적의 변화이다. 크리스텐덤 시대의 교회는 모이는 교회에 집중한다. 전통적 교회에서 강조한 복음전도와 제자화는 비신자를 교회라는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행위에 초점을 두었다. 이것이 주된 선교 방향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교는 세상을 향해 흩어져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을 지향한다. 호켄다이크는 하나님 나라 운동을 교회 이식과 확장 운동으로만 고정화하려는 시도를 ‘교회화’(churchfication)라고 비판하면서, 기독교인이 교파 증식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위해 세상으로 흩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교회가 추구하는 선교의 목표는 ‘샬롬’이다. 여기서 샬롬은 영혼 구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회복 사건이며 인간 공동체와 현실 세계 안에서 구현되는 전적 구원의 상태를 말한다.
세 번째 특징은 세상에 대한 교회의 인식 변화이다. ‘하나님의 선교’ 이전의 크리스텐덤 패러다임은 세상을 복음화의 대상으로만 간주하려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교’에서 세상은 복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하나님 나라를 이루기 위한 동반자로 인식된다. 현대의 선교적 교회론에서 교회와 세상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흐름은 이러한 동반자 관계를 반영한다. 물론 이러한 인식 변화가 세상을 향한 복음전도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휘체돔이 강조한 것처럼, 교회는 세상과 함께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도록 부름을 받은 동시에 그러한 과정에서 비신자들에게 그리스도를 증거할 사명을 부여받는다.
또 다른 고전적 이론가인 뉴비긴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를 주장하며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파헤친다. 뉴비긴은 교회를 교회답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선교라고 주장한다. 선교는 교회의 다양한 프로그램 가운데 선택되는 하나가 아니라 교회의 본질을 이루는 핵심이다. 여기서 선교는 개인적인 회심과 관련한 행위를 넘어, 공적인 영역에 복음이 침투하여 세상을 변화시키고 하나님의 주권이 형성되도록 하는 폭넓은 과정을 말한다. 뉴비긴은 특별히 서구 교회에서 보여왔던 복음의 사사화(privatization) 현상에 대해서 강력하게 비판하며 타자의 문제와 유리된 개인화된 신앙과 신학은 무용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복음의 본질 자체가 ‘공공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3 그리스도의 복음은 근본적으로 사적 복음이 아니라 공적 복음이다. 뉴비긴은 선교라는 성육화 과정을 통해 복음이 문화 속에 침투하여 삶의 변혁을 이끌고, 다양한 세속적 가치들에 도전하여 대안적인 공동체로 변화시킬 것을 주문한다. 특별히 기독교 진리가 상대화되어가는 포스트모더니즘적 흐름 속에서 공적 진리를 담지한 기독교인은 세상을 변혁시켜야 하는 제자직을 부여받았음을 강조한다.

선교적 교회론의 현대적 이론가들

뉴비긴에 의해 주도된 선교적 교회 운동은 1980년대 ‘복음과 우리 문화’(Gospel and Our Culture)라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뉴비긴은 인도 선교사역을 마치고 영국으로 귀국한 후, 서구 기독교의 쇠퇴와 세속화, 그리고 사사화 현상을 목격하고 교회의 선교적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복음과 우리 문화’ 운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운동은 잉글랜드 성공회 교회가 추진한 ‘선교형 교회’(mission-shaped church)나 ‘교회의 새로운 표현들’(Fresh Expressions of Church)을 통해서 구체화되었다.4
영국에서 출발한 새로운 교회 운동은 1990년대 들어 북미 지역에서 조직된 ‘복음과 우리 문화 네트워크’(Gospel and Our Culture Network) 모임을 통해 확장되었다. 복음과 우리 문화 네트워크가 추구하는 선교적 교회에 관한 이론적 틀은 대럴 구더(Darrell L. Guder), 조지 헌스버거(George R. Hunsberger), 알랜 록스버그(Alan J. Roxburgh), 크레이그 밴 겔더(Craig Van Gelder) 등 현대적 이론가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선교적 교회: 북미 교회의 파송을 위한 비전』에 잘 반영되어 있다.5 호주 출신의 교회 전략가 마이클 프로스트(Michael Frost)와 앨런 허쉬(Alan Hirsch)도 선교적 교회를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목회적 실험을 전개함으로써 새로운 교회 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이론가들이 주목하는 선교적 교회론의 등장 배경, 필요성, 그리고 현대 교회에 주는 실천적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선교적 교회는 ‘선교가 교회의 본질’임을 강조한다. 선교적 교회론은 일차적으로 크리스텐덤 시기에 당연시했던 교회와 선교의 이분화 현상을 거부한다. 전통적으로 선교는 훈련받은 전문인들이 지리, 문화적으로 떨어진 공간으로 파송받아 복음을 전하고 섬김 사역을 이행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또한 파송하는 교회도 이러한 선교사역을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간주했다. 하지만 우리가 선교라는 개념을 1세기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사역이 오늘의 시공간에 증거(witness)되는 것으로 간주한다면, 선교라는 행위 자체가 교회 확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나 기능으로만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시각에서 밴 겔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교회란 본래부터 선교적 교회’임을 강조한다. 이 말은, 선교는 교회의 한 기능이 아니라 교회의 핵심적 본질이라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이론상으로도 교회론과 선교학은 분리된 학문 영역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6
둘째, 선교적 교회는 크리스텐덤의 대항 담론으로서 ‘하나님의 선교’를 지향한다. 앞서 언급한 고전적 이론가들은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정교화함으로써 포스트크리스텐덤 시기에 적합한 선교학적 방향을 제시했다. 현대적 이론가들은 이러한 논의를 이어받아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교회를 향한 도전을 목격하면서 하나님의 선교 개념을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특히 북미 지역의 탈종교화, 다원주의, 소비주의와 같은 상황에서 크리스텐덤 시기의 강압적이고 폐쇄적인 선교 방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현대적 이론가들은 기존 전통적인 교회 운동에 대한 비판과 함께 하나님께서 세상에 선교하시는 현상을 주목한다. 구더는 교회가 세상을 섬기기 위해 ‘증인으로 부름 받은 존재’임을 부각시킨다.7
셋째, 선교적 교회는 그리스도인이 ‘성육신적 존재’로 회심할 것에 집중한다. 현대적 이론가들이 주장하는 선교적 교회론은 행위적 차원보다는 존재론적 차원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전통적인 교회 운동은 사회를 향한 물질적 후원과 지원을 통해 교회의 성장을 의도했지만, 새로운 교회 운동은 이러한 행위적 차원을 통해 온전한 복음이 전달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것은 행위가 아니라 존재에 있다. 이 때문에 선교적 교회론은 예수께서 어떻게 존재하셨냐는 ‘그리스도론’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허쉬는 ‘그리스도론이 선교학을 결정하고, 그런 다음 선교학이 교회론을 결정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8 교회가 어떠한 방식으로 세상을 섬길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예수의 사역, 즉 성육신적 존재에 정답이 숨겨져 있다. 성육화는 단순히 하나님께서 인간을 사랑하고 구원한다는 메시지, 즉 선교적 내용만을 전하지 않는다. ‘어떻게 선교가 이루어지는가?’라는 선교적 방법론이 성육화 사건 속에 담겨 있는데, 그것은 곧 하나님께서 예수라는 역사적 인간이 되셨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회의 선교적 방법론이기도 하다. 교회는 스스로를 성육화해야 한다. 우리의 선교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성육화로 선교적 방법이 전환되어야 한다.9
넷째, 선교적 교회는 ‘지역교회의 사회적 연대성’을 강조한다. 전통적으로 선교는 국내보다는 해외를 중점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선교적 교회는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가 바로 선교지임을 재고하기 시작했다. 찰스 벤 엥겐(Charles E. Van Engen)은 선교적 교회의 지역성을 강조하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벤 엥겐은, 교회는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입장에 기초해,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본질적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을 주장한다.10 교회는 신앙 동호회가 아니라, 하나의 사도적 교회로서 지역의 고통에 공감하고 하나님 나라를 일구어야 할 과제가 부여되어 있음을 밝힌다. 특별히 지역사회에 대한 선교적 인식을 분명히 하고, 지역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다양한 실행자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그 실행자는 이웃교회, 공공기관,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하며, 이들과 섬김의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하나님 나라를 향한 일에 봉사하게 된다.
다섯째, 선교적 교회는 ‘변혁적 제자도’라는 새로운 평신도 신학을 탄생시켰다. 현대적 이론가들이 주목하는 선교적 교회론의 기여점은 바로 제자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전통적인 교회 운동 패러다임에서 강조해온 ‘제자화’는 주로 주일성수, 헌금, 봉사와 같은 교회 내의 활동에 국한되었다. 교회의 성장과 확장을 위해 헌신하는 제자를 육성하는 것이 ‘제자도’라고 인식한 것이다. 하지만 선교적 교회론은 세상을 위해 섬기는, 즉 하나님 나라 운동에 참여할 제자를 육성하는 데 관심을 쏟는다. 교회가 서 있는 지역의 다양한 문제들을 선교적으로 이해하고, 주어진 과제들을 분별하여, 그리스도의 방식으로 섬기는 것이 선교적 교회론에서 지향하는 제자도이다. 허쉬는 참된 제자도가 ‘그리스도 닮기’(Christlikeness)를 목표로 한다면 그것은 복음을 말로 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거해야 하며, 또 세상을 하나님 나라로 전환하는 ‘변혁적 제자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11

선교적 교회론의 국내 이론가들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서구적 논의는 국내에서 한국교회의 현실에 상황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서구의 이론을 한국교회의 상황과 접목하는 데만 주력하지는 않았다. 국내 이론가들은 선교적 교회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미 ‘선교적’인 형태의 틀을 갖춘 교회 운동을 선교적 교회론과 연결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무엇보다 선교적 교회에 대한 이론과 실천은 한국교회 내의 에큐메니컬 진영과 복음주의 진영 모두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졌다. 그만큼 각 진영이 추구하는 신학적 방향에 따라 선교적 교회론도 다양하게 해석되고 발전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2015년 한국선교신학회에서 출간한 연구서 『선교적 교회론과 한국교회』는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국내의 여러 선교학자들이 대거 관여하여 ‘한국적인 선교적 교회’에 대한 논의를 담은 책이다. 한국일, 최동규, 이상훈 교수 등이 한국의 선교적 교회론을 다루는 대표적인 학자로 언급될 수 있다. 이들은 다양한 교파와 신학적 다양성을 견지하며 기존 교회 운동의 패러다임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다. 국내 이론가들 역시 자신들이 속한 교파와 신학교의 학풍을 반영하기에 선교적 교회에 대한 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선교적 교회에 대한 다음과 같은 공통의 개괄적인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첫째, 국내 이론가들은 ‘통전적 선교’의 관점에서 선교적 교회론을 규명한다. 한국 교계는 진보 진영의 에큐메니컬 교회 운동, 그리고 복음주의 진영의 교회성장 운동이라는 양 갈래의 교회 전통을 추구해왔다. 에큐메니컬 교회 운동은 그 선교적 목표로 인간화와 샬롬을 지향한 반면, 복음주의 교회 운동은 복음화와 말씀의 확장이라는 색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국내 선교학계에서 논의된 선교적 교회론은 이러한 양 진영의 교회 운동을 건설적으로 융합하면서, 인간화와 복음화라는 선교적 목표를 통전적으로 조화시키고 있다. 특별히 최동규 교수는 ‘선교적’(missional)이라는 개념이 의미하는 바가 매우 넓고 풍부함을 지적하면서, 이 개념은 인간화나 복음화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편협함을 극복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기독교인의 삶에서 복음전도와 사회참여는 분리되지 않기에, 어느 한쪽만이 옳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선교적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12 선교적 교회 운동은 개인 회심과 사회 변혁, 선교적 행위와 존재의 성숙, 영과 육의 온전한 구원 등 복음의 통전성을 아우른다. 선교적 교회론의 통전성에 대한 강조는 그간 진보나 보수 진영의 이분법적 갈등을 극복하고 복음과 구원에 대한 차이를 서로 조화시키면서 교회 일치를 위한 여정에 큰 의미를 부여해준다.
둘째, 국내 이론가들은 최근의 공공신학에 대한 교회론적 표현을 선교적 교회론에 담아내고 있다. 한국교회의 문제로 종종 교회의 ‘공공성’ 위기가 언급된다. 교계 안팎으로 ‘공교회성’의 부재는 교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공공신학 논의를 통해서 교회가 ‘공동선’을 추구하며 복음의 공적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히 이러한 공공신학의 교회론적 실천이 선교적 교회와 연결되고 있다. 성석환 교수는 궁극적으로 기독교 신앙에서 말하는 구원이 교회만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면, 교회의 선교는 필연적으로 공공성을 담아내야 함을 지적한다.13 선교적 교회 운동은 다분히 교회의 확장에 목표를 둘 것이 아니라, 온 세상 구원을 위해 임재하시는 하나님의 목적에 부합해야 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공공신학과 선교적 교회론 간의 상호 연결은 한국교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해결점을 모색하게 한다.
셋째, 국내 이론가들은 선교적 교회를 ‘마을 목회’라는 구체적인 실천 운동으로 연결한다. 선교적 교회론이 강조하고 있는 한 가지는 지역교회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부분이다. 한국일 교수는 현대 한국교회가 내부에 갇히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것에 관한 심각한 물음을 던진다. 과도한 교세 확장, 성장주의, 개교회주의, 배타주의 등 외부의 부정적인 시선은 교회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거대한 장애물임을 지적한다.14 따라서 ‘지역성’을 강조하는 선교적 교회론은 결국 그 교회가 속한 지역사회 속에 온전히 성육화될 때야 비로소 교회의 본질을 스스로 규명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상훈 교수 역시 지역 주민을 구성하는 성도들이 주체적으로 사역에 참여할 때, 선교적 교회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15 이제 마을 주민은 복음화의 대상으로만 규정될 수 없다. 그들은 설령 기독교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이루기 위한 파트너들이다. 교회가 이들과 함께 건강한 마을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신앙의 진정성을 드러낸다면 교회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국내 이론가들은 ‘변혁적 제자도’를 선교적 교회 운동을 위한 동력으로 파악한다. ‘제자도’에 대한 연구는 이미 전통적인 교회 운동의 패러다임에서도 강조되었다. 하지만 ‘어떠한 제자인가?’ 혹은 ‘무엇을 위한 제자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선교적 교회는 근본적인 전환을 요청한다.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는 존재는 바로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다. 제자들을 통해서 하나님 나라는 이 땅에 가시적으로 드러난다. 제자란 단순히 교회 중심적 선교를 위한 봉사자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 중심성을 갖고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도록 부름받은 존재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상훈 교수는 ‘교회 중심적 선교’에서 ‘하나님 중심의 선교’로 전환해야 하고, 이러한 변화에 있어서 하나님께서는 기독교인을 제자로 부르셨다고 강조한다. 진정한 제자는 교회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제자나 종교라는 제도 속에 고착화된 제자가 아니라, 세상의 회복과 구원을 위해 변혁하는 제자이다.16 선교적 교회는 바로 이러한 제자의 본질과 참된 길에 초점을 맞춘다.
다섯째, 국내 이론가들은 선교적 교회의 다양한 사례 연구에 집중한다. 선교적 교회론은 과연 어떻게 지역교회에서 실현될 수 있을까? 사실 이 물음이 핵심적이다.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현장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면 무익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 이론가들은 선교적 교회의 실천적 모델과 원리를 다각도로 조사, 연구하고 있다. 가령, 도시빈민 선교, 생명 선교, 다종교 사회에서의 공존과 협력 선교, 지역사회 선교와 같은 특정 주제별 사례가 연구되어 왔다. 또한 도시/농어촌과 같은 지역적 차이를 반영하는 사례나, 교회학교, 디아스포라 선교, 다문화 선교, 기독교 NGO 선교 등 현대 교회의 특정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선교적 교회의 실천도 살펴볼 수 있다. 또 한국 선교사들이 해외 선교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대안적 선교 방법도 선교적 교회론이라는 이론 속에서 구축하려는 시도 역시 존재한다. 향후 이러한 선교적 교회 사례 연구는 체계화될 것으로 보이며, 더욱 풍부한 사례를 통해서 현장 목회자들이 각 지역 상황에 맞는 선교적 목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나가며: 선교적 교회 운동을 위한 향후 이론적 과제들

지금까지 선교적 교회 운동의 이론가들을 살펴보았다. 고전적 이론가들은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로 접어들며 기존의 교회 운동이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되었음을 간파했다. 하나님의 선교, 복음의 공공성 같은 개념들은 전통적인 교회의 선교적 논의와 실천에 도전을 주었고, 변화된 환경에서 선교적으로 살아내는 방식과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서구 현대적 이론가들은 고전적 이론가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세련된 이론으로 발전시켰다. 교회의 선교적 본질, 크리스텐덤 대항 담론으로서의 하나님의 선교, 기독교인의 성육신성, 지역교회의 사회적 연대, 변혁적 제자도로의 부름 등이 최근 선교적 교회론을 구성하는 핵심 주제이다.
서구 선교학계에서의 선교적 교회에 대한 논의는 국내 선교학계의 새로운 교회 담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최근에 일어난 목회자의 윤리적 일탈 문제(가령, 교회세습, 횡령, 성범죄 등)와 이에 대한 교계 안팎의 비판은 교회의 존립 자체를 흔들기에 충분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교회의 원초성 논의가 새롭게 신학계에 유입되었으며, 교계 현장에서는 ‘작은 교회 운동’과 같은 대안적인 신앙 공동체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이와 함께 공공신학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 세상 속에서 교회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 조명하게 했다. 이러한 배경들은 선교적 교회가 전통적인 교회 운동의 한계점을 분명히 밝히고, 교회를 쇄신하는 대안적 길을 제시하도록 이끌었다.
위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국내에서의 선교적 교회론에 대한 개괄과 방향은 앞으로 세밀하게 고찰될 필요가 있다. 특별히 다음과 같은 이론적 과제를 향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선교적 교회 조직을 위한 리더십, 선교적 교회 실현을 위한 지역교회-교단의 상호 협력, 선교적 교회론을 토대로 한 마을 목회 매뉴얼, 선교적 교회 활성화를 위한 사회사업과의 관계, 선교적 교회 역량 확충을 위한 플랫폼 개발 등이다. 이미 이 가운데 일부는 선교적 교회 이론가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 호에서는 선교적 교회론이 어떻게 현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최신의 사례와 흐름을 살펴볼 예정이다. 선교적 교회 운동을 통해 펼쳐지는 실험적인 모델은 교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주(註)
1 크리스텐덤에 대한 상세한 논의는 다음 연구서를 참고하시오. 장동민, 『포스트크리스텐덤 시대의 한국 기독교』(새물결플러스, 2019), 55-138; 마이클 프로스트, 이대헌 옮김, 『위험한 교회: 후기 기독교 문화에서 선교적으로 살아가기』(SFC출판부, 2017).
2 호켄다이크와 휘체돔의 ‘교회와 선교’에 대한 논의는 다음의 저서에 상술되어 있다. J. C. 호켄다이크, 이계준 옮김, 『흩어지는 교회』(대한기독교서회, 1975); 게오르크 F. 휘체돔, 박근원 옮김, 『하나님의 선교』(대한기독교출판사, 1980).
3 뉴비긴의 선교적 교회론과 공공성에 대한 논의는 다음의 책을 참고하시오. 레슬리 뉴비긴, 홍병룡 옮김, 『교회란 무엇인가』(IVP, 2010); 레슬리 뉴비긴, 김기현 옮김, 『복음, 공공의 진리를 말하다』(SFC출판부, 2008); 마이클 고힌, 이종인 옮김, 『교회의 소명: 레슬리 뉴비긴의 선교적 교회론』(IVP, 2021).
4 잉글랜드 성공회 선교와 사회문제 위원회, 브랜든 선교 연구소 옮김, 『선교형 교회: 변화하는 상황에서 교회 개척과 교회의 새로운 표현』(비아, 2016).
5 대럴 구더 외, 정승현 옮김, 『선교적 교회: 북미 교회의 파송을 위한 비전』(주안대학원대학교출판부, 2013).
6 크레이그 밴 겔더, 최동규 옮김, 『교회의 본질』(CLC, 2015), 49-50.
7 대럴 L. 구더, 허성식 옮김, 『증인으로의 부르심: 총체적 구원을 위한 선교적 교회론』(새물결플러스, 2016), 63-107.
8 앨런 허쉬, 오찬규 옮김, 『잊혀진 교회의 길: 선교적 교회 운동의 근본 개념 교과서』(아르카, 2020), 264-266.
9 교회의 성육화를 강조하는 주장은 마이클 프로스트에 의해서 체계적으로 연구되었다. 이제는 선교적 실천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방법으로 할 것인가라는 ‘질’이 중요해졌다. 이와 관련한 논의는 프로스트의 다음의 저서를 참고하시오. 마이클 프로스트, 최형근 옮김, 『성육신적 교회: 탈육신 시대에 교회의 역사성과 공공성 회복하기』(새물결플러스, 2016); 마이클 프로스트·앨런 허쉬, 지성근 옮김, 『새로운 교회가 온다』(IVP, 2015).
10 찰스 E. 벤 엥겐, 임윤택 옮김, 『하나님의 선교적 교회』(CLC, 2014), 124-134.
11 앨런 허쉬, 『잊혀진 교회의 길: 선교적 교회 운동의 근본 개념 교과서』, 215-217.
12 최동규, 『미셔널 처치: 선교적 교회의 도전』(대한기독교서회, 2017), 147-180.
13 성석환, 『지역공동체와 함께 하는 교회의 새로운 도전들: 한국적 ‘선교적 교회’를 향하여』(나눔사, 2020), 251-336.
14 한국일, 『선교적 교회의 이론과 실제』(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6), 77-78.
15 이상훈, 『처치 시프트: 선교적 교회 사역 패러다임』(워십리더, 2018), 70-71.
16 이상훈, 위의 책, 178-203.


한강희|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선교학을 전공하여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 동숭동 낙산교회에서 목회하며, 한신대학교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논문으로 “코로나19 이후 시대 증언의 탈육화와 성육화: 공공성 회복을 위한 ‘연민-연대’의 선교적 교회”가 있다.

 
 
 

2021년 12월호(통권 7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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