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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문화·신학·목회 > [나의 박사 논문을 말한다]
문화·신학·목회 (2021년 3월호)

 

  목회상담에서 말하는 분화와 용서, 그리고 목회적 적용
  

본문

 

“분화와 용서: 부모–자녀 관계를 중심으로”
감리교신학대학교 대학원, 2021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은 목회상담사로서 내담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경험한 한계와 그것을 보완하고자 하는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논문에 등장하는 사례자들은 모두 기독교인들인데,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적절히 좋은 부모(good enough mother) 경험을 하지 못한 채 역기능 가정 안에서 성장하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들은 여전히 역기능 가족체계에 머물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사례자들은 우울증, 거식증, 폭발하는 분노, 경계선 인격 장애 등의 다양한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타인과의 갈등이 심했고,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며 약물치료를 받기도 했다.
개별로 진행된 상담에서 필자는 역기능적인 가족 안에서 발생한 내담자들의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가족체계적 치료방법을 사용하였다. 가족치료에서는 가족체계가 변화될 때 내담자의 증상이 치료된다고 설명하기에 대부분의 가족치료는 체계의 변화에 목적을 둔다. 그러나 필자는 본 상담 사례들에서, 내담자가 부모와의 관계 방식과 체계의 변화들을 만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로부터 받은 깊은 정서적 상처로 인해 건강하게 분화하지 못하는 것을 관찰했다.
가족체계치료(family systems therapy)에서의 분화는 가족의 역기능과 치료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가족은 정서적으로 융합된 관계체계이며, 융합된 가족 정서체계에서 자녀가 정서적으로 떨어져 나오는 것을 분화로 설명할 수 있다. 건강한 분화란, 자녀가 자기 스스로가 되려는 개별성의 힘과 다른 사람과 함께하려는 연합성의 힘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한 정서를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만약 두 힘이 균형적이지 않다면 관계는 강하게 밀착되거나, 융합, 고착, 미분화, 또는 정서적으로 분화되지 않은 상태가 되며, 나아가 자녀는 심리적 증상을 보이게 될 수 있다.
그동안의 가족체계치료는 부정적인 행동 패턴이나 파괴적인 결과를 일으키는 체계의 변화를 주로 다루었다. 이에 반해 가족체계 안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발생한 내면의 정서적 상처들은 가족체계치료의 주제가 되지 못했다.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단지 체계의 문제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감정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온전하게 회복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손운산은 가족체계치료에서 정서의 문제도 다루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따라서 필자는 가족체계치료에서 가족구조의 변화뿐 아니라 정서적인 치료를 더하여 건강한 회복을 도모할 치료법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용서 심리치료모형을 적용했다.
용서치료는 자녀가 상처입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용서를 향한 심리치료의 여정을 통하여 새롭게 대상을 재경험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이 생기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자신의 상처를 통찰하고 애도함으로써 자기를 새롭게 구성해간다. 이때 새롭게 구성된 자기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뿐 아니라 이전보다 건강한 자기로, 건강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필자가 이러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더 절실히 느낀 것은, 내담자가 분화되지 못한 채 결혼과 같은 새로운 관계를 경험할 때 예측되는 결과 때문이다. 가족체계치료에 따르면 역기능 가족체계는 다세대 전수과정으로 지속하게 된다. 다시 말해 부모가 된 자녀는 자신의 결핍을 자녀들에게 요구하여 채우려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가족체계가 악순환을 거듭하여 다음 세대에게 심리적으로 더욱 심각한 증상을 초래한다. 다세대 전수과정에서 일어나는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서, 부모와 자녀 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분화와 용서를 연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본 연구의 목적은 분화와 용서의 연관성을 살펴보고, 분화와 용서를 포함한 치료모형을 연구하는 것으로 삼았다. 특히 분화와 용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상처를 애도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따뜻한 모성적 돌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논문을 통해 가족체계치료와 애도를 포함한 용서의 상담모형이 필요함을 제안하며, 분화와 용서에 관한 심리학과 신학의 문헌을 고찰하고, 연구사례에 용서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본 논문에서 제기한 질문이 타당하다는 것을 밝히고, 더 나아가 분화와 용서를 목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였다.

| 논문의 심리학적 배경

2장에서는 분화와 용서에 관한 심리학적 문헌을 고찰하였다. 먼저 심리학에서의 분화 개념, 분화에 영향을 주는 요인과 유아의 심리 안에서 일어나는 분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분화’(differentiation of self)라는 개념은 가족 치료자 보웬(Murray Bowen)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연구된 것이다. 그에 따르면 출생 초기 유아는 어머니와 정서적으로 융합된 상태이다. 유아는 어머니와 정서적으로 융합된 상태에서 성장하면서 심리적으로 독립된 개체로 성장하게 된다. 유아는 성장하면서 자기를 위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할 수 있는 개별적인 존재로서 대상과 연합성을 갖는, 즉 분화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보웬의 개념에서 분화를 위해 돌봄의 주체인 부모가 어떠한 경험을 주어야 하는지에 관한 설명이 미비함을 발견했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도너드 위니캇(Donald Wood Winnicott)의 ‘적절히 좋은 부모’(good enough mother) 경험을 살펴보았다. 적절히 좋은 어머니란 아이의 심리성장과 발달에 가장 적절하게 반응하는 양육자를 말한다. 갓 태어난 유아는 어머니와 융합된 상태로, 이 시기의 어머니는 유아의 욕구를 잘 이해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이후 융합이 끝나면서 유아에게 변화가 생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이가 어머니를 찾을 때 곁에 있어 주고, 찾지 않을 때 가만히 둘 수 있는 어머니가 적절히 좋은 어머니 이다.
필자의 상담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와 융합 또는 분리된 관계에 있었고, 적절히 좋은 부모 경험을 충분히 하지 못함으로써 이에 따른 분화 척도가 낮은 수준이었다. 상담 초기 이들은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였고 관계갈등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상담이 진행되면서 이들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가족체계와 부모로부터 적절한 돌봄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원인임을 발견하였다. 이들의 부모 경험은 무력감, 분노, 불안, 우울, 부모를 향한 심리적 공격에서 오는 죄책감 등 부정적인 감정의 깊은 골을 남겼다. 더불어 그들은 부모를 미워하면서도 용서하고 싶은 양가적 감정이 있었다.
이러한 정서는 사례자들이 건강한 분화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깊어진 감정의 골과 그로 인해 파생된 분노와 죄책감을 가진 사례자들에게는 다른 치료적 방법이 필요했다. 사례자들을 위한 치료적 대안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 용서였다. 최근 심리상담 학계에서 용서는 내담자의 분화를 제한했던 정서적 상처를 다루는 심리 치료적 모형으로 고안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사례자들의 상한 정서가 용서의 치료적 과정으로 다루어질 때 건강한 분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분화의 과정에서 용서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하여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자리 개념에서 통찰을 얻었다. 그녀는 유아 초기의 심리발달을 편집-분열자리와 우울자리로 나눈다. 편집-분열자리에서 유아는 엄마(엄마의 젖가슴)를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전적으로 좋은 대상으로만 이해한다. 이에 반해 유아는 자신에게 만족을 주지 않는 고통의 대상(엄마의 젖가슴)을 공격(깨물기)하기도 한다. 유아는 심리적으로 성장하며 자신이 공격한 대상이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죄책감을 느끼며 우울자리로 이동한다. 이때 우울자리에서 유아는 자신이 공격한 대상에 대한 죄책감과 공격함으로써 상실한 대상에 대해 비탄한 슬픔에 빠지며 애도하게 된다. 클라인은 우울자리에서 유아가 애도하는 과정 가운데 초자아와 도덕성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았다.
정치학 박사 프레드 알포드(C. Fred. Alford)는 클라인의 우울자리에서 보이는 도덕성에서 용서를 언급한다. 그는 유아가 우울자리에서의 초자아, 즉 도덕성을 통해 죄책감을 보상하고자 하며, 이러한 보상의 과정으로서의 도덕성이 바로 용서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용서는 유아가 상실을 슬퍼하고 애도한 결과물로 생기게 된다.
수잔 캐벌러 아들러(Susan Kavaler-Adler)에 따르면 유아는 애도하는 과정에서 정서와 인지의 변화를 겪고 자신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전체를 통합할 능력을 얻는다. 유아는 나쁜 경험 때문에 대상(부모)을 공격했다는 죄책감을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나쁜 대상을 공격했다는 회복환상을 통해 정당화하며 자기 용서를 하게 된다. 나아가 유아는 부모에 대한 대상통합을 겪으면서 상처를 준 부모의 불완전성을 인식하며 대상을 용서하게 된다. 이렇게 유아는 우울자리에서 자기용서와 대상을 향한 용서를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아의 내면은 통합되고 건강한 심리발달을 이룰 수 있다. 이와 같이 용서는 인간이 건강한 심리발달로 분화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맥락적 가족치료를 연구한 보스조메니 나지(Ivan Boszomeni-Nagy)의 면제 개념 역시 분화와 용서의 이해를 돕는다. 면제는 부모가 준 상처를 청산하는 것으로서, 사례자들에게 피해를 준 부모가 자란 환경을 재평가하며 이해함으로 시작된다. 이러한 이해는 부모의 잘못을 면제 또는 용서해주는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부모를 이해할 때, 자녀는 자신도 역시 부모의 위치에서 자신의 자녀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이해의 핵심이고, 이를 통해 인간의 불완전성을 알게 된다.
상처의 원인을 알게 될 때 상처로 인한 정서적 고통은 완화된다. 자녀는 불편한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고, 그 감정이 부당함을 이해하며 내면에서 상처난 감정을 능동적으로 치료한다. 상처는 중요한 것을 상실한 것으로 우리 안에서 애도 반응을 일으킨다. 애도하지 않으면 상처의 고통은 여전히 내면에 남아 우리는 상실의 상처에 매이게 된다. 애도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 현실을 재구성하게 한다.
그러나 필자의 사례자들은 응어리진 감정을 풀어내기 위해서 자기 내면의 용서를 넘어 가해자로부터의 용서와 가족체계 변화를 요구하였다. 이러한 치료과정에서 적용한 것이 하그레이브(Terry D. Hargrave)의 용서 심리모형이다. 그의 치료과정에서 용서는 가해자인 부모에게 보상의 기회와 이를 위한 명백한 행동을 할 기회를 줌으로써, 피해자에게 부모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회복되는 경험을 준다. 이 과정에서는 피해자의 내면뿐 아니라 가족체계의 변화와 다세대 전수과정을 치료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결과적으로 2장에서 다룬 보웬의 분화 개념으로부터 하그레이브의 용서 심리모형에 대한 심리학적 문헌고찰을 통해 분화를 위해서는 용서라는 요소가 필요함을 이론적으로 설명하였다.

| 분화와 용서의 신학적 의미와 사례 적용

3장에서는 분화와 용서의 신학적 의미를 살펴보았다. 폴 틸리히(Paul Tillich)에 따르면 태초 인간 본질의 상태는 양극적인 존재로 충돌하거나 갈등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원죄로 인하여 인간은 하나님과 소외된 상태로 양극이 서로 충돌하는 관계가 되었다. 여기서 양극성(兩極性, polarity)이란 자기장의 양극과 음극, 행복과 고통처럼 서로 대립하고 반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각각 독립적으로 분리된 구조가 아니라 유기적으로 서로 관련된 존재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양극적 존재로서 인간을 구성하는 세 요소는 ‘자유와 운명’(freedom and destiny), ‘역동성과 형식’(dynamics and form), ‘개별화와 참여’(individualization and participation)이다. 여기에서 나는 ‘개별화와 참여’가 인간이 인격적 생명체로 존재하는 데 필요한 요소이며, 나아가 본 연구의 분화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설명하고자 했다. 개별적인 존재로서 인간은 자기만의 고유하고 중심 잡힌 존재가 되고자 하는 자기 중심성을 갖지만, 홀로 존재할 수 없다. 개별화된 인간은 타인과 끊임없는 관계성 속에서 존재하며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참여하게 된다. 개별화된 존재로서의 인간은 참여라는 관계의 토대 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개별화와 참여는 인간의 존재 방식의 기본 요소이다. 이러한 상태는 실존적인 인간이 인간 본질로서의 자기통합으로 나아가는 인간으로 설명된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는 하나님 형상의 모사로서 인간 본질을 ‘자기중심성(self-centrality)과 세계를 향한 개방성(openness to the world)’의 개념을 통하여 규명한다. 하나님을 모사한 인간은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onward) 충동을 가지며 자신의 본질적인 존재 양식을 찾으려고 한다. 두 신학자의 인간 실존에 대한 이해에 의하면, 개별적이고 자아 중심적인 인간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세상을 향해 참여하는 존재로서 자기통합을 향해 간다. 이러한 인간의 자기통합으로서 인간 실존에 대한 이해는 심리학에서의 개별성과 연합성이라는 균형적인 힘의 조화를 향한 분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의 분화 역시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신학에서 말하는 본질로서의 인간은 심리학적 인간 실존의 분화 개념과 유비될 수 있다.
틸리히의 개별화와 참여의 균형, 그리고 판넨베르크의 자기중심성과 개방성의 균형이 분화를 신학적으로 말한 것이라면, 그 분화를 스스로 성취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이를 신학적으로 말하면 죄이다. 인간은 타락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렸고, 균형을 잃어버린 소외된 실존 상태가 되었다. 틸리히는 죄를 인간의 소외로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실존은 분리의 상태이다. 인간의 분리는 모든 생명체로부터의 분리, 자신으로부터의 분리, 존재의 근원으로부터의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인간의 분리된 상태, 죄의 상태를 회복시켜주는 것이 하나님의 용서, 즉 ‘은혜’이다.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은 자기소외와 세상으로부터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용서를 통해서 인간은 본질적인 존재와 회복됨으로써 자기소외를 극복하게 된다. 나아가 본질적인 인간은 자기통합을 향하는 개별적인 존재로서 하나님과 세상을 향해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존재가 된다.
다시 말해 하나님의 용서로 개별적이고 참여적인 존재로서 회복된 본질적인 인간은 심리학의 용서 작용으로 분화되는 실존적 인간으로 표현될 수 있다. 그러나 심리학과 신학에서 용서가 분화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신학적 이해에서 용서는 하나님의 용납하심을 받아들이는 것, 다시 말해 하나님의 은혜를 수용함으로써 인간의 노력 없이 결과적으로 분화로서의 자기통합으로 향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는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가 말하는바, 인간의 노력을 수반하지 않는 값싼 은혜로도 설명될 수 있다. 반면 심리학적 용서는 인간에게 무의식적으로나 의식적으로나 어떠한 의지적인 노력과 심리적 작용을 수반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심리학과 신학에서의 분화와 용서에 대한 다른 이해라고 할 수 있다.
4장에서는 2장에서 설명한 심리치료 과정이 사례에 성공적으로 적용될 때의 사례들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나아가 다음 세대의 분화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이해했다. 사례 연구에서 두 사례자 모두는 기독교인으로서, 상처를 준 부모를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고 단절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컸다. 두 사례자가 부모를 향한 원망과 미움의 감정을 가지는 것은 정당한데도, 이러한 감정으로 인해 느끼는 죄책감은 앞서 클라인이 말한 건강한 심리로 통합되고자 하는 회복환상에 의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에 반해 사례자들이 어린 시절부터 받아온 강제된 기독교 교육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그들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죄를 지은 사람을 용서하라.’(마 6:15)는 교육을 받아왔다. 이는 상처에 대해 슬퍼하고 애도하는 과정 없이 바로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오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죄책감 및 다른 부당한 상처를 주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태초에 본질적인 존재로서 인간의 양극성은 대립하지 않고 조화로운 상태이다. 그러나 인간의 실존에 영향을 주는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율법적으로 강요된 교육과 부당한 부모 경험으로 인해 사례자들의 심리 내면에서 양극성이 충돌을 일으키게 된 것이다. 비록 신학적 인간이 용서로 본질을 회복하였지만, 인간의 실존은 인간의 조건으로부터 받은 그릇된 사고와 경험으로 인하여 인간의 의지적 노력과 사랑의 경험에 의한 개별화로서 자기중심성에 대한 회복이 수반되어야 한다. 자기중심성이 회복될 때 타자에 대한 참여가 의미 있다. 이러한 자기중심성과 참여가 건강하게 일어날 때 통합된 존재가 된다.
결과적으로 필자는 사례자의 분화를 위해 치료 초기에 가족치료적 접근법을 사용하였고, 치료에 대한 한계를 용서 심리모형을 적용한 정서적인 치료를 통해 극복했으며, 사례자 및 사례자의 가족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

| 분화와 용서는 목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5장에서는 분화와 용서를 목회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가족체계 관점으로 교회 구조를 연구한 에드윈 프리드만(Edwin H. Friedman)은 교회를 가족체계의 연장으로 이해한다. 그에 따르면 교인은 그들이 가진 신앙 세계와 관계없이 가족체계로부터 형성된 사고와 정서를 가지고 교회의 관계 안에 들어온다. 목회자 역시도 자신의 가족체계로부터의 정서 경험을 바탕으로 목회를 이끈다는 점에서 예외일 수 없다. 이처럼 교회의 체계는 교회라는 가족공동체 하위에 수많은 교인의 가족체계와 연결되어 있어서 복잡하고 미묘한 구조에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토대로 필자는 연구의 주제인 분화와 용서를 목회현장의 네 분야에 적용해 보았다.
첫째, 분화와 용서는 목회적 지도력에 적용할 수 있다. 목회자의 지도력에서 중요한 것은 목회자의 분화된 태도이다. 이는 목회자의 분화 정도에 따라 교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지도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논문에서는 카리스마적 지도력, 합의적 지도력, 분화를 통한 지도력을 소개하였고 각 지도력이 교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는데, 분화된 목회 지도력은 안정된 정서, 분명한 자기 정체성, 객관적인 태도로서의 개별성을 가지는 동시에 교인과의 관계에서 수용적이면서 함께하는 연합적인 태도를 말한다. 특히 목회자가 ‘편안한 현존’(non-anxious presence)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편안한 현존으로의 지도자는 위니캇의 ‘적절히 좋은 부모’로서 기능하며 정서상 발생하는 불안을 다룰 수 있다. 나아가 목회자가 편안한 현존으로 교인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되어줄 때, 교인들은 현실을 이해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용서하고 세상을 통합한다. 이를 경험한 교인은 자신을 용서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들을 용서하며 세상을 향해 분화된 존재로 살아간다.
둘째, 분화와 용서를 의례에 적용할 수 있다. 목회자는 목회 직무상 자연스럽게 교인의 가족체계와 생의 전환점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교인의 삶이 변화하는 시점에 의례를 돕는다. 이때 의례는 교인 가족의 갈등뿐 아니라 정서체계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치료적 과정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먼저 목회자는 의례가 교인들의 생의 전환점에 치료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다음으로 목회자는 교인들의 삶에 어떠한 갈등과 변화가 있는지 알고 이에 맞는 창의적인 의례를 고안해야 한다. 그럴 때 교인들은 자신들의 삶이 녹아 있는 의례를 통하여 생의 전환점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다루며 건강한 가족체계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의례는 분화와 용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셋째, 분화와 용서를 목회적 대화에 적용할 수 있다. 목회자는 직무상 코치와 같이 목회적 돌봄과 교육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코치는 상담사처럼 공감과 수용을 통하여 내담자에게 적절히 좋은 대상이 되는 따뜻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고, 교육자처럼 적절한 시기에 교육과 지도를 통하여 분화를 향하도록 이끄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코치와 비슷한 역할로서 분화된 목회자는 목회적 대화를 통하여 교인의 대상 경험을 변화시키고 성장으로 이끄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이 공간은 수용과 공감을 경험하는 공간, 알아차림을 경험하는 공간, 애도를 경험하는 공간, 용서를 경험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주는 목회적 대화는 교인의 분화와 용서를 도울 수 있다.
넷째, 분화와 용서를 교회 교육에 적용할 수 있다. 필자는 교회에서 미취학 자녀를 둔 젊은 부부들을 대상으로 소그룹 모임을 정기적으로 진행한 경험이 있다. 소그룹 모임은 각 단원의 주제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고, 성화하는 과정에서 변화되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를 나누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부모에 대한 저마다의 상처를 말했고, 상처를 준 부모를 향한 부정적인 정서와 그 정서에서 분화되지 못하고 융합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거듭난 새로운 정체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의 상처에 머물러 있었고, 그것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부부관계와 자녀를 양육하는 태도에서 자신들이 그토록 싫어하던 부모의 모습을 발견하였고, 어린 시절 가족관계의 상처를 배우자와 자녀에게 보상받기 원하며 갈등 관계에 있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가족 경험으로 인한 내면의 상처가 현재의 사랑하는 가족에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들의 영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있었다. 필자는 이러한 사례들을 대하면서 거듭난다는 것은 그리스도로 인하여 위임된 개인의 정체성뿐 아니라 내면의 상처가 회복되고 원가족으로부터 분화되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넷째로 분화와 용서를 교회 교육에 적용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교회는 교인의 신앙 성장을 위해 다양한 교육과 치유적 돌봄을 제공한다. 교회는 특별히 인생의 중요한 생의 전환기에 효과적인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신앙과 가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에게 활용할 수 있는 분화와 용서 모형을 고안하여 논문에 소개하였다.
끝으로 본 연구가 갖는 의미는 가족체계치료에서 다루지 않은 가족관계에서 일어난 정서적 상처를 치료하는 과정으로 애도를 포함한 용서를 도입함으로써 새로운 모형을 제시하였다는 것과 분화와 용서를 목회에 적용하였다는 것이다. 반면 한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용서로 가는 여정에서 애도의 과정에 관한 연구가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논문에서 제시한 사례는 부모-자녀 관계를 중심으로 하였기에 앞으로 다양한 관계에서의 적용과 확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손혜경 |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목회상담학을 전공(Ph.D.)하였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사이며, 소울프렌드상담실(목회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2021년 3월호(통권 7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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