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대한기독교서회 | 회원가입 | 로그인
사이트 내 전체검색

Home > 기독교사상 > 문화·신학·목회 > [습작드라마]
문화·신학·목회 (2020년 7월호)

 

  룻기, 그리스도 직계 조상의 역사
  

본문

 

구약성서의 여덟 번째 책 룻기는 전체가 4장으로 구성된 짧은 이야기로, 거기에는 다윗의 부친(이새), 조부(오벳), 증조부(보아스)의 역사가 나온다. 룻기를 읽다 보면 마치 4막(幕)으로 짜인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열한 번째로 성서를 통독하면서 이번 기회에 룻기에 대해 공부도 할 겸, “룻기, 그리스도 직계 조상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룻기의 내용을 드라마처럼 엮어 감상해보고자 한다. 먼저 드라마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항목별로 타이틀을 달아본다.

<그리스도 직계 조상의 역사>
[원작] 저자 미상 / [극본] 대전 문 장로 / [주인공] 보아스, 나오미, 룻
[줄거리] 모압 지방에 이주하여 살던 유대 여인 나오미가 남편과 두 아들을 잃은 후, 모압 출신의 두 며느리 중 작은며느리 룻만을 데리고 빈손으로 고향 베들레헴으로 돌아온다. 믿음이 신실하고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 룻을 통해 그 가정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되는 해피엔딩의 드라마이다.


룻기는 유대 땅의 가뭄을 피해 모압 땅으로 이주한 유대 베들레헴 출신의 한 가족에게 닥친 ‘가장과 두 아들의 횡사(橫死)’라는 비극을 전하며 시작한다. 룻기의 내용을 룻을 중심으로 하여 장별(章別)로 요약해본다.
- 1장: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가기로 결심(배경: 모압 지방)
- 2장: 룻과 보아스의 만남(배경: 보리밭)
- 3장: 룻을 향한 보아스의 약속(배경: 타작마당)
- 4장: 룻과 보아스의 결혼(배경: 성문)

[제1막]
나오미는 남편 엘리멜렉이 이국 땅에서 죽은 후 두 아들 말론과 기룐을 모압 처녀와 결혼시켜 10년을 지냈는데, 두 아들마저 후손 없이 타지에서 죽게 되자, 자신은 고향 유대 땅 베들레헴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두 모압 며느리에게 각기 제 갈 길로 떠날 것을 권면한다. 큰며느리 오르바는 거기서 하직인사를 하였으나, 작은며느리 룻은 반대의 뜻을 강하게 내보였다. “내게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는 곳에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 룻이 이렇게 굳은 결심을 말하니 나오미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구약시대에 ‘고아, 손님[客], 과부’는 백성들의 자비와 동정에 의해서만 생존할 수 있었던 사회적 약자요, 극빈곤층이었다. 룻은 이방 여인, 과부라는 어려움 속에서 과부인 시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최악의 조건에 처해 있음에도 모든 것을 스스로 감당하고자 마음먹는다. 자신의 삶을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만드는 일은 인간적이고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녀는 자기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해 약삭빠른 계산을 하지 않는다.
결국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와 함께 유대 땅으로 향한다. 나오미는 남편과 두 아들을 모두 잃고, 며느리 룻과 단둘이 초라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온다. 실로 인생무상이었다. ‘나오미’라는 이름은 ‘기쁨의 여인’이라는 뜻이지만 참담한 심정의 나오미는 자신을 ‘마라’, 즉 ‘쓰디쓴 인생의 여인’으로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룻기의 1막은 이렇게 비극으로 끝난다.

[제2막]
나오미와 룻이 유대 땅으로 돌아온 후, 이 가정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며느리 룻이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생활 전선에 직접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때가 보리를 수확하던 시기였기에 룻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남겨놓은 보리 이삭을 줍기 위해 들로 나간다. 그때 룻이 우연히 찾아간 곳이 베들레헴의 유력자인 보아스의 밭이었다. 보아스는 매우 선한 인물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너그러운 마음씨를 가진 보아스는 자신의 밭에서 모압 여인 룻이 보리 이삭을 마음껏 줍도록 배려한다.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보아스의 밭에서 많은 이삭을 주운 자초지종을 말하자, 나오미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모압 며느리 룻을 보아스와 재혼시켜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아스는 가까운 인척이기 때문에 그가 ‘기업 무를 자’(Kinsman Redeemer)임을 룻에게 귀띔해준다. 룻이 보아스의 들판에서 보리 추수와 밀 추수를 마치기까지 룻은 이삭을 주우며 시어머니 나오미와 함께 살아간다.

[제3막]
나오미는 “보아스가 추수를 끝내고 나락을 지키기 위해 타작마당에서 자고 있을 때, 슬쩍 그의 발치에 들어가서 프러포즈를 하라.”라고 며느리에게 구체적인 지침을 하달한다. 룻은 시어머니의 말에 그대로 순종한다. 여기서 우리는 유대인들이 가계(家系)를 잇는 일을 대단히 중요시했음을 알 수 있다.
룻이 보여주는 적극적인 프러포즈에 보아스 역시 룻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룻이 ‘현숙한 여인’이라는 소문을 성읍 백성들에게 익히 들었기 때문이다. 보아스는 룻에게 자기보다 더 우선순위를 가진 ‘기업 무를 자’가 있으니 그 사람의 의견을 먼저 묻고 그가 사양하면 자신이 룻을 아내로 맞이하겠노라고 약속한다. 여기서 ‘기업을 무르다’는 (1)‘되사다’, (2)‘도로 찾다’, (3)‘속량하다’, (4)‘구속하다’, (5)‘후견인이 되다’ 등의 뜻을 지닌 말이다. 출전(出典)을 참고하면 레위기 25장에서 “친척 중에 형편이 어려워 밭을 팔았거나 스스로 노예가 된 사람이 있으면, 그들을 위하여 밭을 되사거나 노예 신분에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친척(형제, 삼촌, 사촌, 혈족의 순서)의 의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룻기의 후반부는 이렇듯 타작마당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나오미는 룻을 행복하게 해줄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 원했고, 룻은 나오미를 위하여 그 가문의 대를 이어주고 싶어 했다. 보아스는 룻의 이런 기특한 모습을 보고 기꺼이 모든 것을 수용하기로 마음을 정한다.

[제4막]
성문(城門)에 있는 모든 백성과 장로들을 증인으로 하여 그들의 축복 속에 보아스가 룻을 아내로 맞아 결혼식을 올린다. 보아스는 ‘친족’으로서 할 수 있는 ‘기업 무를 자’의 책임을 뛰어넘어 나오미의 사별한 남편 ‘엘리멜렉’의 대(代)를 이어주는 역할까지 자원한다. 이 세 사람은 서로에게 유익을 주기 원했으므로, 결국 훗날 온 인류를 구원할 거룩한 역사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복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이루는 중심에는 놀랍게도 이스라엘 여인이 아닌 모압 여인 룻이 있었다. 이렇듯 나오미와 룻과 보아스의 아름다운 삶으로 인해, 훗날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이 된 다윗이 이 가문에서 태어나게 된다.
구약에서 여성의 이름으로 된 책은 두 권뿐인데, 하나는 룻기이며 다른 하나는 에스더이다. 에스더는 이스라엘 여인이었으나 룻은 모압 지방의 이방 여인이었다. 룻은 이방 여인이요, 과부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성서의 책명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된다. 룻기의 역사를 통해서 하나님은 누구든지 그의 백성이 되기를 원하시고, 또한 서로에게 유익이 되는 삶을 살기 원하는 자에게는 이방인이든 이스라엘 백성이든 차별을 두지 않고 은혜를 베푸심을 볼 수 있다. 또한 보아스가 힘없고 가난한 이방 여인 룻을 책임지고 구해준 사건을 통해서 죽음에서 우리를 구해주시고 책임져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발견하게 된다.
룻기에 나오는 역사의 하이라이트는 룻과 보아스의 아들 오벳이 이새를 낳고 이새가 이스라엘인들이 좋아하는 왕 다윗을 낳았다는 역사적 사실에 있다. 다윗 이후 그리스도 예수에 이르는 역사가 바로 다윗왕 직계후손의 족보이고, 또 그리스도의 구원사(救援史)를 암시하고 있는 것이 룻기의 내용이기도 하다.
룻기의 마지막 장면에 다윗이 언급되는데, 룻기는 다윗의 족보를 마지막에 둠으로써 단순히 베들레헴 마을의 한 가정에서 일어난 여성의 삶이 아니라, 다윗 왕조로 이어지는 국가적 차원의 역사요, 나아가 여호와의 세계사적 구속(救贖)의 드라마임을 보여준다. 이 거대한 구속의 드라마를 끌고 가는 강력한 동력은 ‘율법을 완성시키는 사랑’인 것이다.
여호와는 위대한 구속사 성취를 위해 평범한 자들을 사용하신다. 룻은 모범적인 믿음의 본보기이다. 그녀는 상식적인 것을 포기하고 믿음 하나에 의지해서 미지(未知)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큰며느리 오르바가 ‘상식적인 여인’이라면 작은며느리 룻은 ‘경이로운 여인’이었다. 그랬기에 룻은 메시아 가계(家系)의 반열에 오르는 ‘성서적 인물’이 되었다.


문정일 | 목원대학교 영문과 명예교수, 대전 성지장로교회 은퇴장로이다. 저서로 『성경한자용어사전』 등이 있다.

 
 
 

2020년 8월호(통권 740호)

이번호 목차 / 지난호 보기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
기독교서회