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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기독교사상 > 문화·신학·목회 > [나의 박사 논문을 말한다]
문화·신학·목회 (2020년 8월호)

 

  구약 희생제의 체계의 논리를 찾아서: 레위기 하타트 제의에 대하여
  

본문

 

“하타트 제의의 피와 고기의 기능과 의미 연구: 레위기 4:1–5:13, 16장을 중심으로”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 2017



총 9장으로 구성된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는 오경의 희생제의 체계의 문맥에서 특별히 레위기 4장 1절-5장 13절과 16장을 중심으로 하여 제이콥 밀그롬(Jacob Milgrom) 등의 현대 레위기 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타트 제물1[우리말 성서에서는 ‘속죄제’(贖罪際)로 번역]의 두 가지 요소인 피와 고기가 수행하는 역할을 탐구하였다. 논문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하타트 제의에서 피의 주된 기능은 성소의 여러 기물(번제단, 향단, 휘장, 카포레트2)의 오염을 제거하는 것이었으며, 부수적인 기능으로는 헌제자의 죄(혹은 부정)를 용서(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둘째, 하타트 제의에서 제물(고기)은 다른 제물들과 마찬가지로 번제단에서 태워져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향기를 내었다.
또한 이 논문(8장)에서는 성소 전체의 정화를 위해 행해지는 희생제의와 회막 밖에서 이루어지는 아사셀 숫염소 의식으로 구분되는 레위기 16장의 하타트 제물 규례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첫째, 이러한 제의의 배경에는 레위기 10장의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으로 부정해진 성소 전체를 제의적으로 정화해야 할 목적이 있었고, 둘째, 아사셀 염소 의식은 제의적으로 제거된 부정을 가시적으로 이스라엘 앞에서 이스라엘 진영 밖 광야로 떠나 보내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 현대의 논란
‘속죄’를 위한 구약의 희생제의와 관련된 현대 학계의 논쟁은 매우 복잡하고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이러한 논쟁은 구약의 희생제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한 논의와, 구약 희생제의 본문들 내의 상관관계 대한 다양한 관점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논문 1장 방법론)
납탈리 메쉘은 희생제의의 의미에 대한 논의와 관련한 접근 방법을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로 개괄하였다.3 기본적인 희생제의 체계가 실행 가능했다는 가정하에 그 의미를 추구하는 과제 중심적 접근(J. Milgrom, R. Gane), 존재 의의로서 사회 기능적 의미를 추구하는 기능주의적 접근[기능주의적 접근(Radcliffe-Brown, Malinowski), 진화론적 접근(Burket, J. Z. Smith), 역사사회학적 접근(Girard), 문화물질주의적 접근(Marvin Harris)], 표현적 의미나 제의 수행의 의미 구분으로서의 구상주의적 접근(확장주의적 접근, 상징적 접근들), 문화인류학적 의미 추구로서의 구조주의적-인류학적 접근(Claude Levi-Strauss, Edmund Leach, Mary Douglas), 그리고 제의 행동의 무용성이나 제의 내의 의미론의 결여로서의 제의의 무의미성(Frits Staal)이 바로 그것이다.
필자의 연구는 한정된 개념과 기능을 말해주는 희생제의 본문 자체를 주해하고 본문의 내적 의미와 기능을 찾는다는 점에서 밀그롬과 게인으로 대표되는 과제 중심적(task-oriented) 입장을 취하였다. 유대인 학자인 밀그롬은 현대 레위기 연구를 새롭게 시작하고 정리한 인물이며, 미국 재림교회(Adventist Church) 학자인 게인을 포함한 밀그롬의 여러 제자들은 밀그롬이 제시한 구약 희생제의 체계를 추종하거나 도전하는 가운데 현대 구약 제의 체계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연구 흐름을 제시하고 있다.
과제 중심적 입장에서도 정경으로 주어진 희생제의 본문들을 다루는 일은 쉽지 않다. 이 관점들은 기본적으로 본문들이 일관된 어떤 체계와 의도를 가진 것으로 전제하고 접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접근에 따라 레위기 4-5, 16장에 등장하는 하타트 제물/제의 사이의 기능 혹은 역할의 관계에 대한 학자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났다.(2장)
첫 번째는 밀그롬의 입장으로 레위기 4-5장의 하타트와 16장의 하타트의 기능이 서로 반복적이라는 입장이다. 즉 양자가 제물의 피를 통하여 범죄자의 죄로 오염된 제단에 대한 동일한 정화(purification)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노부요시 키우치의 입장으로 레위기 4-5장의 하타트와 16장의 하타트의 기능이 서로 보완적이라는 입장이다. 즉 양자는 제물의 피를 통하여 범죄자의 죄로 오염된 제단에 대한 동일한 정화 기능을 행하지만 다른 대상을 향하며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다.
세 번째는 레위기 4-5장의 하타트와 16장의 하타트의 기능에 서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게인의 입장으로 레위기 4-5장의 하타트 제물은 안수를 통하여 헌제자의 죄가 제물에게로 옮겨가고 다시 제단에 옮겨가서 피와 제물의 고기와의 접촉을 통하여 제단에서 죄를 누적시킨다. 레위기 16장의 하타트 제물은 1년간 누적된 죄로 인한 성소의 오염을 정화하고 아사셀 염소 의식을 통하여 광야로 내보내는 식으로 이스라엘 진영 내에서 ‘완벽한 제거’를 수행한다. 둘째, 김경열의 입장으로 레위기 4-5장의 하타트 제물은 안수를 통하여 헌제자의 죄가 제물에게로 옮겨가고 제물의 고기와 피로 제단에 옮겨가지만 제단에서 제물의 피로 죄를 제거하고 고기를 태우거나 먹거나 진영 밖 정결한 곳에서 태우는 것으로 죄를 없앤다. 레위기 16장의 하타트 제물은(레 4-5장의 하타트 제물과는 다른) 1년간 누적된 죄에 의한 성소의 오염을 정화하는 것이며, 아사셀 숫염소 의식으로 이스라엘 진영 내에서 존재한 죄의 ‘완벽한 제거’를 수행한다.
네 번째는 필자의 입장으로, 레위기 4-5장의 하타트는 죄의 용서를 위한 것이고, 레위기 16장의 하타트는 레위기 8장에서 말하는 ‘성소위임의 회복’(restoration)으로 여기는 입장이다. 즉 레위기 4-5장의 하타트 제물은 특정한 죄로 인한 성소 기물의 오염을 제거하고, 레위기 16장의 하타트 규례는 나답과 아비후의 반역과 죄로 인해 부정해진 회막을 원상태로 회복시키고 아사셀 숫염소 제의로 그것들을 진영 밖으로 보내버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중에 매년의 절기 제의(축제)로 기념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학자들 사이의 해석학적 차이점은 간단하게 말해서 레위기 4-5장과 16장의 하타트 제의 규례들에 대한 학자들의 두 가지 해석학적 전제와 강조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번제단을 비롯한 성소 기물이 어떻게 죄로 오염되는가? 이에 관하여 하타트 제물 규례 연구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쟁적인 입장이 있다. 첫째, 비접촉을 통한 성소의 오염을 주장하는 학자들(밀그롬 및 그의 제자들과 키우치 등)은 범죄자의 죄의 독한 기운(miasma)이 공기를 통하여 번제단 등의 성소 기물을 자동적으로(혹은 제한적으로) 오염시키며, 정결한 제물의 피를 사용하여 매번 죄를 제거하거나 일부 죄의 경우에는 매년 행해지는 ‘속죄일’에 제거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직접적인 접촉을 통한 성소의 오염’을 주장하는 학자들(게인, 김경열)은 범죄자의 죄는 안수를 통하여 짐승에게 이동하며 다시 이 짐승을 통하여 번제단을 비롯된 성소 기물로 이동하는데, 죄를 용서받는 대신에 죄의 오염을 그곳에 쌓아두었다가 1년에 한 번씩 제거하거나 매번 제물을 태우거나 나머지를 제사장이 먹는 등으로 죄의 오염을 제거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논의에서 주된 세 가지 핵심 이슈는 (1)안수의 의미와 역할(논문 4장), (2)하타트에서 피의 역할(논문 5장), (3)레위기 4-5장의 하타트 제의와 레위기 16장의 하타트 제의의 관계성(논문 7장)이다. 필자의 연구에서 추가한 해석학적 이슈들은 (1)제물(고기)의 역할(논문 6장), (2)레위기 8, 10, 16장의 관계(논문 7장), (3)레위기 16장과 매년의 절기로서의 ‘욤 키푸림’(레 23장)과의 관계(논문 8장)이다.

| 필자의 주장
1) 안수의 의미와 역할 논쟁

전통적으로 모호하게 다루어진 ‘속죄’(atonement) 체계의 개념은 현대에 들어서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그중 첫 번째는 안수의 의미에 대한 것이다. 안수의 기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제사의식과 관련되어 있다는 입장, 즉 안수가 헌제자의 소유권을 천명하거나 반대로 헌제자의 소유권을 포기하는 기능을 한다고 보는 입장, 안수를 제사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적 의미로 보는 입장, 안수가 제물을 죽일 때 필요한 동작이라는 실용적인 의미로 보는 입장 등이 있었다. 그 외에도 하타트 제물에서 피의 유일한 기능이 ‘번제단의 정화’라고 주장한 밀그롬 이후에 ‘속죄’ 개념과 기능에 대한 이해가 분화되었고, 안수의 기능이 ‘죄의 이동’이라고 주장한 게인 이후에 안수가 성소 기물의 오염의 수단이라는 논란이 본격화되었다. 게인과 같은 사람들은 제물의 안수를 제의의 시작에서부터 속죄 행위의 전반(全般), 그리고 종결을 일관되게 해석하는 열쇠로 여긴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에는 몇 가지 중대한 결점이 있다. 즉 하타트 제의가 레위기 4장에서는 죄의 용서를 의미하나 부정규례(레 11-15장)에서는 부정의 해소 등과 같이 문맥에 따라 다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 안수가 한 손(레 1, 3, 4장) 혹은 두 손 안수(레 16장)로 다르게 나타나거나 심지어 안수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레 9장)가 있다는 점 등이다. 이와 같이 죄의 이동으로서의 안수 개념은 일관성이 부족하고 레위기 16장의 두 손 안수 외에는 그 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사적인 제물의 경우, 다시 말해 개인적인 자원 제물(레 1-3장), 자신의 비고의적 죄와 관련된 하타트 제물(4장)처럼 헌제자 혹은 자신의 위임식과 관련된 제사장(레 8장)은 제물에게 안수한다. 그러나 속죄의 당사자도 아니고, 속죄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 즉 공적 제사의 경우에(레 7, 9, 16장) 집례하는 제사장은 제물에 안수하지 않는다. 그러한 점에서 적어도 하타트 제물의 안수는 죄의 이동 수단이 아니다. 대신 필자는 제물의 소유자만이 제물에 안수하였는 점에서 제의적으로 행하는 안수의 의미를 소유권의 천명이라고 본다.

2) 하타트에서 피의 역할
안수의 부차적 의미와는 달리 제물의 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타트 제물의 피의 기능에 대해서 번제단의 오염을 씻어내는 제의적 세정제(밀그롬과 그의 추종자들), 번제단을 오염시키는 매체(게인), 번제단의 후속적인 오염을 방지하는 제의적 살균제(길더스)라는 해석이 제시되었다. 본문들을 연구해볼 때 피의 제의적 용도는 사용된 제물의 종류와 사용된 장소와 방법, 그리고 피를 사용하는 횟수의 차이에 따라서도 다양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제물의 피를 번제단과 직접적으로 접촉시키지 않는 번제물과 화목 제물의 피는 죄의 용서와는 무관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이와는 달리 번제단의 뿔에 직접 접촉하는 가운데 하타트 제의에서 사용된 피는 성소 기물의 오염 제거(죄의 용서, 부정의 제거)뿐만 아니라, 제사장들의 독점적인 피의 사용을 통한 그들의 특별한 제의적 지위를 구별해주고 독점적으로 제단에 나아갈 수 있는 그들의 권리를 보여주는 역할도 수행하였다. 하타트 제물의 피는 주로 번제단과 내성소의 향단과 휘장(그리고 레 16장에서의 지성소의 카포레트 앞)에서 사용되었으며, 사용하고 남은 피는 그 후에 번제단 바닥에 쏟아 폐기되었는데, 이것은 하나님과의 공식적인 만남(제물 드림과 피 제의)을 마무리하는 표식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3) 하타트 제물(고기/내장)의 역할
일반적으로 번제단에서 드려지는 제물은 폐기물로서 태워지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하타트 제물을 포함한 모든 제물(고기)은 본문들이 명확하게 증거하듯이 번제단에서 온전히 태워져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향기를 내는 역할을 했다.(레위기 1-3장에서 번제단에서 드려지는 모든 제물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향기를 낸다는 후렴구를 가진다는 점을 주목하자.) 앞서 살핀 대로 제물의 피는 사용하는 방법과 대상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고기의 경우에는 전부나 일부를 번제단에서 태우고 그 나머지를 제사장을 포함하는 다른 누군가가 먹는다. 그리고 남은 고기를 제단 외에서 나눠먹거나 처리하는 절차도 제사의 한 과정으로 중요하게 묘사된다. 그러한 점에서 제물을 먹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번제단에서 드려진 제물이 하나님께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하나님께 드려진 모든 제물의 피와 고기는 부적절한 접촉을 회피해야 했다. 피의 유일한 합법적인(제의적) 접촉 대상은 제단의 뿔이었고 고기의 경우는 번제단이었다. 용도가 폐기된 피가 번제단 아래 부어졌듯이, 제물로 바쳐진 고기의 나머지는 대행 수수료로서 제사에 관여한 제사장이 먹거나, 대제사장이 제사를 집례한 경우 다른 제사장들이 먹지 못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추가적인 전염(혹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진영 밖 정결한 곳에서 전부 태우는 방식으로 적절하게 폐기(소비)해야 했다.

4) 레위기 8장, 10장과 16장의 관계성
기존의 학자들은 주로 레위기 4-5장과 16장과의 연관성에 몰두하였지만, 필자는 그 범위를 확장하여 16장의 기능과 의미를 재정의하여 해석하였다. 그 증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하타트 제의는 레위기 4-9장에서 죄를 용서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성소를 정화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고 부정규례(12, 14, 15장)에서 부정을 정화하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둘째, 레위기 16장의 배경이 되는 나답과 아비후가 허락되지 않은 자신들의 향로를 가지고 들어갔다가 성소에서 죽은 사건(레 10장)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레위기 16장 자체가 온 성소를 ‘정화’하는 데 하타트 제의를 사용하였으며 살아 있는 아사셀 숫염소를 방출하는 의식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마치 피부병 환자에게 첫날 부정결을 제거하기 위한 두 마리의 새를 가지고 행한 제의, 즉 한 마리는 죽여서 피를 사용하여 부정해진 자에게 일곱 번 뿌리고 나머지 새는 살려서 공중으로 날려보내는 의식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 같은 부정결 해소의 규례는 레위기 11-15장뿐만 아니라, 성소에서의 범죄에 대한 제사장의 책임을 다루는 민수기 18장과 사람의 시체와의 접촉을 통한 중대한 부정과 그 해소를 다루는 민수기 19장과의 상관성을 찾을 수 있다. 나답과 아비후의 범죄로 인한 반역과 그들의 시체로 인해 부정해진 하나님의 집과 그 부정의 해소의 필요성을 유추해볼 수 있었다. 그러한 점에서 레위기 10장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제시된 명령인 성소에서 나답과 아비후의 시체를 치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성소 부정의 해소가 행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성소가 원래의 상태와 기능으로 회복될 필요성이 (암시적으로)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성소 정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추가 명령이 즉각적으로 주어지지 않았기에 모세와 아론은 그와 관련한 새로운 계시를 기다려야 했다.(참조. 레 24:12; 민 15:34) 결국 이전에 주어진 옛 제의적 지침들과는 별도로 야웨께서 모세를 통하여 아론에게 주신 성소 정화와 기능 회복(재위임)의 새로운 지침이 레위기 16장의 말씀이다.

5) 레위기 16장과 매년 행해지는 절기로서의 욤 키푸림과의 관계
레위기 16장을 해석하는 마지막 문제는 많은 학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듯이 레위기 16장 전체를 레위기 23장의 ‘욤 키푸림’(속죄일)의 규례로 볼 것인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이 문제는 아주 단순하다. 첫째는 레위기 23장과 민수기 29장의 욤 키푸림의 규례에는 차이가 있으며, 둘째는 문체나 구조적으로 볼 때 레위기 16장의 특별한 하타트 제의 자체보다는 레위기 16장 29-34절이 욤 키푸림 규례들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레위기 16장의 하타트 제의는 원래 성소의 오염 제거와 기능 회복을 위한 독특한 규례였으나, 나중에 유월절이나 다른 중요한 구속적 사건들처럼 매년의 절기적 제의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성전정화 사건은 이스라엘 왕정기의 히스기야와 요시아 시대의 종교개혁이나 신구약 중간기의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가 예루살렘에 범한 여러 가지 성전오염 사건들에 대한 마카비 형제들의 성전정화 사건과의 유비를 찾을 수 있다.


1 이 제물이 구약의 희생제의 문맥에 따라 속죄와 정화, 심지어 속전적 의미를 다양하게 내포한다는 점에서 필자는 이 제물을 전통적인 ‘(속)죄 제물’(sin offering)이나 현대적인 ‘정화 제물’(purification offering)보다는 히브리어 표현의 음역인 하타트 제물이라고 부른다.
2 ‘카포레트’는 우리말 성서에서 ‘속죄소’(贖罪所) 혹은 ‘속죄판’(贖罪板)으로 번역된다. 이 표현은 히브리어의 음역으로, ‘키페르’(kipper)를 어원으로 생각하는 전통적인 입장에서 ‘속죄소’라고 번역되었으나, 이곳에서만 속죄가 일어난다고 혼동을 줄 수 있다. 고대 이집트어 ‘발바닥’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기는 일부 학자들의 경우에는 이것을 야훼의 ‘발판’으로 번역한다.
3 Naphtali S. Meshel, The “Grammar” of Sacrifice: A Generativist Study of the Israelite Sacrificial System in the Priestly Writings with a “Grammar” of Σ(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4), 177-197.



성기문 | 백석대학교에서 레위기 속죄제물의 기능과 의미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Ph.D.)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키워드로 읽는 레위기』 등이 있다.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신학(인천캠퍼스)에서 구약학 강의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0년 8월호(통권 7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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